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光)보살은 은현( 縣) 사람으로 장(張)씨의 아들이다. 그의 집안은 선대로부터 조소(彫 塑)를 가업으로 해왔는데 광(光)보살 대에 와서는 더욱 정교한 솜씨를 갖게 되었다. 그는 장 년의 나이에 식구에게 얽매여 사는 것에 싫증을 느끼고 해회사(海會寺) 수 매봉(壽梅峰)스 님에게 귀의, 삭발하고 승려가 되려고 하였지만 그의 아내가 자식을 데리고 관가를 찾아 호 소하는 바람에 수스님이 그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보살은 만호(萬戶) 완도(完都)와 절친한 사이였는데 광보살에게 도망할 것을 권유하자 광 보살은 마침내 자취를 감추고 칼을 뽑아 자기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었다. 그 후 절강을 건 너 패구(貝區)를 지나 광부(匡阜) 땅에 오르는 동안 큰스님을 두루 참방하고, 10년이 지난 후에 다시 수스님을 찾아뵈려고 하였으나 그는 벌써 입적한 뒤였다. 화정사(華頂寺) 무견(無 見)화상의 도행이 높다는 말을 듣고 가슴 속에 품어온 의심들을 말하자 무견스님은 그에게 "개에게 불성이 없다 [狗子無佛性] '는 화두를 참구하도록 하였는데 마침내 깨친 바 있어 무견화상에게 절을 올리고 그를 은사로 삼았다. 광보살은 일생 동안 절강 양편, 여러 사찰의 불상과 보살상을 매우 많이 조성하였지만 일을 끝마치면 짐을 꾸려 곧장 떠나갔으며 보수는 조금도 받지 않았다. 노년에 화정사에 돌아와 은거하면서 석교암(石橋菴)의 오백나한상을 빚었는데 그 정교함은 극치를 다하였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하던 새벽녘에 자욱한 안개 속에서 북소리·종소리·범패소리가 가득히 울려왔으 며, 끝마친 후에는 채소밭에 먹을 것이 없었다. 광보살은 사람을 보내 시주를 하려 하였는 데, 생각지도 않게 영해(寧海) 다보사(多寶寺)의 원(圓)강주가 채소를 보내왔다. 광보살은 기 뻐하며 그 까닭을 물으니, 얼마 전 진보살이 부처님의 명을 받고 그의 절을 찾아와 채소를 시주하라고 말해주길래 보내왔다는 것이었다. 당시 석교암에 진(眞)이라는 승려가 있었지만 그는 병으로 몸져 누워 오랫동안 문밖 출입을 못하던 자였다. 이 사실로 본다면 다보사를 찾아간 사람은 신인(神人)의 응화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일은 광보살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 다. 그는 73세에 아무런 병이 없이 화정(華頂)에서 앉은 채 입적하였으며 화장을 한 후 산중에 부도를 세웠다.
32. 사 성암(思省菴)스님의 법문과 게송
사 성암(思省菴)스님은 태주(台州) 영해(寧海) 사람이며 속성은 알 수 없다. 형제 네 명 가 운데 성암스님이 맏이였는데 모두 일시에 신심을 내어 출가하였다. 종친들에게 조상의 유산 을 다 나누어 주고 살던 집 한 채 만을 남겨두었는데 친척들이 그것마저 서로 차지하려고 계속 다투자 사스님은 형제들과 함께 집을 불태운 후 그곳을 떠나버렸다. 사스님은 그후 여 러 곳을 참방하여 향상의 지견을 갖췄으며 온주(溫州) 영운사(靈雲寺)의 주지를 하다가 영 암사(靈岩寺)로 옮겼고 마지막에는 영운사의 앞 초막에 은거하였다. 지정(至正) 갑신(1344)년, 내가 달차원(達此原)·명성원(明性元) 등과 함께 스님을 찾아가니, 당시 스님은 90이 넘어 긴 눈썹과 호호백발이 무척이나 맑아 보였다. 스님은 신발을 끌고 나와 서서히 걸으면서 나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왔는가?" "강심사(江心寺)에서 왔습니다." "강물의 깊이가 몇백 발이나 되는가??" "노스님을 속일 수 없습니다." 이에 성암스님은 합장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앉으시오. 차 한잔 합시다." 성암스님은 성품이 반듯하고 고결하여 시를 지으면 한산자(寒山子)와 유사한 기품이 있었다. 그가 "어느 승려를 욕하며'라는 시를 벽에 써놓았다.
오온(五蘊)*을 버리지 못한 채 머리만 깎고 누런 베옷 두르니 이것이 중이라네 불법도 세속법도 전혀 모르고 잘하는 것이라곤 돼지고기 개고기 잘 먹는 일. 五蘊不打頭自 黃布圍身便是僧 佛法世法都不會 猪 狗十分能
책상 위에 그의 어록 한 권이 놓여 있기에 손가는대로 펼쳐보니, 여름 결제 때 한 상당법 문이었다.
대원각은 소바리 말바리에 실어오고 우리 가람을 위해서는 외바구니 나물바구니를. 以大圓覺 牛角馬角 爲我伽藍 瓜籃菜籃
또한 상당법문에서 조주스님의 "개에겐 불성이 없다 [狗子無佛性] '는 화두를 들어 송을 하였다.
개에게 불성이 없다 개에게 불성이 있다 원숭이는 인색하고 교활한 장사치 때문에 시름하고 개는 청정하고 도통한 중의 입을 보고 달아나네. 狗子佛性無 狗子佛性有 愁 頭 狗走 口
나는 달차원등과 그곳을 떠나왔으며, 다시는 감히 그의 기봉(機峰)을 범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우리는 영운사에 묵으면서 노스님에게 사 성암스님의 몇 가지 언행에 대하여 들었는데 모두 전할 만한 것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