지금부터 CBS 창사 50주년 기념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특별 대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대담은 동교동에 있는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진행됩니다.
정범구 박사(진행) : 매우 건강해 보이시는데, 요새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김대중 전 대통령 : 오는 손님도 만나고 책도 읽고, 자서전 준비도 하고, 이럴 때는 언론을 만나고 회합에도 참여하고, 해야 할 일들이 상당히 많다.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정범구 : 지난 주에도 신임 주한미대사도 찾아오고 열린우리당 의장도 찾아오고 많은 분들이 찾아 오셨고 또 행사에도 많이 참석하셨던데, 앞서서 국민의 정부 때 감사원장도 지내셨고, 또 이른바 내란 음모 사건 때 변호를 맡았던 한승헌 변호사께서 대통령님에 대해서 느낀 소회를 이야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는 표현이 귀에 들어오는데...
김대중 : 진정하게 용감한 사람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여린 사람이란 약한 자에 대한 동정심, 억압자로부터 약자들을 보호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고통 받은 사람들을 볼 때 같이 눈물을 흘리는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면해서는 막강한 독재자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표현할 수 없다.
정범구 : 92년 대선 후에 정계 은퇴하시고 난 후, 94년에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라는 책을 쓰셨을 때 그 대목이 제일 가슴에 와 닿았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나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김대중 : 그렇다. 나는 원래 그렇게 성격이 우락부락한 사람도 아니고, 스스로 생각해 볼 때 굉장히 용감한 사람도 아니고, 상당히 무서움도 타고, 밤에 컴컴할 때는 도깨비 나올까봐 무서워서 잘 못 나가는 성격이다. 그런데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다 보면, 나는 거기에 목숨을 걸게 된다. 그래서 80년대 사형 언도를 받아서 신군부 사람들이 찾아와서 자기네와 협력해라, 그러면 살려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안 들으니까 대통령 빼고는 뭐든지 시켜줄 테니까 한 번 우리와 같이하자고 했다.
그런데 내가 그 때 도저히 양심을 걸고 그것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신군부 사람들에게 ‘나도 죽고 싶지 않고, 죽는 것은 두렵지만 당신들과 협력하면 일시적으로는 살지만 나는 영원히 죽는다, 그러나 당신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나는 일시적으로는 죽지만 영원히 살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나를 지지하고 믿는 국민을 배신할 수 없고, 또 나를 위해서 온갖 희생을 하는 내 아내와 내 자식들, 내 일가친척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없다. 죽는 것이 내 갈 길이니까 나를 죽이라’고 한 일이 있다. 그 때도 그런 문제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악쓰고 욕하지 않고 그냥 차분히 이야기 했다.
CBS는 가슴에 와 닿는 역사를 걸어왔다.
정범구 : 대통령님께서는 CBS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데, 특히 현직에 계실 때는 CBS창사 45주년 행사에도 오셔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에 다가오는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셨는데.
김대중 : 내가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CBS가 가슴에 와 닿는 역사를 걸어온 것이다. 창사 50주년을 마음으로부터 축하하고, 과거 우리가 독재 치하에서 암울할 때, 진실을 하나도 모를 때 그 때 CBS가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에게 마치 광야에서 소리를 외치듯이 진실을 알려줬다.
그 때 국민의 유일한 희망은 CBS였다. 그러다가 CBS가 가혹한 탄압을 받아서 정치 방송을 일체 못하게 되고, 그래서 우리가 진짜 암흑기로 들어갔는데, 그러나 우리가 굴하지 않고 싸운 결과로 민주화를 쟁취했다.
그래서 나는 CBS에 대해서 언제나 ‘CBS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언론 매체는 아니지만 가장 훌륭한 언론 매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도 CBS의 공헌과 노고에 보답한다는 심정으로 FM 방송, 위성 TV, 지역방송을 세우는데 도울 수 있는 것은 다 도우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CBS가 정말 걸어온 길 그대로 가장 훌륭한 방송으로서 앞으로 더 한층 발전해 나가고 그렇게 해서 국민들에게 신뢰하는 방송이 되기를 바란다.
정범구 : 많은 분들은 요새 대통령님 일과가 어떻게 되시는지 관심을 갖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 본다. 요새 개인적인 시간에는 무엇을 하고 보내시는지, 무엇을 주로 걱정하고 계시는지, 또 예전에 감옥에 갇혀 계실 때는 꽃과 대화를 하면서 키우실 정도로 식물에 대한 애정도 많으신데. 여가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하다.
김대중 : 집에 있으면 독서를 하고 집사람과 대화한다. 집사람과 농담하고 웃고 그러고 산다. 손님들도 상당히 찾아온다. 되도록 시간을 뺏기지 않으려고 해도 손님들이 국내외에서 오고 많은 회합에 나가야 한다. 작년, 금년 국내에서도 회의가 많이 있었고, 또 파리, 노르웨이, 스위스, 중국도 다녀왔다. 앞으로도 이태리, 스웨덴 그리고 말레이지아 국제회의에 가게 되고, 거기서는 대부분 기조연설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름대로 상당히 바쁘다.
정범구 : 스웨덴을 방문하시는 것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서 참석을 하시는 건가.
김대중 : 스웨덴 페르손 수상이 나와 아주 친한 친구다. 과거 수상을 하다가 암살 당해서 돌아가셨는데, 그래서 거기서 초청해서 가서 팔메재단에 가서 대화하는데 이 모든 목적은 평화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 세계 평화를 위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힘을 합칠 수 있는가, 그런 이야기를 하러 간다.
정범구 : 어떻게 보면 현직 시절보다 더 바쁘게 보내시는 전직 대통령이 아니신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대중 : 현직보다 바쁘진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바쁘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일들도 상당히 많다.
정범구 : 그럼 요새는 개인적으로 꽃을 가꿀 시간은 없으신지.
김대중 : 꽃을 가꾸진 않지만 마당에 심어놓은 꽃을 가만히 나가서 본다. 그리고 나는 동물 영화를 좋아해서 동물비디오가 수십 개 있다. 그런 것도 보고 있다.
정범구 : 대통령님께서 ‘동물의 왕국’같은 프로그램을 즐겨 보신다는데, 거기에는 인간세계와는 다른 세계가 있나.
김대중 : 동물을 보면 같은 생물로서 다정한 생각이 들고 또 우리가 동물들에 대해서 참 못할 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죄책감도 든다. 지금 많은 동물들이 자꾸 멸종되어 가지 않나. 그리고 내가 가장 화나는 것은 밀렵을 해서 올무에 묶여서 나온 동물이라든가 죽어서 쓰러진 동물을 볼때는 스스로 죄책감을 느낀다. 여하튼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동물을 좋아한다.
꽃을 좋아하고. 꽃은 진달래 그리고 장미, 코스모스 이런 것 좋아해서 봄철에는 진달래 보러 산등성이를 돌아다니고 가을에는 코스모스 보러 뜰에 나가고 그런다.
정범구 : 특별히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으신지.
김대중 : 코스모스는 매우 연약하고 바람 앞에서도 힘들지만, 그래도 부러지지 않지 않나. 그리고 코스모스는 색깔이 대단히 투명하고 아름답다. 하나로도 아름답고 집단으로도 아름답고...그것도 내가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것이지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판결
정범구 : 헌법재판소에서 행정 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나지 않았나. 어떻게 보시는지.
김대중 : 국법에 의해서 헌재가 권한을 가지고 판결했으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일단 다 승복을 하고 그리고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이 사태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 문제의 결말을 어떻게 하느냐, 계속 추진하느냐 포기하느냐 이런 문제가 남았는데 이 문제는 국민 여론을 기준으로 해서 앞으로 여당이나 야당, 또 국민 전체가 슬기롭게 처리해 나가야 할 문제다.
정상적이고 평온할 때 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이런 어려운 문제가 나왔을 때 잘 해야 한다. 지난번에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결의가 됐을 때도 국민들이 그것을 아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갔다. 나는 그 때 탄핵 결의가 나자마자 우리 국민은 이런 문제에도 능히 훌륭하게 처리할 능력이 있는 국민이라고 했는데, 그대로 됐다. 나는 앞으로도 국민이 이 문제에 대해서 최종심판이랄까 정리를 할 것이라 본다.
정범구 : 이것이 또 현실적으로 새로운 국론 분열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일부에서는 있다.
김대중 : 자꾸들 국론분열이니 뭐니 하는데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것 아닌가?
요새 선거하는 거 봐라. 어떻게 보면 원수 진 것처럼 하고 있는데 마지막에는 투표로 결정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큰 강점이다. 우리가 의견이 다르더라도 결국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서 모든 것을 정리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일사분란하게 과거 독재치하에서와 같이 혹은 공산권 같이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겠나. 그러니까 그것은 걱정할 것이 없다. 왜냐. 우리 국민은 그런 것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 우리 국민은 독재도 극복했고, 혼란도 극복했다. 그러니까 국민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또 어떤 민주주의도 어떤 국정도 국민의 수준 이상 할 수 없다.
나는 우리 국민에 대해서 신뢰를 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정범구 : 대통령님께서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히셨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의 고비 고비 마다 대북 특사설이 나온다. 그것은 그만큼 남북관계가 잘 안 풀리고 있다는 이야기일 텐데. 6.15 남북정상회담을 끌어내시고 햇볕정책의 창시자로서 지금 남북 관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김대중 : 남북 관계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남북관계가 좋아져야 하고, 하나는 북미 관계가 좋아져야 한다.
그런데 남북 관계는 상당히 좋아졌다. 그런데 북미 관계가 좋아지지 않으니까 남북관계도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현재 경색 상태의 여러 가지 본질적인 문제는 북미 문제이다. 남북문제는 지금 장관급회담도 잘 안되고 있는데,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북한은 결국 우리와 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협력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북한에게 이익이다.
지금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서 무조건 미국 말만 듣고 하지는 않지 않나. 우리 정부의 확고한 태도는 미국은 동맹국가지만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문제는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대통령을 할 때는 그랬다. 그래서 그런 답을 클린턴이나 부시 대통령을 통해서 받아낸 일도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결국에 가서는 문제는 북미관계이고 북미관계는 우선 핵 문제이다.
그런데 핵 문제는 해결이 쉬운 것이다. 생각해 봐라. 지금 핵 문제에 있어서 미국이 북한에게 요구하는 것은 핵 포기 아닌가. 그리고 북한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것은 안전 보장 아닌가. 말하자면 체제보장, 경제적 활로 보장 이것이다.
서로 주고받으면 된다.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북한은 절대 핵을 가져선 안 된다. 미국은 북한이 UN의 일원이고 또 핵을 포기한다고 나서면 당연히 그것을 해 줘야 한다.
그런데 서로 불신하니까 서로 동시에 병행해서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문제가 없다. 6자회담에서 하건 양자회담에서 하건 결국은 북미간 문제이다. 그래서 우리도 그런 점에 있어서 미국에 대해서 우리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또 북한에 대해서 핵 포기에 대해서는 추호도 가차 없이 단호하게 포기하도록 하고 중국이 하는 역할을 우리도 병행해서 해야 한다. 한반도, 우리 민족의 문제 아닌가.
정범구 : 그런데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어 보이지 않나.
김대중 : 나는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클린턴 대통령이 처음 날 만났을 때, 당신의 햇볕 정책을 이야기해보라고 해서 내가 쭉 설명을 했다. 우리가 즉각적으로 통일하자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교류 협력하다가 10년이고 20년이고 후에 안심하고 통일을 하자는 것라고 설명을 했는데 클린턴 대통령이 앉은 자리에서 우리는 햇볕 정책을 지지하겠으니 당신이 앞장을 서라, 우리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나가서도 그대로 이야기했다.
또 부시 대통령도 2002년 2월 여기 오기 전 1월에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하기에 내가 그 대화에 대해서 걱정을 했다. 그러나 결국 대화의 결과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이 왜 악의 축인지를 설명하고 북한에 대해서 비난을 했다.
그래서 내가 부시 대통령에게 이야기했다. 대통령이 북한 공산주의를 싫어하지만 우리 국민도 싫어한다. 도대체 사회 전체가 감옥 같은 그런 나라를 누가 좋아하나. 정부라는 것이 백성 밥도 못 먹이는 나라를 누가 좋아하나. 그렇지만 우리는 북한과 같은 민족으로서 1300년을 통일해서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통일하려면 대화를 해야 할 것 아닌가. 또 지금 200만의 대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전쟁이 나면 남북이 공멸하는 사태가 온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든지 대화해야 할 것 아닌가. 대통령이 지금 그렇게 말씀하는데, 과거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악마의 제국과 대화했다. 그래서 미국이 냉전 체제에서 소련과 대치해서는 변화를 못시켰는데 헬싱키 조약 9조 안보 협력 조약을 통해서 경제나 문화를 교류하고 소련을 개방으로 유도했을 때 총 한 방 안 쏘고 소련이 어느 날 붕괴됐다. 동구라파도 그랬다.
중국도 봉쇄 했을 때는 효과를 못 봤는데, 닉슨이 중국에 가서 모택동을 만나서 중국을 UN 가입시키고, 중국과 수교한다고 했을 때 중국이 달라져서 등소평이 등장해서 개혁 개방으로 나가고 그래서 오늘의 중국이 됐다. 그래서 우리가 안심하고 중국을 여행할 뿐 아니라 중국에 투자까지 하고 있다.
월남은 전쟁에서도 못 이겼는데 지금은 교역을 해서 우리와 미국에게도 가장 안전한 국가가 됐지 않나. 미국이 쿠바에 대해서 바로 눈앞에 있는 자그마한 섬이지만 50년 동안 봉쇄해서 변화시키지 못하지 않았나. 내가 볼 때는 쿠바는 개혁 개방시키면 그런 방향으로 문제가 있으면 쿠바 공산주의는 진즉에 끝났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가 볼 때는 북한은 지금 무슨 제의를 받았느냐, 그것은 두 가지다. 안전과 경제회복이다. 그것 다 아는 일 아닌가. 그런데 세상에 그것을 해 줄 사람은 미국 밖에 없다. 내가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미국과 관계 개선하라고.
그러니까 내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서 미국과 북한이 교류가 되고 합의가 됐던 것이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이 내 의견을 받아들여서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 북한과 대화하겠다 그러면서 내가 하던 말을 그대로 하면서 ‘소련은 악마의 제국과 대화했다. 나도 대화하겠다. 그러면서 식량도 주겠다.’ 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과 협력을 해나가야만 한반도 문제는 온갖 노력을 다해 가지고 결국 우리의견이 말하자면 미국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통한 해결방향으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범구 :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미관계 개선이 살길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그것을 받아들였나.
김대중 : 받아들였다. 그것 뿐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이 놀랍게도 미군이 한반도의 통일 이후까지 있어야 한다고 동의했다. 내가 이야기했다. 당신이 화를 낼지 모르지만 미군은 한반도에 계속 있어야 한다. 조선왕조 말엽부터 생각해보라고. 우리나라를 병탐하기 위해서 청국이 일본하고 싸우고, 러시아가 일본과 싸우고 나중에는 일본이 미국과 가쓰라 테프트 밀약을 해서 미국이 우리나라를 일본보고 먹어버리라고 하지 않았나.
4대국이 전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것을 막으려면 일본, 중국, 러시아도 우리의 적대국이니까 가장 위험한데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다.
조선왕조 말엽 때 미국이 그 견제를 안 해주고 거꾸로 일본을 도왔기 때문에 우리가 망한 거다. 그러니까 이제 다행히 미국 군대가 여기에 와 있고, 미국도 상당히 큰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이것을 잘 활용해서 미국을 여기 붙들어 놔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이 손을 들더니 김대통령 말이 맞다고 하면서 우리 주위에는 러시아, 중국, 일본이 있다, 그러니까 미국이 북쪽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만 있으면 한반도에 있어야 하고, 통일 후에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나중에 미국 측에 대해서 북쪽이 직접 이야기를 했다.
정범구 : 북미관계가 이렇게 경색돼서 안 풀릴 때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인가?
김대중 : 계속 해야 한다. 지금 중국이 하고 있는 역할도 우리도 해야 한다. 또 미국에 대해서는 동맹국가로서 아주 완벽한 협력을 해야 한다. 지금 반미니 뭐니 소리 하는 것은 국익을 모르는 사람이다.
지금 미국 앞에서는 중국도 러시아도 부분으로는 협력하고 고개 숙이고 있지 않나. 지금 대만에 미국이 무기를 팔아도 중국은 비난성명만 낼 뿐 어쩌지 못하지 않나. 이런 시대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과 우리 관계가 긴밀해야 안전도 보장되고 경제도 발전될 수 있고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위치도 강해진다. 우리가 이용하는 것이다.
미국과 잘 지내는 것을 마치 열등감을 가지고 사대주의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 이익에 필요하니까 가까이 하는 것이 왜 사대주의인가. 그러나 내 이익에 맞지 않는 일, 우리의 대의에 맞지 않는 일에는 ‘No!’해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평화적으로 해결을 안 할 때는 ‘No!'해야 한다. 나는 일관되게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그것을 겉으로 보기에 미국과 충돌하고 싸우고 이런 식으로 하지 않고, 친구로서 조용히 설득하고 상대방이 우리를 절대로 만만히 볼 수 없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서로 대화하고 타협해서 미국의 지도자들이 나를 상당히 좋게 생각하는 상황으로 이끌었다.
미국 대선과 한반도
정범구 : 한 나라 안에도 행정부의 변화에 따라서 정책의 변화가 오지 않나. 대통령님께서도 햇볕 정책이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비교적 미국과의 관계가 순조로웠지만,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어려움이 많이 있지 않았나. 앞으로 11월 미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앞으로 남북 관계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고 보시는지.
김대중 : 바로 그렇다. 사실대로 말하면 케리 후보가 당선이 되면 과거 클린턴 정권의 정책을 계승할 거다. 그러면 북한과 6자 회담 안에서건 밖에서건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주고받는 give-and-take의 협상이 이뤄질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이 되면 그 때 정권 내에서 소위 네오콘 강경파들이 득세하냐 온건파가 득세하냐에 따라서 정책이 달라질 것이다. 강경파가 득세하면 상당히 어려운 환경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단단히 대비하고 각오해야 하고, 또 우리는 여야 없이 국민 전체가 정부의 그런 정책을 지원해서 국익을 지켜야 한다. 우리 민족의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지켜야 한다. 나도 거기에 대해서는 최선의 노력을 할 생각이다.
대북 특사와 햇볕정책
정범구 : 어쨌든 김대중 대통령님을 대북 특사로 활용해야 한다는 소리가 계속 나오는 것은 남북 관계가 지금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인데, 그것은 11월 미 대선이 끝난 후에 미 행정부가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봐야겠지만, 남북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단계에서 과거 2002년 4월경에 대통령님께서 임동원 특사를 대북 특사로 보냈던 것처럼 어떤 다른 식의 접근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다.
김대중 : 그렇다. 대통령이 대통령 특보라든가 장관 중에서 특사를 보낼 수 있다. 그래서 특사는 바로 대통령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 가장 대통령과 긴밀한 사람이 가야 한다. 그래야 신뢰성이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다른 사람들은 간접적으로 여러 가지를 도와줄 수가 있다.
정범구 : 지금 햇볕정책을 계승했다는 현 정부의 평화 번영정책이 있다. 그리고 대북 관계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진전이 어렵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인데, 아까 대통령님의 말씀은 북미관계에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지 역할을 해야 하고 북미관계의 핵심이 역시 핵 문제인데.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조금 적극성을 결여한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일부에서 있다. 그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
김대중 : 전체적으로 봐서 현 정부가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바뀌면 사람이 바뀌는 거니까 하는 스타일에 차이가 있겠지만, 현 정부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을 확신하고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다만 두 가지 장애 요인이 생겨서 대화가 막히고 있는데 하나는 대량으로 400명 이상의 탈북자를 그것도 집단적으로 우리나라 국적기를 가지고 실어온 것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충격을 입은 것 같고,
또 하나는 김일성 10주기에 민간인 참가가 잘 안된 것이 남북 대화가 전체가 막힌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막히는 그런 상황이다. 또 한편으로는 개성 공단 사무실 개소식도 있었고, 철도는 연결되고 있고 금강산 관광은 요새 아주 봇물이 터져서 74만명이 다녀왔다고 하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래서 이 남북관계는 결국은 서로가 필요하다.
지금 남한에는 돈이 너무 많고, 사람이 너무 많다. 400조라는 돈이 시중에서 떠도는데 갈 데가 없다. 그래서 부동산....L.A 가서 빌딩 산다. 상하이 홍콩으로 간다고 하는데 사실 이 돈이 북한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미 현대가 합의해놓은 통신, 철도, 관광단지라든가 항만 이런 것은 우리가 다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북한 경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금 중국이 북한경제에 참가하는 러쉬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평양에서 제일 큰 백화점도 중국이 10년 동안 임대를 했고, 그렇게 해서 북한에 중국의 투자가 들어오는데 그런 것도 우리가 범상하게 봐서는 안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을 거쳐야만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갈 수 있다. 철도가 못 가고 도로도 못 가지 않나. 중국 오지에도 못가고 시베리아도 못가고 몽골도 못 가고 중앙아시아도 못 간다.
물론 유럽도 못 간다. 그런데 육로로 가면 화물 수송의 시간과 비용이 3할 쯤 절약된다.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 지금 ..한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부산과 일본하고 해저 터널을 만들 수 있다. 과거에 내가 고이즈미 수상하고 이야기해 봤는데 그런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일본에서 유럽으로 가는 물자들이 대부분 우리나라를 거쳐 가게 된다. 그렇게 물류가 일어나면 생산 시설이 일어나고 보험이나 금융이 일어나고 관광과 문화 콘텐츠가 일어난다. 그래야 우리가 동북아시아의 허브가 되고 그래야 동북아시아의 중심부가 된다. 그래야 우리가 21세기 세계 속에서 선두 대열에 서는 국가가 된다.
그래서 북한과의 문제는 단순히 같은 민족이라는 감상적 논리라든가 또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평화의 문제만이 아니라 남쪽의 사람이 돈을 북한에 투자해서 북한과 굳건하게 경제적으로 인적으로 연결시키는 그런 문제, 나아가서 유라시아 대륙을 한국판 실크로드를 만드는데 있어서 21세기에 그렇게 해야 우리가 커진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1842년에 중국의 GDP가 세계 전체 GDP의 27%를 차지했다. 중국은 당 나라 이래 20%로 내려간 일이 없다. 또 인도는 그 때 14%였다. 그 때 영국은 5%, 미국은 1.5% 였다. 그런데 그 후 영국, 미국, 독일은 산업 혁명의 여파를 타서 급속히 성장하고 중국이나 일본은 아편전쟁의 여파로 급속히 몰락했다.
국가의 요역이란 그런 거다. 우리가 물류를 일으키고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그런 실크로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강점인 정보화, IT산업, 또 문화 컨텐츠 지금 한류가 일어나고 있지 않나. 이런 것을 잘하면 우리도 19세기 영국과 같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 핵심이 북한과의 관계, 평화, 북한을 거쳐서 유라시아대륙으로 가는 것, 이것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한다.
정범구 : 말씀을 들으니까 과거에 제창하셨던 신광개토시대의 비전 같은 것이 들어온다. 우리가 이런 웅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관계가 현실적으로 풀어져야 하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강국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지 않나. 최근 동북공정이라든가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풀어가야 할까.
동북공정과 대중국 정책
김대중 : 참 어려운 문제다. 또 중국 정부의 본의가 무엇인지 확실히 떠오르지도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의 동북공정사건은 우리에게 중국에 대해서 새삼스러운 인식이랄까 걱정을 갖게 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서 그 동안 상당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중국은 신뢰하고 심지어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좋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번 그 일을 통해서 그렇게 순진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그런 의미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를 똑바로 봐야 하니까.
그러나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교역이나 투자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고, 북한이 함부로 한반도에서 무슨 일을 일으키지 않도록 견제할 때 중국은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강택민 주석과 개별 대화를 여러 번 했는데, 그 때마다 강택민 주석은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데 대해서 아주 화를 내고 솔직하게 비난했다. 이럴 수 없다고. 과거 94년에도 우리에게 아무 소리 안하고 하더니 이번에도 아무 소리가 없다고. 이럴 수가 있냐고 나한테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는 북한이 전쟁을 못 일으키게 하고, 핵개발을 못하게 하는데 있어서는 중국이 우리에게 결과적으로 아주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는 약도 되고 독도 된다. 우리가 잘 활용하면 우리는 큰 시장을 정복할 것이고, 잘못하면 중국에 몰려서 우리가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가 세계 도처에서 이제는 경쟁하는 것이니까 그것은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중국뿐 아니라 일본이 있고, 러시아가 있고, 미국도 와 있는데 마치 도랑에 들어간 소가 양쪽 풀을 뜯어 먹듯이 말하자면 우리가 각 큰 나라들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안보면에 있어서나 경제면에 있어서나 특히 북한관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므로 소홀히 할 수 없다. 다만 중국이 동북 공정 그런 것을 왜 그렇게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인지 그것을 감정적으로 보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해 나가고 슬기롭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
정범구 : 중국이 강택민 체제에서 후진타오로, 4세대로 이전했는데 이런 새로운 세대로의 이전이 중국의 방향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고 보나?
김대중 : 올 수 있다. 중국은 지금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 1억 5천~2억 5천이라고 말한다. 엄청난 수로 늘어났다. 역사가 중요한 것은 이 중산층이 늘어나면 중산층은 반드시 자유를 요구하고 정치참여를 요구한다.
영국이 산업혁명에서 성공하고 중산층이 늘어나니까 돈 가진 중산층들이 정치 참여를 요구했다. 귀족이나 왕이 그것을 슬기롭게 받아들여서 영국의 시민혁명은 아주 순조롭게 이뤄졌다.
그런데 프랑스는 중산층이 그렇게 요구하니까 왕이나 귀족이 그것을 거절했다. 그래서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서 귀족과 왕이 몰살당했다. 그러니까 경제발전이라는 것은 독재정권에는 약도 되고 독도 된다.
경제가 발전하면 반드시 부자가 생겨나고 부자가 생겨나면 반드시 정치적 권리를 요구한다. 중국이 그런 상태로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지금 중국지도자들이 상당히 현명하게 대처한 것 같다.
중국에서 강택민 주석이 재작년에 중국공산당규약을 바꿨다. 공산당이 프롤레타리아 노동자 농민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세 개의 대표라고 해서 기업인 그리고 문화인 지식인 그렇게 해서 둘을 첨가했다. 세 개의 대표라는 것은 이미 중산층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방 말단에서는 지금 투표가 시작되고 있다. 향 단위에서. 그래서 지금 문제는 중국의 미래는 현 지도자들이 어떻게 그 광대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혼란 없이 점차적으로 권리를 주느냐, 권리를 주는 템포가 너무 느려서 국민들이 참지 못하는 사태가 오지 않고, 국민의 요구에 적절히 보조를 맞춰서 하느냐 이런 데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만 지금 하는 것을 보면 그런 문제를 슬기롭게 하려고 하고 있고, 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은 용서하지만 나쁜 정치는 용서하지 않는다
정범구 : 평소에 누구보다도 정치적 탄압과 억압을 받고 사형 선고까지 받으셨던 분으로써 그런데 우리 정치에서 일관되게 화해와 용서를 주장해 오셨는데. 그래서 어떤 분들은 저것은 정치하는 사람의 쇼, 제스춰가 아니냐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평소에 생각하셨던 정치에서의 화해론 이것도 듣고 싶다.
김대중 : 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용서하지만 나쁜 정치는 용서하지 않는다. 나는 박정희 대통령도 용서했다. 나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 아닌가. 전두환 대통령도 날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전두환, 노태우,내가 당선돼서 석방시켜줬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하라고 내가 200억 지원했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아들 내가 사면 복권 시켜줬다.
나는 일본과도 화해했다. 북한과도 화해했다. 그러나 원칙은 절대 바꾸지 않았다. 나는 대통령이 돼서 인권 위원회를 만들고 의문사진상규명위를 만들고 민주 유공자 포상을 하고 그리고 여성부를 만들고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합법화시키고 제주4.3 사건 명예를 회복시키고, 광주 5.18 묘역을 국립 묘지로 하고 이렇게 민주화를 위해서 잘못된 것은 다 고쳤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보복하지 않는다. 난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링컨이 노예제는 폐지했지만 사람에게 보복하는 것은 반대했다. 그 때 남북한의 대립은 지금 우리나라의 지역감정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그런데 링컨이 화해 협력을 요구하니까 북부 링컨의 지지기반이죠. 공화당. 북부 사람들이 링컨을 비난하면서 거짓말쟁이, 사기꾼, 파렴치한, 살인자 보다는 조금 나은 자 이런 식으로 비난했는데 링컨은 굉장히 고민하면서도 신념을 관철하다가 총을 맞아 죽었다.
그리고 나서 존슨 부통령이 후계자가 됐는데 그 사람이 나는 링컨 대통령의 뜻이 보복 반대니까 보복을 못하겠다고 버티니까 국회에서 난리가 나서 탄핵해 버렸다. 그런데 한 표 차이로 모면했다.
그런 링컨의 화해 정신이 남북이 두 나라로 갈라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아무리 전쟁에 이겼다고 하더라도 남부 사람이 싫다고 투표하면 어떻게 하나. 그러니까 오늘의 미국을 구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링컨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양쪽사람들이 전 국민이 존경한다.
우리도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쁜 제도, 나쁜 법률, 나쁜 정치는 모두 고쳐야 하고 사람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관용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가 화해 협력 하면서 바른 민주주의와 정의를 실현해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대일관계
정범구 : 일본이 최근 들어서 평화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하고, 유엔 안보리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도 한다. 이번엔 결국 실패했지만, 아시아의 새로운 군사대국화에 대한 위협을 늘 느끼게 되는데 일본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김대중 : 나도 일본 문제는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 내가 98년에 일본에 갔을 때 그 때 일본 상황은 아주 좋았다. 그래서 그 때 오부치 수상이 처음으로 한일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한국을 지명하면서 과거사에 대해서 사죄했다. 사죄란 말을 썼다. 그리고 내가 일본 국회에서 연설할 때 일본 국회가 시작된 이래 최대로 가장 않은 상하 의원들이 모였다. 그것이 전국에 중개됐다. 그것이 일본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이 뿌리가 돼서 월드컵을 한일공동으로 잘 치렀고, 또 한류가 일본에 상당히 인기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일본이 북한의 일본 국민 납치사건 그런 것이 우리들의 상상보다 더 크게 일본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다. 그래서 또 일본의 우파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맹렬히 비난하고 정치권에 압력을 가해서 북한이 일본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이 일본에서 우경화로 가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 그런 의미에서는 북한의 정책이 역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됐는데 일본에서 뜻있는 사람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헌법도 지켜야 하고 또 전쟁 반대를 확실히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 일본은 젊은 국회의원들, 젊은 세대들이 더 강경하다.
문제는 어디에 있느냐. 일본 사람 자신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가 피를 흘리고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민주주의를 했어야 그 민주주의를 지키는 세력이 확고한데 일본에는 그런 세력이 없다.
일본민주주의라는 것은 맥아더가 점령해서 하라고 해서 한 민주주의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풍지대 때는 순조롭게 되는 것 같지만, 일단 역풍이 오면 견뎌내지 못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이 참 걱정이다.
거기다 일본이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해서 아시아에서 일본이 미국과 선봉이 돼서 안보 체제를 갖춰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과 우호 관계는 유지하되 거기에 대해서도 미국과 같이 우리의 우려라든가 이런 것은 확실히 하면서 해야하지 않는가 이제는 과거 조상들과 달리 청나라 때 같이 한국이나 중국도 그렇게 만만한 시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도 그것을 무시해서는 자기네 국익에도 문제가 있다.
지금 일본이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데 그 최대의 이유가 중국에 대한 수출의 증대, 투자 증대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서 우리가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충고를 해야 한다.
중국은 지금 고이즈미 수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을 보고 3년 동안 고이즈미 수상을 중국에 초청 안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그런 점에 대해서 일본에 대해서도 상당히 걱정할 시대가 왔다고 본다.
정범구 : 한일관계개선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셨고, 또 일본 내 유력한 정치인들에게도 상당한 신뢰를 갖고 계시는데 한일 간에 여러 가지 현안이 발생하거나 충돌할 때 일본 조야에 말씀을 하실 만한 통로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지.
김대중 : 내가 그렇게 통로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고. 또 정치는 현재 국정을 맡고 있는 분들이 하는 것이지 옆에 있는 사람이 해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만 한일 관계는 나는 일본과 다시 우리가 과거 악몽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본과 화해를 했고, 그러나 무조건 화해한 것 아니다. 일본의 사죄를 받고 화해했다.
그리고 세 번에 걸쳐서 문화개방을 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일본을 위해서도 했지만 우리를 위해서도 한 것이다. 문화 쇄국주의는 나라가 망하는 길이다. 문화는 받아들여야 하고 받아들인 문화를 내가 소화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정체성이 된다.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유교나 불교를 안 받아들였다면 우리는 야만국가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였지만 우리가 소화했기 때문에 중국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 됐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이렇게 똑똑한 국민들이 사는 나라가 됐다. 그러니까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에게도 이익이다.
그리고 또 내가 고이즈미 수상에게 네 번째 마지막 문화 개방은 당신이 야스쿠니 대신에 대체 구조물, 즉 우리나라 국립묘지 같은 혹은 기념물 그런 같은 것을 만들면 되지 않겠냐 라고 하자, 야스쿠니 신사 대신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이즈미 수상의 7가지 약속 중에 그것이 들어있는데 마지막 그 하나는 이행을 안 한 채로 내가 퇴임을 했다. 그래서 네 번째 문화 개방은 내가 하지 않았다. 안하고 기다렸는데, 이번 정부에서 네 번째까지 다 했는데 지금 일본이 가는 방향은 조금 걱정스러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권법안과 북한
정범구 : 미국이 인권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나. 북한은 이것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은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이런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김대중 : 가장 중요한 문제다. 미국에서 인권법을 만들어서 몽골 등에 수용소를 만들고 이런 것이 어느 정도 인권 문제에 효과가 있을 것이고 또 그것이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 압력도 될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첫째 북한에서는 이제 과거 식량을 구하러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던 사람들을 이제 못 가게 막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렇게 하다가 탈출을 한 사람을 잡으면 이제는 굉장히 심하게 처벌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 이제 북한인권 문제는 우선 만주나 몽골에 있는 한 10만 명의 사람들의 문제인데.
그것은 중국과도 마찰이 되고 그 사람들이 수용소에 있다가 결국은 한국으로 오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북한에서는 지난번에 탈북자들이 월남에서 집단으로 올 때와 같이 한국이 미국과 짜 가지고 북한사람들을 납치해갔다고 해서 남북간의 대화라든가 모든 것에 큰 부작용이 올 가능성이 있다. 관계도 경색되고 그렇게 해서...그런데 지금 우리가 유의할 것은 인권에는 원초적인 인권이 있고, 민주적인 인권이 있다.
민주적인 인권은 근대 민주화 이후에 나온 것인데 그것이 말하자면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 이런 것이다. 여러 가지 재판을 받을 권리라든가 하는 것이 있지 않나. 원초적인 인권이라는 것은 지금부터 200만 년 전에 인류가 태어난 그 시간부터 인간은 먹어야 할 권리가 있고, 병은 고쳐야 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지금 2천 2백만 그런 사람들이 이 원초적인 인권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시달리고 있다. 그런 사람들 굶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언론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가 무슨 소용이 있나. 병들어서 약도 못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외과 수술을 하는데 진통제가 없어서 그대로 찢고, 링거 병이 없어서 사이다 병을 쓰고 있는 나라에서 우선 사는 것이 그 사람들에게 인권이지 정부 비판하고 언론 자유 이런 것은 두 번째 문제이다.
그러니까 그런 정치적 인권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은 지금 정치적 인권보다 우선 사는 것이 중요한, 원초적 인권이 더 중요한 나라다. 그런 점에서 제일 도와주고 있는 것이 우리와 중국이다. 식량 보내주고 있고, 비료 보내줘서 농사 잘 되게 하고 있고, 약품 보내주고 있고, 의료기기 보내고 있다.
그러니까 미국이 하는 인권 그런 것을 우리가 하라 하지 말라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 있게 해 주면 좋은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그것을 절대로 선의로 해석하지 않고 북한 체제를 뒤집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미국 정부 여당 사람들이 북한 체제를 바꿔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래서 그렇게 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게 되니까 그 문제가 순수한 인권 문제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피해를 제일 많이 입은 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그런 부작용이 없도록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야 할 것이고 결국은 문제 해결은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의 안전 보장해 주고 이것을 주고받는 해결을 해야 할 문제인데
그런데 인권은 과거 소련이나 동구라파나 모든 나라에서 그렇게 외부에서 억압을 해서 인권이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개혁 개방으로 나감으로써 지금 중국같이 월남같이 인권이 서서히 해결이 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민주화가 돼서 인권이 완전히 해결된다. 인권은 그런 방향으로 하는 것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가장 낮은 사람을 보살피는 것이 나를 위해 하는 것
정범구 :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무수히 많은 생사의 고비도 겪으셨지만 가장 극적인 것은 아마 73년도 8월에 일본 동경에서 납치돼서 오셨을 때가 아닌가 싶은데. 그 때 막 자루에 담겨서 바다에 던져지려고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예수님을 보셨다고. 신앙관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김대중 :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 잘난 사람이나 귀족이나 평민이나 노예나 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 그 하나님 아들로서 그 사람들을 다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 그 생각이 가장 중요하고 우리의 인권이나 민주주의 이런 것도 그런데서 뻗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마태오 복음 25장 31절에서 보면 그런 말씀이 있다. 내가 너희에게 명하노니...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나그네에게 잘 자리를 주고 병든 사람을 간호해 주고 그리고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주고 감옥에 갇힌 사람을 찾아가 보라...그렇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천상에 올라가서 영원한 복을 누릴 것이고 그렇게 안하면 나한테 안한 것으로 생각하고 엄중한 벌을 면치 못할 것이란 의미로 말씀 하셨다.
그것이 2000년 전에 하신 말씀이다. 그래서 기독교 그 정신이 살아서 민주주의에 나온 것이다. 누가복음에 보면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온 것은 그 팔을 높이 흔드셔서 교만한 자를 내리치고, 부자를 맨 손으로 보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배불리 먹이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온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이런 것이 말하자면 뻗어 내려와서 오늘날 세계에 큰 영향을 주고, 기독교를 믿건 안 믿건 인권 사상은 다 같지 않나. 그런 면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정범구 :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섬기시고, 정의에 대해서 믿어 오셨지만 무수히 많은 고난을 겪지 않으셨나. 심지어는 사형선고까지 받으셨을 때 혹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서 회의하거나 신앙에 대해서 회의해 보셨던 적은 없는지.
김대중 : 있다. 어떤 글을 읽어보면 목사님조차도 그럴 때가 있다니까 나 같은 평신도가 왜 없겠나. 그런데 그것은 우리가 당장 국민들이 부딪히는 현실에서는 답답한 그런 생각을 하는데 우리가 역사를 보면 악한 자가 영생하고 영원히 성공한 일이 없지 않나. 또 의롭게 산 사람이 역사 속에서 높이 평가 받지 못한 일이 없지 않나.
그런데 더구나 지금은 당대에 워낙 정보가 빠르니까. 당대에, 나부터도 사형 선고 받고 납치됐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노벨 평화상을 받고 북한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도 만나고, 그렇게 빨리 변화가 오지 않나. 그러니까 결국은 빨리 오냐 늦게 오냐의 문제이지 변화가 오는 것은 틀림없고, 바른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틀림없고, 옳지 않은 사람이 패배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것을 믿고 살아야 한다. 나는 옥중에서 사형 언도 받아서 죽는 것이 겁나고 그랬을 때도 그런 생각을 하면 역사 책 속에 내가 바르게 쓰여진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고 나를 그렇게 죽이는 신군부 사람들이 패배자로서 역사에서 매도당하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교통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병들어서 죽을 수도 있는데 이왕 죽을 것 이렇게 죽는 것이 가장 영광스러운, 값있는 죽음 아닌가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러니까 생각을 똑바로 해야 한다. 생각을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신앙에서 그런 회의라든가 흔들림이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또 사람은 흔들린다.
정범구 : 김대중 대통령님의 최대 업적의 하나로는 남북간의 화해 협력의 물꼬를 트셨다는 건데 그 덕으로 80만 명 가까운 사람이 금강산에 다녀왔다. 그런데 막상 대통령님께서는 금강산에 못 다녀오신 것 같은데 한 번 가실 생각은 없으신 지.
김대중 : 가 보고는 싶은데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조금 간다는 것이 거창한 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다리가 불편해서 보행이 어렵다. 산을 타는데 힘이 들고 그래서 주저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정범구 : 국내에서 젊은이들은 통일이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결국은 통일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만 그런 미래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실 수 있으실 지.
김대중 : 통일은 너무 빨리 되면 안 된다. 독일을 보자. 그렇게 급격히 통일을 해서 지금 얼마나 경제적, 정신적 갈등으로 고생하고 있나. 나는 처음부터 3원칙, 평화 공존하고, 평화교류하다가 10년이고 20년 후에 우리가 이만하면 됐다 할 때 통일해야 한다.
난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절대로 흡수 통일 안 한다. 아니 흡수 통일할 능력이 없다. 우리 경제력은 서독이 아니다. 서독은 네 사람이 한사람의 동독 사람을 먹여 살리는데 우리는 두 사람이 한명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능력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전쟁까지 하고 그 동안에 서로 불신과 증오가 쌓이고 쌓였는데 그것을 당장에 하나로 합쳐 놓으면 잘 안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독일 가서 통일 당시에 대통령이 바이츠제거 대통령을 본 대통령 궁에서 만나 뵌 일이 있다. 그 때 대통령이 나보고 미스터 김은 한국 통일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기에 ‘우리는 독일식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안 한다. 3원칙에 의해서 한다’고 했더니 대통령이 내 손을 잡으면서 백번이고 천번이고 미스터 김 그렇게 해라 우리는 통일 실패했다고 했다. 돈 문제가 아니라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지만 마음의 장벽은 안 무너졌다. 큰 걱정이다’ 그랬는데, 지금 사실 그렇게 갈등이 심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북한이 한꺼번에 무너져서 내려올 것이고, 그런 사태를 상당히 걱정한다.
어떻게 해야 하냐. 서로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교류해서 살다가 그러다가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과의 문제만 해결되면 북한 사람들도 경제적으로도 국제 진출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외국투자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북한도 같은 민족인데 우리가 경제 발전했는데 북한 사람들이 왜 못하나. 한다. 그래서 북한사람들도 안심하고 살고 그렇게 해서 안정이 됐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고 같이 협력해서 사업도 하고 문화행사도 하면 이제 서로 이해도 깊어지고 이만하면 괜찮으니까 우리 하나 되자 이런 생각이 양쪽 국민 사이에 일어났을 때 그 때 통일해야 한다. 그리고 통일은 윈윈으로 해야 한다. 한쪽이 이기고 한쪽이 패자가 되면 그것은 양쪽이 다 불행하다.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
정도언론 위한 독자, 시청자의 역할도 필요
정범구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평소에 하시고 싶으신 말씀 한 마디.
김대중 : 나는 국민들이 어떤 보도 매체를 신뢰해야 하느냐 하면 가장 부수가 많고 시청자가 많은 매체가 아니라 가장 정도를 걷는 매체 고난 속에서도 지조를 굽히지 않고 언론의 정도를 걷는 매체, 그런 매체에 대해서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런 매체들이 용기를 얻어서 더 잘할 것 아닌가.
고통 받고 손해 보면서 했는데도 불구하고 인정을 못 받는다면 누가 그 일을 계속하겠나. 그래서 좋은 매체가 나오고 안 나오는 것은 독자와 시청자 청취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좋은 보도 매체도 필요하지만 좋은 독자, 청취자, 시청자도 필요하다. 그래야 좋은 언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그런 보도 매체에 대해서는 격려하고 그런 매체들이 잘 되도록 도와주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댓글 선생님의 말씀은 구구절절 옳다. 중국과 일본에 대한 생각도 어쩜 그리 같을까. 우리 국민들이 선생님 말씀에 귀를 귀우려야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