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사회 (2011. 10. 27. 콩뜨락 순두부 보쌈식당)
인 사 말 씀
바야흐로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天高馬肥의 계절이자 오곡백과를 거두어들이는 풍성한 수확의 계절입니다. 지난 9월 1일 영남별장에서 있었던 이사회에서 뵈온 이래, 그리고 9월 23일 경주 일원에서 있었던 미추왕릉 ․ 내물왕릉 ․ 선덕여왕릉 ․ 태종무열왕릉 추향대제에 이어 10월 3일 멀리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량포리 소재 경순왕릉 추향대제에서 뵈온 이래, 오늘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되니 대단히 반갑습니다. 在植 고문님을 비롯하여 전 부녀부 회장이셨던 연만하신 守連 이사님, 그리고 여러 종친회원께서 이렇게 많이 참석하여주신 데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우리의 중시조이신 경순왕 이야기를 하다 보니 “爲國愛民”이란 말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爲國愛民”이 무슨 뜻입니까?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사랑한다’는 뜻이겠지요. 자고로 우리들 경주김씨는 廟 혹은 殿을 건립하여 선왕선조를 모시고 유덕과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경주시 황남동 소재 鷄林世廟는 시조이신 대보공 閼자智자 할아버지를 모신 곳이고, 그 인근에 위치한 崇惠殿은 朴씨 昔씨 金씨 가운데서 김씨 최초의 왕이셨던 신라 제17대 미추왕과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셨던 30대 문무왕, 그리고 ‘위국애민’을 몸소 실천하셨던 56대 경순왕을 함께 모신 곳이지요.
그밖에도 강원도 강릉시 소재 崇烈殿은 삼국통일의 초석을 다지셨던 제29대 태종무열왕을 모신 곳이고, 우리 고장 대구 팔공산 소재 부인사 경내에 별도로 건립된 崇慕殿은 영명하고 후덕하셨던 제27대 선덕여왕을 모신 곳이며, 경북 포항시 신광면 소재 崇安殿은 안으로는 攘斥句濟하고 밖으로는 修好隋唐하면서 국방과 외교의 기틀을 다지셨던 제26대 진평왕을 모신 곳이지요. 이같은 廟와 殿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선왕선조의 업적과 유덕을 기리고 그 정신을 흠모하는 데에 뜻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숭혜전의 경우처럼 경순왕을 포함하여 세 분 임금님을 함께 모신 경우 외에 각기 다른 한 분만을 모신 곳이 위의 네 곳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경순왕 한 분만을 모신 곳은 전국에서 자그마치 다섯 곳이나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경남 하동의 敬天廟를 비롯하여 경북 영주시 소재 崇恩殿, 충남 보령시 소재 永慕殿, 강원도 평창 소재 崇仁殿, 그리고 최근에 건립된 강원도 원주시 소재 敬天廟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도대체 그 이유가 那邊에 있습니까?
이는 나라가 처한 시대적 상황을 간파한 나머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채 오로지 ‘위국애민’의 바탕 위에서, 대량 파괴와 대량 살상을 막음으로써 신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유물을 온전히 보존하고 만백성의 안위를 지켜내고자 하셨던, 말하자면 온몸을 던져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사랑하셨던 숭고한 정신 때문이 아닐런지요. 여기서 저는 작금의 리비아사태를 문득 떠올리게 됩니다. 서양 속담에 “만약 클레오파트라(Cleopatra)의 코가 한 치만 낮았던들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라고들 하지요.
클레오파트라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우리들은 절세가인을 두고 傾國之色이라고들 하는데 ‘임금이 혹하여 국정을 게을리 함으로써 나라를 위기에 빠뜨릴 만큼의 미인’이라는 뜻이겠지요. 서양에서는 바로 이 클레오파트라를, 그리고 동양에서는 중국 당나라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라는 관계를 잊은 채 현종을 현혹하여 정사를 그르치게 함에 따라 安祿山의 난을 촉발시킴으로써 끝내 배나무에 목을 매어야 했던 楊貴妃를 그 예로 들곤 하지요. 한국의 경우는 장록수 혹은 장희빈을 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클레오파트라(BC 69~30)는 로마의 제1차 삼두정치때 이집트를 맡아 통치하고자 이집트로 왔던 로마의 장군 카이사르(Julius Caesar BC 100~44)에 이어, 제2차 삼두정치때 역시 이집트 통치차 그곳으로 왔던 또다른 로마의 장군 안토니우스(Marcus Antonius BC 83?~30)를 꼬드겨, 남성편력에 탐닉함으로써 자타를 파멸하게 했던 이집트 톨레미(Ptolemy)왕가 최후의 여왕이었지요. 이같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낮았더라면 즉, 그녀가 납짝코라서 남성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별 볼일 없는 여인이었다면 두 장군은 정사를 제대로 보았을 터이니 로마의 역사는 사뭇 달라졌겠지요.
멀리 아프리카에서 벌어졌던 작금의 비극적인 리비아사태를 바라보면서 저는 “만약 리비아의 카다피에게 ‘爲國愛民’의 사상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었더라면 리비아의 역사는 물론 카다피 개인의 운명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을 부질없이 하여봅니다. 却說하고 지난 10월 24일이 바야흐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霜降이었고, 오는 11월 8일이 겨울로 접어든다는 立冬입니다. 아무쪼록 悲風西北來하는 환절기를 맞이하여 종친회원 여러분께서 한결같이 건승하시고 댁내 무고순탄하오며 하시는 사업들이 날로 번창하기를 기원하면서 두서없는 말로 인사의 말씀에 가름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1.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