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칠하다 / 변변하다
"나는 건우를 앞에 두고 잔을 들면서, 그녀의 칠칠한 인사 범절에 새삼 생각되는 바가 있었다."
김정한의 소설 <모래톱 이야기> 중 한 문장이다.
'칠칠한 인사 범절'이라 했다.
맥락으로 보아 '깍듯하다'는 말과 통할 듯싶은데 개운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칠칠하다'라는 단어가 그 자체 본의本意로서 쓰이기보다는,
주로 부정어와 어울려 쓰이는 경우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단어 이미지가 역전되고 말았다.
게다가 '칠칠하다'를 속되게 이르는 '칠칠맞다'도 함께 쓰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칠칠하다'는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는 말이다.
"그 사람 참, 칠칠치 못하게.",
"사람이 왜 그렇게 칠칠하지 못해요.",
"일 처리가 칠칠하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듣지요?" 등의 예에서처럼
주로 '칠칠치 못하다'나 '칠칠찮다(칠칠치 않다)'로 썼을 때 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칠칠하다'는 옷차림이 깨끗하고 단정하다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이 역시 '칠칠하지 못하다/않다'라고 해야 단정치 못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 된다.
일상생활에서 긍정의 의미인 '칠칠하다'를 부정의 뜻으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부정을 나타낼 때는 '칠칠하지 못하다/않다'라고 해야 맞다.
'칠칠하다'를 그대로 살려 긍정적 의미로 쓰려면
아무래도 사람을 향해 쓰기에는 여전히 꺼림한 면이 있으니
'나무, 풀, 머리털 따위가 잘 자라서 알차고 길다'라는 뜻에 맞춰
식물이나 동물, 인체의 어떤 부위에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듯하다.
* '칠칠하다'의 뜻은
1. 나무, 풀, 머리털 따위가 잘 자라서 알차고 길다.
2. (주로 '못하다', '않다'와 함께 쓰여)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
3. (주로 '못하다', '않다'와 함께 쓰여) 주접이 들지 아니하고 깨끗하고 단정하다.
¶ 검고 칠칠한 머리
¶ 터앝에 칠칠하게 잘 자란 배추
¶ 그 녀석 솜씨가 참 칠칠한데...
¶ 숲은 세월이 흐를수록 칠칠하고 무성해졌다.
¶ 마님에게 귀염을 받는 것이 다만 좋았고 칠칠한 나물을 뜯어 드리고자 한사코 이 험한 산속으로 기어올랐다.
¶ 부월이는 아직도 칠칠치 못한 속옷 차림인 채 방 안의 아랫목과 윗목 사이를 서성거리면서...
'칠칠하다'에 비하면 그 정도가 훨씬 덜하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양상의 단어로 '변변하다'를 들 수 있겠다.
이 단어 역시 '변변하다' 그 자체로 쓰이기보다는
'변변치 못하다'나 '변변찮다(변변치 않다)'로 쓰이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 '변변하다'의 뜻은
1. 됨됨이나 생김새 따위가 흠이 없고 어지간하다.
2. 제대로 갖추어져 충분하다.
3. 지체나 살림살이가 남보다 떨어지지 아니하다.
¶ 변변하게 생기지도 않은 사람들이 꼭 인물을 따진다.
¶ 아비의 꼴이 이 꼴이니 자식 놈인들 변변할 까닭이 있겠나.
¶ 변변한 나들이옷 한 벌 없다.
¶ 대학을 졸업하고도 아직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했다.
¶ 신접살림에 무슨 손님 대접할 것이 변변할라고...
¶ 얼굴이 변변한 편이군.
¶ 남편 노릇 한번 변변히 못해 주었다.
첫댓글 칠칠하고 변변한 바람재를 알게 된 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고 축복입니다!
아, 그렇게 말하니 아무래도 이상하게 들리는데요.^^
사람들이 때로는 아이구칠칠한 놈,,,이라는 표현을 하잖아요 그건 또 뭔지
스크랩합니다 ^^* 보관하고 공부하게요 문학 이론방을 꾸미거던요 ^^
공부 많이 하세요.
좋은 뜻으로 쓰는 말이란걸 알면서도 쉽게 쓸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좋은 뜻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긍정적으로 말하고 싶어도 사람을 향해서는 쓰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칠칠하고 변변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전 엄마가 맨날 칠칠이라고 부르는데.. 왜 기분이 나쁜거죠 -_-;; 엄마가 다른의미로 써서 그런건가요? -_-;;;헤헤
예, 칠칠이라고 부르는 그땐 '칠칠찮다'는 뜻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