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사에도 원형이 있다?
명사에도 동사원형과 같은 개념이 있습니다. 그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글을 쓰는 제 손이 다 떨립니다. 집중하셔서 단 한 글자도 놓치지 마시고, "문법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고 꼭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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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는 정말 예쁩니다. 그런 영희를 며칠째 못 본 철수,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영희가 너무나 보고 싶은 나머지 이내 영희 생각에 잠깁니다. 철수 머리 속에 그려지는 영희, 하지만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습니다. 그저 머리 속에서만 존재할 뿐 결코 실체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명사개념'입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예문1】Young-hee is a pretty girl.
[예문1]에서 소녀가 영어로 무엇이지요? 네, 틀렸습니다. 'girl'이 아닙니다. [예문1]의 'girl'은 머리 속에 그려지는 'girl'과 사뭇 다릅니다. 이것이 머리 속에 있는 'girl'과 문장 속에 있는 'girl'의 차이입니다. 문장을 벗어난 문법은 있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동사원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단지 우리 머리 속에 그려지는 명사개념 'GIRL'이 [예문1]과 같이 일단 문장 속으로 들어오면 결합하는 문법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동사가 문장 속으로 들어오면 결합하는 요소가 무엇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주어와 시제입니다. 특히 시제는 동사 속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시제가 그러하듯, 명사 속에도 뭔가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수(number; 數)'입니다.
동사원형이 동사와 관련된 문법, 주어와 시제가 결합하지 않은 형태라면, 명사개념은 명사와 관련된 문법, 즉 '수'가 결합하지 않은 형태입니다.
♣ 명사와 관련된 문법적인 요소는 '수' 이외에 '격'과 '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제는 동사 속에 투영되어 있는 반면, '수'는 명사 속에 투영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수'를 나타내는 품사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이 명사를 한정하는 한정어, '관사/한정사/수사'입니다. 차차 밝혀지겠지만 한정어는 '수'라는 문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문1]에서 '수'를 나타내는 품사는 무엇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부정관사 'a'입니다.
♣ '단수'를 나타내는 품사는 부정관사 'a'이고, '복수'를 나타내는 문법 형태는 복수표지 '-s'입니다.
여러분
명사개념이 문장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수'를 나타내는 품사와 반드시 결합하게 됩니다. 지금 방금 반드시 결합한다고 했습니다. 즉 임의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예문1】Young-hee is a pretty girl.
[예문1]에서 형용사 'pretty'는 수식어입니다. 수식어는 문장에서 없어도 되는 임의적인 요소인 반면, 한정어인 부정관사 'a'는 없어서는 안 되는 의무적인 요소인 동시에 '단수'라는 문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의무적인 요소냐? 임의적인 요소냐?"의 차이가 '한정어'와 '수식어'의 차이입니다. 한정어를 형용사와 같은 수식어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다소 낯설고 어려운 내용을 하려고 합니다. 저로서는 너무나 중요한 개념이라 설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법을 배우기로 한 이상, 보다 더 문법적인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낯설고 어렵더라도 천천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문법은 의미뿐만 아니라 문법적인 특성이 있어야 문법으로 인정합니다. 영어는 '수'의 개념이 발달했고, 이를 문법으로 인정합니다. 반면 국어는 '수'의 개념이 발달하지 않았고, 이를 문법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문2-1】학생이 도서관에서 영어를 공부한다.
【예문2-2】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영어를 공부한다.
[예문2-1]의 주어는 단수이고, [예문2-2]의 주어는 복수입니다. 국어에서 '수'의 개념을 문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비록 복수 형태 '들'은 존재하지만, 문장에서 문법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들'이라는 복수형태만 첨가 됐을 뿐, 다른 단어들은 그대로입니다. 반면 영어는 사뭇 다릅니다.
【예문2-3】A student studies English in the library.
【예문2-4】Students study English in the library.
[예문2-3]과 [예문2-4]는은 상당한 변화를 보입니다. 단수 주어인 [예문2-3]이 복수 주어인 [예문2-4]로 바뀌면, 일단 관사의 결합이 달라지고, 동사의 어형변화가 생깁니다. 이렇듯 영어는 단수/복수의 차이로 말미암아 문장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즉 문법적인 특성을 보입니다. 그래서 '수'를 문법으로 인정합니다. 이렇듯 어떤 개념이 문법으로 인정되려면 문장 속에서 일련의 특성을 보여야 합니다.
영어는 국어와는 달리 유난히 '수'라는 문법에 매우 민감합니다. 영어의 '관사' 등과 같은 '수'의 개념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예민하고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관사' 결합의 유무와 '단수/복수'의 차이가 곧 의미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시제'를 동시에 생각하지 않는 동사가 그러하듯, '수'를 동시에 생각하지 않는 명사는 문법으로서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실감하시라고 예를 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