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병 가운데 단일유전자 질환이 1만 여 개 알려져 있으며 진단법의 발달로 병의 종류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뼈, 연골, 피부 등 결체조직을 주로 침범하는 병은 부계나 모계의 유전자 중 한쪽에 장애만 있어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출생 때부터 기형이 나타난다. 반면 유전성 대사 질환들은 주로 부계, 모계 두 유전자 모두가 장애가 있어야 증세가 나타난다. 원칙적으로 출생 시의 기형은 잘 나타나지 않지만 정신지체가 드러나는 경우가 흔하다. 몇 가지 병은 젖먹이 때 선별검사를 해서 진단하고 특수 분유로 병을 예방할 수 있다. 여성을 결정짓는 X염색체와 관련돼 나타나는 질환은 모계를 통해 유전되는데 혈우병, 근이양증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선천적 장애는 유전적 요인 외에도 임신 첫 3개월의 자궁 내 감염, 약물 남용 때문에 생긴다. 절반 정도는 원인을 모르는 환경적 요인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분열이 왕성한 남녀의 생식세포에서 환경적 요인에 의해 돌연변이가 생긴다면 다가오는 세대들에게 유전병을 전달하는 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일반적으로 임신을 하고 나서 유전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가족 중 이미 알려진 유전병이 있을 때, 근친 간의 결혼, 임부의 나이가 35세를 넘었을 때, 임신 초기에 술이나 담배 등 기형유발 물질에 노출됐을 때 등이다.
누구나 7~8개의 치명적인 열성 유전자는 있다 의사는 태아나 아기가 유전성 병으로 판단되면 보호자에게 이 병의 자연 경과와 예후를 설명하고 치료와 교정, 재활을 위해 적절한 전문 의사와 상의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태어날 아기에서의 재발 위험도를 결정하고 이를 위한 방법을 설명해준다. 의사는 재발 방지를 위한 방법들을 강요할 수는 없다. 유전병이 있는 아이는 태어날 권리조차 없는 것인가를 보호자에게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산부와 가족은 실제 유전병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고 부인하고 뒤이어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분노하고 우울에 빠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자포자기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유전병은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어떤 유전병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가벼운 유전병 환자는 정상적 활동의 제약이 없이 생활할 수도 있다. 환자끼리 모임을 결성해서 최신지식과 각자의 경험 등을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유전병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유전병 환자들이 재단을 통해 서로 돕지만 우리는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유전병을 숨기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7~8개의 치명적인 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누구도 유전병이 있는 가계에 돌을 던질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