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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거대한 공동묘지" | ||||||||||||||||||||||||||||||||||||||||||||||||
필리핀 산사태 현장 르포/레이테 지역 1천4백명 매몰...인근주민 3천명 대피 구호 의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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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서 기자 mspark@kidokongbo.com [조회수 : 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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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사회봉사부(부장:정해동) 총무 김종생목사와 함께 기자가 사고 발생 20일만인 지난 9일 방문한 현장은 1천4백명의 생명을 삼켜 버린 황토 흙탕물이 강을 이루고 흘려갈 뿐 생명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열흘이 넘도록 내린 비로 약해진 지반이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면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을 덮쳤다"는 것이 주민들이 정리하는 사고의 전말이다.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산사태가 발생한 17일 오전에 땅이 흔들리는 지진이 발생했으며,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열흘이 넘도록 쉬지 않고 내린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로 이어졌다. 산사태가 발생한 당일 오전 10시경에는 외부로 일을 나갔거나 학교를 간 고등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마을에 머물러 있었다. 마을의 중앙에는 초등학교가 있었으며, 매주 6, 70명이 출석해서 예배했던 진사우곤교회가 있었다.
정확하게 사망자를 추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현지 주민들은 사고 당시 일을 위해 외부로 나간 사람들도 있었으며, 반대로 외부에서 일을 보거나 친지 방문을 위해 찾아 온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 사고가 발생하면서 구조 활동이 시작됐지만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도로가 유실되면서 접근이 용의치 않아 사실상 구조작업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진흙에 매몰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구조와 시신발굴을 위한 작업을 조기에 중단하고 사고 현장을 그대로 방치해 놓은 상태이다. 김종생총무, 필리핀선교사회(회장:박남수)의 박선호목사(UCCP 협력선교사)와 함께 기자가 방문한 진사이곤은 10미터 높이의 황토에 덮힌 채 고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설치해 놓았던 검은색과 흰색 띠만이 흙탕물에 젓은 채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사고 현장 마련된 대형 십자가 앞에 추모객들이 놓고간 조화와 이미 오래전에 꺼져 버린 촛대가 남아있는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의 흔적인 듯 촛농만이 방문객을 맞고 있다. 간간히 사고 현장을 찾는 추모객은 공사 현장의 불도저에 매달려 현장을 방문하고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정부가 마련한 이재민 대피소에서 20일째 생활하고 있었으며, 세계 각국에서 보내 온 구호품으로 하루하루 생명을 이어갈 뿐이다. 방문단이 들어선 이재민 대피소에는 이 곳의 상황은 방문하기 이전에 듣었던 것과는 달랐다. 필리핀의 선교사들 조차도 이미 주민들 대부분이 매몰됐기 때문에 구호 대상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그러나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3천명의 이재민이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교회 앞에 위치한 세인트 버나드 센추럴 스쿨에서 생활하는 진사이곤 주민 상당수는 "학교 잘다녀 오겠습니다"라는 한마디가 부모와의 영원한 이별의 인사가 된 학생들. 레이데주의 사회보건복지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1백46명의 학생 중에 58명이 부모를 모두 잃었으며, 88명은 한 부모를 잃었다. 방문단이 이 학교에 방문한 때는 자선 단체에서 방문해 위로와 함께 지역 관계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부모를 잃은 학생들은 눈물마져 말라버린 채 무표정한 얼굴로 방문자들를 따라 시선을 고정할 뿐이었다. 이 곳에서 만난 월드비전에서 파견된 봉사자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된 것이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붕괴위험 지역 마다가스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카트몬초등학교에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이 학교 놀이터에서 뛰어 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앞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을 길 없는 어른들이 삼삼오오 짝을지어 결과없는 대책을 논의할 뿐이다. 이들이 거주하던 보금자리는 진사이곤의 산사태와 같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산으로 인해 더이상 살 수 없게 됐다. 집과 땅을 모두 버리고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을 기대하며 역시 구호품에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다. 카트몬초등학교에는 마다가스교회(UCCP소속, 호셉 마몽목사 시무) 교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교인 91가정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당장 갈 곳이 없다면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저 정부가 내어 놓은 장미빛 청사진을 기대해 보지만 언제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일행이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에서는 이미 이 곳을 다녀간 한국교회연합봉사단이 "한국교회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The love of Korea churches Filipino!)"라고 적어 걸어 놓은 현수막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이 곳에서 만나 보기를 희망했던 진사이곤교회 담임목사 부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진사이곤 주변 산은 멀리서 바라다 볼 때 비가 개인 후 바라다 보이는 푸른산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 곳에 있는 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는 코코넛으로 수해를 예방하는 나무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불법으로 벌목한 자리에 눈가림으로 심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던 공무원들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라는 말한마디로 사고 현장을 정리하지 않은 채 1천4백명이 공동으로 매장된 공동묘지 만을 남겨 놓았다. 모두가 체념하고 현장을 떠나버렸다. 취재단상 - 아비규환 '긴사이곤'
사고 현장을 찾은 기자를 맞이한 것은 시들어 버린 조화들이다. 또 이 곳이 추모의 현장임을 알 수 있게하는 검은색 리본과 흰색의 리본도 이제 수명을 다한 듯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다. 사고 현장의 무거운 분위기를 대변이나 하듯 집채만한 바위 덩이의 무게가 방문객의 마음을 무겁게 누를 뿐이다. 그리고 주인을 잃은 개 한마리가 주인으로부터 받았던 사랑의 체온이라도 느끼고 싶은 듯 빗물에 흩어지는 황토더미를 헤집고 다닌다. 1천4백명의 생명을 앗아간 필리핀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이번 산사태 사건은 일주일도 못되서 필리핀의 정치 상황에 묻쳐 잊쳐저가고 있다. 미래가 없는 3천명이 넘는 주민들을 그대로 방치한 채. "그리스도의 사랑과 나눔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봉사자의 한마디가 돌아서는 기자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
첫댓글 김목사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자료까지 올려 기도해 주시니!! 너무 가슴 아픈 현장에 집을 지어주기로 하고 준비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