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도에서 새벽잠을 설치고 망루에 나가서 일출을 기다릴 때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니...........이 사진은 다음날 난데없이 보게 된 학동 일출이다.
아침 식 전에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들었다는
학동 몽돌 해안의 파도소리나 한번 더 들으려고 어슬렁 거리다가
건진 횡재----------일출은 황홀하나 약간의 낭패감도 없지 않다.
인간의 의도된 노력을 헛되고 헛되다고........순간에 까부수는 예기치 못한 행운.....
그래 뭐 인생에 이런 것도 있다는.........좋은 걸 예금해 놓은 셈 칠까나
이런걸 순리라고 하면 또 한편으로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나면 뜻하지 않은 행운이 다가오기도 한다.
셋째날 일출 구경에 실패하고 8:50 배를 타고 지심도를 나왔다.
다시 돌아온 장승포 부두. 엄청난 거제 문화예술회관이 우리를 맞는다.
거제는 지자체 중에서도 드물게 빚이 하나도 없는, 돈이 남아 도는 곳이란다.
대우에 삼성에 곧 대주 조선이 들어올 예정.
바로 앞에 주민 자치센터가 있길래 잠시 들러서 인터넷도 하고
거제시지를 들춰보다가 말로만 듣던 팔색조를 찾아내다.
10시에 장승포를 출발, 걷기를 시작해서
6시 40분 학동에 도착하기까지 20여킬로를 걷다. (이정표가 희한하게도 길 양켠이 다르게 표시)
중간에 거제어촌민속전시관(입장료 1500원)에 들러서
의자가 움직이는 입체체험실 등 재밌게 관람을 하고 길 건너
막썰어 횟집에서 매운탕을 맛나게 먹은 2시간을 빼면 줄곧 걸었는데
시간에 비해 킬로가 덜 나온 것은 앞서 얘기했듯이
길이 구비구비 도는데다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다.
장승포를 지나,
장승포보다 더 크기는 크지만 살폿한 정이 감돌아 예서 묵고만 싶은 지세포를 지나,
해수욕장이 된 와현을 지나 구조라 해수욕장. 그 사이에
거북이 머리처럼 툭 튀어나온 구조라 마을. 아담하게 이쁜데 목이 아주 낮아
섬을 인공적으로 연결한 줄 알았는데
오래된 노거수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지나는 아저씨께 여쭈어 보니 부러 이어 놓은 게 아니란다.
구조라....옛적에 신라를 도와 준? 가야의 영역이었을듯........나중 자세히 찾아봐야겠다.
구조라 해수욕장에는 자그마한 윤돌섬이 가운데 있어 운치 있다.
섬마을 팬션이라... 묵고 싶은 곳이다.
물이 빠지면 윤돌섬으로 길이 난다니 이야기가 없을 수 없다.
뭍의 양지마을?에 애인이 있었던 홀로 된 어머니를 위해 윤씨 아들 셋이
돌을 놓아 길을 놓아 드렸단다.
구조라를 지나면서 하늘에 상현 달이 두둥실 떴다.
점점 달빛이 빛을 더하는 가운데 학동에 다다랐다.
50리를 넘어 걸었는데도
달이 뜨니 달이 떠서 달빛따라 더 걷고 싶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또 빗 속을 마냥 걷고 싶어진다.
이거 완전 미친거 아냐?
넘치는 체력이 경이롭다. 이 모두 걷기의 힘!
학동 허름한 숙소를 정해 묵다. 2만냥. 역시 저녁을 지어먹고.......
첫댓글 달빛속에 마냥 걷고 싶어지는 힘, 숙소에서 저녁까지 지어드시는 힘!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