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미팅(5월) - 충정로역

1. 5월 1일 노동절, 누군가는 휴식을 하고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는 어설픈 휴일이다. 노동자만 놀 수 있는 날이 아니다. 충분한 힘과 과시적 연대의 보호 아래 있는 노동자만 누릴 수 있는 날이다. 이렇게 혜택이 차별적으로 주어지는 경우는 아직 완전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혜택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더 큰 좌절을 준다는 점에서 권리의 확장을 생각하게 하는 미완의 날이기도 하다.


2. 혼잡스러운 광화문을 피해, 충정로역에서 약속 장소를 잡았다. 우연하게 흥미로운 가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충정로역 8번 출구로 나오면 입구 바로 옆에 ‘충정로 1981’이라는 작은 술집이 있다. 상호의 사연이 궁금해서 방문 기회를 조절하다 M과의 만남 때 확인하기로 했다. ‘1981’은 M과 나 두 사람 모두에게 의미있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여사장에게 ‘1981’의 의미를 물어보니 태어난 해라고 한다. 자신의 신상정보를 과감하게 상호로 표현했다는 점이 용기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작년은 ‘1982년 김지영’의 해였다. 1981년 출생자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의 자의식이 크게 성장한 21세기, 성인이 된 첫 번째 세대이다. 하지만 새로운 세기는 희망보다는 위험이라는 인상으로 다가왔다.
1997년에 닥친 ‘IMF'의 절망은 국가의 활력과 안정을 파괴했고, 컴퓨터 ’밀레니엄 버그‘의 두려움은 21세기를 공포로 시작하게 했다. 결국 2001년 미국에서의 9.11 사태는 지구촌의 분열과 갈등을 상징하면서 현재까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21세기 성인이 된 세대는 점차 퇴행해가는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불안을 지켜보며 살아가야 했다. 그것은 일종의 비극이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 다가온 수많은 징조들이 부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영광은 일시적으로 우리들의 감정을 흥분시켰고 민족적 자부심을 고양시켰지만 근본적인 것에 대한 변화는 쉽지 않았다. 21세기라는 ’불안의 시대‘은 일상의 성격이 되고 있었다.
3. M은 퇴직한 이후 다양한 친교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활동 성격은 등산이나 걷기와 같은 건강과 우정을 위한 활동들이다. 건강은 늙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관심이 될 수밖에 없다. 노년의 건강은 독립적인 삶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일 뿐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60세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학자도 공부 시작 전에 반드시 2시간 이상의 조깅을 통해 건강을 유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건강의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M의 도전은 어쩌면 큰 그림을 그리는 수순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모른다. 사람들의 활동은 목표를 결정하고 시작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활동이 예기치 못한 다른 과제와 사람들을 만나게 하며 새로운 목표로 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M은 퇴직 후 두 번의 ‘히말리아’와 ‘차마고도’ 트렉킹을 통해 오래된 욕망을 실현 중이다.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시간적 자유와 물질적 여유는 퇴직자가 가질 수 있는 큰 행운 중 하나이다. M은 5월에는 알프스 ‘몽블랑’ 트렉킹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결정은 행동을 이끌고 행동은 새로운 행동으로 연결되면서 M의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다. 주어진 것에 대하여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자세 또한 매력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다만 술자리에서 이야기했듯이 건강한 사람들이 ‘건강’ 그 자체에서 머물거나 ‘건강’을 위한 목표에만 매몰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최근에 나온 퇴직자의 책을 보니 산티아고 2000km를 걷고 새로운 인생의 도전목표가 생겼다고 쓰고 있는데 그 방향이 어떤 것이 될지 모르나 최소한 생계와 욕망에서 벗어난 삶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사람들은 건강이 증진되면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욕망에 빠져버리는 경우를 쉽게 목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차고 넘칠 노년들의 존재의 크기가 자신의 젊음을 보상받는 댓가의 형태로 과시되거나 과거의 가치에 대한 경험적인 열광에 빠지는 위험에서는 벗어나길 바랄 뿐이다. 그렇기에 신체적 건강의 중요성 못지않게 노년의 공부를 통한 정신적 건강도 중요하다. 신체적 건강이 정신적 건강을 가능하게 하며, 정신적 건강이 사회적 건강을 실현시킬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이 펼칠 멋지고 생산적인 미래의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첫댓글 글쓰기를 통한 공부, 오늘도 잊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