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옛날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들이 농장에 방문하기로 되어있다.
손님 접대를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 농장에 왔다.
평소 사람이 살지 않는 농장이라
미리 가서 청소도 하고,
또 손님 접대를 위한 음식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온 것이다.
이른 아침에 농장에 와서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먹은 후에 손님 맞을 준비를 서둘렀다.
먼저 숯불을 피워,
사가지고 온 돼지고기에 소스를 쳐서 그릴에 앉혀두었다.
바비큐는 그릴에서 익는 시간이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고기를 그릴에 먼저 앉혀두고,
그 다음에 청소를 하고, 그늘 막을 치고,
또 채소를 뜯어 씻는 등 등 손님 맞을 준비를 한 것이다.
고기가 익는 동안 농장을 둘러봤다.
꽃밭에는 접시꽃이 새로 피어 있었고,
풀밭에는 개망초가 눈에 띄었다.
채소밭에는 고추와 오이가 열매를 달기 시작했고,
마늘은 수확 때를 넘어서고 있었다.
과수원 울타리에는 빨갛게 익은 산딸기도 보이고,
보리수 열매들도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매실은 수확시기가 지난 듯 익은 것이 보이고
일부는 낙과되어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이번 주말에는 마늘도 수확을 하고
보리수와 매실도 수확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손님들이 얼마나 농장에 오래 머무느냐에 따라
오늘 일이 바쁠 수도 있고, 여유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옛날에는 직장 동료들이 단체로 놀러오면
농사체험을 명분으로 일을 시킨 후에
고기를 구워 접대를 하곤 하였는데,
오늘은 이 더운 날씨에 일을 시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즐거운 농사체험일 수도 있고,
힘든 노역이 될 수도 있어
섣불리 일손돕기를 부탁할 상황은 못 되었던 것이다.
11시 경에 손님들이 도착했다.
모두들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퇴직을 한지 5년차에 접어들었는데
그래도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 찾아주니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소 부담이 되기도 하였다.
먼 길은 온 만큼 즐겁게 놀고,
또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만들고 돌아갈 수 있을지
부담이 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시간상으로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이르고,
농사체험도 더운 날씨에 부담을 줄 것 같아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천태산을 등산하고 오라고 안내를 했다.
그리고 손님들이 다시 농장에 올 때는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냉장고에서 맥주와 소주를 꺼내오고
바비큐 고기를 썰어 안주를 하며 건배를 시작으로 파티가 벌여졌다.
직장을 퇴직한 지 오래 되었지만 옛 동료들과 자리를 같이하니
이 순간은 내가 마치 현직에 머물러 있는 듯 느껴졌었다.
그래서 옛날 얘기를 나누고
잠시 과거에 머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점심을 먹은 후
손님들 중 일부는 술잔을 비우며 계속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일부는 스스로 마늘을 캐러 나섰다.
농사일에 익숙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뜨거운 땡볕에서
마늘을 캐는 일은 그리 낭만적인 것은 못되었던 모양이다.
마늘을 뽑는 그룹은 그런대로 힘들이지 않고 뽑았는데
담아서 수레로 나르는 직원은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몇 차례 수레에 실어 나르더니 나중에는 급기야
“마늘이 와 이래 많노?”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온다.”며 불평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고생도 잠시,
고생해서 뽑아 옮겨온 마늘이 쌓여있는 것을 보니
수확의 풍성함이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마늘을 옮기며 제일 많이 고생한 직원은
고생한 기억과 수확의 기쁨이 함께 닮긴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포즈를 잡아주기도 하였던 것이다.
마늘을 뽑고 나니 매실을 따는 일이 남았지만
더운 날씨에 무리일 것 같아
농사체험은 여기까지 하고, 손님들은 돌아갔었다.
농장에 놀러온 손님들에게 변변치 않는 접대나마
접대를 하느라 수고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잊혀져 가는 직장동료들이 찾아주어
사람사는 맛을 느끼게 해주어 고맙게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