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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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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
선운사IC를 통과한 버스는 시골길을 달려 우리를 고창 화시산 들머리인 소굴치에 내려 놓는다.
화시산을 오르며...인생역전을 추억하고
고창 화시산(火矢峰 403m)은 특히 산 끝자락인 성틀봉 주변의 죽림리와 상갑리 일대에 밀집된 고인돌 447기와 23곳이 세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데, 화시산은 지금까지 선운산과 방장산의 명성에 가려 산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문화유산 고인돌과 오베이골 탐방로, 생태계의 보고 늪지와 운곡댐, 암릉과 송림이 어우러진 등산로 등이 갖춰져 서서이 그 진가를 알리고 있는 곳이다.우리는 소굴치 방향에서 오르며 투구바위, 촛대바위, 거북바위를 오르며 선운레이크CC를 옆에 끼고 선운산 배맨바위의 마루금을 보며 한시간여만에 화시산 정상에 선다.부안면 고을이 조망되자 사회 초년병 시절의 옛추억이 떠오른다.
지금부터 35년 전 사회 첫 발을 이곳 고창군 부안면 소재 초등학교에 첫 부임을 받아 집 떠나 자취생활하며 만 4년의 추억이 담긴 곳이기에 더욱 감회가 깊다. 이곳에서 잘 생긴 총각 선생으로 부터 일방적인(?) 구애를 받은 적이 있었다.나에게도 드라마속의 한 여주인공이 될 뻔한 셈이다.지금 생각해도 그 때 그 시절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30여년을 함께 살면서 그 시절을 추억하며 가끔 남편으로부터 농을 받는다.'나한테 시집오지 않았더라면 지금 쯤 고추밭이나 매고 있었을 텐데' 물론 돌아가는 대답은 한결같다.'착각도 자유라지 아마.차라리 그 때 8년 연애기간을 접고 그 선생과 결혼했더라면 더 행복했을지도 몰러,지금쯤 부부교장하고 있을걸,하하하'. 그는 모른다.내 인생이 고추밭 주인 인생에서 산꾼과 술꾼의 경계를 줄타기하며 인생의 낙을 즐기는 꾼의 아내로 사는 힘듦을.(주말마다 산따라 다니기가 정말 힘들다.여행은 좋은데)
화시산 들머리
오베이탐방로로 내리는 길은 내가 걷고 싶은 10대 산 길중 하나로 기록해두고 싶을 정도로 정이 가는 길이다.여느 때 같으면 A팀이 되어 화시봉 정상에서 백운재와 옥녀봉 능선길을 내 달렸을 것이다.그런데 운곡정사도 둘러 보고 싶고 오베이탐방로도 걷고 싶어 B팀 하산길을 택했다.이 코스를 택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며 산길을 내린다.내가 좋아하는 하산길을 만난 것이다.숲 오솔길로 한적한 맛과 이름모를 산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진한 숲 향을 맡으며 걷는 맛이 청량감을 더해준다.마냥 길이 끝나지 않고 무심으로 그냥 하염없이 걷고 싶다.앞서 가는 그와 주고 받는 대화가 없어도 열린 공간 사이엔 침묵이 자리하며 채운다.하산길이 끝나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운곡정사가 초라한 모습으로 다가선다.운곡정사엔 완당 김정희 선생이 쓴 편액이 걸려있다.'신안구가(新安舊家)'라는 현판이 돌보는 이 없는 옛 고가에 덩그렇게 달려 있는 모습이 조금은 초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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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정사를 벗어나 산 끝자락에서 큰 고인돌 하나를 만난다.아마 그 크기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고인돌 중 제일 크다.도대체 선인들은 이 돌을 어떻게 움직였을까 고개가 갸우뚱거린다.무덤의 주인은 옛 부족국가의 수장 이었을까.
고인돌 앞 넓은 뜨락에는 노란 유채밭이 화사하다.나무로 만든 운치 있는 다리를 지나자 오베이탐방로가 역으로 시작된다 쉼터에 소망의 종이 걸려 있다.일행 중 한 사람 씩 타종 체험을 한다.나는 소망도 하지 않고 아무 소망없이 소망의 종 줄을 잡고 '떵그렁 땡~'울려본다.설치한 사람의 성의를 무시한 듯 하여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운곡저수지를 끼고 도는 탐방길은 작은 자갈이 깔려 흙길이 아니어서 조금 운치가 덜하다.저수지 가장자리엔 송화가루가 물결에 너울댄다.멀리 푸른 산은 물 빛을 더욱 푸르게 물들이고 늪지엔 수련이 알알이 떠 있다.오베이탐방길이 끝나는 곳엔 고인돌유적지 군락이 자리한다.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유적으로 BC 4~5세기경에 조성되었으며 447기가 분포되어 있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산행을 마친 일행은 점심을 들고 고창읍성으로 향한다.고창읍성은 세종32년에 축성을 시작하여 단종 원년(1453년)에 왜침을 막기 위해 축성한 자연성곽이다.일명 모양성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백제시대 이 고을 이름이 모양부리현이라고 하였는데 이에서 유래된 이름이기도하다. 이 성은 나주진관의 입안산성과 연계되어 호남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로 만든 읍성인 셈이다.성둘레는 1.68km이고 면적은 165,858평방미터로 약 5만평에 이른다.동서북문과 3개소의 옹성 그리고 6개소의 치성을 비롯하여 성내에는 동헌 객사등 22동의 건물이 있었으나 병화등으로 소실된 것을 1976년부터 복원해 오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외침을 많이 받아서인지 유난히 전국에 산성이 많다.서울 근교만 하더라도 남한산성,북한산성,아차산성이 있고 지난주 금성산엔 금성산성이 저지난주 산행한 월악산엔 덕주산성이 있었고 산행하는 곳마다 거의 산성이 있다.읍성으론 순천의 낙안읍성(1397년 태조6년 축성,성곽둘레:1.4km,면적 약41,000평)과 해미읍성(태종 17년 축성시작 세종3년 완성,성곽둘레 1.8km, 면적 약 2만평)이 있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수원화성(정조때 축성,성곽둘레 5.7km)이 있다.필자가 돌아 본 우리 산성과 읍성은 조상들의 숨결이 고스란이 담겨 있어 답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난 후 성곽 일주를 한다.성안에는 빽빽한 수림과 맹종죽이 장관이다.성안 숲 길은 여느 산책로보다 걷기에 훌륭한 산책코스다.갑자기 뿌리는 빗방울 때문에 서둘러 성을 빠져 나와 판소리로 유명한 신재효고택을 둘러본 뒤 순천만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이어서 고창읍성을 나와 신재효고택을 잠깐 둘러본 뒤, 전남 순천시 남단의 순천만으로 향한다. 벌량면과 율촌면 사이에 갈대밭으로 유명한 대대동에서 탐사선으로 만(灣) 일대를 탐사하고자 탐사선을 탄다.일몰을 기대했으나 간혹 내리는 빗줄기 때문에 일몰구경은 포기하고 갯벌과 어린 갈대밭 사이로 탐사선을 타고 전망을 즐기고 탐사 후 갈대숲을 따라 산책을 하다가 여수로 향한다.
제2일차
금오산 여수롱베이 풍광에 취해
아침 일찍 숙소 근처에서 북어탕으로 조식을 마친 후 7시에 숙소를 출발한다.돌산대교를 건너며 바라보이는 여수 시가지가 아름답다. 여수 돌산도 금오산(金鰲山?323m) 들머리 율림치에 도착하여 금오산을 오른다.초입 들머리길은 숲 길로 편안하다.금오산 정상에 서니 베트남 하롱베이 못지않은 여수롱베이의 풍광이 뛰어나다.남해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풍광에 취해 발길이 더디다.향일암으로 산길을 내린다.석가탄신일이 가까워서인지 불자들과 관광객들로 향일암은 만원이다.
관음전 앞 숲 속에 원효대사가 기도했다는 너럭바위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적당한 크기로 좌정해 있는데 문외한이 보기에도 선정에 들기에 이보다 좋은 참선터는 없을 듯 싶다.관광을 포함한 산책 겸 산행을 넉넉하게 2시간 남짓 한 후 일주문을 나와 돌산 갓김치 종가집에서 갓김치 한 상자씩을 사들고 돌산도를 벗어난다.
전남 곡성군 석곡면 석곡식당에서 돼지 석쇄구이로 중식을 한 뒤,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 가는 길목에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걷고 테마공원에서 죽림욕을 한 뒤 담양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담양의 산천경개를 구경하며 내 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읍 두리식당에서 피리탕으로 저녁식사를 한 뒤 줄포IC를 거쳐 서해안 고속도로로 늦은 상경길에 올랐다.이렇게 1박2일의 남도여행길은 맛따라 길따라 지나다 보니 이틀이 훌쩍 추억의 일기장으로 숨는다.귀경길 버스 속에서 무사 안전 운행을 해 주신 기사님과 어제 오늘 맛 있는 별미를 제공해 주신 여러 산님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올리고 여행길 길라잡이를 깔금하게 잘 기획해 주고 총괄해 주신 산행대장님에게도 뜨거운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이렇게 남도여행의 즐거운 일정이 추억 속으로 마감되고 있었다. (2008.05.06)
첫댓글 찔레꽃님! 제가 여행한 기분이 듭니다. 마지막 대나무 숲 죽순은 나를 키워준 부모님을 얼릉 연상케하네요 좋은 여행 많이 하시고 작은 여운이라도 나누어 가지게 마니마니 올려 주세요 사진이 시원시원하니 좋아요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여수 앞바다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모두 모여든듯 참으로 감동적인 곳이지요. 숲바람, 솔내음, 기암절벽, 눈앞에 선합니다. 저의 고향 순천과 여수를 보며 그리움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연휴를 행복과 감동으로 엮으신 찔레꽃님, 부럽습니다. 출발부터 마칠때까지 손에 잡힐 듯, 눈에 보일 듯, 참으로 사실적으로 묘사해주신 미려한 문체에 더윽 감동입니다. 이번 경기교육에 꼭 투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야할 아름다움과 행복입니다. ^*^
4월이 벌써 지나갔지만 목련꽃 피는 언덕에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쓰는 기분입니다.목련님 반갑습니다.고향이 아름다운 고장 순천이시군요.겁없이 고향 소개 엉성하게 해서 죄송합니다.지금도 향일암의 향내음과 바다내음이 눈에 선하니 이번 주말 또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지리산 천상화원 바래봉이나 갈까 합니다.동행하시겠습니까? ^0^ㅐ
아~. 좋지요! 지리산 바래봉, 제가 태어난 태생이 지리산 자락 아래이고 자란 곳은 순천입니다. 저는 주말에 갈 수 없음이 매 주일 교회에 가서 하나님 만나뵙고, 제가 맡고 있는 소임이 있어 감사함으로 사명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님의 그 여유와 자유로움으로 씩씩하신 산행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산엘 많이 가보지 못해 동행하시는 분께 민폐만 끼칠 것입니다. 저도 서서히 다리를 단련시켜 님처럼 멋진 산행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풋풋한 고향내음이 배어있는 기행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