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시장이라고 하지만 만나는 기다림이 같이 있는 장이선다는 장날이 좋다.
가면 갈수록 왜소해지고 기껏해야 한 골목도 다 차지하지못한 삼일장은 왠지 서운하다.
장사꾼처럼 생기지 않고 꼭 농사짓다가 이거 그냥 놔두면 썩거나 다 못먹어 버릴 수 밖에 없으니
부랴부랴 새벽 첫 버스를 타고 온 마늘이며, 속이 헐렁한 얼갈이 배추. 늙다가 만 애호박. 햇볕을 실컷 먹다가 느닷없이 자루에 담겨져 실려나온 빨알간 햇고추 몇근등...
난 장날에 꼭 사오는 생선이 있다.
여긴 내륙지방이라 요즘같이 자연산이니 활어이니 하며 활개를 쳐도
밥맛도 구미도 시들해지면 고등어자반 한 손 사서 짚불에 던져 구워먹는 고등어 자반이 별미다.
이렇게 나 혼자만 맛들이고 길들어진 줄 알았더니
딸내미도 밥맛이 시들해지면 어김없이 고등어자반을 찾는다.
그렇게 장날에 가서 생선을 사니 생선장수아저씨는 단박에 단골을 알아 보신다.
기껏해야 많이두 안사고 한손이면 된다고 말해도 생고등어 한마리 덤으로 주신다.
난 조용히 도로 주고 대신 고등어 자반 두손 달라고 하고
덤으로 뭘 더줄까 싶어 얼른 돈을 생선위에 얹어놓고 내뺀다.
나에게 준 그 덤은 나 말고 다른이에게 주었으면 하는 맘이다.
그렇게 사 온 고등어자반을 녹차물에 담가놓고 있으면
딸내미가 그런다.
왜 고등어는 바다에 사는데 등이 누구한테 맞은 것 처럼 퍼래?
에궁 낸들아냐? 무슨잘못을 했는지...
잘못이야 잡힌게 잘못인지 , 아니면 잡은 사람이 잘못한건지 . 아니면 잡아먹을려고
물에다 푹 담가 놓은 난지...
다 구운 고등어가 갈색으로 노릇노릇하게 반듯하다.
딸과 나는 풋콩을 넣은 밥을 마주하고 한수저에 한 점씩 한점씩 올려 먹는다.
어제 담은 파김치가 알맞은 때에 이르러 잘익었다.
김치국물에 딸내미는 고등어를 찍어 먹는다.
머리만 남았다.
엄마! 머리는 순님이 거지?
얼른 접시에 고등어 머리를 갖고 마당에 있는 강아지, 순님이에게 준다.
식탁에 흔적이 없다. 분명히 고등어 생선구이를 해서 먹긴 먹었는데...
저녁달이 얇게 떴다. 혹시 저 달이..
첫댓글 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소박한 가운데 고향을 그리는 마음의 울림입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등어 요리가 토속적이고 좋은 느낌이 오네요.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정자님.. 구수한 고등어처럼 맛있는 글이네요.. 맑은 공기속의 순수한 마음이 배어 있어서인가요..
가끔 올려주시는 좋은글 편안한 풍경을 그리며 잃고있습니다 ~~
글읽다가 훌쩍 그냥 가도 괜찮습니다. 지가 게을러가지고 답글을 다 드리지 못해가지고.... 그러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