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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것도 반 잘랐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마법이란 게 좋긴 좋았다. 해그리드와 나를 태운 배는 금세 항구에 도착했고, 우리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해그리드는 거리의 사람이란 사람의 시선은 다 모으고 다녔는데, 원래 몸집도 크고, 시선을 신경도 안 쓰는데다 우렁찬 목소리로 신호등이나 가게 안의 tv같은 것에 감탄을 내지르니 사람들의 시선을 안 끌래야 안 끌 수가 없었다. 그걸 보고 난 진심으로 감탄했다. 타고난 무대체질이시네요. 그리고 그 사람들의 시선은 우리가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아, 왜 내가 더 피곤한 거지.
런던에 도착한 나는 눈을 반짝거리며 열심히 구경했다. 음, 나 어쩐지 시골 촌놈 같…하지만 공짜로 런던 구경이라고! 빅벤이라든가 타워 브리지라든가 버킹엄 궁전 같은 것도 보고 싶긴 하지만 무리겠지. 대신 다이애건 앨리에 가니까 별로 아쉽지는 않다. 나는 다이애건 앨리가 그런 것들보다 훨씬 재밌을 거라는 데 전재산을 걸겠어. 뭐, 내 전재산이라 해 봤자 1파운드도 안 된다는 게 함정이랄까.
어쨌건 우리는 개찰구에 갇히고 망가진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는 등의 험난한 여정을 거쳐 수많은 가게들을 뒤로 하고 드디어 멈춰 섰다.
“바로 이 곳이로군.”
리키 콜드런이다! 사실 이 상황에서 가슴 두근거리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어쨌든 기분이 엄청나게 묘하다. 영화 촬영지 같은 게 아니라 리얼이란 말이지. 안 신기하다고? 쳇, 동심이 죽었어.
"리키 콜드런, 유명한 곳이지."
해그리드는 코딱지만 한 지저분한 술집을 손으로 가리켰다. …사실 여기가 리키 콜드런만 아니라면 절대 들어갈 생각이 안 생기는 술집이다. 여기 주인장은 리모델링을 할 생각이 없으신가.
"자, 들어가자."
술집 안은 음침하고 지저분한 데다 먼지까지 풀썩거렸다. 머글들이 본다면 ‘비위생적인 술집의 실태’뭐 이런 식으로 방송 탈 거 같은 비주얼이다. 노인 몇 명이 구석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한 분은 바텐더와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우리가 들어서자 다들 무서운 단결력으로 입을 딱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보고는 친근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여느 때 마시던 걸로 하겠소, 해그리드?”
“마실 수 없어, 톰. 호그와트 일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
으악? 예고도 없이 해그리드에게 어깨를 턱 맞은 나는 무릎에 힘이 풀려 꼴사납게 넘어질 뻔 했다. 아아, 세이프.
“아아, 이 애가- 그럼 이 애가?”
아무래도 해그리드는 나를 데리러 오기 전에 여기서 한창 떠들고 온 게 분명하다. 안 그러면 이 사람이 내가 해리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겠어. 아니, 그렇게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시면 곤란해요. 그러니까 제가요. 나는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들에 민망해져서 하하 웃으며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이런. 해리 포터…이렇게 영광스러울 데가.”
그렇게 부르지 않으셔도 저 해리 맞아요. 난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나는 해리 포터다. 흑. 어디 구석에 얼굴을 쳐박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바텐더 톰은 버선발로 뛰어나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어머, 이러시면 아니 되어요.
"돌아온 것을 환영해요, 포터 군. 돌아온 걸 환영해."
음, 제가 어디 갔다 왔었나요. 나는 얼떨떨하게 톰의 얼굴을 쳐다보다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던 나는 뜨억해서 다시 톰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다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고 계시잖아!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분명 처음 들어왔을 때 술집에 사람이 몇 없는 것 같았는데! 어디서 튀어나오신 건지 다음 순간 열댓 명도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내 손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도리스 크록포드네, 포터 군. 마침내 자네를 만나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군."
“언제나 자네와 악수를 하고 싶었지. 가슴이 두근거리는군.”
"반갑네, 포터 군. 뭐라 말할 수가 없군, 디글일세, 데달루스 디글."
난 데달루스 디글이 종종 내 근처에 나타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감시로 붙이신 것 같지만 그는 은신술이 허당이었거든.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 주며 말을 건넸다.
"전에 인사를 하셨던 것 같은데요. 그렇죠?"
"기억을 하는구만! 들었나? 이 애가 날 기억한다구!"
데달루스는 잔뜩 흥분해서 외쳤다. 난 그런 그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기억 못하는 척 했으면 울 뻔 했네. 나는 데달루스 디글과 악수한 이후에도 줄을 서 있는 사람들과 끝없이 악수해야 했다. 아니, 분명 열댓 명이었는데 더 늘어났어? 게다가 몇몇은 악수하고도 뒤로 가서 다시 악수를 청했다. 거기! 도리스 크록포드 씨! 당신은 대체 몇 번째야?!
그렇게 악수를 하는 사이 한 남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얼굴이 창백하고 표정이 어두운 것이 영 괜찮아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 옆에 서 있던 해그리드가 반갑게 말했다.
"퀴렐 교수님! 해리, 퀴렐 교수님은 호그와트에서 널 가르쳐줄 선생님들 중 한 분이셔."
퀴렐? 터번이 없으니 알아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아, 아직 뒤통수에 볼드모트 가 안 계시나보네.
"포-포-포터. 자네를 마-만나다니 이-이렇게 기-기쁠 데가."
퀴렐은 내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지만 표정은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에이, 사기를 쳐도 좀 그럴듯하게 치세요. 그리고 보니 난 원작보다 몇 시간 늦게 출발했는데, 왜 만나는 사람이 똑같아? 다른 사람들이야 리키 콜드런 죽돌이라고 친다지만, 이 사람은 왜 아직도 여기 있나 몰라.
"준비물은 모두 잘 채-챙겨 가지고 와라. 난 흡혈귀에 관한 새 채-책을 좀 차-찾아야 해."
나는 다른 사람에게 밀려 떠나는 퀴렐을 흥미롭게 쳐다봤다. 옛날부터 나는 퀴렐이 볼드모트가 붙기 전에 대머리였었던 건지 궁금해 했었는데, 나는 싱긋 웃으며 퀴렐이 쓰고 있던 뾰족모자가 날아가는 걸 쳐다봤다. 헐, 대머리 맞네.
얼마 후, 해그리드는 와글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빼내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가야만 해. 살 게 많아. 자, 해리."
결국 마지막까지 따라 나와 악수한 도리스 크록포드 씨를 마지막으로 악수 퍼레이드는 끝이 났고 나는 반색해서 얼른 해그리드를 따라 나왔다. …아무래도 난 유명인이 체질에 안 맞나봐, 죽을 것 같아.
해그리드는 리키 콜드런의 앞마당-말이 앞마당이지 1평도 안 되어 보이는 잉여 공간이었다. -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내가 말했지? 넌 유명하다고 말야. 퀴렐 교수님조차 너를 만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잖아. 하지만 착각하지는
마, 그분은 원래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니까."
"아하하, 그렇군요."
나는 딱히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어색하게 웃고는 긍정해줬다. 뭐, 해그리드는 내 대답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뭔가를 찾고 있었지만.
"내 우산이 어디에 있지? 아, 여기 있군. 위로 세 개…가로로 두 개……."
해그리드는 코트 주머니를 뒤적뒤적하다가 어디선가 우산을 불쑥 꺼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건 4차원 코트 같은 게 아닐까. 주머니에 항상 잡동사니를 잔뜩 넣고 다니는 나로서는 꽤 탐나는 아이템이 아닐 수 없었다. 나중에 나도 공간 확장 마법 같은 걸 꼭 배워서 써먹어봐야지.
"좋았어, 뒤로 물러서. 해리."
내가 다짐하는 사이, 해그리드는 벽돌을 다 셌는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우산을 들어 벽돌을 세 번 탁탁탁 두드렸고, 우산으로 맞은 벽돌을 중심으로 벽돌들이 묘하게 우르르르르 움직이더니 통로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우와! 완전 신기해!
"다이애건 앨리에 온 걸 환영해."
해그리드는 왕방울처럼 커진 내 눈을 보고는 싱글싱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이애건 앨리의 가장 처음에 위치한 가게는 냄비 가게였다. 나는 청동이나 은으로 되어 반짝반짝 눈길을 끄는 냄비에 작게 감탄했다. 오 금으로 된 거다! 속물적이긴 해도 탐나잖아? 거리를 따라 주욱 걸으며 나는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청계천 시장만 해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다이애건 앨리야 말할 필요도 없다. 바깥에 놓인 냄비들은 기본이고, 중고 망토라든가 정체불명의 벌레 시체 같은 걸 파는 약국이나 부엉이 백화점, 어? 님부스 2000이다! 난 어쩐지 낯익은 빗자루에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뭐, 타고 싶은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빗자루는 승차감이 좋을 것 같지가 않…….
“그린고트가 저기 있군.”
내가 빗자루의 승차감에 대해 고찰해보는 사이, 해그리드는 나를 붙잡고 멋들어지게 생긴 새하얀 건물로 다가갔다. 건물의 청동 문 옆에는 도깨비-고블린- 하나가 서 있었는데, 진홍색과 황금빛의 단복에 수염도 멋지게 다듬었고, 전체적인 스타일이 패션리더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에게 목례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은빛이 나는 문이 나왔다.
들어오시오, 낯선 이여. 하지만 명심하시오
탐욕의 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일하여 얻지 않은 것을 가져가는 이들은,
반드시 그 죄과를 치르게 될 것이오
그러니 만일 우리의 마룻바닥 밑에서
결코 당신의 것이 아닌 보물을 찾게 된다면,
도둑이여, 경고하노니, 주의하시오
그곳에서 보물보다 더 귀한 것을 발견하도록.
"아까도 말했지만, 보물을 훔치려고 하는 건 미친 짓이야."
난 멍하니 문에 새겨진 글귀를 보다가 갑자기 스치는 생각에 불쑥 소리쳤다.
"퀴렐!"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퀴렐이 그린고트에 침입하는 건 해리와 해그리드가 마법사의 돌을 가지고 떠난 지 얼마 후였다. 정확한 시간까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그 후로 몇 시간 이내라는 것, 그리고 지금은 원작보다 몇 시간 늦어져버린 시각이었다. 젠장, 입학하기도 전에 볼드모트가 부활하는 건 심각하게 곤란해!
"왜 그러니 해리? 퀴렐 교수님이 왜?"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뜬금없이 퀴렐을 외치자 해그리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아뇨, 생각해보니 방금 전에 퀴렐 교수님이 그린고트에 들어가는 걸 본 것 같아서요. 아하하하하하.“
억지로 웃긴 했지만 무진장 어색한 웃음소리가 그린고트에 민망하게 울렸다. 뭐, 해그리드는 내 말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지 ‘그래?’하고는 나를 끌고 은빛 문을 지나갔다. 머릿속이 복잡했던 나는 하릴없이 해그리드에게 붙잡혀 버벅거리며 카운터까지 끌려갔다. 하아, 설마 진짜로 마법사의 돌을 사수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겠지?! 설마, 정말 그렇게 된다면 살아남은 아이가 아니라 늦잠 잔 거 하나로 세계를 끝장낸 아이가 될지도 몰라.
“안녕하시오. 우린 해리 포터씨의 금고에서 돈을 좀 꺼내가려고 왔소.”
“열쇠는 있소, 선생?”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요.”
카운터의 도깨비와 해그리드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입술 안쪽을 깨물며 태연한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뭐, 그래. 설마 7년간의 방대한 스토리를 한 방에 말아먹기야 하겠어? 응, 그렇겠지?
“-그립훅!”
한숨을 푹 내쉬던 나는 그립훅의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들어 그 쪽을 쳐다봤다. 오오, 당신이 그립훅? 이라고 감탄해줄 타이밍이겠지만 문제는 내 눈에는 도깨비 얼굴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거였다. 아무리 봐도 다음에 그립훅을 또 보더라도 못 알아볼 것 같다. 어쩐지 집요정을 봐도 똑같을 것 같은 이 불길함은 뭐지. 보는 집요정마다 도비라고 불러댈 것 같은데.
“자, 따라가자 해리.”
그립훅이 홀로 통하는 문 중 하나를 열었다. 게임이나 만화에서나 보던 철로의 비주얼에 관심이 간 것도 잠시, 저 철로 부실한데요. 돌부리라도 있거나 나사가 헐거우면 튕겨나갈 거 같은데. 게다가 그린고트 궤도차는 빠르기로 유명하다. 그립훅이 휘파람으로 궤도차를 부르자 난 결국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안전장치가 없어…….”
심지어 손잡이도 부실해. 난 그린고트 말고 다른 금고를 만들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게다가 여기 안전하다더니 두 번이나 털리잖아? 털컹털컹거리는 궤도차의 손잡이를 붙잡고 흔들거리며 멍하니 은행을 하나 세울 생각을-그리고 보니 여기 환전 시스템이라든지 금화 가격이 약 5파운드라든지 고칠 점이 많더만, 게다가 이자가 붙는다든지 맡긴 재산을 굴릴 생각을 안 하잖아, 심지어 수수료를 내는 것 같았는데. 포터 가와 블랙 가 재산으로 은행 하나 차려? 분명 대박이…-하다가 궤도차가 멈췄다.
그립훅이 문의 자물쇠를 누르자 뿌연 초록빛 연기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난, 금화의 산이 무엇인지를 처음 알았다. 근데 이거 영화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돈이 많다 소리를 하는 거겠지만. 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금화에 멍하니 입을 벌리고 쳐다봤다. 우와, 역시 포터 가.
“다 네 거야.”
뭐, 엄밀히 말해서 제 건 아니고 해리 거지만요. 하지만 해리 건 내 거. 후후후
“금화는 갈레온이야. 1갈레온은 17은시클이고 1시클은 29크넛이니까. 그거면 충분해. 좋아. 두 학기 정도 보내는 데는 그거면 충분할 테니, 나머지는 여기에 안전하게 보관해 두자.”
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해그리드와 함께 동전들을 쓸어담았다. 그런데 좀 화폐 단위가 더럽다. 29크넛이 1시클이고 17시클이 1갈레온이고 493크넛이 1갈레온…윽, 역시 더러운 단위야.
포터 가 금고에서 나와 713번 금고까지 들린 후 무사히 마법사의 돌을 사수한 나(사수한 건 해그리드지만 그런 건 넘어가고.)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어처구니없게 볼드모트가 부활하는 사고 따위는 일어나지 않겠구나아!
“웬 물이지?!”
“침입자가 들어온 건가? 그럴 리가!”
…라고 행복해하던 나는 앞에서 촤아아아아 쏟아지는 물벼락에 돌진하는 궤도차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퀴레에에엘! 5분만 늦게 오지! 하지만 신나게 폭포를 들이받은 궤도차는 안에 타고 있는 사람 따위 안중에도 없이 꿋꿋하게 폭포를 통과했고 뜬금없이 덜컹거리다 결국 우리를 집어던지고는 본인은 선로에 박고 장렬하게 전사했다.
“헐…….”
이거 원래 이런 건가.
“그립훅, 설마 걸어가야 하나요?”
“누군가 침입했어!”
“해리, 괜찮니? 우우욱.”
그립훅은 멘탈이 붕괴된 모양이었고 해그리드는 속이 매우 안 좋아 보였다. 그리고 어딘가에선 퀴렐과 볼드모트가 마법사의 돌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겠지. 허허허 현실은 시궁창이라더니 딱 그 짝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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