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어느 분식점 주인에게 아무리 ‘베지테리안(Vegetarian, 채식주의자)’이라고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들어 결국에는 ‘남의 살점’이 둥둥 떠 있는 일본식 라면을 주문하고 한 숟갈도 뜨지 못했던 아픈 기억을 새기며, 후에 일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일본의 식문화에 대해 물어봤던 적이 있다.
일본에서도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다. 일본인 쯔루다 시즈카라는 작가가 쓴 <베지테리안 세상을 들다>는 역사적인 일본의 채식문화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간디, 톨스토이와 같은 세계적인 유명인들이 베지테리안으로 살다간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지난번에 썼던, 근육형성에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 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필자가 어떤 식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더라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고 양자의 편은 갈리게 마련일 것이다. 적어도 이 글을 쓰기 위해 뒤져본 그 어떤 것에서도 채식주의자들이 부족한 단백질을 공급받고 있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 로빈스의 〈DIET FOR A NEW AMERICA〉에서 인용된 많은 저명한 과학전문가들의 견해들을 다시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 의학잡지 <랜싯>지의 한 편집자 - “예전에는 식물성 단백질이 저급한 것으로 분류되어 최상급인 동물성 단백질보다 못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구별은 근거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지금의 일반적인 추세다”
▲ 하버드대의 한 연구팀 - “설탕과 잼, 젤리처럼 단백질이 전혀 없는 식품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를 빼놓고는 눈에 띄게 단백질 부족을 일으키는 채식식단을 얻어내기는 어렵다.”
▲ 미국 식이요법 협회 저널 - “어떤 경우, 어느 집단의 경우에서나 필수아미노산의 필요치를 2배 이상, 대부분의 경우 그보다 더 많이 초과했다.”
▲ 영양학자 존 샤펜버그 박사 -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활동적인 성인에게 단백질이 부족하면서도 적당한 열량을 가진 시험식을 짜내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란 점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현대의 가장 뛰어난 영양학 전문가로 손꼽는 사람인 나단 프리티킨은 채식가들이 섭취하는 총 열량 중 필요로 하는 단백질은 고작 6%에 불과하다고 했으며, 모든 사람들이 일상식사에서 9%보다 낮은 비율의 단백질을 얻기란 불가능한 일이라고까지 했다. 곧, 아무리 부족한 식사를 하게 되더라도 기본적인 단백질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에서 인용한 모유 내 단백질의 함량비교에서처럼, 사람이 평생에 걸쳐 가장 왕성한 성장을 이루는 아기 때에도 모유에는 고작 5%의 단백질만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성장한 어른은 그 이상은 전혀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존 로빈스는 내리고 있다.
실제로 필자는 이러한 경험을 스스로 하고 있다. 비록 필자는 보디빌더와 같은 우락부락한 근육을 만들길 원하고 있진 않지만 여러분이 우려할 만한(?) 식단으로 생명을 영위해가는 입장에서 필자가 필요한 몸의 근육을 만들어 가는데 ‘스스로 느껴질 정도’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우유를 먹지 않게 된, 아니 적게 먹고자 생각해본 분들이 계시다면 믿고 실행에 옮겨보시라.
몇 달 전 필자를 취재했던 <채식이야기>의 저자이며 채식물결잡지 발행인이기도 한 이광조 씨를 만났었는데 그는 필자에 관한 취재 이후에 세계격투기 챔피언인 권영철 씨를 취재하게 되었다면서 자랑했다. 채식주의자인 그는 격투기쪽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라고 하는데, 찍어놓은 동영상을 보면 세계챔피언답게 채식으로 다져진 강인함과 날렵함,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정신을 겸비하고 있었다.
아무리 상식적 견해로 채식을 주장하더라도 젊은 시절 한번쯤은 이소룡을 꿈꿔봤던 청소년들에게는 이러한 권영철 씨 같은 분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리라! 몸이 부실해질까 두려워, 불쌍하지만 고기를 먹어야 된다는 분이 계시다면 이 또한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영철 씨는 공중을 뛰어오르며 말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삐뚤어진 식단 예컨대, 삼백(三白) 식품을 너무 과하게 먹는다든가, 매 끼니를 인스턴트로 먹는다든가, 물 이외의 음료를 즐긴다던가 하는 습관을 갖지만 않았다면 장담하건대 여러분은 운동이 너무 하고 싶어질 것이다!
어떤 때에건 체내의 다양성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사람마다 단백질의 필요량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 차이를 아무리 인정하고 십분 양보하더라도 지금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단백질에 관한 강조는 너무도 지나치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인 것이다!
지난번 글 ‘식물성 단백질 vs 동물성 단백질’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과연 우유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은 몸의 뼈를 튼튼하게 해주며 골다공증을 예방해 주는지 살펴보자. 날로 뼈가 약해지는 것 같아 몸에는 잘 받지 않는 우유지만 칼슘과 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좀더 열심히 우유를 마신다고 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러나 아시아 성인의 거의 90~100%가 유당분해효소결핍을 경험하고 있고 미국의 흑인이 그 뒤를 따르며 백인은 10%가 경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현실인데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의 각 가정의 냉장고에는 늘 리터들이 우유가 벽면에 위치하고 있다. 상하게 될 때까지 잊어버리고 방치해두는 경우도 많으리라. 우유를 사먹지 못하는 가난한 가정은 한때 우유가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뭐 요즘은 그걸로 목욕을 하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해서 그렇게 크게 아까워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무언가 어떤 음식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것이 ‘약’ 이거나 ‘독’이거나.
동물의 고통지수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으로 단기간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주사를 투여 받은 쥐가 늘 즐겨먹는 달콤한 음식을 선택하지 않고 쓴 약(그것은 병의 고통을 줄여주는 항생제였다)을 본능적으로 선택했다는 이야기는 물론 동물도 인간과 똑같은 고통을 느낀다는 것과, 사람이든 다른 동물이든 그들은 가장 본능적인 순간에 진정으로 그들의 신체에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그 쥐는 얼마나 고통스러웠기에 학습이 되지도 않은 냄새의 진통제를 선택하게 되었을까? 그 이후 병을 낫게 된 후에 비로소 그 쥐는 늘 찾던 달콤한 음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위의 먹을거리는 얼마나 본질과 동떨어진 포장을 입혀놓았는가? 자극적인 양념과 각종 착색제, 향신료 등. 우리가 먹는 우유와 달걀은 어떤가? 대량의 우유생산을 위해 젖소는 다량의 성장촉진제와 호르몬제를 투여 받는다. 닭은 또 정상적인 정신상태로 알을 낳고 있는가?
한울벗 채식나라 운영자인 한울벗님은 그의 책 <채식은 사랑입니다>에서 “현재의 시판되는 우유는 모두 살균을 하는데 이렇게 열을 가열받은 우유는 근원적 파장이 뒤틀리고 변형되는데 이렇게 변조된 우유를 먹게 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질병, 예컨대 불임, 생리 이상증세, 소화불량, 장 무력증과 같은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다소 심각하게 말하고 있다.
우유에 있어서 더욱 상세한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책 <우유, 절대로 마시지 마라>(프랭크 오스키 저/원제-Don't drink your milk)에서는 좀더 심각하게 우유의 신화에 대해 꼬집는데 우유로 인해 철분결핍성 빈혈, 아토피 피부염, 심장마비, 동맥경화까지 초래한다고 외치고 있다. 또한 골다공증을 예방하기는커녕 골다공증 유발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마지막 주제인 우유는 골다공증과 같은 뼈의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일단 현재까지 나와 있는 실험의 결과에 주목하자. 1994년 미국 전염병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의 연구에 따르면, 우유를 더 마신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신의 뼈에서 더 많은 칼슘을 잃었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그리고 <미 임상영양학저널> 2001년 1월호에서도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여성이 적게 섭취한 여성보다 무려 3배의 뼈 손실의 가능성이 확인되었고 골반 뼈 골절 위험성은 4배에 가까웠다고 전한다. 곧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는 체내의 칼슘을 빼내간다는 것이다.
식물성은 알카리성인데 반해 동물성 단백질은 산성식품이다. 이 산성식품을 과다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의 혈액은 산성화로 진행되는데 이때의 몸은 산성화로 인한 죽음을 면하기 위하여 자구책을 찾게 된다. 바로 뼈에서 빼낸 알칼리성 무기질인 칼슘으로 혈액의 PH농도(수소이온농도 : 용액 1g 속에 존재하는 수소이온의 그램이온수를 의미, 산성〈PH7(기준)〈알칼리성)를 조절하게 된다. 말처럼 동물성 단백질 식품 즉 산성화된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할수록 체내의 칼슘은 자꾸만 빠져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 우리 몸은 자꾸만 더 많은 칼슘을 필요로 하게 된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칼슘의 양보다 칼슘과 인의 비율이다. 만약 칼슘과 인의 비율이 낮아지면 아무리 많은 칼슘을 섭취하더라도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동물성 단백질은 인에 비해 칼슘의 비율이 너무 낮아 그 칼슘은 제 역할을 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다. 반대로 과일이나 야채 같은 알칼리 식품인 식물성은 그 비율이 높다!
혹시 뼈 손실의 결과에 있어서 동물성 단백질 섭취 이외의 어떤 것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에는 이와 같은 ‘만약’에 관한 실험결과가 나와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골밀도 클리닉 연구소장인 데보라 셀마이어 박사는 그의 연구에 있어 연구자들의 나이, 체중, 흡연, 운동, 칼슘복용 등과 같은 현재 상황을 동일하게 조절하고 난 뒤의 실험에서도 똑같은 결론, 즉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한 사람보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한 사람에게 있어 뼈 손실, 골반 뼈 골절의 위험성이 수 배가 더 높다는 결과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핀란드, 스웨덴, 미국, 영국과 같이 유제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골다공증도 또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라는 사실이다!
여전히 TV 광고에서 뼈를 튼튼하게 하는 우유에 관한 카피가 성행하는 현실에서 과연 우유가 뼈를 건강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는 그 어떤 실험 결과도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인 것이다. 정리를 하면,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체내 뼈 속을 칼슘으로 튼튼히 채워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혈액을 산성화시키는 데 일조하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심각히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산성화된 혈액이 스스로의 자구책으로 굳이 뼈 속에서 알칼리성 무기질 칼슘을 빼내는 수고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
식물성 단백질의 섭취는 이러한 염려와 우려를 전혀 할 필요가 없는 알칼리성 식품이므로 불필요한 식물성 단백질을 다소 과잉했더라도, 동물성 단백질보다 다소 낮은 칼슘의 양을 식물성으로 섭취를 하게 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이 부분에 관해 도움이 될 만한 ‘고단백 식사를 했을 경우와 저단백 식사를 했을 경우 칼슘균형치의 변화’에 관해 연구된 자료는 존 로빈스의 317쪽 도표를 참조하거나 영문번역이 좀 되시는 분들은 McDougall 의학박사의 http://www.drmcdougall.com 홈페이지를 한번 방문해서 골다공증과 단백질 섭취 등에 관한 좀더 전문적인 정보를 얻어 보시기 바란다.)
앞서 말한 동물성 단백질은 칼슘 흡수율이 알칼리 식물성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몸속에서 어찌되든 밖으로 배출되게 마련이다. 말처럼 배출이라도 시원스럽게 되면 다행일진대 그렇지도 못하다. 이것이 오줌으로 배출될 때는 잘 알다시피 과잉된 단백질이 신장에도 또한 상처를 주게 된다. 결국 과잉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뼈의 손실과 함께 골다공증의 위험, 심지어 신장조직 파괴, 신장기능 저하의 문제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우유를 먹고 키를 쑥쑥 키우는 것이 당면한 큰 과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만약 쑥쑥 크는 키와는 반대로 장 기관들이 그 키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리고 빨리 성장하는 만큼 빨리 죽게도 된다면? 그리고 늘 잦은 질병으로 정신과 몸을 혹사시키게 된다면? 그래도 쑥쑥 더 키가 크길 바라겠는가.
앞서 예로든 ‘완전식품을 도래시켰던 쥐 실험’은 이후에 연구원들도 믿고 싶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고 말았다. 동물성 단백질로 쑥쑥 성장한 쥐들은 결국 다른 쥐들보다 빨리 죽었고, 살아있는 동안에도 늘 잔병으로 시름시름 앓는 생을 영위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