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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강원도 귀농과 전원생활 원문보기 글쓴이: 은수
대체의학의 현장]황토요법 ‘21세기형 입원실’ 황토의 신비 일본에도 부는 토종 황토 열풍 토종 황토가 일본, 인도네시아 등지까지 파고 들었다. 황토침대를 비롯해 황토찜질법이 일본인에게 수출되는가 하면 물사정이 좋지 않은 동남아 지역에 한국의 황토물을 제조하는 정수기가 팔려나간다.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경남 진주 지방에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교실 유리창 밖으로 빗줄기가 점차 굵어지는 것을 확인한 경상대 화학과 원적외선실 연구팀은 때아닌 환호성을 지르며 분주히 움직였다. 원적외선 연구실인지 토양 연구실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여기저기에 잔뜩 늘어 놓은 여러 종류의 흙덩이를 대강 정리한 연구원들은 「대장」 백우현(白禹玄)교수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자가용에 몸을 실은 그들은 매우 들뜬 표정들이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진주 진양호에서 흘러나온 물이 사천만의 바다와 만나는 지점. 차에서 내리자마자 연구원 중 한 팀은 차 트렁크에서 낚시도구를 꺼내 고기잡이 준비를 했고, 다른 팀은 손에 삽을 들고 인근에 흩어져서 노련한 솜씨로 질좋은 황토를 퍼왔다. 연구원들은 족히 한가마니는 됨직한 황토 덩어리를 낚싯대를 드리운 물 쪽으로 흘려보냈다. 황토는 떨어지는 빗줄기를 따라 물속으로 술술 풀려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황토를 풀어놓은 물 쪽으로 볼락(뽈락)이며 뱀장어, 은어 등 고기떼들이 퍼득거리며 몰려드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사람들은 고기가 물린 낚싯대를 잡아채기에 바빴다. 양동이에 고기들이 한가득 채워지자 『그만 됐다』는 백교수의 말에 연구원들은 매운탕을 끓이기 위해 2차 행선지로 철수했다. 낚시꾼이 들으면 자다가도 귀가 번쩍 뜨일, 환상적인 「비법」인 셈. 그러나 아마추어 낚시꾼에 지나지 않은 이들 연구원이 고기를 떼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하나, 질 좋은 황토 덕분이다. 떡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물고기를 「꼬시는」데는 그만이라는 게 이들의 말. 주의해야 할 점은 「오염되지 않은 황토」(대개 지표에서 1m 이하의 황토층이면 무난)를 써야 한다는 것과 비가 오지 않는 날은 황토가 물 속으로 잘 풀려들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덜하다는 정도다. 대장 백우현교수는 과학자답게 이를 합리적으로 풀이한다. 『황토는 규소·철·마그네슘·알루미늄 등 다양한 무기원소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중 규소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규소는 다른 무기이온에 비해 산소 친화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특히 물과 함께 있을 때는 산소 흡착력이 높아져 수중 용존산소량을 늘려준다. 일반 수돗물의 용존산소량이 7.9ppm인데 비해 황토가 섞인 물(일명 지장수)은 용존산소량이 8.4ppm으로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고기떼들이 산소가 풍부한 황토 쪽으로 몰려드는 것으로 보인다』 백교수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홍수가 져 흙탕물이 흘러내릴 때 농부들이 붕어며 잉어 등을 주워담다시피 건져올리던 것에서 「황토 고기잡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한다. 물론 그 아이디어를 과학적인 원리로 설명하기까지는 황토에 대한 오랜 기간의 연구가 있고 난 후의 일이다. 요즘은 황토가 농·어업의 생산현장에 응용되는 귀중한 자원으로까지 격상됐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의 잉어 양식장에서는 황토를 물에 탄 지장수로 고기를 키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잉어가 병들면 이예 「치료실」로 옮겨 병을 고치기도 한다. 치료실이라고 해봤자 마이신 등 약물을 투여하는 특별한 곳이 아니라 그저 황토를 풀어놓은 물이다. 그래도 효과는 탁월하다. 병들거나 살점이 여기저기 뜯긴 잉어들을 이곳에다 며칠간 풀어두면 신기하게 상처가 아물고 건강한 고기로 바뀐다는 것이다. 또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대리의 50여 농가에서는 아예 황토로 소를 기른다. 목장주 유광현씨는 황토로 기른 소들은 다른 소들에 비해 몸집이 크고 건강해서 값도 더 많이 쳐준다고 자랑삼아 말한다. 모두 황토 덕을 단단히 보고 있다는 얘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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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황토박사」로 유명한 진주 경상대의 백교수를 만나러 가는 중에 비행기에서 진주가 고향인 김씨 성의 할머니(70)와 잠깐 대화를 나누게 됐다. 나이답지 않게 시사문제에 「밝은」 그 노인은 『조상 대대로 진주에서 살아오는 동안 진주 앞바다에 적조(赤潮)가 생긴 적이 없었는데, 진양호에 남강댐이 건설되고 난 후부터 적조가 생겼어』하고 걱정했었다. 비행장에 마중나온 백교수를 만나자마자 그 연유를 아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백교수는 씩 웃으면서 『황해에는 적조가 생기지 않는 이치와 같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환경문제에 뜻있는 과학자들의 모임인 한국환경과학회 회장이기도 한 백교수는 남강댐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 결과가 없어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대략 이렇게 추정한다. 해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덕분에 황해는 진흙의 자정작용을 받아 적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홍수라도 지면 산이나 들에서 깎여내린 진흙이 진양호 물에 섞여 남쪽 바다인 사천만과 진주만으로 빠져나가 바다를 일정하게 정화시키는 작용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 댐이 건설되면서 바다를 자정시킬 수 있는 수단이 사라져버렸다면…? 여하간 적조를 퇴치하는 데 있어서 이제는 황토가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 백교수가 「황토박사」로 유명세를 타게 된 것도 남해안에 발생한 적조를 황토로 퇴치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나서부터다. 처음 어민들은 적조를 물리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황토를 해역에 뿌려보았다. 그 며칠 후 놀랍게도 적조가 걷히면서 바다가 맑고 푸른 빛을 되찾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백교수는 죽어가는 한려수도를 살려냈다는 공적을 인정받아 「KBS 지역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남해안에 이어 동해안까지 확장된 적조로 인해 8월 한달 동안 양식어류가 무려 1백여만 마리나 폐사했고 정부통계 피해액만 14억9천만원에 달했다. 이에 당황한 수산진흥원에서는 공식적으로 미역, 김 등을 양식하는 어민들에게 아예 황토를 뿌리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정말로 황토가 적조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수산진흥원에서는 황토를 뿌리면 적조가 없어진다는 쪽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황토가 어떻게 적조를 없앨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 최근 들어서야 백교수도 그간 연구한 적조 퇴치와 황토성분의 상관 관계 자료를 정리해 5월에 열리는 한국환경과학회 세미나에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적조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바닷물의 3%를 차지하는 인 성분 등을 과량 섭취, 이상증식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황토는 플랑크톤의 먹이인 인 성분을 흡착하는 탁월한 효과를 보여, 플랑크톤의 먹이사슬을 깨버린다. 뿐만 아니라 황토에서 나오는 풍부한 원적외선이 바다에 생기를 불어넣어 바닷물을 정화시킨다』 백교수의 간단한 요약문이다. 어찌보면 황토를 뿌려 고기를 잘 키우는 것과 황토로 적조를 퇴치한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는 현상과 같아보인다. 사람으로 치자면 황토가 몸에 이로운 것은 북돋워주고 해로운 것은 제거한다는 의미다. 백교수 역시 황토가 물고기나 소의 생육에 도움을 주는 한편으로 적조 미생물을 퇴치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공통점을 추적한 결과 황토의 원적외선 효능에 비중을 두는 쪽이다. 그 자신이 87년 과학기술원(KIST)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바이오세라믹 소재를 국내 최초로 발표한 사람인 데다, 원적외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오다보니 황토에까지 손을 대 황토박사라는 별명을 얻었던 터다. 과연 원적외선이란 무엇인가. 태양빛에는 사람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 적외선이 있다. 이중 적외선은 그 파장에 따라 다시 여러 종류의 적외선으로 분류되는데, 그 파장이 4마이크론에서 1천마이크론 사이의 전자파를 특히 원적외선이라고 한다. 원적외선은 물체에 닿은 순간 그 내부로 침투하여 그 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분자활동을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에너지로 전환돼 외부로 열을 방출하거나 주변 물체의 분자구조까지 활성화시키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원적외선은 과학적으로 ▲성장하는 쥐에게는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 ▲수면조절 효과 ▲피부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최근 들어서는 원적외선이 숙성(熟成), 온열(溫熱), 자정(自淨), 건조(乾燥), 연수(軟水) 등 다양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일명 「기적의 광선」이라고 불릴 정도. 사실 태양빛을 받는 모든 물체는 원적외선을 외부로 방사한다. 문제는 인체와 친화력이 있는 원적외선을 방사하는 물질을 찾아내는 일이다. 예를 들어 시멘트는 흙보다 원적외선 방사율이 높긴 하지만 인체와 친화력이 없어 무익하다는 게 백교수의 말. 세계의 과학자들은 지구상에서 사람 몸에 좋은 원적외선이 풍부하게 함유된 자연물질을 찾는 데 골몰해왔다. 이것을 찾아내 응용에 성공할 경우 그야말로 21세기 생활문화혁명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 백교수 역시 그렇게 찾아 헤매다가 맞닥뜨린 것이 어이없게도 너무나 흔해빠진 황토였던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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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교수는 원적외선을 방사하는 물질로 처음에는 고령토에 접근했었다. 그런데 황토층보다 더 아래층에 있는 고령토보다도 황토가 보다 더 강력한 원적외선을 방사할 뿐 아니라 인체와의 친화력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자신 소스라치게 놀랐다.
『고령토는 결정구조가 평평한 「판상구조」인 반면에 황토는 미세한 집(공간)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벌집구조」를 하고 있다. 이는 황토가 고령토에 비해 다량의 원적외선을 저장하고 지속적으로 방출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황토가 인체에 닿게 되면 피부 깊숙이 침투하여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기능을 보고서는 인체 친화력이 강하다는 것도 실험으로 알게 됐다. 그러나 내가 더욱 놀란 것은 우리 선조들이 이미 황토의 효능을 알고 실생활에 응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도표 1 참조) 사실이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7백여년 전, 고려 고종 때 학자 이규보가 지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제21권)에는 황토와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글의 주인공인 이상국은 자기 아들이 집 후원에다 무덤 같은 모양으로 토실(土室)을 지은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물었다. 그 아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것은 분묘가 아니라 흙집입니다. 이 집은 겨울철에는 화초와 호박을 얼지 않게 보관하는 데 좋습니다. 또 땅속 깊이 파서 만든 집이기 때문에 아녀자들이 이 안에서 길쌈하기도 좋습니다. 아무리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날이라도 이 안에 들어가 있으면 흙의 온기가 마치 봄날 같아 손이 얼어터지지 않으니 여러모로 좋습니다』 기록으로 보자면 이미 고려시대에 황토집이 사람에게 좋다는 것을 알고 생활에 응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황토집이 병자들을 치료하는 곳으로 활용됐다는 증거도 있다. 조선 중기의 실학자인 이규경이 남긴 문집에는 고려 중기에 고관들이 한두칸씩의 황토집을 만들었으며, 나이가 많은 재상이 휴식을 취하거나 병자들이 병을 다스리기 위해 이용했다고 전한다. 겨울에는 황토집에 화로를 들여놓아 추위를 피했는데, 그때 온돌의 연료로는 연기가 잘 나지 않는 말린 말똥을 썼다는 내용도 있다. 황토집을 이용한 것은 조선조에 들어와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선의 창업주 이성계는 황토방에서 심신을 수련한 덕분에 활쏘기의 힘을 얻었고, 고려말 왜구에 대항한 우리의 신궁(神弓)들도 황토굴에서 수련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조선의 과학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세종대왕은 침, 뜸, 약으로도 치료가 잘 안 되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국비로 한증막을 짓는 한편으로 자신도 전용 황토방을 마련해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전한다. 당시 한증막은 도자기를 굽는 가마와 같은 진흙집이었는데, 황토의 원적외선을 이용하는 조선조식 질병 치유술이었던 셈. 한편 고종 때 임금의 지밀 내관을 지낸 이재우(1884~1963)에 의하면 광해군 시절 지금의 창덕궁 어수당(魚水堂) 부근에 세 평 정도의 황토 밀실을 지어놓았다고 한다. 광해군은 늘 이 황토방에서 놀기를 좋아했는데, 어느새 지병인 종기가 나은 것을 깨닫고는 그 후로 광해군의 건강을 위한 휴게소로 사용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얘기는 또 있다. 내시 이재우의 스승으로 철종을 모신 김덕화(내시부 종3품)의 증언에 의하면, 강화도령 철종이 임금이 된 후에도 고향에 두고 온 첫사랑이 못내 그리워 하며 상사병에 시달리자 황토방 밀실을 만들어 요양시켰다고 한다. 실제 민간에서는 상사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황토를 은단처럼 작게 만들어서 먹이기도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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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전통 의학서에는 한결같이 황토의 효능에 대해 적지 않게 언급하고 있다. 중국 명나라 때 의학자인 이시진이 지은『본초강목』을 보면 「흙에는 청, 황, 적, 백, 흑의 다섯가지 색이 있는데 특히 황토는 약성이 강하여 약재에 많이 쓰인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학서로 전해져 내려오는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등에서도 황토를 이용한 갖가지 처방을 제시해놓고 있다. 민간의학에서도 황토를 이용한 다양한 요법이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배탈이 나면 황토수(지장수)를 마시게 하거나, 독충에 쏘이면 황토를 발라 독을 빼게 하는 식이다.
황토는 비단 사람만이 이용한 것은 아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짐승들은 황토를 곧잘 이용할 줄 알았다. 개는 속에 탈이 생기면 황토 구덩이에 배를 깔고 굶으면서 병을 다스린다. 토종닭들도 병에 걸리면 본능적으로 쑥밭 근처의 황토에 구덩이를 파고 흙을 몸에 끼얹으며 황토목욕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상처 입은 곰이 황토 흙탕물에 뛰어들어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사냥꾼이 목격하기도 했다. 여하간 우리 주변에서는 황토로 자신의 몸을 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적잖게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경주시 마동의 최차란 할머니(71)를 들 수 있다. 경주 일대에 나는 마사황토로 일본이 국보처럼 자랑하는 「구정 사발」을 재현한 사람으로 이름높은 최씨는 지금도 자신이 직접 지은 황토굴에서 개 한 마리와 살고 있다. 최씨는 24살 처녀 시절에 폐병을 앓은 이후 한쪽 폐에 공동이 생겼고, 나중에는 치명적인 유방암과 자궁암에 걸려 다시 수술을 받는 등 40여년간 투병해온 환자였다. 병에 지친 최씨는 황토방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직접 황토방을 지어서 살아보기로 했다. 방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그 밑에다 쑥을 넣은 뒤 군불을 때고 밤새도록 땀을 빼기를 계속했다. 그러자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출혈 및 가래와 담이 사라졌다고 한다. 최씨는 기자에게 『나를 보고 의사들이 현대의학의 기적이라고 말해. 그러나 나는 황토 때문에 살아났다고 생각해』하고 말했다. 경남 마산시 진북면 망곡리의 임성대씨도 그 경우. 축구 코치였던 임씨는 수술 후유증으로 만신창이가 돼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그러다 황토에 대한 백교수의 과학적 실험결과를 보고는 황토요법을 실시해보았다는 것. 그는 황토를 이용한 지장수를 만들어 수시로 마시는 한편으로 도자기를 굽고 난 후의 전통식 황토가마에 들어가 한증을 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정상으로 되돌려놓았다는 것. 건강을 되찾은 임씨는 아예 자신이 운영하던 중소기업을 정리한 후 전통 황토 한증막(한솔 황토 불한증막)을 재현해 사장으로 취임해버렸다. 현재 그의 한증막은 1달 평균 5천명이 이용할 정도로 성황인데, IMF 시대를 맞아서도 손님이 별로 줄어들지 않아 업종 변경을 잘한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기자가 만난 임씨의 건강상태는 웬만한 정상인보다 혈색이 좋아보일 정도였다. 요즘에는 황토의 효능을 질병 치료에 응용하는 황토 한방병원도 등장했다. 진료실, 입원실의 벽면은 물론이고 천장과 입원침대에 이르기까지 실내를 온통 황토로 꾸며놓은 서울 강남의 영림한방병원은 그 특이한 구조로 환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병원 원장인 이영림박사는 17년간 이란 왕실의 주치의를 지낸 특이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나는 어릴 때 황토를 이용한 민간요법을 경험하면서 성장한 세대인데, 76년에 이란으로 건너가 왕실주치의로 활동하면서 이란의 독특한 황토집을 보고 우리나라와 비슷해 깜짝 놀랐다. 높이 1m10cm 정도의 황토 벽돌집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 몸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는 등 신체의 변화를 느꼈다. 이 황토집이 또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며 언제나 쾌적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귀국해서 환자치료에 이용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박사는 스트레스성 두통으로 시달리는 샐러리맨이나 주부, 사업가들이 황토로 꾸민 입원실에서 2~3시간만 누워 있어도 머리가 맑아졌다고 하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또 한약을 달일 때 황토물인 지장수를 이용한 약재는 보통 물을 사용했을 때보다 약효가 좋았다는 노하우도 공개했다. 예를 들어 그간의 경험상 한약을 4재는 써야 하는 환자에게 지장수를 이용한 약을 투여한 경우 2재만 써도 똑같은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 그만큼 효과가 빠르다는 뜻이다. 게다가 황토를 직접 약재와 혼합해 적용한 첩약은 위장질환과 우울증, 여성의 냉증 질환에 남다른 효과가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IMF 시대를 맞아서도 건강 황토방은 오히려 인기를 끄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해외여행으로 몰리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휴식 겸 건강을 위해 국내의 전문 황토집을 찾아가 며칠간 푹 쉬다 가는 것이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의 「방아다리 산방」은 65평 규모의 진흙 통나무집(25명 수용)에다 토굴 한증막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도 주말에는 예약이 밀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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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황토가 인체와 친화력이 있다고 해서 질병 치유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일까? 최근 일본 지바의대 연구팀은 모래와 흙 속의 스브리치스균이 일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산가스로 바꾸는 작용을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황토속에 있는 스브리치스균이 인체에서 발생하는 독소를 중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 그러나 백교수는 황토의 치료의학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견지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정한 음식, 특정한 물질이 몸에 좋다고 하면 대개 「만병 통치약」이니 「기적의 약」이니 하고 과대포장하기를 좋아한다. 일부 장삿속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미 황토도 그런 쪽으로 조금씩 변질돼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황토가 인체의 질병 치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단계라서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황토가 매우 환경 친화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인체에도 친화력이 강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사실 백교수는 황토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다양한 실험을 한 바 있다. 주로 황토의 원적외선이 열을 방출한다는 원리에 의해, 황토를 접한 인체의 체온이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그 첫 번째 실험은 같은 온도(37도)의 시멘트 온돌과 황토 온돌에서 피실험자를 20분간 눕게 한 뒤 열화상측정기(열의 양과 분포를 동시에 컴퓨터로 보여주는 측정장치)로 비교해보는 것이었다. 그 결과 시멘트 온돌의 경우 피실험자의 열량은 30~33도였고, 피실험자의 몸이 닿은 부위(등 부분)만 온도가 올라갔다. 반면 황토 온돌의 경우 열량이 35~36도를 기록하면서, 몸이 닿은 부위뿐만 아니라 신체 전반에 온도가 고르게 상승하는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 실험은 황토를 직접 몸에 발랐을 경우 나타나는 변화를 측정하는 것. 이 실험 역시 여성들이 얼굴에 계란 노른자를 바르는 일반적인 피부미용법과 황토를 발랐을 때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계란노른자를 얼굴에 골고루 바르고 20분 후에 물로 씻어낸 뒤 온도를 측정한 결과 평상시 체온보다 1~2도 높은 34~35도로 나타났다. 다음엔 황토팩을 같은 방법으로 사용케 한 후 측정했더니 체온이 36~37도로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이 두 가지 실험의 공통점은 황토를 이용한 원적외선이 체온을 높인다는 것이다. 백교수는 이를 황토가 다른 물질보다 다량의 원적외선을 방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백교수는 이러한 실험결과를 일본 원적외선학회에 논문으로 발표해 일본학자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가 일본에 발표한 것은 매우 의도적인 행위였다. 『일본의 원적외선 응용분야 연구는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앞서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한발 앞서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88년경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원적외선 응용기술을 배우기 위해 나는 전문가들에게 애원하다시피 했다. 나의 정성에 감동을 받았는지 그들이 어느 정도 기술을 가르쳐주었지만, 언젠가는 원적외선 응용기술을 상품화시켜 일본에 역수출하겠다는 게 그 당시 내 결심이었다. 그리고 원적외선을 연구한 지 10년만에 황토를 이용한 원적외선 상품으로 일본에 진출할 때가 온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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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백교수의 작전은 먹혀들어갔다. 원적외선에 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우리보다 높은 사회 분위기에서, 인체친화력이 높은 황토의 원적외선에 대한 과학적인 실험결과는 즉각 상술에 밝은 일본 사업주들의 귀에 들어갔던 것. 당연히 백교수를 찾는 국제전화가 한국으로 빈번하게 날아들었다.
백교수의 성공 이면에는 다분히 자신의 학문적인 한(恨)도 개입돼 있었다. 적어도 원적외선과 관련있는 세라믹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일방적으로 열세에 처해 있었다. 그 좋은 예로 고령토를 들 수 있다. 예부터 진주와 하동 일대는 질 좋은 고령토 산지로 유명해 일본으로 많은 양이 수출돼 톡톡한 외화벌이를 해왔다. 그런데 황토를 만나기 전 고령토를 연구하기 위해 고령토의 쓰임새를 살펴보던 백교수는 싼값으로 팔려나간 고령토가 일본에서 내화벽돌 등 고가품으로 둔갑해 우리나라로 역수입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충격을 받았다. 질 좋은 흙을 눈 앞에 두고서도 기술이 없어 헐값에 팔았다가 터무니없이 비싼값에 사들여오는 비극을 보고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그는 더 가슴아팠다. 그러다가 원적외선 응용분야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반도에서 무제한으로 생산되는 황토를 단순히 원료로만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으로 응용, 고가의 상품으로 수출하는 길이 열렸다. 백교수는 일차적으로 기술개발전문업체인 대양에너지(대표 김형익)와 손을 잡아 황토침대에 흑운모 구들을 덧씌운 제품(아방황토침대)을 개발, 일본의 한 업체와 1차 수출계약을 맺었다.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던 전통의 황토침대로 일본 전통의 다다미 문화를 「공격」하기로 한 것이다. 그와 함께 목욕문화가 발달된 일본인들을 겨냥해 황토 찜질방 개설에 대한 수출건도 마무리지은 상태다. 『다른 나라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우리의 토종흙인 황토를 개발해 상품에 응용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보면 「시장의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IMF 국난 시대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사실 백교수는 일본에 황토침대를 수출하기 이전에 동남아 시장을 상대로 자신이 개발한 「지장수 정수기」 1천여대를 수출한 실적도 갖고 있다. 물 사정이 좋지 않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 몸에 좋은 한국산 지장수가 상품으로도 구매력이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백교수는 또한 산학협동으로 여성들의 피부미용과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황토 머드팩을 개발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시중에서 진흙팩으로 판매되는 것은 이스라엘의 사해에서 수입해온 흙으로 값도 비싸다. 이에 대해 백교수는 다른 어떤 흙보다 우리 황토가 인체 친화성이 가장 좋다는 것을 제조업자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지, 소비자들이 외제 하면 그저 좋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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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한동안 황토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쳤다. 황토방 아파트에서부터 황토팩, 황토침대, 황토찜질방, 황토비누, 황토농장, 황토장판, 황토매트 등 온갖 종류의 상품들이 황토라는 이름을 걸고 등장했다. 우리의 무관심속에 묻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버림받은 황토가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각광을 받고 있다는 자체가 아이러니컬할 정도다. 이제 황토는 우리 인식속에서 비싸고, 좋은 것으로 바뀌어 있다. 말하자면 상품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보니 부작용도 없지 않다. 황토 붐을 타고 쏟아져 나온 각종 제품들 중에는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시중에 유통되는 것들도 있다. 얼마전에는 황토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상품 중에서 과장광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 경우도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과 공동으로 국내의 9개 황토매트 제품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태반이 과장광고 임을 밝혀낸 것이다. 소비자연맹 측은 『이들 제품이 특정지역 황토만이 원적외선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우리나라 황토는 공통적으로 축열, 단열, 탈취 기능이 있고 원적외선 방출량이 높다』고 보고했다. 이외에도 소비자연맹측은 이들 매트 상품들 중에 일부는 ▲유해전자파 차단 성능 ▲원적외선 방사량 ▲항균효과 검사 여부 등에서 실제보다 과장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 제품 중 대부분이 알루미늄, 면상발열체, 보온용 피막 등으로 구성된 매트 표면에다 황토를 얇게 코팅한 것으로 실제로는 황토라는 이름을 달고 광고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황토 위에 비닐 등의 인조 판재를 덮을 경우 황토 고유의 원적외선 방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충남에서 직접 황토방을 지어 살고 있는 「황토방 사람들」 회장 김정덕씨는 아예 전기로 열을 전달하는 황토관련제품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직접 땅에서 올라오는 「황토 기」가 아닌 인위적인 전기전달방식은 오히려 인체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전원생활이 가능하지 않은 도시인들의 경우 자연 황토를 구하고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경상대 백우현 교수는 소비자들이 황토관련 제품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 몇가지 주의할 점을 꼽는다. 전기를 이용한 모든 제품은 인체에 유해한 전자기파를 발산할 수 있는데 가급적이면 전자기파가 허용기준(스웨덴 기준 참고) 이하로 나오도록 조절된 제품을 구하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황토침대의 경우 황토가 갈라지지 않도록 접착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어떤 접착제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제품의 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인체에 무해한 접착제 사용이 제일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백교수는 황토의 오·남용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기와 수질 및 토양의 오염으로 옛날과 같은 순수한 황토를 찾아보기 힘든 시점에 너도나도 흙벽돌 한 장 찍고서 황토전문가로 행세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오염된 흙을 사용할 경우 오히려 자신의 건강은 물론 타인의 건강마저도 해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사람들은 붉은 흙을 무조건 황토라고 해서 좋아하는데, 색깔로 구분해서는 안된다. 인체에 유익한 황토의 성분과 구조적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흙은 그 물리적 특성이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변화무쌍하기도 하다. 따라서 황토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덤벼들었다가 큰코 다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