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발당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웬지 무덤덤한 느낌입니다. 이쯤되면 전날부터 잠도 못자고 마구 설레어야 할 텐데요. 아침 9시 반경에 집을 나서 용인 터미널로 갑니다. 여기서 10시에 인천공항으로 가는 차를 타기 위해서죠. 내 손에는 커다란 하드케이스가 들려있고.. 짐칸에 못들어가면 어떻게 가지고 가나..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히 리무진버스라 짐을 넣는 공간이 따로 있습니다.
이윽고 버스는 시동을 걸고 출발하고 한동안 우리나라 땅을 떠나 있어야 한다는 섭섭함에 사로잡혀 봅니다. 마침 맑은 날씨라 차창밖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입니다. 밖은 찌는 듯한 더위로 헐떡이겠지만 버스안의 에어컨은 외면하라는 듯이 시원한 바람을 뿜어댑니다.
김포공항을 지나 인천공항고속도로로 들어섭니다. 보통고속도로가 한국도로공사에서 관리하는데 비해 여기는 신공항하이웨이라는 기업체가 운영하죠. 그래서인지 고속도로 통행료가 비싸다고 하죠. 당연히 버스차비도 올라가고요. 어찌보면 사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버스는 공항으로 힘껏 내달립니다. 영종도 연육교를 건너고 바닷가에는 썰물이라 뻘받이 빨갛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얼마 안있어 인천공항이 먼저 모습을 드러냅니다. 김포공항보다는 상당히 큰 규모입니다. 나중에 역사로 쓰인다는 건물은 은색몸체를 햇빛에 반사시켜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국하는 곳에서 버스를 내립니다.
우리일은을 K에서L사이에 만난다고 했는데 A부터 가로질러 가야 하는군요. 너무 큰 규모라 자칫하면 길을 잃기 쉬울 정도입니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는 서울에서 출발한 일행이 도착해 있습니다. 우리학교가 있는 청주에서는 아직 도착을 안했다고 하는군요. 여기서 최모양(들)의 놀라운 모습이 화젯거리가 되구요. 어 같은 사람이 둘 있네?(누군진 아시죠?)
얼마 안지나 청주에서도 도착하고 출국신고서를 작성하고 짐을 부칩니다. 그리고 얼마 후 탑승수속이 시작되고요. 공항 검사원들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거두어지고 탑승구로 바로 갑니다. 안에는 면세점품이며 식당이며 상점들이 가득하군요. 여기저기에는 경찰들과 공항감시원들이 왔다갔다 하구요. 하긴 10여년 전만해도 출국심사를 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 살벌하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요.
우리의 탑승구(41)은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하필 가도 구석진 곳이라니 우리의 여정이 초라하게 느껴질 법도 합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비행기는 중국서북항공공사 WH284편 항공기입니다. 기종은 에어버스 320이라고 들었구요.(안내방송할때 화면에서)
비행기에 들어선 순간 중국사람냄새라는 하는 노릿하면서도 끈끈한 냄새가 후각으로 스며듭니다. 이 때 '공기가 틀리다'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흔히 말하는 대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흘러다니는 체취같은거 말이죠. 중국인 스튜어디스는 어색하지만 친철하게 우리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건넵니다.
모두들 여행에 대한 기대에 들떠있고 특히나 학생들은 해외여행이 처음일테니까요. 잠시후 천천히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스튜어디스가 중국어와 한국어로 안내방송을 합니다. 활주로 한 가운데 멈추어 선 비행기는 숨을 가다듬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이륙하는 동안에는 마치 기차가 또아리굴을 올라가는것 같이 기체가 비스듬히 이동합니다. 창밑의 풍경은 점점 작아집니다. 중간좌석에 앉아 제대로 볼수는 없었지만 창가에서 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답니다. 올라와 보니 언뜻 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구름바다입니다.
약 비행시간은 2시간 반이 소요됩니다. 그 동안 스튜어디스가 주는 음료수도 마시고 기내도 먹고요. 음료수를 달라고 할때 의사소통이 안돼 엉뚱한 것을 주기도 하고요. 기내식은 은박지에 싼 도시락과 빵이었는데 기내식이라 하기에는 허름한 느낌이더군요. 나중에는 자사의 비행기모형을 승객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줍니다. 소박하기도 하고 귀여운(?)상술이라고 해야할까요? 얼마를 갔는지 창밖에는 중국땅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에게 있어서는 최초로 보는 외국땅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넓은 들 판에 서있는 몇 그루 나무의 모습이 보입니다.
약 1시간을 더 비행한 뒤 서안공항에 도착합니다. 콘크리토로 되어 있는 활주로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궁기로 비쳐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향수를 떠올기게 하는 소박한 모습으로 비추어지기도 합니다.
다시 스튜어디스의 어색한 작별인사를 받으며 중국땅에 첫발을 디딥니다. 공항공안원은 여자분인데 화장기는 없지만 긴장되고 매서운 눈초리로 근무하고 계시는군요. 내가 가장 처음 본 중국인의 인상이라고 해야 할까요?(승무원빼고)
셔틀버스에 옮겨진 우리는 공항건물로 이동하여 입국 수속을 밟고 대기하고 있던 버스로 갑니다. 만든지 얼마 안되는 버스라 좋아 보이는군요. 중국 전역에는 정말로 여러가지 버스가 있죠. 우리 일행이 50명이고 짐이 많은 지 2대가 나왔습니다. 짐은 일단 짐칸으로 들어가고요. 짐을 나르던 소년들이 갑자기 저멀리로 내달려 혹시 물건이 도난 당하지 않았나 하는 걱정에 휩싸입니다. 잠시후 북경에서 쓰루가이드 분과 현지 가이드 분이 오시고 서안으로 출발합니다.
공항에서 서안시내까지는 약 40km에 5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가이드분들이 통성명을 하고 서안에 관한 소개를 해 주십니다. 창밖에는 농촌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하지만 우리가 느끼던 농촌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촌하면 먼저 녹색을 떠올리지만 여기는 황색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여기서는 우리나라 처럼 수경농업도 아니고요. 많이 척박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식당을 다니면서 물보다는 맥주나 콜라구경을 많이 했는데 이 풍경이 잘 예견을 해 준 셈입니다. 농업용수는 주로 지하수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작은 벽돌건물이 지하수를 뽑아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얼마를 달리다보면 화력발전소가 눈에 들어옵니다. 상당히 위압적인 모습이라고 해야할까요? 매연안개에 싸인 모습은 더더욱 그럴싸 합니다. 여기 서안 주변은 매연이 많습니다. 환경이 나쁘다는 얘기겠죠. 우리나라의 맑은 하늘과는 너무나도 대조를 이룹니다.
잠시후 유수라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여기서는 강도 그렇게 커보이지 않는군요. 확실히 물이 부족한 국가라는 것이 실감납니다. 유수는 중국의 역사서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죠.
이제 서안에 이르러 톨게이트를 통과합니다. 마침 직원들의 근무교대가 있었는데 질서정연하게 격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안시내 초입으로 들어옵니다.
서안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인력시장 부근입니다. 여기서 하루 일터를 찾아해메는 삶의 현장을 느낄 수가 있죠. 창밖에는 더운지 웃옷을 걷어부친 아저씨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서는 자칫 서안이 못사는 동네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가 있습니다. 일단은 외져 보이는 데다가 건물도 변변치 못하니까요. 서안인구는 약 226만으로 대구인구와 비슷합니다.
시내버스들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25인승 정도 되어 보이는 차부터 2층버스까지 시내버스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도시의 규모에 따라 버스의 크기가 틀려지는 현상도 나타나죠. 택시는 프라이드 정도의 크기에 빨간색이 많습니다. 요금은 기본이 5원이라고 하고요. 우리나라 돈으로 약 800원 정도 되겠지요. 운전석과 뒷자리 사이에는 철망이 쳐져 있는데 듣기로는 치안상태가 안좋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우리가 묶을 서교호텔이라는 곳도 지나쳐 가고요. 본격적으로 시내로 들어섭니다. 시내에는 차도 많지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중국에서 많다고 하면 벽돌, 사람, 자전거라고 해야 할까요? 현재는 자전거가 많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합니다. 주로 자전거를 타고 시장을 본다고 하는군요. 출퇴근용으로도 쓰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정겹습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나란히 달리며 경주를 벌이기도 하고.. 나도 이런 일상을 가져봤으면 하는 바램이 생깁니다.
잠시후에 서안성에 도착을 합니다. 서안성은 서안시내에 거의 보존이 되어 있습니다. 서안은 당나라시대에 수도였고 장안(長安)이라고 했었죠. 오래도록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합니다. 성벽이며 문루건물이며 우리나라의 성들보다 사뭇 규모가 큽니다. 그 옛날 당나라시대의 위엄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성안에서는 전통의식을 재현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군요. 춤추는 무희의 모습도 보이고, 경비병의 모습도 보이고, 관리의 모습을 한 사람도 보이고..
이내 성벽으로 올라가 봅니다. 문루(성문위에 있는 건물)는 지금 기념품가게로 쓰이고 있습니다. 성문은 2중으로 되어있고요. 성모양도 문 2개를 중심으로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1차, 2차 방어선의 용도로 쓰인 듯 하네요. 뒤쪽문 성벽이 시내를 따라 쭉 뻗어 있습니다. 성벽 위에는 서안시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군요. 성 밖으로는 아파트와 철길의 모습이 보이고 안쪽으로는 서안시내 중심가가 보입니다. 저 멀리에는 문모양을 한 기와 건물이 또 보이구요. 로터리로 차길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옛날에는 장안 중심부 였겠죠. 옛날에 쓰였던 종이 있었는데 전쟁시에는 비상을 알리는 종으로 쓰였을 것이고 평시에는 시간을 알리는 용도였다고 추측됩니다.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라 서안중심부로 들어갑니다. 시내라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이 붐빕니다. 식당안에는 유난히 사람들이 많군요. 저녁때는 이렇게 모여들어 그 날의 회포를 푸는가 봅니다.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죠. 역시 자전거도 많고요. 아까처럼 가족끼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주를 벌이는 모습도 보이고요. 시내버스는 25인승, 45인승, 35인승, 2층버스, 전차같은 2량 버스 등 여러가지 입니다.
잠시후 저녁을 먹기위해 식당에 도착합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상인들이 레이스며 붓이며 기념품을 우리앞에 내밀며 "천원" "만원"을 연발합니다. 어색하게 "싸다요, 싸다요"하는 사람도 있고요. 하지만 거의 외면하고..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우선 식당안에는 둥그런 식탁에 10명씩 둘러않아 식사를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가운데는 원판이 있어 빙글빙글 돌려 먹을 수 있도록 되어있고요.음식은 조금씩 차례차례러 나옵니다. 차잔은 조금이라도 비워지면 계속 채원지고요. 물은 없고 콜라나 사이다, 맥주가 많군요. 처음엔 몇가지 먹을 것이 나오더니 만두가 약 20가지 나옵니다. 나올때 마다 모양도 맛도 제각각이죠. 작고 깜직한 것도 있고 큰것도 있고 우리도 자주보는 고향만두 같츤 것도 있고요. 맛이 전혀 이상한 것도 있고.. 중간에 밥이 나왔는데 반찬이 없어 당황스러웠죠. 나중에 알고보니 처음에 나온 음식하고 같이 먹는거라고...^^;;
식사를 끝내고 식당을 나서도 상인들의 '삐끼?는 계속 되는군요. 일행중 한사람(누군진 알겠죠?)이 콜라를 샀는데 5원을 주고(약 800원) 당황해 했는데 원래는 보통 3원씩 거래했다는 점, 우리일행 중 최초의 바가지 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아주 쌀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우리와 비슷하군요. 5원이면 비싼편이고요. 허원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콜라나 사이다 같은 물품은 다른 나라와 비슷한 데다가 부르는 것이 값이라 불분명 하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중국에서는 "식사하셨어요"라는 말을 "니 츠펄로마"라고 한답니다 어떻게 보면 욕같죠? 그래서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많이 썻죠. "니 시.팔.노.마"라고 한 친구도 있었죠.^^
이렇게 하다보니 오늘의 일정이 끝나 호텔로 향합니다. 호텔앞에서 차를 돌려 들어가는데 시간이 걸리고 때문에 많은 차가 기다리게 됐는데도 누구하나 크락숀을 울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빵빵거리고 난리도 아닐텐데.. 역시 '만만디'라서 일까요? 아니면 너그러워서 일까요?
우리가 묶는 호텔은 서교호텔이라고 합니다. 지은지도 얼마안되 새건물이고 시설도 좋습니다. 4성급 호텔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묶었던 가장 좋은 호텔이죠. 호텔에서 잔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살다보니 이런 호강을 누리는 날도 있군요. 로비에서 키를 받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1인 2실이죠. 답사가서 수십명씩 엉클어져 자는 것도다 훨씬 편하죠. 하지만 그런 모습이 더 정겹지만요.
씻고 1층 바에서 교수님과 동료들과 맥주 한잔 씩 하며 여행의 느낌을 이야기하며 첫째날이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