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대한 단견(短見)]------------------------------------
근래 부동산 시장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 점이야 어느 때인들 없었겠냐만, 지금 시점은 더욱 미묘한 부분이 있다.
누구나 아는 부분일 테지만, 몇 가지 현상들에 대해 진단해 보려고 한다. 그렇다 하여 이 글을 과신하지 말 것은, 이전의 내 글에서 밝혔듯이 미래 전망을 믿지 마라고 다시 말해주고 싶다. 근본적으로 미래의 일이란, 근본적으로 카오스 이론(버터플라이 이펙트 같은)이 아주 절묘하게 발현되는 까닭이다. 기상학자들의 말로는, 1주일 이상의 기상 예보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기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워낙 다양하기도 하지만, 대수롭잖았던 아주 작은 요소 하나가 엄청나게 증폭되어 기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일견 미래에 대한 전망은 그런 면이 있다. 그러니 절대 과신할 것은 못된다. 그 점은 내가 쓴 글에 대해서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근본적으로, 평범한 개인이 펼쳐야 할 게임은, 누누이 강조하지만, 지지 않는 게임이라야 한다. 큰 기대 수익을 거두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잃지 않는 게임이 되어야 한다. 전망이 맞으면 큰 이익, 틀리면 깡통~ 이것은 개인이 펼쳐서는 안 된다. 전망이 맞으면 맞는 대로 조그마한 이익, 틀리면 틀린 대로 적게라도 이익이 나면 좋고 아니래도 잃지 않도록 그렇게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게 빠른 걸음이다. 데이트레이닝을 한다고 수천프로의 수익을 달성하지만, 아차 하는 순간 그 모든 수익을 잃을 수도 있는 게임을 펼쳐서는 안 된다. 일견 그 쪽이 빠른 듯 하지만, 종착지에는 천천히 걸었던 사람이 더 빨리 도달해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나 보다. 여자와 돈은 쫓아가면 안 된다고.
혹, 글을 써 가는 중에 잘못된 판단이나 미숙한 판단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리플을 달아주길.
근래 중앙 언론을 통해 몇몇의 연구원들이 일본 부동산과 비교한 사례를 내놓았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중앙일보에서 논문의 원문을 확인했는데. "일본이 한국에 비해 국민소득이 3배수 정도 높은데, 서울 부동산 가격은 2배수 정도 밖에 안 된다. 말인즉슨, 고평가 되어 있다."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그 글을 쓴 연구원은 아마추어일 뿐이다. 그는 자신의 돈을 들여 직접 투자한 적 없이 데이터만으로 정보를 뽑아내려 한 것일 뿐이다. 자신이 직접 돈을 들고 잃을까 더 얻을까 염려하며 밤을 세우고 그러면서도 계약을 할까 말까 하고 고심한 사람으로서 갖게 되는 감각을 전혀 볼 수 없다.
부동산이든 뭐든 어떻게 하나의 잦대만으로 가치를 잴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오직 하나, 국민소득이라는 기준만이 통한다는 말인가. 예로 적절할지 모르겠는데, 여기 카페에서는 날 대단하다 여기는 사람이 혹 있을지 몰라도(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집에서 난 완전한 천덕꾸러기다. 직업이 변변한 게 있나, 뭔지 모르는데 법원에나 들락거리지, 결혼을 해서 손자라고 안겨주기를 하나, 집에서 밥 먹으면서도 하숙비를 내나, 나 때문에 전화비도 더 들고, 아버지 바둑 두는 시간도 나 때문에 불편해 하고, 오늘처럼 한 대 차로 서로 엇갈릴 때면 또 한 소리 듣는다.
부동산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기에도 쉬운 게 아니다.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에 적용되는 잣대는 늘 두 가지 이상의 변량을 고려하기 힘들다. 2차원 평면에 나타낼 수 있는 도형이라는 게 x축과 y축 밖에 더 되나. 그래서 이론가들은 주된 인자 2,3가지 정도로 간략화시키곤 하는데, 그기서 오류가 발생한다.
일본 부동산과의 비교는, 내 기억으로는 내가 처음 부동산에 관심을 가졌던 8년 전부터 꾸준하게 나온 이야기이다. 일본의 장기 불황이 그만큼 오랜 세월이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간단하게 글 속에 묻혀 언급했는데, 다시 정리해보려 한다.
(1) 일본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서 지진에 아주 익숙한 나라이다.
나 또한 아직도 고층 아파트, 그것도 옆으로 넉넉하게 펼쳐진 채 고층으로 올라간 게 아니라, 2칸이나 4칸으로 쭉~ 뻗어 올린 고층 아파트를 보면 아찔하다. 저거 안 무너지나? 사람이란 건 참 대단해... 볼 때마다 감탄한다. 그런데 지진에 익숙한 사람들이 고층 아파트를 볼 때면 어떡할까?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장차에 조금 더 강한 지진이 온다면? 그들이 고층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하다. 정확한 데이터를 찾다가 포기했는데, 일본의 주택과 우리네 강남 주택을 한번 비교해 보라고 해주고 싶다. 일본은 근본적으로 아파트보다 주택이 강세이다. 그리고 지진을 염려한 덕에 목조주택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택은 부동산으로서 아주 후 순위이다.
아파트--> 상가--> 주택--> 땅
주택까지 가격 상승의 여파가 미치려면 제대로 된 상승장 아니면 힘들다. 아파트만 반짝하다가 상승세가 멈추고 돌아설 때도 많다. 지금도 서울시내, 강남 포함해서, 땅값 + 평당 250 정도면 집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확인 필요함)
하지만 아파트의 편리성은 주택을 훨씬 뛰어넘는다. 누구도 주차하기 힘들고, 편리시설 없고, 요즘처럼 흉흉한 세상을 살기에 아파트를 더 좋아한다. 이 땅에 사는 누가 지진 걱정을 한다는 말인가.
(2) 가격 대비 120% 대출의 금융관행
일본의 장기불활 전의 엄청난 흑자 덕에 시중에 돈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 돈이 부동산을 잔뜩 끌어 올렸다. 그때는 당연히 거품이라는 논리가 통하는 것이 맞다. 호황이 끝나니 자금은 얼어붙었는데, 가격은 돈이 넘칠 때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떨어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IMF 이후 아직 제대로 경기 상승을 경험하지는 못 했다. 잠깐 풀리려 하다가 다시 얼어붙어 버린 상황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몰려 거품을 만들어 냈다? 일단, 거품이 만들어졌다는 논리 속에서도 일본과 상황이 틀린 것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자금이 몰려 거품이 만들어졌다는 논리가 맞다면? 불황이 지속될수록, 더욱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 것이고, 그렇다면 여전히 자금이 몰려들겠네.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경기가 호전된다면, 자금이 원활히 돌고, 물론 동시에 경기 회복에 필연적인 산물일 인플레이션 속에서 부동산만큼 든든한 게 없다.
일본의 부동산은 이익을 주체 못한 기업들이 사들인 부동산이 많았고, 그 부동산을 든든하게 여긴 금융기관들이 감정가의 120%에 달하는 대출을 해오던 것도 문제다. 일단 기업이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게 되어 지급불능에 빠져버리자 연쇄적으로 은행의 부실을 가져온 것이다.
경매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 텐데, 우리나라 아파트 경우 세입자가 기본(등기부등본상 선순위 금액 확인, 확정일자, 전입 등)만 챙겨두었을 경우, 온전히 돈을 날리는 경우는 드물다. 6000만원의 전세라면 못해도 4000정도는 받아간다. (2000이 손해이기는 해도) 무슨 말이냐면, 전세권과 동일한 순위의 나눠갖기를 할 수 있는 부채라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아파트의 50% 정도 밖에 안 해준다. 지난해까지 80%까지 해주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방빼기[(전체 방 수-1)* 임대차보호법상 보장금액)] 만큼을 제하고 대출을 해주는 까닭이다. 우리네 은행은 기업체에서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아서 부실해지기는 했어도, 개인에게 아파트를 담보로 빌려준 돈에서는 큰 손실 없이 제 몫을 다 챙겨왔다.
(여기서 한 마디, 경매를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 자신의 이익을 삼는 게 아니냐고. 글쎄, 너무 심각한 오해를 하는 것 같아서 뭐라고 말 해줘야 하나. 그 불행한 사람은 그 물건의 가치만큼 다른 사람에게(그게 은행이든 개인이든) 빌려서 이미 사용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조속히 청산해야 그로 인해 손실을 입은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더 회복 시켜줄 수 있다. 경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래서 누구에게도 이익이 아니다. 1억 물건에 2억의 부채가 있고, 9000만원에 낙찰되었다고 가정하자. 흔히들 오해하는데, 그 부채자는 자신의 담보 부동산이 넘어가는 것으로 부채가 모두 해결된 것이 아니다. 아직 남은 1억1천만원은 여전히 부채로 남아있으며, 그가 다른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그 부동산이 또 경매가 될 것이다. 일견 많은 사람들이 경매에 참가해서 낙찰가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 부채자에게도 유익하고 그의 채권자들에게도 유익하다. 그리고 경매를 통한 자산 재처리가 활성화되어야 금융기관에서도 보다 쉽게 돈을 빌려준다. 그렇게 자산처리가 신속해져야 경제에 막힘 없이 순조롭게 돌아간다. 가치 있는 자산이 쓰지도 못하고 묶인 게 바로 경맥동화 현상이다. )
(3) 전세문화
한국에 오게된 외국인들이 일견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전세 문화이다. 아파트 가격의 60% 내지 70%를 지불해 놓고 살다가 나갈 때 다시 찾아간다? 그들이 보기에 집 주인은 엄청난 자선사업가처럼 여겨진다. 세상에나. 돈을 맡겨놓았다가 다시 찾아간다? 어떤가.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보이지 않은가.
전세문화는 고금리 시절에 파생되어 나온 상품이다. 금리가 15%(금리추이를 보면 알텐데, 10년 전만 해도 시중 금리는 13~15%였다. 정부에서 보증한 국민주택기금 융자가 12.9%였던 게 아주 특혜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세상에 상상할 수 있는가. 금리가 15% 대라니. 지금 또 그런 시절이 온다면 도대체 누가 부동산을 기웃거리고 주식시장에 머물러 있을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왠지 꿈같은 시절 같다.)대에서 1억의 전세금이라면, 4년반이면 거의 1억을 지불하고 산 셈이다. 다시 말해 1억 전세에 2년 계약이라면, 2년 동안 4000만원 정도를 지불한 셈이다.
만일 당신에게 살고 있는 아파트 하나밖에 없다면 아파트가격이 오른대도 별로 기쁘지 않을 것이다. 뭐 다 같이 오른 것을, 이 집이 10억을 한다고 해도 15억을 한다고 해도, 이사를 가려면 똑같이 오른 아파트를 찾아야 할 텐데, 기쁠 게 없다. 마찬가지로 내린대도 별로 안타까울 것도 없다. 다 같이 내린다면 그것도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하나는 차고앉아 있어야 하는 형편이고 보면 오른들 내린들, 상관없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에게 추가 아파트가 있다면 아마 오르고 내리는 것에 따라 일희일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설사 가격이 내린다 한들? 당신은 1억 아파트를 6000만원 전세로 내놓고 있다하자. 지금의 전세 관행에서, 그 아파트는 6000만원 미만으로 빠질 수 없다. 왜? 다음 세입자가 6000만원으로 들어오겠다고 하기 전에 이전 세입자가 나가기 어렵다. 어떤 주인도 전세금을 여유돈으로 가지고 있지 않은 까닭이다. 아파트 값이 1억에서 7000으로 떨여졌으니 전세가를 3000으로 낮추어 달라? 요구하기도 어렵고 이루어질 수도 없다. 새로운 세입자가 없으니, 굳이 집을 옮겨야할 절박한 사정 아니면, 내 돈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 눌러 있게 된다. 그게 아니더라도, 2년이라는 재계약 시점이 도래할 때까지는 집주인은 걱정하지 않는다. 결국, 전세문화가 아파트의 강한 하방경직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된다.
2. 10년 주기론
이 점은 시세가 오르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불리한 면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부동산 거의 10년을 주기로 배로 뛰었다. 그 점을 경제성장률로 설명하기도 한다. 한국경제가 7~10% 정도의 고도성장을 유지한다면, 국부는 7~8년마다 두 배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시점에 도시 노동자 평균 급여로 집을 구입하는데 10년이 걸렸다면, 6,7년 전에는 5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아파트에 대한 기대 가치가 변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물가나 가계 경제력이나 이제 집을 구해볼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폭등하고, 그렇게 5년이면 구할 가격대에서 10년이 걸려야 구할 가격대로 올려놓는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다시 그 시간이 점점 단축되고, 그러면 또 다시 튀겨서 늘여 놓고... 그런 반복이 이루어졌다는 논리이다.
이 점으로 따지고 보면 장차에 아파트 상승 여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10%대 성장이라면 자산이 두 배가 되는데 7년이면 되지만, 지금처럼 저성장이 계속된다면? 만일 3%대에서 성장률이 고정된다면, 24년이 되어야 두 배가 된다. 즉, 앞으로 다시 고성장을 맞이하지 않는다면, 이 논리대로라면 장차에 20년 정도는 아파트 추가 상승 여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3. 인구 감소.
한국 인구는 이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 점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독신가구가 200만이 넘어섰다. (어쩐지, 위안이 되더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령화되면서 자녀들이 독립하고, 단둘의 노친네들이 시 외각으로 빠져나가면서 평수를 줄일 것이다는 것도 별로 타당성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람이 없다하여 집의 규모를 줄이기에는 만만치 많다. 옷가지야 버린다지만, 가구는 뭐 짤라내고 옮길 것인가?
분가 인구가 늘 것이고, 독신인구도 꾸준히 늘 것이다. (어느 정도가 될지는 확인 못했음)
그리고 결정적으로, 누구도 돈을 주고 구입하려 들지 않는 주거형태가 400만 가구나 된다는 사실이다. 시골까지도 아니다. 지방 중소도시만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러브하우스에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도 낡은 기와가 얹혀진 아주 낡은 집이 아주 많다. 장차에 그 집들 수만큼 수요대기자가 될 거라 판단해볼 수도 있다. 즉, 주거개선의 욕구가 아주 강한 형편에 그 집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5. 정부의 정책 변화
사실은, 이 아침에 이 이야기하고 싶어서 꺼냈는데, 어쩐지 서설에서 길어져버렸다.
가만히 돌이켜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아직도 고작 10개월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 많은 게 변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지금 정부는 아주 묘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대중 정부는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 두 가지를 시행했다. 하나는 신용카드 관련 각종 기준 완화, 또 하나는 부동산 부양책. 신용카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세금도 투명하게 많이 걷고, 소비도 진작되고 그렇게 기업들이 돌아간다. 부동산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건설사들이 살고 은행들이 튼튼해지고 개인들이 돈을 더 많이 쓴다. 등등등.
그래서 지금의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께는 말씀드리길, 내년에 뭐가 있냐고 물었다. 내년에 뭐가 있지?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행정수도 건도 내년 하반기에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많은 게 달라질지 모른다.
하다 못해 가시적인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만이라도 풀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해하지 말기를, 내가 품은 기대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쭉, 읽으면 알 수 있을 터. 아궁, 왜 이렇게 자꾸 토를 달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 총선을 의식해서라도 부동산은 잡아야겠는데, 경제를 위해서는 그거라도 잘 달려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묘한 이중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딜레마다. 소비가 회복되지 않고 투자도 줄어든 형편에 더 이상 규제를 가할 형편이 못 된다. 총선 전에 아주 강력하게 한 방 먹여 놓고 이런 저런 생색을 부린 뒤에, 총선이 끝나면 경제회복을 위해 규제들을 풀어놓는다? 대충 이런 시나리오.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잠깐 든 생각인데, 어쩌면 노무현 정권의 차별성을 판단할 기준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만일, 총선이 끝난 뒤에도,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한 정책을 고수한다면, 그를 뽑았던 사람들이 기대했던 바른 마음을 품은 대통령일지 모른다. 그게 바람직한 것인지야 판단할 것은 아니고. 우선 그의 마음만 본다면 그렇다는 말이지. 비록 온갖 시행착오를 겪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 속에 진정 사리사욕에 얽매이지 않고 처음의 모습처럼 분배에 여전히 초점을 맞춘 대통령일지 모른다.
사실 이 나라에는 지도자의 복이 없는 편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을 뽑은 것도(내 지나친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아주 바람직한 정치가이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를 어떻게 알고 판단한단 말인가. 어쩌면 그를 뽑은 많은 사람들 마음 속에, 우리나라도 한 명쯤은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위하는 멋지고 근사한 지도자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마음을 투영한 대상이 아직 대과(大過) 없는 그가 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근사한 지도자를 바라는 마음이, 누군가 그런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변했고, 그리고 그를 믿어본 것은 아닐는지.
사실, 어젯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이 글을 어떻게 쓸까 생각하다 보니, 그런 기대를 나 역시 전혀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본다. 그가 뭔가 화려하고 멋진 것을 잘 해내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잘하면 좋지만 아니래도 괜찮다. 적어도 이 땅에 자신의 욕심을 채우지 않은 채 지존의 자리를 지켰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할 듯. 부족한 것은 다음에 채우면 될 것이다.
이야기가 딴 길로 흘렀네. 한계다.
정리하면, 노무현 정권이 대선 전의 초심이 유지된다면, 지금의 정책이 유지 될 것이며 (그것이 옳은 것인지 옳지 않은 것인지는 판단 보류) 그게 아니라면, 총선 이후 분위기는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차후의 대선 전에 경제성장률을 만들어 내야 할 테니까.
(이게 그저께 카드 규제 완화 건과 관련되어 촉발된 생각의 편린들.)
그러면 1단원 마무리를 지어야 겠네. 기본적으로, 그렇게 큰 불리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경제성장률이 낮다는 점 하나가 큰 불리로 작용. 그렇지만 요소들의 수만으로 어느 게 더 유리할 거라 판단할 수 없다. 쉽게 계량화시킬 부분도 아니고 또 그 가중치를 어떻게 부여할지 알 수 없으니까. 어쩌면, 경제성장률 그것 하나가 다는 모든 요인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큰 인자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기본 맥락에서 지금 부동산을 투자한들 별로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닌 듯 싶다. 그런데, 묘한 것은
기본적으로 모두가 다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면 가격은 오른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그리고 모두가 다 내릴 거라고 생각한다면 가격은 반드시 내린다.
오를 거라 여기면 팔려든 사람들은 매물을 거두어들인다. 없는 사람은 서둘러 사두려 한다. 그래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반대도 역시. 그런데 시장이라는 게 묘해서 꼭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게임이라는 게, 시장 조성자가 있고 시장 참여자가 있는데, 시장 조성자는 아무런 위험 없이 큰 수익을 거두지만, 시장 참여자는 위험을 안고도 작은 수익에 만족해야 한다. 야성론을 이야기하면서 잠깐 언급했는데, 지금 들어가면 상투잡을까 걱정한다면 이미 큰 수익은 놓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주식 거래를 최근 다시 시작했는데, 그게 작년 10월경이다. 주가는 바닥에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때 한 달 여 동안 15% 정도 수익을 거두고 빼버렸다. 종목 걱정도 하지 않았고 시장 환경을 세심히 살펴볼 생각도 안 했고, 주가 추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충분히 기다렸던 까닭이다. 그리고 올해 초에 다시 한 번 들어가서 역시 15% 정도 수익을 내고 모두 처분했다. 지금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설사 대세 상승이라고 해도 내 몫은 15%면 충분하다고 여긴다. 남은 몫은 내 것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먹어야지 하는 아주 넉넉한 마음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정말 다른 사람을 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하다. 그게 이익을 지켜준다. 실제로 그 이후로 쭉 오르기는 했는데, 벌써 몇 달째 횡보하는 가 싶다.
시장 조성자의 입장은 충분히 기다린 뒤에 일찌감치 들어간다. 아무 걱정도 없다. 리스크도 없다. 이전 글 야성론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신선한 고기의 맛있는 부분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뒤늦은 시장 참여자는 남은 고기만 먹게 된다. 썩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상투를 잡은 것은 아닐까 여전히 염려하면서 두려운 마음으로 발을 디밀어 본다. 운이 좋으면 이익을 내고 빠져 나올 수 있을 테고, 운이 나쁘면 뒤집어 쓸 것을 각오한다.
왜 지금이 상투가 아닐까 염려하는가? 왜 지금 부동산을 살까 말까 망설이면서 상투가 아닐까 걱정하는가? 그렇다면 지금은 들어갈 시점이 아닌 것이다. 적어도 내 눈에 확연하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날 내몰아서는 안 된다. 놓친 수익은 안타깝지만, 지금 실탄을 잘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당신에게 무한정으로 실탄이 공급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정말 정말 정말, 말하고 싶은 것. 절대 서두르지 말기를. 다른 사람의 성취에 시기할 것도 질투할 것도 아닌 것이, 그렇게 되면 내 마음의 평상심을 잃게 된다. 그리고 조급증에 내몰리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 삶은 긍정적으로 봐야겠지만, 투자를 할 때는 아주 회의적이 되어야 한다. 1000만원을 벌기는 너무 어렵지만, 한 순간 잃어버리기에는 아주 어이없을 정도로 쉽다. 그러니 정말 보이지 않는다면 서두르지 말기를.
지난 글 <2500만원으로 ...> 건을 쓴 것에는 사실 전하고 싶은 내용이 별로 없다. 내가 이 글을 쓸 자격이 되는가에 대한 증명으로 삼았을 뿐이다. 하지만 님들은 오히려 그런 글에 집중하는 듯하다. (그런 이유로 조금 우울하기도 하다.) 그래서는 얻을 게 많지 않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본류를 놓친 채 지류에 집중하고 있는 꼴이다. 그래서 <1000만원으로 3억 빌딩 매입...>건의 구체적인 사례를 준비했다가 접어두고 말았다. 그 이야기만으로는, 잘났네, 운이 좋았네, 부럽네, 이런 이야기가 될지는 몰라도 님들께 덕이 될 정보는 별로 없다.
환경이 변했고, 사람이 변했고, 법과 제도가 변했다. 나 자신 또한 매번 동일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듯이, 나 역시 이전의 투자를 그대로 똑 같이 할 수 없듯이, 님들 또한 내가 이전에 벌였던 테크닉이 응용될 여지는 많지 않다.
그런 사례에 집중하게 되면 내몰리게 된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때로 그 조급함을 채우지 못하게 되면, 도리어 더 큰 실망에 사로잡힌다. 내가 그랬으니까. 바로 내가 그걸 경험했으니까. 그럭저럭 천천히는 가겠는데, 몇 천프로의 수익을 달성한 이야기를 들으면 지레 기가 꺾이곤 했으니까. 알고 있지 않는가. 지금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은 내가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가 아니라, 아무 것도 진 것 없이 가볍게 걷고 있는 저 사람이다.
지금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 투자에 내몰릴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잘 하는 사람이 들어갔으니 따라 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도 일견 반은 맞을 수 있겠지만, 정답은 아니다.
상황은 그렇다. 지금 시점에 어느 누구도 장담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브로커들이야 이런 저런 환경을 만들고 싶어하겠지만, 실 투자자 입장에서 아무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후속타로 따르지 않을 거라는 말과 동격이다. 지금 아파트를 사겠다고? 더 오를 것 같아서 상투가 아닌가 염려되지만? 그렇다면 당신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더 높은 가격에 살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은 당신보다 더 큰 불안을 알고 들어올 수 있을라나.
설제 제반 환경이 아무리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계속된 심리게임에 모두가 들어가기 부담스럽다 여기는 시점은 하락의 전조일지 모른다. (반대로 기회의 시작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