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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팅게일은 의지의 여성이다. ⓒ |
What the horrors of war are, no one can imagine. They are not wounds and blood and fever, spotted and low, or dysentery, chronic, and acute, cold, and heat and famine. They are intoxication, drunken brutality, demoralization and disorder on the part of the inferior… jealousies, meanness, indifference, selfish brutality on the part of the superior.
전쟁의 공포는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 부상도, 피도, 열병도 아니다. 얼룩진 오염과 비천함도 아니다. 이질도 만성질환도 아니다. 심한 고통도 아니고 추위와 더움, 그리고 기근도 아니다. 전쟁의 공포는 열세에 있는 측에서는 흥분, 술에 취한 잔인성, 타락, 그리고 무질서다. 유리한 측에서는 시기, 비열함, 잔인함, 이기적인 만행이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 : 영국 간호사, 교육자-
‘백의의 천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의 숭고함은 전쟁을 반대하고 부상자에게는 아군과 적군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롯합니다. 나이팅게일의 이 명언은 명언이기보다 전쟁의 참혹상이 뭔지를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을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전쟁 속에는 인간의 아름다움과 낭만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아름다운 자태와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면서 병사들을 치료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자태와 목소리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주 독해야 합니다. 단호한 의지와 결단력이 있어야 합니다. 나이팅게일이 그 일을 수행한 겁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칭송을 받는 것이죠.
전쟁은 모든 것을 합리화시킵니다. 살인, 강간, 살육조차 정당화시킵니다. 이러한 것들은 전쟁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입니다.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겠습니까? 사형을 선고 받은 사형수와는 다른 겁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온갖 잔악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인간이 아닌 동물사회에서도 전쟁은 벌어집니다. 그러나 전쟁처럼 같은 종(種)끼리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전쟁을 합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전쟁은 왜 하는 것일까요? 아마 이득을 취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전쟁이 아니었을까요?
‘혹성탈출(Planet of Apes)’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흥행에 성공해 아마 3탄도 등장한 것 같습니다. 훌륭한 정치가이면서 원로 과학자인 한 원숭이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은 대단한 천재들이야. 그러나 그 천재성 뒤에는 잔인함이 존재하는 거야. 그래서 인간은 무능해야 하고 유능한 놈은 도태시켜야 하는 거야!” 전쟁은 천재들이 저지르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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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팅게일은 전쟁터에서 2년 동안 일했고 그때 얻은 병으로 죽을 때까지 50년 동안 환자로 지냈다. ⓒ |
나이팅게일은 전쟁에 참가했습니다. 크림(Crimean)전쟁은 크리미안 전쟁이라고도 합니다. 크림은 러시아의 흑해와 연결된 반도입니다. 대부분 세계적인 전쟁이 반도(peninsular)에서 일어납니다. 이유는 대륙과 대륙을 이어주는 것이 반도이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이어주는 것도 반도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의 운명은 기구합니다. 역사의 흥망성쇠(rise and fall, up and down)가 반도에서 나옵니다. 로마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이탈리아가 반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힘을 잃을 때는 갈갈이 찢어지고 분쟁의 씨앗이 잉태되는 곳입니다.
중국과 일본을 둘러싼 분쟁도 그렇고 서세동점의 서구 열강이 아시아를 침략했을 때도 우리의 한반도가 열강의 분쟁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살아 남기 위한 생존이 중요했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조센징(朝鮮人)’이라고 욕하지만 먹물이 든 일본 학자들은 우리를 ‘반도인’, 또는 ‘반도민족’이라고 비하합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하는 민족, 살기 위해서 나라를 파는 민족, 단결력이 없는 민족, 그래서 열등한 민족,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사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전쟁은 대부분의 종교 전쟁입니다. 지금도 인간의 가장 이기적인 속성에서 분출되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전쟁(war)이지만 위대한 정치가에게는 전쟁게임(war game)입니다. 종교는 전쟁에 참여하는 병사들에게 훌륭한 구실이 됩니다.
크림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나폴레옹이 패한 것은 러시아 원정 때문입니다. 이후 러시아 세력이 유럽을 지배할 정도로 강해집니다. 러시아에는 러시아 정교라는 게 있습니다. 로마 가톨릭에서 이단으로 몰린 종교입니다. 그리스에는 그리스 정교라는 게 있습니다. 역시 이단으로 몰린 종교죠.
당시 그리스는 오스만 터키(투르크)의 지배 하에 있었습니다. 유럽진출을 노린 러시아는 비슷한 종교를 믿는 그리스 정교의 그리스를 보호하자는 명목으로 포문을 열었는데, 로마 가톨릭의 프랑스, 영국, 독일 등 모든 유럽이 러시아에 맞섭니다. 크림 전쟁이죠. 여기에 우리의 아름다운 여성 나이팅게일이 등장합니다.
“The martyr sacrifices themselves entirely in vain. Or rather not in vain ; for they make the selfish more selfish, the lazy more lazy, the narrow narrower(자신을 희생하는 순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자신을 더욱 이기적으로 만들고, 더더욱 게으르게 만들고, 마음을 편협하게 만든다).” 기독교의 순교든 이슬람의 성전(Holy War)이든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한 죽음과 전쟁은 절대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러시아 이야기 조금만 더 할까요?
야심가 나폴레옹이 패망한 것은 러시아 원정 때문입니다. 나치의 히틀러가 권총으로 자살하면서 비참한 생애를 마친 것도 러시아 원정에서 독일 병력의 3분의 1을 잃으면서 전쟁에 대한 의욕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영국과 미국이 동참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2차대전을 종식했다고 하지만 아닙니다. 레닌그라드 전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겁니다.
히틀러의 가장 무서운 적은 영국이 아니라 러시아였습니다. 나폴레옹도 같은 생각이었죠.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않고 유럽을 지배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러시아를 정복한 나라와 영웅은 없습니다. 그러나 있습니다. 몽골의 징기스칸이 러시아를 정복했습니다.
어쨌든 러시아는 영국과 미국에 불쾌합니다. 이차대전의 유럽을 해방시킨 것은 영미의 노르망디 작전이 아니라 레닌그라드 전투인데 공(功)은 미국과 영국이 다 가져갔다고 불쾌해 합니다. 우리도 이차대전은 유명한 노르망디 작전으로 독일이 패망했다고 배우고 있습니다. 때로 전쟁사(史)를 읽어 보세요. 참 재미 있습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시와 낭만을 좋아하는 새(영어로 나이팅게일은 참새목 딱새과의 소형 조류를 뜻한다)와 같은 예쁜 여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칠고 의지력이 있어야 합니다. “I think one’s feelings waste themselves in words ; they all to be distilled into actions which bring results(사람의 감정이 말로써 자신을 소비하고 있다. 그 감정들은 좋은 결과를 줄 행동으로 변해야 한다).” distill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 증류하다, 좋은 것으로 만들다라는 뜻입니다.
“The very first requirement in a hospital is that it should do the sick no harm.” 좀 의역해 보겠습니다.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다.’ 아마 이런 뜻인 것 같네요.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사랑, 종교, 철학이 아니라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다. 배고픔에 굶주린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신이 아니라 먹을 것이다.
나이팅게일은 영국의 부유한 가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부모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에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출생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플로렌스입니다. 영국과 독일에서 간호사 교육을 받았습니다. 의료시설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유럽ㆍ이집트 등지를 견학하고 귀국 후 숙녀병원의 간호부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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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화려함에는 전쟁이라는 인간의 희생이 뒤따른다. 사진은 나이팅게일이 참전한 크림전쟁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장병들의 모습. ⓒ |
1854년 크림전쟁의 참상에 관한 보도에 자극되어 34명의 간호사를 데리고 이스탄불의 위스퀴다르로 가서 야전 병원장으로 활약합니다. ‘광명의 천사(The Lady with the Lamp)’로 불립니다. 1856년 귀국 후 빅토리아 여왕에게 직접 병원개혁안을 건의한 바 있고 1860년에는 나이팅게일 간호사양성소(Nightingale Home)를 창설하여 각국의 모범이 됩니다.
바바크라바와 잉커멘의 전투에서부터 부상당한 군인들의 진료를 시작으로 1만여 명의 부상자들에게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였는데 단 5개월 동안 병원에서의 사망률을 42%에서 2%로 줄였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초인간적인 불굴의 노력은 전 군인들을 감동시켜 '크림의 천사'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활동은 앙리 뒤낭의 적십자 창설의 동기가 됐습니다. 승전국인 영국은 그녀의 숭고한 희생과 업적으로 크림전쟁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말합니다. 과장은 좀 있습니다. 그러나 승전국의 권리입니다. 국제적십자에서는 ‘나이팅게일상(賞)’을 마련하여 매년 세계 각국의 우수한 간호사를 선발해 표창하고 있습니다. ‘나이팅게일 선서(Florence Nightingale Pledge)’는 간호사의 좌우명으로 유명합니다.
“I solemnly pledge myself before God and in presence of this assembly to pass my life in purity and to practice profession faithfully. I will abstain from whatever is deleterious and mischievous and will not take or knowingly administer and harmful drug. I will do all in my power to elevate standard of my profession, and will hold in confidence, all personal matters committed to my keeping, and all family affairs coming to my knowledge in the practice of my calling. With loyalty will I endeavor to aid the physician in his work and devote myself to the welfare of these committed to my care”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나이팅게일 선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문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원문과 충실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나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의지의 여성입니다.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기 위해서는 밤에만 우는 아름다운 새가 될 수 없습니다. 피와 썩는 고름냄새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생명의 존귀함에 투신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새인 나이팅게일과 포탄을 마다하지 않고 전장을 누볐던 거친 여성 나이팅게일의 공통점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있다면 외롭고 고통 받는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입니다. 간호사 나이팅게일을 새인 나이팅게일과 접목시키려는 것도 그러한 의도가 아닐까요?
나이팅게일은 오늘날의 간호사가 있게 한 장본인이지만 사실 그녀는 전쟁터에서 2년 동안 일했고 그때 얻은 병으로 죽을 때까지 50년 동안을 환자로 지냈습니다.
인간은 전쟁을 일으키고 살인하는 것처럼 사악하고 모진 구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목숨을 바쳐 남을 구하려고 하는 희생정신도 있습니다.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인간 사회의 모순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조화라고 할까요? 그러면서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