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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의 상징, 염소/유준호
염소는 소과에 속하는 되새김질 짐승으로 야생 염소와 가축 염소가 있다. 야생 염소는 모든 환경에 잘 적응하여 주로 바위지대와 산악지대에 많이 산다. 암컷과 새끼는 무리를 지어 같이 지내고, 수컷은 혼자 지내거나 따로 무리를 지어 지내다가 짝짓기 철이 되면 암컷무리에 합류한다. 야생 염소는 대부분 아시아에서 사는데 잡목의 나뭇잎, 나무껍질 등 가리지 않고 먹는다. 성격이 비슷한 가축 염소는 야생 염소를 개량한 것으로 약 6,000년 전부터 유목민에 의해서 가축화된 것으로 여겨지며, 사람들이 염소를 가축으로 기르는 것은 고기와 젖, 가죽과 털을 얻기 위함이었다. 염소는 가축이 된 지 수천 년이 흘렀지만 야생으로 산악지대에서 살던 유전적 기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산을 잘 타며 특히 급경사면도 잘 다닐 뿐 아니라 혹한(酷寒), 혹서(酷暑)의 기후에도 질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라며 기후 풍토의 적응성이 강한 강건 체질을 가진 동물이다. 성질은 온순하고 활발하며 몸집이 작아 사육에 제격이다. 양(羊)과는 계통상 가까운 동물이지만 좀 다르다. 양은 턱수염이 없는데 염소는 턱수염이 있으며, 양 꼬리는 아래로 드리워져 있는데 염소 꼬리는 짧고 위로 세워져 있다. 염소는 암수 모두 좌우로 평평한 활모양의 뿔을 가지고 있으며, 털색은 주로 검은 색이고 갈색, 회색, 흰색, 붉은 색도 더러 있다.
짧은 꽁지 치켜들고 강추위도 털어내며 비탈길 벼랑길 가리잖고 내달린다. 가끔씩 참을 먹다가 굽 세워 하늘 본다.
쪼끔 달린 턱수염을 바람결에 날리며 염주를 굴리듯 음매 매매 중얼댄다. 저문 빛 눈에 매달고 하루를 뿔로 꿴다. -염소-
우리나라 재래종 염소는 흑염소이다. 염소 가운데 작은 편에 속하는 강단이 좋은 놈으로 아무 거나 잘 먹고 추위에도 강하며 성질도 온순하다. 이 염소는 우매 매매 악곡을 뽑아내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는지 없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꼬리를 흔들며 종종걸음 치는 귀여운 검은 진주이다. 이 흑염소는 주로 허약 체질을 보하는 보약으로 쓰이며, 보혈작용, 혈액순환 개선 등 성인병에 효험이 있으며, 노화 방지, 기미 제거 등 여러 면에서 사람 몸에 좋다고 한의서적에 나오고 있다. 흑염소의 효능에 대한 최초의 기록 문헌은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이다. 여기에 염소 뿔은 결기풍두통, 산후통 등을 다스리고, 골수(骨髓)는 술에 타먹으면 양기 부족에 좋고, 쓸개는 청명을 다스려 눈을 좋게 하며 심장을 안정시킨다고 되어 있으며,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신양(腎陽)을 보하며, 허약자를 낫게 하고 피로와 추위를 물리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보약제라 적고 있다. 염소에 관한 우화와 속담 이야기가 전하고 있는데, '여우와 염소'란 이솝우화에 ‘여우 한 마리가 우물에 빠져 꼼짝없이 죽을 운명일 때 염소 한 마리가 물을 마시러 왔다가 여우를 보았다. 염소는 여우에게 물맛이 어떠냐고 물어 보았다. 여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 우물물이 얼마나 맛있는지 달변을 늘어놓았다. 목마른 염소는 뒷일은 생각지 않은 채 우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을 실컷 마신 염소는 여우에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여우는 “글쎄, 좋은 방법이 있긴 한데, 우리 둘의 힘을 합쳐야 해. 네가 앞발을 벽에다 걸치고 뿔을 최대한 높이 쳐든다면 내가 그 위를 타고 올라가서 밖으로 나간 다음, 너를 끌어 올려줄게.”염소는 여우의 말에 찬성했다. 여우는 재빨리 염소의 다리를 타고 어깨 위로 올라서서는 뿔을 밟고 우물 밖으로 나왔다. 우물 밖으로 빠져나온 여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우물에 홀로 남은 염소는 여우에게 어서 약속을 지키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여우는 우습다는 듯이,“이 어리석은 염소야, 만일 너에게 네 턱수염만한 머리라도 있었더라면 미리 올라오는 방법을 생각해놓고 내려갔어야 되지 않아. 그리고 나보다 네가 더 무거운데 어떻게 구해준단 말이냐?”하고는 그대로 가버렸습니다.’여우의 간교함과 염소의 우직함을 통하여 인간에게 교훈을 주는 우화이다. 또 러시아 속담에‘이반의 염소’란 말이 있다. 옛날 러시아 한 시골 마을에 염소 한 마리를 키우며 젖을 짜 생활하는 이반이라는 청년이 있었다는데 동네 사람들은 매일같이 많은 젖을 생산하는 이반의 염소를 부러워했다. 어느 날 이 마을에 천사가 나타나 동네 사람들에게 한 가지씩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사람들은 자기들에게도 이반의 염소 같은 염소를 달라는 게 아니라 이구동성으로 이반의 염소를 죽여 달라고 말했다. 남이 잘되는 꼴은 못 봐 준다는 뜻으로 내가 잘되지 못할 바에는 남도 같이 못돼야 한다는 우리말로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파는 속담과 같은 의미이다. 그 외에도 속담으로 '염소 똥'이란 말도 있으며, '잘 뛰는 염소 울타리에 뿔 걸린다.' '염소 나물 밭 빠댄다.' (식물성 음식만 먹던 사람이 모처럼 실컷 고기를 먹게 됐다는 말) 등이 있다. 스위스의 종교 개혁자 츠빙글리가 어릴 때 스위스 산 벼랑길에서 한 염소가 올라가고 한 염소는 내려오는데 좁은 길이라 비켜설 곳이 없자 한 염소가 엎드리고 한 염소가 그 염소를 밟고 건너가는 모습을 보고 양보의 미덕을 배워 평생 양보의 삶을 살아 모든 이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염소는 이렇게 서로 양보하는 삶을 살 줄 아는 동물로 인간에게 본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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