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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년 3월 2일 > 다시 3월에 ... 3월, 첫째 주 개강일이다. 압구정역, 노상주차장에는 현다우 버스 3 대가 나란히 서있고, 긴 의자 옆에서는 커피를 타는 손길이 분주하다. 하나 둘씩 모여드는 야수회원들 - 겨우내, 가슴에 묻어두었던 따스한 계절의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회원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 하고 정겨운 인사를 나누는 상기된 얼굴에서 봄을 향한 부푼 설렘을 본다. 눈길을 돌릴 틈 없이 커피를 준비하는 사이 회원들을 가득 태운 현다우버스가 출발신호를 재촉한다. 양평군 단월리 개강지로 출발! 머리를 쥐어짜며? 오늘 받은 회비 계산에 골몰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니 유리창너머로 백설이 하얗게 뜰을 메우고, 산등성이의 잔설은 겨울의 잿빛그늘을 더욱 서늘하게 한다. 음식점에서는 야수회원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느라 오전 내내 분주했단다. 점심식사를 주문하고 이어지는 총회에서는 회계보고와 감사보고가 있었으며 올해 선출된 임원들의 소개인사에 회원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십 분을 걸어서 돌아가니 사생을 하고 있는 야수인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좋은 볕이 드는 따뜻한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드는가보다. 삼삼오오 모여 그림그리기에 몰두하는 야수인들의 뒷모습에는 겨울의 시린 기운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봄에 풀어야할 숙제가 있는 듯 모두들 붓과 한판 씨름중이다. 단월리의 풍경은 오랜 세월 묻어둔 시간을 회상하기에 충분하다. 마을 곳곳에 서있는 고목의 뒤틀린 나뭇가지와 거친 나뭇결은 한 세월 긴긴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마을의 눈물과 기쁨을 함께 알았고, 이 거리의 이별을 배우며 늙어왔을 것이다. 때로 사랑도 하고 애환의 뿌리를 길게 묻어왔을 고목의 한세월을 생각하며 깊은 상념에 젖어본다. 길 건너 보이는 산등성이에 서있는 잿빛 나뭇가지는 앙상하고, 길게 뻗은 자작나무 빛바랜 하얀색은 겨울의 서늘함을 남겨놓았지만 잔설이 덮인 그늘은 부드러운 바람에 밀려나고 있었다. 동네를 한 바퀴 휘둘러보다가 돌담 옆에 자리를 잡고 화구를 펼쳤다. 하늘로 길게 뻗은 자작나무를 스케치하느라 멋지게 줄을 좌악 좌악 긋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던 김ㅇ선 재무님은 30분 만에 채색까지 마치고 개강파티를 준비하러 가야한단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재무님과 함께 하려면 반 박자 느린 나는 언제나 서둘러야한다. 해서, 화구를 쨉싸게 쓸어 담고 걸음을 재촉하며 뒤를 따랐다. 음식점 앞마당에는 준비한 고기와 야채와 김치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바베큐 판에 숯불이 달구어지자 냉기 서린 의자에서, 제자리에 서서 ,때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시끌벅적한 앞마당의 축제 분위기는 시작되었다. 쌀쌀한 날씨에 그림그리기에 열중했던 회원들은 바베큐 판 주위에 모여들어 노릇노릇 잘 구워진 삼겹살을 안주로 지난계절의 일상을 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그림을 열심히 그리는 사람들은 무엇이든 열심인가 보다. 야수인들의 열심한(?)식성에 준비해온 고기와 야채가 모자라서 분위기가 잠시 주춤했으나 사무국장님의 공수작전으로 고기를 준비하고 야채와 술을 급히 조달해서 개강축제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잔 . . . 두잔 ... “ 캬 아 ~~~!!! 줙인다! ”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동안 단월리의 햇살이 회원들의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그림을 전시하고 버스에 올라 앉아 내려다보니 동네 한가운데 자리한 단월중학교 운동장에 부드러운 햇살이 가득하다. 이곳에도 학생들의 생동하는 기운으로 봄풀들은 잠에서 깨어나겠지... 단월리의 들판과 고목에 푸른 잎이 무성하듯이 따스한 봄날엔 우리 야수 회원들의 가슴속에도 푸른 꿈이 가득가득 채워졌으면 하는 마음을 빌어본다, ♡
< 08년 3월 9일 > 운악산 자락 현리에서... “날씨가 좋다고 하네요.” “오늘은 그림그리기 좋겠다-아 ” “두 점을 그려야겠어! ” 따뜻한 봄날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 오늘 사생을 예견하는 회원들의 표정이 밝다. "오 라 아 ~~ 아 이잇 !!! ” 멈추지 않고 달리는 현다우버스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열차같이 숨이 가쁘다.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현리 사생지에 도착하니 10시25분, 새소리와 동네 강아지 짖는 소리가 마을의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단아하게 자리 잡은 문화회관 뒤편에는 운악산이 빛바랜 사진처럼 우뚝 서 있고, 산자락을 타고 흘러 내려오는 냇물은 살얼음으로 차다. 개울물 양쪽 언저리에 있는 크고 작은 돌밭길은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다. 회원들은 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평상이나 돌밭 틈 사이에 화구를 펼치며 3월 이른 봄날 운악산의 메아리를 스케치 하고 있다. 후미진 산모퉁이와 형형색색의 천막들, 바위틈사이로 길게 휘어진 소나무, 마른풀더미 사이에 자갈돌... 그리고 사철나무...., 이른 시간 도착했다는 이ㅇ형샘은 “낙엽 밟는 소리가 좋네 ~” 하며 정답고 쓸쓸했던 지난 계절의 여운을 남기고, 사생의 느낌을 간직하기위해 현장에서 돌을 주워 사생 장소와 날짜를 기록한다는 김ㅇ현샘의 남다른 열정이 감동스럽다. 12시, 한상 가득 차려진 문화가든의 점심식사는 푸짐했다. 미리 상을 차려놓으신 아주머니는 회원들이 비워낸 반찬그릇을 가득 채워주시며 따뜻한 마음을 대신하고, 맛깔스런 나물무침과 생선 조림, 우거지 된장국은 회원들의 입 맛을 돋운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 재치 넘치는 말에 폭소가 터져 나오고 사무국장님의 건배제의는 식사시간을 더욱 즐겁게 했다. 한낮--- 햇빛이 따사롭다. 회원들은 냇가 양지바른 돌밭 길로 가서 나머지 그림에 몰두한다. 평상에 자리잡은 지ㅇ희샘은 현장에서 구한 화로구이 불판과 스티로폼 통이 화구의 무게를 줄인다며 일러주셨고, 바람을 피해 볕이 잘 드는 천막 옆에서 그림을 그리는 김ㅇ현샘은 손수 염색해 쓰고 다니는 멋진 모자만큼이나 개성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긴 휴식 끝에 오는 낯 설음 때문이었을까... 여느 때 보다 조금 이른 4시30분경. 현리의 풍경을 담아낸 그림을 전시하고 버스에 올랐다. 회관 뒷 편 어딘가에 있는 졸고 있는 듯 한 송아지 바위틈 사이에 휘어진 소나무한그루 운악산계곡과 너른 들판. 어디선가 아득히 피어오르는 신기루 같은 연기...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운악산자락을 뒤로 하고 야수인을 태운 버스는 다시 압구정을 향해 달렸다.
< 08년 3월 16일 > 민속마을 외암리에서.... 오늘 사생지는 충남 아산시 민속마을이다.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곳이지만, 예전에도 사생지로 추천되었다고 하는 이곳은 선조들이 이어온 전통적인 민속마을이라고 해서 내심 반가웠다. 이조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선생님께서 고종에게 하사 받아 지었다는 이 마을은 참판댁을 중심으로 영암댁, 송화댁, 참봉댁이 있으며, 크고 작은 양반가와 초가들이 마을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을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설화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앞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는 외암리는 풍수지리를 따라 지어진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마을이었다. 다리를 건너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마을의 인심을 말해 주는 듯 익살스런 표정의 장승가족과 솟대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다. 초가와 기와가 모여 있는 마을은 구불구불 돌담을 사이에 두고 있어 더욱 정감이 간다. 돌담이 높이 쌓여진 대가의 내부 정경이 궁금해서 발꿈치를 높이 들어 내려다보니, 일반 시골마을과 다를 것이 없는 부엌아궁이와 몇 그루의 나무가 있는 앞마당의 정원이다. 그러나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집과 집으로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돌담과 그 위를 길게 휘어 넘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대나무를 헐겁게 짜서 고리로 대충 엮어 놓은 사립문이 시간을 멈춘 듯 여유를 느끼게 한다. 유유히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옛 고을의 논두렁과 한적한 뜰을 걷는 조그만 해방감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마음 놓고 무언가를 그릴 수 있는 자유는 또 다른 내면의 감성을 자극한다. 냇물을 따라 10 여분 올라가니 솟을 대문이 있는 대가가 보인다. 그 옆에는 나지막하니 덤덤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초가와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 나무가 있었다. 여느 곳 보다 주변 조경이 잘 되어 있어 표지판을 보니 이 고을에서 제법 유지로 살고 있는 참판 댁이라 한다. 일찌감치 와서 자리 잡은 최ㅇ원 샘은 참판댁 솟을 대문과 전경을 그리면서 그림에 관심 있는 관광객의 질문에 투박한 듯 정감 있는 말씨로 일러주신다. 12시, 설매 식당에 들어서니 보글보글 찌개에서 나오는 맛있는 냄새가 입맛을 자극한다. 시원한 버섯두부찌게를 그릇에 담아 국물 맛을 본 윤ㅇ배샘은. “ 야아~ 맛있다! 정말 맛있네 에~ 그치 맛있지!! 너무 맛있다 아~~ ” 하며 맛있다쏭을 연발하며 시원한 국물 맛에 푸욱~ 빠졌고, 옆에 앉아 있던 회원들은 덩달아 시원한 국물 맛에 풍덩 빠져버렸다. 몇가지 나물과 물김치 배추김치 찬그릇이 여기저기에서 비워지는 것을 보면 이곳 주방아주머니의 음식 솜씨도 보통은 아닌 듯 싶다. 네 시쯤 되었을까……. 홍ㅇ빈 샘은 여러 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다가 참판 댁까지 올라 오셨다. 이곳 전경이 좋다며 몇 장을 찍다가 유년시절 고향의 향수를 회상하던 샘은 명절 제사음식에 대한 기억과 마을의 잔칫날 동네 이야기를 해 주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내려오는 길목에는 마을의 역사를 함께 한 느티나무와 노송이 골목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시골마을의 정취를 더욱 고풍스럽게 한다. 마을 입구 주차장 한편에 그림전시가 열렸다.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주변이 다소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웠지만 그림에 관심 있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알맞게 답을 해주는 추ㅇ태샘. 그림 그리는데 사용한 돌멩이 한 조각이라도 소중하게 여기는 박ㅇ삼회장님, 어수선한 가운데도 한 장 한 장 사진촬영에 소홀함이 없는 홍ㅇ빈부회장님, 회원 한 분 한 분 모두가 야수회를 지켜오는 버팀목으로 손색이 없다. 돌담사이로 길게 뻗어 있는 나뭇가지에 간간히 꽃망울이 맺혀있다. 꽃이 피고 꽃이 지고.....나뭇잎이 떨어지는 계절에도 옛 모습을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는 외암리마을, 분주한 일상 속에서 문득 따뜻하고 정겨운 시골냄새가 그리울 때면 이곳이 절로 생각날 것 같다.
< 08년 3월 30일 > 단양 상천리 산수유마을에서..... 지난 며칠 동안 비가 내렸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도 제법 쌀쌀하게 불어왔는데……. 날씨는 요술처럼 변덕을 부려도 계절은 어쩌지 못하나 보다……. 추운 겨울 잘 이겨냈을까 걱정했는데 기특하게도 노란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충북 단양 상천리 산수유마을이라 했다. 주차장에서 10여분쯤 걸어 오르는 언덕길은 흙냄새가 진동한다. 철없는 새싹들과 작은 들꽃들이 꼬물꼬물 살아서 움직이고 눈앞을 가리는 금수산과 신작로길 나뭇가지에도 초록물이 오르고 있다. 비를 맞아야 무지개를 본다고 했던가……. 밤새 흠뻑 젖은 산수유꽃향기가 물소리와 섞여 더욱 진하게 밀려온다. <금수산얼음골> 표지판을 따라 돌아가니 지난 가을 낯익은 초가 구옥과 키 낮은 돌담을 덮고 있는 덩굴가지들, 양철로 엮어 만든 녹슨 풍경이 시선을 끈다.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는 산수유는 우물 옆에도 한그루, 담장 옆에도 한그루, 텃밭에도 있고 외양간 옆에도 있다. 이렇게 마을 안길과 주변들녘 구석구석에서 노란 꽃망울을 피워내며 구름솜 같은 봄날을 채색하고 있다. 후미진 구석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야수인의 하얀 종이위에 오랜만에 노란 꽃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풋풋한 여린싹도 푸른색으로 채워진다. 슬레트 지붕의 양철집 녹슨 풍경이 그리웠을까... 건조장 찰흙집이 그리웠을까... 50호 가득 메운 산수유를 바라보는 야수인의 가슴에는 어느새 훈훈한 꽃바람이 일렁이고 있었다. 오후5시, 주차장입구에는 대소쿠리에 담겨져 있는 봄나물과 더덕 밑반찬 행상이 늘어서 있다. 어느새 야수인의 손에는 나물보따리 하나씩 들려지고 파장하는 아주머니의 목청은 더욱 높아진다.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는 산수유 꽃망울은 아주머니들의 순박한 눈매와 어찌 그리 닮았는지……. 이 계절에는 산수유 가득한 시골마을 인심을 선물로 받아 가슴 훈훈해지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 08년 4월 13일 > 강화도 화도면 후포항에서... ...방금 초지대교를 건넜어요... 장화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제법 근사한 팬션이 있고... 이곳은 서해의 일몰을 볼 수 있는 곳 이예요.... 저 너머로 동막 해수욕장이 있는데... 좌우로 둘러보며 강화지역을 알려주시는 홍ㅇ빈부회장님의 설명에 귀가 즐겁고, 차창 밖으로 따라 오는 논밭과 확 트인 서해바다와 은빛갯벌에 눈이 즐겁다. 짠 내 풍기는 신선한 갯내음이 우리를 유혹하고 산과 들, 꽃향기까지 실컷 들이마시니 콧바람에 마음속까지 흥이 절로 난다. 방금 전 까지 회비계산 착오?에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느슨해져서 산 넘고! 바다 건너! 물을 건너 쎠어! 쎠! 쎠!! ~ 신명나는 해안도로를 감상할 수 있었다. 강화 해안을 따라 깊숙이 들어와서 자리 잡은 후포항은 소금기 가득한 갯벌과 습기 찬 바람으로, 살아있는 바닷가 삶의 현장을 느끼게 한다. 출항을 준비하는 고깃배, 그 어부의 손길이 바쁘고 망가지고 흐트러진 그물을 엮는 사람들의 손놀림도 바쁘다. 끼 룩 ... 끼 룩.. 끼루 욱...... 갈매기의 비상이 하늘의 풍경을 그린다. 즐비한 어판장과 다양한 수산물들이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져 있다. 생생한 현장 사진처럼 바닷가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야수인들은 애틋한 어부의 마음으로 정박해 있는 어선을 손질하고 있다. 좀 더 유연한 곡선으로 ……. 좀 더 멋진 풍경 속으로 ……. 그림 한 장에 몰뚜! 하시는 김ㅇ식샘은 어디로 가셨을까.... 값이 나가는 배를 그릴꺼~ 얼!... 하는 이ㅇ표샘의 투정이 사랑스럽고, 민ㅇ홍샘은 먼데서의 그리움으로 가득한 배 한척을 봄 햇살에 말리고 있었다. 반짝이는 너른 바다는 물살을 가르고 물안개 가득 피어오르는 산새는 무릉도원과 다를 바 없다. 갯벌과 바다, 그리고 산과 들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자연 풍광은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이리저리 마음을 잡지 못하던 박ㅇ미샘은 느지막이 물안개를 실어 나르고 한ㅇ자샘은 화폭을 가로지르는 시원한 붓질로 무릉도원을 단숨에 삼켜? 아니 잡아먹었다. ^^ 시원한 매운탕 얼큰한 국물맛과 정ㅇ재샘의 푸짐한 밴댕이회 한 접시,한ㅇ자샘 문하생의 딸기 한소쿠리에 이ㅇ훈샘의 쭈꾸미 선심에 -―- 소주까정,,, 압구정으로 돌아오는 버스 옆자리에서 “아~ 하앙!~ ~ 오늘은......정말...... 행복한 하루였다고... 후기에 써어 주웅~ ” 하며 애교 섞인 콧!쏘리 부탁하는 홍ㅇ순샘의 양 볼에는 뽀-샤-시 물안개가 피어나고 있었다.^^
< 08년 4월 20일 >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에서... 푸르다……그리고 자유롭다. 눈을 한번 감았다 떠보면 화악! 매듭이 풀리듯이 만개의 절정 속에 세상이 달라져 있는데 그저 놀랄 뿐이다. 나무는 하늘로 쭉쭉 뻗어 숲을 이루고, 벚꽃과 배나무 하얗게 꽃눈 날고 목련이 탐스런 꽃송이 바람에 날리면, 진달래 산등성이마다 점점이 붉은 그리움으로 피어나고 철쭉은 때를 기다리며 봉오리를 열고 닫는다. 청명한 4월 햇살아래, 산새는 그렇게 연두와 초록으로 푸르러 가는가....... 가지마다 물이 올라 맑은 공기를 흔들며 새순으로 돋고 그렇게 높고 낮은 산소리로 이야기하는가..... 이사회를 마친 풍물기행 야외식당에는 회원들로 가득했다. “나무울~ 빨랑 주세요― 밥! 주세요― 막걸리 추가요!! “ 양푼 가득 보리밥 덜고, 새싹과 산채 나물 섞어 고추장에 비벼 먹는 그 맛!! 상추와 깻잎 그리고 청량고추에 쌈장 듬뿍 찍어 한입 베어 먹는 그 맛!! 청포묵 도라지무침과 함께 시원한 막걸리 한잔 들이키는 ㅋㅎ~ 바로 이 맛!! 다시 말하면 무엇하랴 - 그림에 열중하려면 그만큼 공들여 먹어야하는 것을,,,,^^ 한가득 물을 받아든 물통이 절로 흔들흔들, 어깨도 조금씩 흔들어 가면서 청룡저수지로 돌아 내려가는 길, 막걸리 한잔에 취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란한 풍경은 보면 볼수록 숨이 차고 가슴 조이도록 설레인다. 그늘지고 아늑한 곳에 은신처를 마련하신 조ㅇ아샘은 저수지를 바라보며 화구를 펼쳤다. 4월의 강한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그리다가 쉴 겸해서 은신처로 건너가니, “나는 이렇게 그림을 그려요. 자유롭게....기분에 따라....때로 망치기도 하고.... 오늘 하루 이렇게 즐기면서 그려요. “ 문인협회에서 시를 쓰신다고 한것 같은데.... 하얀 물감 뚝뚝 떨어뜨리는 싸리꽃과 밭에 심은 고추모종 이야기를 하시는 샘의 모습에서 진정 야수인다운 자유로운 감성이 베어 나온다. 여린 감성을 어찌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화실 문을 두드리고 그토록 갈망하는 그림을 시작했던 계절도 지금과 같은 봄날이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바람 같은 것이지만, 밀려오는 감동으로 가슴에 살아있는 환희와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그림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자유로운 감성으로 붓을 잡기보다는 머리를 싸매고 그림책에만 열중했던가. 계절의 감동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자연의 화실을 즐긴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며 자신 있게 추천하신 정ㅇ재사무국장님의 말씀처럼 그림속의 풍경 또한 자유롭고 다채로웠다. 남사당패의 근거지였다는 청룡사와 그 애환이 깃든 곳 바우덕이 묘가 있다는 청룡저수지, 만개한 봄꽃과 배나무 꽃처럼 보이는 하얀 꽃나무, 서운산을 배경으로 하는 초가 구옥들……. 신작로 길 따라 늘어선 가로수 시골집풍경과 남의 집 들판을 통째로 가로채 밭을 메는 어느 농부의 그림과, 인물화에 이세열 어린이의 봄날에 사과나무, 환상적인 색채로 마무리한 박ㅇ자샘의 그림까지……. 오늘의 푸르고 자유로운 색채와 숨 가쁜 계절을 담는 야수인의 화폭에는 봄날이 점점 짙어져가고 있다……. ♡
< 08년 4월 27일 > 충북 음성군 사곡리에서..... 킥! 킥! 킥! ^^ 비가 그쳤다. 복사꽃잎 떨어져 못 볼까 걱정했는데..... 아마도, 현다우버스 선대장 우직한 카리스마의 정ㅇ재사무국장님,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 아뉘져~ 건장하고 우람한 체격의 우!!리스마 손ㅇ환샘, 추샘까지 합세해 빼옥히 뿌려놓은 거미줄의 덧을 봄비란 녀석도 무서웠을껏이다.^ 자갈돌이 넓게 깔린 <두메산골>집 앞마당 어제 내린 봄비로 여러 곳에 물웅덩이가 패여 있다. 소나무와 전나무 밤나무가 우거진 숲, 꽃잎 떨어뜨린 벚나무가지 늘어져 있는 산등성이 아래, 자작나무를 끼고 오른편으로 돌아가니 길게 늘어선 사철나무는 잎새마다 이슬을 담고 민들레 풀꽃 고실고실 살아있다. 파릇한 잎사귀 무더기로 깔려있는 노란 꽃다지, 집근처 텃밭에서 눈이 부시다. 다닥다닥 초록 잎 사이로 길게 나온 민들레홀씨 하나 둘씩 바람에 날리고... 땔감을 수북이 쌓아놓은 부지런한 농부는 새벽녘에 일어나 밭을 갈아두었나보다. 고단한 일을 마친 경운기와 농기구들 쉴 곳을 찾아 담벼락에 기대어있다. 쓸쓸한 거리......조용히 내려 앉은 평화...... 푸른 장막의 축축한 신작로 길은 눈감으면 떠오를 것 같은 단편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득한 세월 속에 가려져 있고, 가파른 산비탈과 물가의 평평한 곳에 백색 연분홍 진분홍빛깔로 피어있는 복사꽃, 엊그제 내린 비에 꽃이파리 떨구고 남아있는 모습은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숨어있다. 꽃잎 한 장 떨어져도 봄이 가는데 비바람에 흩어져 날리니 안타까운 마음 어찌하나.... 빛을 발하는 만개의 절정 속에 황홀했던 시간은 가고 잿빛 하늘 아래 연분홍 수채화처럼 녹아드는 봄날의 우수는 슬프고도.....감미롭다. 실개천 건너 복숭아밭에 자리 잡은 사람들 모두가 무릉도원의 신선이다. 기와집 앞마당에 난데없는 복사꽃 지천으로 깔아놓은 이ㅇ훈샘 “어차피 인생은 사기야!! ” 하는 너털웃음이 보기가 좋다. 헛간 구석에서 복사꽃을 피워낸 야수인들, 오늘같이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숨겨 놓은 요술지팡이 마법 또한 범상치 않고 은백의 머리에 소라색 모자로 멋을 낸 지ㅇ희샘은 식당 계산대 옆에서 그 옆에 김ㅇ순샘, 또 옆에 자리 깔고 있는 재무 한명!^^ 스쳐가는 비를 피했을 뿐인데 어느새 연분홍 탐스런 꽃송이를 품고 나왔다. 마음속내까지 평화와 안식으로 즐거울 수 있다면 무색투명화지위에 보이지 않는 생명 하나 심어놓고 잿빛하늘, 비바람치는 폭풍의 언덕을 푸른 하늘 뭉개구름으로 그릴 수 있다면, 지나가는 바람도 날리는 꽃이파리가 되고 어둠이 깔린 저녁노을도 4월하늘 빛나는 태양이 될수 있다면 그래서 세속의 티끌을 지워버릴 수 있다면..... 꿈을 꾸고 있는 동안 무릉도원 신선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행복한 야수인! 이다. 이상 끄읕!^^ ♡
< 08년 5월 4일 > 파주 장곡리 공릉저수지에서.... 서해로 서해로 굽이치며 한참을 돌아왔다. 오랜만에 긴 휴식을 취하는 공릉저수지- 수면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시간을 잃은 듯 의자에 기대여 앉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그 뒤에 또 하나의 의자 - 자유롭게 앉아서 사생을 하는 야수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오늘 입회하신 김ㅇ영샘의 사생모습도 녹음의 짙은 초록에 스며들어 어색하지 않는 한편의 풍경을 만든다. “사랑도 정열이 있어야 하는 거지. 정이란 게 미운정 고운정이 있어서 함께 갈수 있는 거야. 나이 들면 정열이 없어서 사랑을 할 수 없지만 정은 나이에 상관없이 꾸준히 가는 거야……. “ 조금전 지ㅇ자 샘의 말씀을 생각해보니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야수회를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그들도 그림을 사랑했듯이 야수회를 사랑했을 것이다. 열정적으로 온힘을 다해서……. 돌이켜보면 부족했지만 사춘기시절처럼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의 시간이었다. 미진했기 때문에 그만큼 아쉽고 그리운시간들이 아니었을까……. 물처럼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피곤하게 돌아오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메말라버린 가슴에 아름다운 향기를 심어주는 야수회가 지내온 20여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기쁨과 영광이 슬픔과 비애가 교차된 세월이었다. 스무 번의 매듭을 풀고 엮어가면서 파릇한 새순의 설레임과 푸르게 우거진 숲의 그늘과 가을의 풍성한 결실과, 산에서부터 내려오는 겨울 - 그 여백의 아름다움이 있기까지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가. 지금 야수회의 거대한 물결도 험한 산을 넘고 계곡을 지나 먼 길을 돌아왔다. 한시름 앓고 기쁨과 슬픔을 겪으며 살아온 사람만이 향기를 지닐 수 있듯이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묵묵하게 그림을 그리는 야수회의 향기가 저수지의 물보라처럼 잔잔한 빛으로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추신) 이번 사생후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생의 내용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잔잔하게 빛나는 공릉저수지를 바라보며 생각나는 내용을 자유롭게 올렸습니다. 모두가 끼리끼리 모인다고 하지요? 그림을 좋아하는 야수회원을 생각하면 언제나 머릿속에 맴도는 글귀가 있어 두서없이 적어봅니다. 바람이 바람을 만나며 약속하고 만나던가…. 물이 물을 만나며 허락받고 만나던가…. 불이 불을 만나며 기다렸다 타던가…. 언제나 열려있어 만나면 하나가 되는 것을…. - 중 략 - 저마다 어느 때나 가슴으로 불어가 님의 사랑 바람이라 하소서. 저마다 자유롭게 흘러가 님의 사랑 물이라 하소서. 저마다 때가 되면 타 들어가 불꽃을 일으키며 님의 사랑 불이라 하소서. ♡
< 08년 5월 10~11일 > 연휴사생 봉평,주문진항에서.... ‘도시로부터의 탈출!’ 우리는 회색빛 그늘을 떠난다. 길고 긴 차량행렬 만큼이나 늘어진 시간으로 사생시간이 짧아질까 걱정하는 화우들,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하루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사무국장님의 말씀에 한결 편안한 여정으로 창밖의 자연을 절?긴다 불량클럽의 수다는 귓전에서 맴돌고 차창너머 뜰을 메우고 있는 햇살은 보석으로 빛난다. 하얗게 밤을 지새운 팔당역, 낯선 땅 낯선 하늘 아래 간이역은 정오의 햇살을 받아 긴 여운으로 남고..... 정갈해 보이는 두물머리의 수면에 비친 그림자는 고요하고 호숫가 건너편에 보이는 마을을 잇는 다리가 정겨움을 더한다. 이효석의 생가와 ‘메밀꽃 필 무렵‘을 소개하는 조성모 기사님 설명을 들으며 둘러 보는 봉평 읍내에는 산도 있고 골짜기도 있고 실개천에 놓인 섭다리 방앗간이 있어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2시반쯤 되었을까. <물안개 피는 강가>펜션에서 준비한 매운탕과 나물 그리고 논냉이로 늦은 점심식사를 마친 야수인들, 허기를 채운 뒤 서둘러 마을 풍경과 팔석정으로 나누어 사생지로 흩어졌다. 느티나무가 소박하게 드리워져 있는 마을, 모종을 끝낸 밭 언저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잎새와 하얗게 흐트러진 철쭉, 먼 산의 배경으로 길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화구를 펼치니 커피를 내어 주는 아주머니, 그래도 실례가 될까 싶어 ‘커피 드실라우?’하며 정겨운 사투리를 건넨다 해가 엷어질 무렵 시작한 사생시간, 두시간쯤 지났을까.... 봉평 읍내에서 부는 마른바람이 솔솔 붓끝으로 들어와 헤집으며 뼛속까지 스미고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부족한 냉기가 손끝까지 시려와 면장잡을 끼어 보려하지만 언젠가 ’그림은 손의 감각으로 그리는 것이라서……. ‘ 라는 정ㅇ재샘의 말씀이 생각나 슬며시 빼어내 시린 손을 비벼본다. 조선시대 명필 양사언이 한눈에 반해 놀고 갈만한 곳 팔석정, 큼지막한 바위틈에 뿌리내린 소나무는 그 운치를 더하고 붉게 물든 여린잎 진달래 연산홍은 그토록 긴 시간 강한 햇볕과 바람을 견디며 뿌리를 어찌 내렸을까.... 아무것도 기댈 곳 없이 옹골차게도 바위보다 더 강한 인내로 바람보다 더 질긴 인연으로 삶을 지탱하고 있다. 골짜기를 넘고 돌아 크고 작은 바위를 휘감으며 아래로 몸을 내맡긴 물살은 더 세차게 한없이 흘러간다. 새싹 비빔밥으로 저녁을 하고 이어지는 비닐하우스에서의 바비큐파티는 즐거웠다. ‘잠 깐!! 잠 깐! 좌안 깐!~’으로 시작되는 즉흥적인 시상의 주인공 장ㅇ석샘은 판소리 운율이 가미된 변사풍의 소개로 폭소를 터뜨리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하늘거리는 가벼운 몸짓에 배가 아프도록 웃음이 떠나지 않는 자리를 만든다. 고소한 생고기 바비큐에 그 진한 복분자와 시원한 맥주! 그리고 웨이브~ 좋은 음식과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끼리 어깨를 마주하며 보낸 저녁시간은, 별이 총총한 밤이 되도록 그칠 줄 몰랐고, 한명 한명 소개되는 야수인의 개성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자정이 지난 시간,. 옆에서 곤한 잠을 자던 구ㅇ숙샘이 나를 더듬는다. ‘.......윽! .........아악! ~...........이러지 마세여........흐엉~~~~................’ 다음날, 우리는 팔석정을 옆에 끼고 푸른 아침을 맞았다. 새벽부터 일어나 코끝이 빨개지도록 그림을 그리는 야수인들의 정열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굵직한 바위덩이와 철쭉, 돌아치는 물살까지 팔석정을 그대로 화폭에 옮겨 놓은 정ㅇ재사무국장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구성력 한국의 샤갈 박ㅇ자샘 뜨끈뜨끈한 부엌 아궁에 장작불을 지피는 김ㅇ현부회장님 연륜만큼 물맛의 깊이가 진하게 전해지는 곽ㅇ진감사님의 그림과 인물화에 장ㅇ석샘.... 봉평을 사생한 화우들의 그림전시를 마치고 아홉시 조금 지난 시간 현다우버스에 올랐다.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주문진항,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사람들의 물결이 가득하다. 저렇게 출렁이는 바닷물도 무심히 흘러 바다로 섞인 물이겠지만, 푸른바다를 막막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바다의 짙푸른 색채, 색과 문양 무지개 같은 그림들이, 그림속의 떠오르는 환상들이 수면위에 펼쳐진다. 방파제 위에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다, 멀고 가까이에서 몇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수평선을 그리고 오징어잡이 배와 경비선이, 주진호 구성호 시연호 삼진호등 크고 작은 어선들은 하얀 깃발을 올린다. 판지위에서 잡일을 하는 어부들, 살아서 꿈틀대는 생명, 그 푸른 싱싱함, 녹색 파도에 바람 따라 밀려드는 하얀 포말... 구름이든 비바람이든 그리고 싶은 충동이 일고 있는 야수인의 마음을 알까.... 바다의 깊이 있는 사색을, 끝없이 올라 있는 푸른 하늘의 높이를, 해변의 길이 만큼 넓은 대지를..... 신선한 감각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꽁치 어판장 옆에서 온종일 사생을 하던 김ㅇ선재무님, 방금 잡아 올린 꽁치회를 두 접시 크게 담아와 회원들의 배를 불리고, 크고 작은 어선과 도도한 물살 거센 바람이 불어대는 바닷가, 바위섬, 파도, 갈매기 그리고 떠나가는 배.... 슬프고 따뜻한 이야기 가득한 주문진항의 사생을 담은 야수인은 화구를 정리한다. 돌아오는 길 현다우 비밀하나, ‘목메인 세월....물에 비 맞으며,비의 물 맞으며~’를 부르는 거미왕자님의 애절한 창법에, 타들어 가는 음색 그 쩔깃 쩔깃한 목소리의 주인공 김ㅇ현샘의 가창력에 콧소리 팡팡 터지는 이ㅇ숙샘의 애교에, 고ㅇ영샘의 21세기 놀이문화에 신입답지 않은 신입 손ㅇ식샘의 기백에 놀라고, 스무고개?의 주인공 박ㅇ해샘 덕분에 그리고 조성모 기사님의 탁월한 선택으로 주말연휴의 숨 막히는 도로를 시원하게 달려올 수 있었다. 돌아와 앉아 종이 한 장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주문진항의 푸른 물결 푸른 바람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 물안개 피는 팬션의 푸른 아침을 기억한다..... 우리가 지금껏 순수를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산과 물 돌맹이,아름다운 계곡을 보며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눈을 씻고 따뜻한 가슴에 깊이 새긴 때문이 아닐까..... ♡
< 08년 5월 18일 > 양주시 마전동에서....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칠 줄 모르는 빗발사이로 달빛처럼 은은하게 비추는 수은등은 나른함을 더하고 우수에 찬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푸르게 출렁이는 신록, 코끝으로 아카시아 꽃향기 밀려오고 작은 바람에 가늘게 매달린 꽃잎, 마지막 봄의 여운으로 남아있다. 그래서였을까…. 요동치는 마음 진득하게 앉아있지 못하고 바지아랫단이 흠뻑 젖어 몸에 휘감기도록 비오는 신작로 길을 이리 저리 부산스럽게 휘젓고 다녔다. 동네 골목골목을 순찰하듯이 부회장님과 한바퀴, 자문위원님과 한바퀴. 내친김에 또 한 바퀴 돌고…. 마전동 신작로 길, 실개천 옆에 정자하나, 성공회 건물이 한적하게 자리 잡고 말끔하게 정리된 양옥집이 여러 채 들어서 있다. 정자 위쪽 비닐하우스에서는 오이 호박 딸기와 토마토가 가득 심어져 있고…….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 시골마을의 풍경이지만, 별을 그리는 마음이라면 하얀 종이위에 붓의 감촉을 느끼고 있는 야수인에게는 신선한 감각으로 전해진다. 비가 오면 더욱 예민해질 수 있지만 비를 피해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정자위에서 비닐하우스에서 처마 밑에서 서로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비오는 날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한데 모여 그림을 그리면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처럼 보기만 해도 웃음이나오고 신선한?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는다. 킥! 킥! 킥! 캑! 캑! 캑! 콕! 콕 !콕! ^^ 4시쯤엔 사생지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고ㅇ영샘, 트렁크 가득 실려 있는 라면을 꺼내 보인다. 우와!! 컵라면 두 박스, 커다란 들통에 김치에 휴대용 버너에 끊일 물까지, 비오는 소리를 들으며 먹는 컵라면의 온기는 마음의 고랑을 타고 들어와 속까지 개운하게 해준다. 야외 평상에 둘러 앉아 라면을 먹는 중에 지ㅇ자선생님, “...비오는 날 우리는 라면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니야 추억을 먹고 있는 거야...“ 하신다. 나뭇가지에 우산을 매달고 가부좌 틀고 계신 손ㅇ왕샘 득도하셨는지요? 이ㅇ오샘 오랜만에 나오셔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보라색 멋진 비옷 산뜻하게 차려입은 지ㅇ자샘, 다음 비요일 에는 보라색우비 잘 챙기셔야 할 거예요.^^ 웃음소리에 이끌려 소녀 같은 미소로 답하신 지ㅇ자샘 유ㅇ화샘, 추억의 사진 한방 찍었습니다! 젊은 느티나무의 젊은 오빠 박ㅇ식샘, 센티멘탈보이 김ㅇ영샘 이ㅇ규샘, 비요일의 추억을 만드셨나요? 이리보고 저리봐도 여전히 칼바드마? 정ㅇ재샘, 무게중심 잡고 가만히 계신줄 알았는데 4장이나 그리셨네요! 김ㅇ식샘, 김ㅇ선재무님 주인댁의 야박한 인심으로 걱정했는데……. 비닐하우스에서 무사하셨는지요. 세월의 강을 무심히 흘려보내신 이ㅇ환자문님, 오늘같이 을씨년스런 날씨에 요술지팡이로 뚝딱! 건물 한 채 지어서 부자 되셨네요.^^ 일산댁 구여 운 두 분 황ㅇ숙샘 김ㅇ정샘 앞으로 자주 뵐 수 있겠지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물하신 고ㅇ영샘 감사드립니다.^^ 신나고 재미있는 이야기보따리 권ㅇ실샘! 예언컨대 늦둥이 아들 덕에 복 받으실거예요옴!! ^^
< 08년 5월 25일 > 포천 양귀비농원에서.... 양귀비,,, 그 이름만 들어도 취하는 것일까... 마음속 뜰 가득히 양귀비 몽롱한 환상을 심고 한산했던 압구정 주차장에 야수회원들이 모여든다. ' 핫, 뚤, 셋, 넷, .... 쉰! ........ 예순여덟! ' 현다우버스 두 대로 나누어 타고 달리는데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나타나신 바람돌이 이ㅇ훈샘, 아홉시에 일어나셨다 하는데, 이십분 만에 여지없이 맨 뒤 불량클럽자리를 차지하신다. 하나 둘씩 떨어지는 꽃잎, 어디로 갔나했더니만 이곳에 다 모여 있었나 보다. 5월 풀밭의 꿈으로 가득한 정원의 꽃들은 색채의 향연을 만들고 ... 바람에 익어가는 꽃향기를 마시니 마치, 넓게 잘 꾸며진 모네의 정원에 온 것 같은 착각 속에서 목가적이고 서정이 감도는 아름다운 그림 속으로 빠져든다. 그다지 넓은 곳은 아니지만 야트막한 산자락에 여기저기서 수없이 많은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는 언덕을 넘어 온 산야에 술렁거린다.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농염한 양귀비꽃잎, 매혹적인 속삭임은 보는 사람을 흠뻑 취하게 만들어 이ㅇㅇ샘. 박ㅇㅇ샘, 정ㅇㅇ샘, 한ㅇㅇ샘, 추ㅇㅇ샘의 눈을 멀게 하고 가슴까지 허허롭게 비워놓는다. 그 옆 가장자리에는 보랏빛 꿈으로 그득한 앗! 사라(?)비아가 하늘로 향해 있고, 꽃창포와 붓꽃이 큰 꽃잎 떨어뜨리며 붉은 찔레꽃 덩굴로 내려 앉아 시선을 끈다. 작은 언덕 사이의 오솔길 걸어가면 파렛트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여러 가지 들꽃이 무더기로 피어있고, 양탄자를 길게 깔아 놓은 듯한 무지개동산에서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초여름 뿌려지는 색채의 향연은 가족과 친지 친목동호회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재잘대며 뛰어 노는 아이들,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유년시절 남자친구를 우연히 만난 박ㅇ해샘, 상기된 표정으로 사뭇 설레어 보인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바람도 무심히 지나가는 것만은 아닌 듯 꽃잎을 떨어뜨리고, 빛바랜 갈색 흙에서 무지개색을 품고 나와 저토록 진한 향기로 넘실대는 꽃잎 마른땅을 비집고 나와 생명을 탄생시키니 어느날 갑자기 내리는 비도 다 제몫을 하기 위해 마른대지를 촉촉이 적셔 놓고 햇살 좋은날 새들과 곤충과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
< 08년 6월 1일 > 용인 해실리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한가롭고 살기 좋은 마을이었던 이곳에... 헐겁게 매어있는 시골집 대문 사이로 어지럽게 흐트러져 보이는 마당... 가산을 정리하여 도심으로 떠난 어느 농부의 한숨 같아 나를 눈물 짖게 만든다. 늘상 따사롭고 환한 초여름의 햇살도 안채와 사랑채의 속내를 들추지 못하고 마치 외딴섬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녹슨 양철 지붕의 허름한 구옥 몇 채……. 빨간 고추를 볕에 말렸던 집 앞 마당에는 잡초와 가시덤불이 제멋대로 자라나고 버린 듯 쌓여진 장작더미에, 꽃소식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마당 한가운데 길게 뿌리 내리고 있는 고목은 굽어진 가지만큼의 굴곡진 사연과 수많은 이파리들의 나날을 세어가며 주인을 기다렸을까…. 그리움에 지쳐 늘어진 가지들은 힘에 겨워 아래로 누워 있다. 낯선 손님처럼 툇마루에 앉아 밤낮을 새어가며 깨알 같은 글씨로 공부했을 까까머리학생의 빛바랜 노트와 구석구석 내려앉은 먼지들을 보며 나와 인연 없는 슬픔에도 목이 메인다. 아름다운 추억과 꿈으로 채색되는 빛나는 시간도 있었을 것이고 검게 그을린 농부의 순박한 눈매며 다정한 웃음이, 까만 고무신을 신고 한데 어울려 뛰어 놀던 조무래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마을곳곳에 울려 퍼지는 나날도 있었을 것이다. 그 시간 그 일들을 기억하듯이 세월을 확인하는 애틋한 마음으로 가시덤불 우거진 앞마당에 사랑채 툇마루에 헐겁게 엮어진 시골집 대문 앞에 모여 앉아 화구를 펼친다. ♡
< 08년 6월 15일 >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웁쓰! ; 저런, 야단났군, 미안, 아이구 (놀람, 당황, 가벼운 사과의 뜻을 나타내는 소리) 사생지가 바뀌었다. 야수 홈에 올라온 왕산 해수욕장의 사진을 보고 처녀사생지의 새로운 풍경을 기대했던 사람들의 아우성이 흘러나온다. “모야~모야~모야~모야~~모야~ 짠.짠. 사생지가 바꼇네~?” “차라리-----나~~아 내려주고 가~~아. ㅠㅠ” 생지에 도착한 영종도 팀과의 긴급한 연락상황! 왕산 해수욕장에는 영종도 행사로 '인라인 스케이트 대회'가 열리고 있어 간절하게 애원해도 입장은 절대 사절이란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사생장소를 바꾸고 새롭게 식당을 정하는 일도 번거롭겠지만 사생지를 추천한 한ㅇ자샘과 영종도 신입들의 애끓는 마음이야 오죽했을까- 을왕리 해수욕장의 들끓는 인파와 밀려드는 차량 속에서 옆의 차량과 닿을 듯 닿을 듯 곡예를 하는 조ㅇ모 기사님의 운전솜씨도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바글바글 들끓는 인파, 꿈틀거리는 어항속의 물고기들, 햇볕과 바람과 물이 한 데 뒤섞인 해변의 열기는 푹푹 찌는 여름날을 연상케 한다. 사생지에 내려 방풍림 소나무 밑에서 막막하게 서있던 야수인들- 그러나 주춤거리는 것도 잠시,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이든지 그린다 - 오랜 전통으로 내려온 야수인의 뿌리박힌 근성이 발휘되는 시간이다.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마다않고 사생장소를 찾아 헤매이는 초보신입. 유독, 구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2~3년차 야수인들. 그늘 밑에 자리 잡으면 무조건 OK! 앉은 자리에서 서너 장 거뜬히 해치우는 유단자들. 틈새시장을 노리듯 한 뼘의 공간에서도 목적을 달성하는 고수들의 선택까지 사생장소를 물색하고 그림을 그리는 포-옴과 붓을 놀리는 손끝의 각도만 보아도 야수 몇 년차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칼국수!... 맛있는 점심시간에는 영종도 신입들의 <선배모시기>로 떡과 양주가 나오고 수박까지 대령하니 선배들의 후배사랑 가득한 칭찬이 이어지고, 시원한 바지락 국물를 마시며 국수가락 술술 넘어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잔잔한 파도와 부두 위에 느슨하게 메어진 몇 척의 배, 한 컷! 해변의 모래밭과 파라솔을 배경으로, 한 카-앗트! 바다위의 넘치는 햇살, 점점이 떠있는 크고 작은 바위섬을 그려 넣고, 또 한 카앗! 즐비한 횟집과 상가건물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내니 담벼락에 길게 늘어진 그림들이 오늘사생의 열정을 말해주듯 다채롭게 펼쳐진다. 그림으로 행복하고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그림으로 웃을 수 있는 야수인들!! 서로 부족한 점을 메워가고 다독여주면서 약간의 어긋남도 한바탕 유쾌하게 웃을 수 있으며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가는 우리는 어쨋거나 저쨋거나--- 지상최대의 야수인~! 이다.^^ ♡
< 08년 6월 22일 > 안성시 죽산면 매산리에서.... 온 뜰의 담장에 눈부신 장미가 천지를 누비는 때가 되면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3년 전 이맘때 김포 울안리 사생 신입시절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유가 있어 화구가방을 챙겨 들고 산으로 바다로 들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래서인가 사생을 가는 날이면 날개를 단 듯 몸이 가벼워지고 웃음소리가 더욱 커지곤 한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유난히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유ㅇ옥샘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기를 2년 남짓, 이제는 자연을 감상하며 그리고 싶은 장소를 찾아다니기도 하는 여유도 생겼다. 아마도 선배님들의 따뜻한 말씀과 관심이 야수회를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은 양ㅇ순 신입이사님의 배려로 몇몇 신입들의 모임이 있었다. 도와주시는 여러 회원들의 수고로움으로 갖가지 음식이 준비되었고, 나누어 먹는 분위기속에서 선후배간의 대화와 친목이 있었는데, 이런 자리는 신입들이 야수회를 적응하는데 적지 아니 도움이 된다. 신입들의 우정과 선후배간의 관심이 지속되어 야수회의 분위기에 적응하고 나와 같이 꿈을 꾸듯 자연을 즐기며 사생을 하는 회원들이 많이 있었으면 한다. 너른 들판의 초록이 마음의 평화를 느끼게 하는 오늘 사생지에서는 장마가 시작된 여름하늘의 먹구름이 금새 무너질 듯 무겁게 내려앉았다. 오묘한 빛의 하늘은 형체까지 흐릿한 모습에 마음이 끌려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바람의 비밀을 알려주듯 흐르는 구름은 밋밋한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앞서고 밀리며 끝없는 하늘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흐르는 물감의 길을 잡아 큰 붓을 가로 지르는 김ㅇ묘샘의 옆에 앉아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순간 포착을 놓치는 나의 어눌한 붓질은 이내 바람을 놓치고 만다. 에잇! 오락가락하는 빗줄기속에서 아직도 초보티를 벗지 못하고 있는 나는 비를 피한답시고 이젤을 들고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 하면서 오는 비를 다 맞고 다니지만 하늘의 이치를 아는 듯 한ㅇ균자문님은 여유롭기만 하다. 잠시 뿌리는 비를 피해 정자에 몸을 피하는가 싶더니만 어느새 그림을 그리고 빗방울의 갯수를 세듯이 이젤을 엎어놓고 쉬었다가 다시 사생을 하신다. 그야말로 고수라는 명칭이 아깝지 않은 ‘비사이로마까‘가 아닌가. ‘오는비다마자’와 ‘비사이로마까’ ! 그 세월의 차이는 쌓여 있는 그림만이 아니라 인생의 깊이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
< 08년 7월 6일 > 남한산성 불당리에서.... 서울 도심을 벗어난 현다우버스는 ...잘 포장된 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려 30분 만에 남한산성에 도착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 ’ 는 어느 광고의 문구가 생각 날 만큼 모처럼 휴식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일찍부터 서둘렀나보다. 산성입구부터 계곡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과 등산을 하는 사람들. 자전거 하이킹을 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까... 계곡마다 들어선 음식점들은 평상을 치고 자기것 인양 텃세를 받아내려 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김ㅇ식샘은 자릿세를 톡톡히 지불하셨다지요? 풀바람을 타고 코끝까지 달려온 그윽한 맛의 막걸리는 손ㅇ환 샘이 쏘셨지요? 한ㅇ균자문님, 정ㅇ재샘 그 옆에 한ㅇ자샘 또 그 옆에 옆에는 최ㅇ웅샘, 이ㅇ섭샘의 옆에는 김ㅇ식샘이 옆에 옆에는 정ㅇ미샘 그리고 손ㅇ환샘은 구ㅇ숙샘 옆에 앉았다지요? 유유히 흐르는 계곡은 민족의 얼과 한을 간직한 채 흐르다 잠시 머물고 아쉬운 듯 여울져 소리 내어 우는 것 같다. 그 옛날 짙 푸른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시조를 읊었던 선비들의 모습은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흘러간 세월 속에 묻혀 버렸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미끄러운 비탈을 내려온 야수인들은 비좁은 장소를 아랑곳하지 않고 여느 때처럼 화구를 펼쳐 든다. 정오의 햇살은 바위틈에서 하얗게 부서지고...골짜기로 흐르는 물은 가지마다 드리워진 산그림자로 푸르게 익어있다. 바위틈을 돌아 굽이쳐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만들고 가로 놓인 돌맹이 사이로 여울져 흐르는 물은 하얀 거품을 내며 솟아오른다. 잡초가 우거진 풀숲이 있는 계곡에서의 사생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습지에 쌓여 있는 낙엽은 미끄러지기 쉬우며 패이거나 골이진 바닥은 이젤과 의자를 펴기에도 불편한 일이지만 풀바람 일렁이는 소리를 들으며 세월에 채색된 보다 정감있는 이미지를 담으려 노력하는 야수인들의 모습은 진지하기만하다. ♡
< 08년 7월 13일 > 횡성 풍수원성당에서.... 강원도 횡성에 자리 잡은 풍수원성당은... 첩첩산중 산골짜기 외진 길 굽이돌아 마치 에덴의 한 모퉁이에 와 있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그윽한 향기로 가슴까지 따뜻하게 스미는 조용한 안식처.... 주변의 산야와 잘 어우러진 고딕양식풍의 건물은 단아하면서도 정갈하게 꾸며져 있어 한 세기가 지나온 긴 시간 앞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다. 성당 왼편의 작은 언덕 가로수로 이어진 산책로는 잔잔하게 이어지는 풀벌레 소리로 발길을 멈추고 숨을 죽이게 한다. 질기고 억센 주변의 풀들과 잘 어우러지는 성당 앞마당의 우람한 고목은 신앙으로 더욱 단단해진 붉은 벽돌과 함께 오랜 숙명처럼 거기 그렇게 말없이 서 있다. 침묵으로 말하는 신비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까.... 보이지 않는 절대자에 순종하듯이 말갛게 내려앉은 하늘아래..... 오르간 그윽한 선율이 울려 퍼진다. 조용한 축제가 이어지는 예식처럼 성당 주변에 모여앉아 그림을 그리는 회원들도 정작 말이 없다. 작은 언덕에 층층이 모여 앉아 사생하는 동안 경건해진 마음으로 에덴에 와 있는 느낌이었을까... 진하고 뜨겁고 향기롭게 가슴까지 따뜻해졌을까.... 회원들의 사생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며 언덕을 올라오시던 홍ㅇ빈 부회장님께서 웃으면서 한 말씀하신다. “모두들 고시공부 하세요?” 회원들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짓는다. 성당에서 준비한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 출석시상식이 이어졌다. 우리 모두의 예상을 거스르지 않고 당당히 1등상을 거머쥐신 거미왕자님은 아마도 거미줄의 덕을 톡톡히 보신 것 같고 느린 듯 총총 걸음으로 달려오신 박ㅇ순 선생님께서는 종강사생에 참석치 못하여 아쉬운 2등을 하셨다. 흙냄새를 맡고 바람소리를 들으며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시간은 훌쩍 3시를 지난다. 평상이 길게 놓인 주차장 옆에서 바베큐판의 숯에 불이 당겨지고 종강식의 열기가 타오른다. 도와주시는 여러 회원들의 수고로 고기와 야채가 차려지고 이ㅇ숙샘께서 찬조하신 복분자주는 종강식의 푸짐한 잔치에 한몫을 더한다. 전반기사생의 못 다한 이야기들 .... 오랜만에 참석한 반가운 얼굴들도 반기고 그간 참석치 못한 그리운 이름도 술 한 잔에 새겨놓는다. 바베큐의 열기는 타오르고 하얀 연기는 그칠 줄 모르고..... 유순했던 마음들을 풀어가는 동안 복분자 그윽한 붉은 향기는 7월 하늘아래 천연색 아름다운 화첩으로 수를 놓는다.. ♡
<08년 8월 21~24일 연휴사생> 속초에서.... 그림 한 가지 일에 몇 날을... 보낼 생각에 뒤척이던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다. 일요일 차량 없는 강변길을 생각하며 느긋하게 나왔는데 이게 왠일?... 목요일 아침 출근시간에 정체된 차량으로 앞차에 매달려 가는듯한 신세가 되었다. 시간에 늦을까 가슴이 조여오고 목이 타는데 9시가 되면서 압구정역에 도착하자마자 정체가 풀렸다. '牛씨!' 속초로 가는 길 차창밖에는 하늘과 나무 꽃과 수풀 실개천 맑은 물 무너진 밭두렁 울타리 없는 초가집들... 푸른하늘, 푸른산, 푸른바다....모든 것이 푸르게 푸르게 피어있다. 화진포 앞바다 해변의 낭만은 바닷가 바위섬 철썩이는 파도소리에 있었나.... 회원들은 파도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사생을 이어갔다. 속초시내 식당에는 두부전골과 밑반찬 그리고 메밀전과 두부부침이 정갈하게 한 상 차려졌다. 허기진 야수인들은 배를 채우느라 연실 빈 그릇을 내어놓고 불평 없이 그릇을 채워주시는 주인아주머니는 찬이 맛있다는 말에 흥이 났는지 힘든 기색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신다. 식사를 마치고 8시쯤 사조콘도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있으니 502호에서 잠시 모이라는 연락이 왔다. 문어 한 마리의 안주가 이리도 푸짐할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처럼 소주 한잔에 풀어내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빙 둘러 앉은 사람들 속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앉아 있으려니, 그렇지 않아도 마주 보며 낯설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건 아니자아나~!" "다크서클이? " "아줌마? ” 하며 무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쩌라구욧!! 나아~ 낼 모래면 쉰이거든! 내가 나이 먹는데 보태준거 있어욧!!” 하며 내심 화풀이를 해본다. 어제 저녁나절부터 부슬 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소리가 커지면서 굵은 빗방울이 으르렁거리며 퍼붓기 시작한다. 동명항의 길게 놓인 방파제 사이를 이리 저리 비집고 들어온 찰랑대는 파도가 뱃전에 부서지면 바다는 꿈틀대며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먹구름이 뒤덮인 하늘, 천지를 진동하는 회오리치는 바람소리는 굵은 빗방울을 뿌리며 화면위로 마구 두드린다. 차가운 바닷바람 거센 산바람은 뜨거운 생명력을 만들었나보다. 몰아치는 파도를 그리려 연금정에 올라가 화구를 펼쳐보지만 속수무책이다. 속초 앞바다 연금정에 휘몰아치는 비바람은 폭풍의 언덕을 연상케한다. 들이치는 비바람에 이젤이 넘어가고 그림이 바닥에 떨어지고 눌러 쓴 모자가 날아가도 회원들은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바닷바람을 즐기는 표정이다. 무한히 자유롭게 그리고 무한히 행복하게... “띵똥~ 커피 있어요? ” 501호 손샘이 일찍부터 커피를 찾는다. 깜짝 놀라 일어나서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 올리고 방 한쪽 구석에 앉아 있으니 비몽사몽간에 들려오는 소리... 베란다로 보이는 울산바위를 그리려는 회원들이 새벽부터 찾아와 거실을 차지해서 잠을 못 잤단다. .....아침시간에는 얼굴에 그림 그리기도 바쁠텐데 언제 준비해서 나갔을까...... 매나리 한옥마을에 도착한 현다우버스는 <팔각정>에 주차하고 회원들은 화구가방을 매고 사생지로 흩어졌다. 8월의 지친 담쟁이 잎새는 후둑 후둑 빗방울을 떨구고 지난번 사생 답사때 보았던 감나무는 주렁 주렁 매달린 열매의 무게에 가지를 떨구고 있다. 매나리 마을에는 새것이란 없다. 대부분 낡고 오랜 시간 역사와 전통으로 이어진 것들이다. 마을 어귀의 구멍가게도 그렇고 전통기와집과 빛이 바랜 붉은 양철지붕도 그렇다.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내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하는 마을은 길가에서 다정하게 귀에 들려오는 정겨운 사투리로 외갓집 따스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바람이 일렁이면서 산봉우리에 구름이 걷히고 나면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변화하는 자연의 조화가 새삼스럽다. 그래서인가. 우산을 마다하고 양철지붕 앞에서 그림의 정열을 불태우는 여인 박ㅇ미샘. 화지 속으로 달려 들어갈듯 육상 선수의 폼으로 스케치를 하고 있다. 소나무가 둘러싸인 정자에서는 소나무숲을 마을 어귀에서는 한옥마을의 기와를 그려내는 회원들은 설악의 한 자락과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넓은 마을 주변을 사진에 담는다. 처마 밑에서 자리 잡은 회원들이 주문한 감자전은 주인아주머니의 정감과 함께 그 맛이 일품이었고 사생하는 회원들을 찾아다니며 사무국장님이 나누어 주신 강원도 찰옥수수 맛도 줄을 세어가며 먹으니 그 재미가 솔솔하다. "나폴리아! 별빛만 흐르는 캄캄한 밤, 동해의 검푸른 바다... 살아 움직이는 숨결... 가슴을 저리게 하는 파도 ... 마음을 빼앗긴 파도를 향해 누군가 부른다. 마치 나인 것처럼... 아름다운 것은 너....살아서 폭발하는 생명의 숨결이다.....” 아스름한 불빛아래 유럽풍의 넓고 아늑한 실내는 피곤함을 잊게 하고 물소리 바람소리로 식히지 못했던 타오르는 감정을 정리하며 몸과 마음을 가득 채워주는 신선한 감성들이 빛나는 시간들이었다. 속초 앞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카페는 신선한 공복감으로 한없이 즐거웠다. 생고기 돈가스의 저녁식사와 2층 테라스에서 조개구이를 먹으며 그동안 함께했던 여정을 나누는 회원들은 나폴리아의 여름바다를 즐기며 그렇게 마지막날을 보냈다. 나른한 일요일 아침, 기지개를 쭉 펴고 게으름을 피우다 창문을 열어보니 울산바위가 눈에 가득하고 아침햇살과 시원한 공기가 쏟아져 들어온다. 깊게 내려앉은 진부령계곡은 비가 온 뒤라 제법 도도한 물살을 일으키는 강물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 산골 저 계곡을 숨어 내려와 밤새 나누었던 서러운 이야기를 토해 내는지... 마치 어젯밤 502호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현하듯이 우렁차게 소리 내며 굽이쳐 내려온다. 평상에 누워 가만히 귀 기울이며 물소리에 잠을 청했던 김ㅇ주샘은 그새 선녀탕에 다녀오셨는지 3박4일의 여독을 풀어낸 모습으로 여유있게 미소짓는다. 산새는 푸르고 물은 흐른다. 새는 날아야 살고 야수인은 그림을 그려야 산다. 그림이 고프고 감성에 고픈 사람들... ♡
<08년 9월 7일> 안성시 유경포도 과수원.... 가을은 하늘에서 내린다고 하는데... 정말 가을이 오는가.... 싶게 따가운 햇살이 한동안 기승을 부리더니만 어디선가 불어오는 초저녁 서늘한 한줄기 바람으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토요일 오후, 강변에서 바라보는 파란 가을하늘에 유난히 가슴이 설레는 것은 환절기의 들뜬 마음만은 아닌 것 같다. 압구정으로 모이는 화우들의 반가운 얼굴, 새로운 소식 그칠 줄 모르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는 것이 야수인에게는 더없이 설레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야수인을 가득 태운 현다우버스 두 대는 청명한 하늘에 걸린 구름처럼 유유히 도심을 빠져나갔다. 버스 안은 개강선물로 마련한 모자를 전해주느라 분주하고 개인전을 무사히 마친 이ㅇ정샘과 박ㅇ매샘이 준비한 무지개떡과 음료수를 나누며 서로를 반기느라 즐거운 표정들이다. 간이역도 없는 초특급≤울트라파워≤캡숑 열차처럼 달리는 차창 밖은 논 가득 결실로 고개가 숙여진 벼이삭들이 일렁이는 황금벌판을 이루고 있다. 개강 사생지는 안성에 있는 공도면 승두리라 했다. 버스에 내려서 건너편 포도밭으로 가는 길목 좁은 좌판에 싱싱한 포도가 가득 쌓여있다. 유경포도원에는 손바닥만 한 넝쿨잎 사이로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이 음영을 달리하여 반짝거린다. 포도넝쿨 숲에는 가을볕을 잔뜩 받아 뿜어내는 열기가 달아오르고 한편에서는 살집이 터질듯 한 포도송이가 단내 물씬 풍기며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거봉, 캠멜. 머루등 여러 종류의 포도가 줄지어 넝쿨에 매달려있는 것을 보니 정물화속의 포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계절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 같아 자연의 신비에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데 잘 익은 포도송이를 바라보는 농부의 충만한 기쁨이야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계절의 결실이 세월이 흐른다고 영그는 것이 아니듯이 열매를 맺기까지 봄, 여름 그리고 가을에 이르는 자연의 변화를 견디어야하고 농부의 옷깃에 스며든 땀내가 향기로 이겨낼 때까지 그 시름이 어떠했을까.... 포도송이 틈새에 매달린 향기처럼 전해주지 않아도 전해지고 말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것 같다. 또 다른 사생지를 찾아서 안성천 줄기와 마을풍경을 둘러보니 허물어져가는 돌담 밑이나 집 앞마당에 빨간 고추가 널려 있고 가을 물이든 호박 넝쿨과 늙은 호박이 누릇 누룻하게 변색이 되고 있다. 작은 언덕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별로 가꾸는 사람이 없이 버려진 뒷골목 같은 작은 동산은 잡초와 가시덤불로 가득해 마치 미지의 세계속 천지로 향하는 마법의 오솔길처럼 아련한 꿈결 같은 분위기로 몇몇 회원들의 감성을 사로잡았다. 오후 햇살에 반사되는 그림자마저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시간에 회원들의 사생지를 둘러보시던 박회장님, “오우~ 케이! 필 받네!” 하시더니, 앉은자리에서 내 종이와 물감으로 뚝딱 그림 한 장을 그려서 들고 가신다. "......회장니~임~ 다른 건 몰라도 자릿세는 내고 가셔야져어 ~ ㅠ ㅠ " 불러도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자연은 어느곳이나 비슷하지만 추억이 있어 그저 초라하고 낡은 골목이나 앞마당에서도 다정한 친근감을 느끼나보다. 누구나 지난시절 애틋한 기억 몇 가지씩은 가슴에 지니게 마련이다. 학창시절 정ㅇ재사무국장님과 나인스톤(구돌;불량써클)의 한 멤버였던 포도원 농장 주인의 넉넉한 마음만큼 저울무게에 덤을 얹어 주시는 그 손길은 이 계절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우리의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사생과 전시를 마친 회원들은 물이 뚝뚝 떨어질듯 한 싱싱한 포도 상자를 한 꾸러미씩 들고 현다우버스에 올랐다. ♥
<08년 9월 21일> 강화도 덕포리에서....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졌다!! 사생지를 찾아 삼만리- - - 워낙에 길치인 나는 이 집이 그 집 같고 그 골목이 저 골목 같아서 길을 헤매는 것이 여러 번이지만 사생지에 대해서는 실수가 없을 것 같았던 정ㅇ재 사무국장님, 조기사님과 이야기하느라 사생지를 놓쳤다하지만 그거야 뭐~ 제가 옆에 있지 않았는데 믿을 수 있나요? 언제나 여유만만 했던 모습에서 버스를 돌~리고(?) 공터에 세워 놓으며 우왕좌왕 하는 긴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도 역시 원숭이임을 확인했습니다요.^^ 벼락과도 같은 쩌렁쩌렁한 영웅호걸의 위엄으로 “돌격! 앞으로- ” 라고 죽어라 외쳐대며 황금 코털 휘날리는 늠늠한 사자인줄만 알았거든요. "키득! 키득! ^^ 아구 ~ 우껴 죽겠네^^" "휴~~!!" 환절기가 오면 유난히 졸립고 피곤하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어렴풋이 보이는 차창 밖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에 눈이 부시다. 간간이 보이는 볏짚더미들 ...길게 늘어선 가로수도 조금씩 가을 물이 차오르고 있다. 마을입구 덕포상회 앞에서 내린 회원들은 여느 때와 같이 사생장소를 찾아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서산의 모습이 나지막하고 덤덤해 보이는데 비해 눈앞에 보이는 산은 유난히 뾰족한 모습이어서 모두가 그 이름을 궁금해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나오신 국민오빠 김ㅇ훈샘, “저산 은 <벌떡산>이야” 하시며 주위를 한바탕 웃음으로 만들고 그동안 서먹했던 시간들을 채워 주신다. 마니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실개천을 만들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을까... 초피산 아래 소나무 전나무 우거진 숲이 있고 곳곳에 옛날에는 무척 아름다웠을 정원이 비어있는 듯 적막하게 남겨있다. 사이좋게 나누듯이 마을 한가운데로 흐르는 맑은 개울물 사이로 한집 두 집 들어선 마을 풍경은 담장 넘어 길게 늘어진 넝쿨처럼 자연스럽다. 헐어진 담장, 허물어진 토담집, 늘어진 울타리, 낡은 창고마저 온 가지에 무수히 돋아난 넝쿨로 가려져 있고 제멋대로 자란 나무의 전경들이며 길모퉁이나 시골 비탈길 초가집 울타리에 무더기로 덤불져 떼를 이룬 모습은 어찌 보면 순박해 보이기도 하다. 집 앞마당에는 정성스런 수고가 깃들인 채소와 과일들이 소담스럽게 열려있다. 큰 키의 옥수수 밭과 오이며 가지, 무와 배추들이 뜰을 메우고 받침대를 한 고추도 계절의 무르익은 태양 볕에 물이 올랐다. 마을 전체가 초가지붕에 하얗게 피어난 박꽃을 보는 것처럼 아늑해 보인다. 사생을 하고 있는 야수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온 마을이 넝쿨이고 키가 큰 수수밭이고 고추밭이다 보니 앉아서 사생하는 모습조차 숨어있는 듯하다. 마을 입구 굵게 자란 고목의 그늘에서 시야가 탁 트인 논밭을 그리기도하고 지난시절 추억을 생각하며 고구마 밭을 그리기도하며 길모퉁이에서나 집 앞마당, 어느 곳이나 자리를 잡으면 한폭의 그림이 절로 나올 것 같다. 코 끝에 연하게 스며오는 한약재 같은 냄새가 나는 집, 푸른 이끼가 넓게 깔린 앞마당에 노을 같은 뒷모습을 한 노인이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하고 있다. 오래전에 들었던 감미로운 선율을 들으며 잠시 환절기 나른한 휴식을 취해본다. 이ㅇ훈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볼이 부어오르며 자꾸만 볼멘소리를 한다. 화구가방을 사생지에 두고왔는데,,,,조기사님이 화구가방을 들여 놓지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꾸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느라 애를 쓰는데 다행히도 옆에 앉아 있던 이ㅇ형샘, 강화 해둥지카페 주인장과 급하게 연락을 해서 사생지에 있는 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 이야기인즉은 100호 판넬을 넣으려고 조기사님이 내려 놓은 화구가방을 다시 들여놓지 않은 데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놓은 화구가방을 조기사님이 다시 들여놓아야 할까요? 이 상황을 지켜본 화구가방 주인이 들여 놓아야 할까요? (화구가방은 강화 해둥지카페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
<08년 10월 12일> 양평 사나사계곡에서.. 바람은 조금... 햇볕은 따사롭다. 하얀 화지위에 집을 짓고 다리를 놓아 어디든 갈 수 있고 가는 곳마다 꿈을 꾼다. 드높은 하늘위에 태양이 있고 너른 대지위에 산새와 들판이, 파도치는 푸른 물결이 있다. 깊고 푸른 계곡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한 야수인의 꿈은 계속 되어야한다...... 줄기차게 뻗어 내린 용문산밑자락 사나사계곡으로 향하는 용천리 마을은 쉼터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가을철 교외로 나가 농촌의 풍경을 보며 불어오는 바람에 기대어 서면 감미로운 감성에 젖는다. 나이를 먹으면 감성이 무디어 진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더욱 예민해지고 허약해져서 감당하기가 힘들다. 다시 돌아온 가을..... 무더기 무더기로 나뭇잎 쌓인 거리 발밑에 무수히 떨어져있는 밤 껍질이며 유난히 크고 시원스런 마을 앞 정자나무와 미루나무가 떨어뜨리는 잎들로 아직은 따뜻한 가을이다.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짠! 돌덩이 깨뜨려 돌멩이~ 짠! 돌멩이 깨뜨려 자갈돌~ 짠!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 짠짠! 랄라 랄라라 랄라랑~ 랄라 랄라라 랄라랑~" 돌덩이와 돌멩이가 가득한 사나사계곡 윗자락에는 큰 바윗산이거나 바윗돌로 가득해 아마도 그 모습이나 계곡물의 흐름은 바위계단으로 굽이쳐 흐를 것 같다. 이렇게 맑고 깨끗해지기 위해서 한없이 부딪치고 소용돌이치며 내려온 쪽빛 물줄기는 조용히 가라앉아 산영를 담고 있다. 다리 밑 그늘진 계곡 자갈밭에는 야수회 대선배님 몇 분이 곡예를 하듯 자리를 잡았다. 한ㅇ균 자문님은 언제나 그렇듯이 최소한의 물감으로 최대치의 효과를 노리고 아슬아슬 벼랑에 자리 잡은 손ㅇ왕부회장님은 그리고 있는 그림을 팔수도 있다며 붓텃치에 그림값까지 흥정하신다.^^ 화면을 시원하게 나누어 단순화시킨 면 분할의 대가 이ㅇ희샘도 함께 하셨고, 가을색 물씬 나는 굵직한 붓자국의 허ㅇ중샘,혀엉!으로 우리 야수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최ㅇ웅샘, 그리고 영혼이 맑은 감성소년 장ㅇ석샘 까지 합세하고, 그 옆에 여류화가 구ㅇ숙샘이 당당하고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풋고추와 호박을 볕에 말리고 있는<훼미리파크>의 앞마당, 한구석에 있는 좁은 뜰에는 배추와 상추 야채의 잎들이 무성하고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는 가로수처럼 길게 뿌려진 듯 피어난 들꽃이 가득하다.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는 가을...가을 햇살이,,,가을 하늘이,,,가을 바람이 울타리를 만들고 메마른 넝쿨가지 성근잎사이로 강낭콩과 더덕을 내보이며 푸른잎들 사이로 보이는 실한 열매들...이리 저리 둘러보아도 곡식이며 열매며 울창했던 잎새들과 시시로 떨어지는 나뭇잎들로 가득한 길목은 봄, 여름 풍상을 이겨낸 결실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인생의 온갖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노년의 향기처럼 진하고 따뜻하다. 계곡을 가로 질러 건너가니 풋풋하고 순한 모습의 청년을 화폭에 담고 있는 이ㅇ환 자문님 인물화의 내공에 깜짜악! 놀라고 어느 집 뒷마당 나뭇잎 수북히 쌓인 정자에 화구를 펼친 이ㅇ형샘, 그림도 단연 돋보이지만 작은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열정이 감동스럽다. 길건너 바쁜 걸음으로 오시는 윤ㅇ언샘! 그림 두 점을 완성하고 여러 곳에 흩어져 사생하는 회원들의 사생 장면을 사진으로 담느라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이용환자문님의 인물모델에 바람이 전하는 덕담까지 들으니 오늘은 참으로 복 받은 날인가 보다. "묵묵히 그림 두 점이나 그렸어요. 큰일 할 사람이야..."♡
<08년 10월 19일> '연꽃처럼 사는 사람' 관곡지에서.... 해는 떠서 아침인데 거리엔 뿌연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다. 연꽃을 찾아 가는 길이 이리 멀고도 먼가... 오늘따라 조기사님도 길을 찾지못하고 돌고 돌아 먼 길을 찾듯이 한참을 헤매며 힘들어 하신다. 진흙 속 빼옥이 들어서 있는 연잎을 상상하며 찾아왔는데... “오늘 그림의 제목은 절망이야...” 하는 박ㅇ자샘의 말씀처럼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을 감당하지 못한 연잎은 마른잎 시들어 고개가 꺽인 채 서있다.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넓은 연밭의 모습은 야수인의 마음속에 허허롭고 애처롭게 가슴속을 파고든다. 질척이는 흙탕물속에 발을 담그고 힘없이 서 있는 연잎을 바라보니 한없이 나약하고 세파에 잘 휩쓸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애처롭기 그지없다. 천천히 둘러보는 연 밭에는 듬섬 듬성 피어있는 연꽃이 지는 계절을 아쉬워하듯 가늘게 피어있다. 발은 축축한 진흙 속에 담고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의 얼굴을 내미는 세상에 대한 한줄기 자비임을 깨닫게된다.
추신) 저는 오늘 사생에 대해서 감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연꽃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나의 모습 때문에 더 이상 글을 써내려가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연꽃이 불교의 뜻을 가지고 있는 특성들 열 가지 이제염오(離諸染汚)ㅡ연꽃은 진흙 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물들지 않고 고고하게 자라서 아름답게 꽃피우는 사람을 부처님 마음같은 연꽃처럼 사는 사람 이라고 한다. 불여악구(不與惡俱)ㅡ연꽃잎 위에는 한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 물이 연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러 떨어진다. 물방울이 지나간 자리엔 그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와 같아서 악과 거리가 먼사람 악이 있는 환경에서도 결코 악에 물들지 않는 부처님 마음같은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계향충만(戒香充滿)ㅡ연꽃이 피면 물속에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한사람의 인간애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사는 사람을 부처님 마음같이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고결한 인품은 그윽한 향을 품어서 사회를 정화 시킨다. 본체청청(本體淸淨)ㅡ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잎을 유지한다. 바닥에 오물이 즐비해도 그 오물에 뿌리를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입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이와 같아서 항상 청정한 몸과 마음을 간직한 사람은 부처님 마음같은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면상희이(面相喜怡)ㅡ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하여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 얼굴이 원만하고 항상 웃음을 머금었으며 발은 부드럽고 인자한 사람은 옆에서 보아도 보는이의 마음이 화평해진다. 이런 사람을 부처님 마음같이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유연불삽(柔軟不澁)ㅡ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그래서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잘부러지지 않는다. 이와같이 생활이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으면서도 자기를 지키고 사는 사람을 부처님 마음같이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견자개길(見者皆吉)ㅡ연꽃을 꿈에보면 길하다고 한다. 하물며 연꽃을 보거나 지니고 다니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분은 꿈에 보아도 그날이 즐거운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에게 길한 일을 주고 사는 사람을 부처님 마음같이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개구구족(開구具足)ㅡ연꽃은 피면 필히 열매를 맺는다.(피는동시에) 사람도 마찬가지다. 꽃피운 만큼 선행은 꼭 그만큼의 결과를 맺는다. 연꽃열매처럼 좋은 씨앗을 맺는 사람을 부처님 마음같이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성숙청정(成熟淸淨)ㅡ연꽃은 만개했을 때의 색깔이 곱기로 유명하다. 활짝핀 연꽃을 보면 마음과 몸이 맑아지고 포근해 짐을 느낀다. 사람도 연꽃처럼 활짝 핀듯한 성숙감을 느낄수 있는 인품의 소유자가 있다. 이런분과 대하면 은연중에 눈이 열리고 마음이 맑아진다. 이런 사람을 부처님 마음같이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생기유상(生己有想)ㅡ 연꽃은 날 때 부터 다르다 넓은 입에 긴 대, 굳이 꽃이 피어야 연꽃인지를 확인 하는것이 아니다. 연꽃은 싹부터 다른 꽃과 구별된다. 장미와 찔레는 꽃이 피어봐야 구별이 된다. 백합과 나리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잡초속의 보리와 콩인듯 복잡해서 구별할 수가 없어서 숙맥일 수 밖에 없는 숙맥을 자처할수도 있다. 그러나 연꽃 앞에서는 절대로 숙맥이 되지를 않는다. 연꽃은 어느곳에서 누가 보아도 연꽃잎이 구별되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사람 중에 어느누가 보아도 존경스럽고 기품이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은거해도 표가 난다. 그는 스스로를 낮추어 겸양해도 이내 알수 있다. 이와같은 사람을 부처님 마음같이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
<08년 11월 2일> 강화 선두리포구에서.... 이 도시의,,,가을이 깊다. 마른 단풍잎이 바람에 우수수 소리치며 떨어지고 있다. 수 만장의 가을엽서가 날마다 쌓이는 주차장 한편의 긴 의자에서 야수인을 기다리는 마음은 하루하루 달라지게 물드는 나뭇잎을 보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설레임으로 들뜬 마음이다. 강화 선두리포구로 가는 길... 빈 뜰에 쓸어가는 바람이 마른 흙을 갈아덮더니 몇 안 되는 잎새마저 떨어뜨리고 가을걷이 쓸쓸한 들녘은 안개낀 새벽길처럼 무채색 여행을 떠나게 한다. 그림 한 장 그리기위해 회원들은 바닷바람 드센 방파제 위를 걸으며 갯벌의 적막한 가을을 사색하고 신작로길 건너 언덕을 오르내리며 사생지를 찾아 나선다. 눈앞의 나무들은 아직 채색된 황홀한 빛깔이고 주렁주렁 주황색 열매를 꽃처럼 매단 나무는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가지 끝에 매달려 바람을 타는 나뭇잎은 하늘을 날고 있다. 오늘도 바람을 가르며 흔들리는 갈대밭... 가시덤불로 무리지어 있는 가을 뜰의 마른풀, 담장의 시들어버린 메마른 가지는 고독한 향기를 품어낸다. 보드라운 잔물결이 서서히 한 눈금씩 빠져나간 갯벌에 가을이 몰고 온 신선한 바람이 분다. 방파제에 길게 늘어져 있는 전깃줄, 진회색 축축한 뻘에 덩그마니 놓인 닻으로 까마득하게 멀어져버린 옛날처럼 쓸쓸함을 더한 갯벌은 우물처럼 고인 뱃길 웅덩이에 햇살이 들고 밀물 때를 기다리는 수초는 한없이 목이 마르다. 오늘 같이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이 잦아드는 양지바른 곳이 사생 장소로 제격이다. 그런데 방파제 끝에서 바닷바람을 가로 막고 날아갈듯 사생을 하시는 최ㅇ웅샘과 방파제 담벼락에 붙어 발가락의 힘으로 몸을 지탱하는 김ㅇ연샘은 오늘 하루 죽기 살기의 결의를 다짐하며 사생을 나온 사람처럼 바람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방파제 한쪽 양지바른 곳에 여러 명의 회원과 함께하시는 권ㅇ웅고문님, 지난 이야기를 한참동안 재미있게 하시더니 겉옷을 벗어던지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고문(?)인양 풋샵!(Push-Up)을 하며 건강함을 과시하신다. 이어 자상하게 그림까지 설명해주시니.... 킥!킥! ..." 고문님! 당신을 만수무강(萬壽無疆)협회, 몸짱회장으로 인정합니다 "...땅땅땅!!! 신작로길 건너에는 오랜만에 나오신 노o희샘, 시원하고 거친 붓질로 속사포처럼 몇 장을 그려내고, 그옆에 정o하샘, 실락원의 에덴을 그리듯이 따뜻하고 풍성한 가을을 물들이신다. 서해의 아름다운 일몰이 무척 그리우셨나...푸른창공에 뱃길을 열어놓은 지ㅇ자샘, 흰색 줄무늬남방에 빨간 스카프, 캐쥬얼 청쟈켓을 입고 나오신 지ㅇ배샘, 오늘은 유난히 남진 따라잡기 패션을 하고서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그리시더니 점심시간에는 좀 더 터프한 말투로 좌중을 웃음으로 사로잡는다. 한낮이 기울어 가는 시간……. 끝없이 펼쳐지는 갯벌 저 너머 바다위에 부서지는 순은의햇살, 천지창조때에도 저와 같은 모습이었을까.... 태고의 인류가 바라보았던 하늘,,, 광활한 창공속에 수만 년의 흘러간 역사가 영원처럼 숨 쉬고 있다. 우주의 한끝이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에 사로잡혀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의 끝은 한없이 감동스럽다. 가을 ... 우주의 황혼이 오고 바람의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빛의 눈부신 평안과 침묵속에서 남은 단하나의 화폭을 본다.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 마음에 새겨둔다..... ♥
<08년 11월 9일> 가평 예담소 종강사생지에서... “더타실분안계시믄 오라아이~” 산길을 굽이돌아 도착한 예담소에 마련된 140석 규모의 세미나실, 최ㅇ문사무국장님의 진행으로 이어진 종강식은 한 해를 정리하며 신임회장을 선출하기위해 모인 회원들로 가득했다. 그동안 야수회를 이끌어 오신 박ㅇ삼회장님의 인사말씀을 시작으로 출석상시상식과 회칙개정에 대한 건의, 회장입후보자 연설 및 투표, 감사선출, 행운권배부와 기념품증정 순으로 이어졌다. 출석상의 단골손님 추ㅇ태샘, (요즘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미줄 치기에 바쁘신가요?^^) 이ㅇ형샘. 박ㅇ식샘, 지ㅇ자샘, (그렇게 오랜 시간 외줄타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아마도 이분들의 비범한 대책을 훔쳐봐야 할 듯 싶어요.^^) 그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손흐응~식샘, 서글 서글한 눈매의 야수회 기념품수집가 송ㅇ선샘, 선두리의 발꼬락 김ㅇ연샘, 야수회 신흥파파라치 윤ㅇ언샘까지,,, 펄펄 나는 공팔 신입회원들의 추격전은 만만치가 않다. 손ㅇ왕 부회장님과 이ㅇ형선생님의 회장후보 연설과 투표 진행상황으로 이어지는 동안 신임회장님의 기대감으로 회원들의 긴장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 하나...둘....하나....하나....둘... " 시간이 흐르고 ....... 손ㅇ왕 회장당선자의 인사말씀에 회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짝짝짝짝~ 짝짝짜악!^^ " 설악의 단풍은 현란하기 그지없다. 붉은 융단을 깔아서 주름을 잡아 놓은 듯 길게 산자락으로 늘어져있다. 능선 따라 곱게 물들어 붉은 물이 금새 베어 나올듯한 단풍으로 수려한 산새를 만끽하고 있는 지금, 좋은 사람들과 산행하는 길이었다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하는 감상에 젖어들기도 한다. 예담소 어비계곡은 이미 계절의 끝에 와 있었다. 잎새지는 가을 숲에서 들려오는 바람에 서걱이는 나뭇잎소리, 발끝에 무수히 부서지는 낙엽을 밟으며 모처럼 들리는 계곡물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니 눈을 감아도 아련한 여운 속에 떠오르는 그림들이 있다. 평화롭고 순박했던 마음... 점점이 떠오르는 쓸쓸하고 따뜻하고 다정하게 채색된 그림들... 시원스럽던 마을 앞 정자나무와 느티나무, 텃밭에 심어져있던 여러가지 채소들과 아무 것도 없는, 그저 초라하고 낡아서 다정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던 골목...골목들, 한 채 두 채 모여 다닥다닥 붙어있는 지붕들과 유리문이 덜컹거리는 허름한 가게는 작고 조촐해서 오히려 아늑하고 따뜻했다. 이모두가 우리를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게 하는 훈훈한 감동이며 머물고 싶어도 머물 수 없었던 지나온 추억들이다. 어느 하나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하나도 가슴 설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우리는 밝고 화사했던 햇살의 봄과, 여름...종일 눈부신 태양이 부서져 내리던날 들판에 서 하얗게 빛나는 보석들을 보았고, 가을에는 붉게 물들어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서 마음 한켠에 계절이 주는 사색의 향기를 느끼고, 비내리는날^^ 쿡!쿡! 비를 피해모여든 처마밑이나 평상마루에 앉아 삼삼오오 그림을 그리며 입이 아프도록 떠들어대는 수다에 수다 수다....( 고ㅇ영샘,,,, 한샘? 이샘? 김쌔앰~ 이에 질세라 박쌤까지...^^) 바람부는날에는 어디선가 밀려오는 그윽한 향기와 가슴 가득 파고드는 알수없는 심연을 느껴왔으며 그 오랜시간 변함없는 산과들 강, 때를 알리는 꽃들을 지나 지금은 하늘에서 내리는 나뭇잎이 땅을 덮고 거리를 메우는 계절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다. 한단락을 지었다는 생각에 벗은 듯 홀가분하기도 하고 슬펐던일과 즐거웠던일 그리고 얼굴이 붉어지도록 부끄러웠던일 마저도 모든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흐르는 시간 화해속에서 사랑과 미움, 이 모든것이 그저 아름다운 옛날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먼 발치에서 쳐다보아도 행복이 오는 그런 만남이기를......그림..... 고맙고 슬프고 아름다운 영원한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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