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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멋진 분들의 공동체, 쌍샘자연교회를 늘 응원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치유나무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니라.”
- 마태복음 6장 33, 34절 -
늘 사랑으로 돌보시는 주님의 은총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그 동안 평안하셨는지요? 고국의 태풍 피해 소식과 약간의 혼란스러운 시국을 지켜보며 다소 염려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부디 더 큰 피해 없이 모든 상황들이 잘 수습되고 회복되기를 그리고 국민의 힘이 하나로 잘 모아져 더 복된 세상을 만드는 훌륭한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저희 가족은 한국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와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또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둘째 가람이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곳 중에 하나인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에 최종 합격하였습니다. 아직 몇 곳의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하나님께서 선하게 그 길을 인도해 주실 걸로 믿고 있습니다. 막내 샘이는 한국 방문 기간 중에 총회 세계선교부 주최 MK(선교사자녀) 모국캠프에 참여하여 2주간 귀한 섬김을 받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가족들도 큰 탈 없이 은혜가운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로 접어들었겠군요. 환절기, 부디 건강 조심하시길 빌며 한국 방문을 포함한 지난 석 달간의 행복했던 여정을 나누겠습니다.
1. 지나온 이야기
지난 6월 20일(목), 저희 가족이 드디어 힐러리와 함께 한국 가는 날입니다. 이른 새벽, 힐러리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자기는 이미 다바오 공항에 와 있다고 말이지요. 우리가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2시간이나 훨씬 전입니다. 그 만큼 들뜨고 기대에 부풀었다는 얘기겠지요. 왜아니겠습니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소풍가기 전날 밤, 잠도 잘 안 오고 밤새 열두 번도 더 밖에 나가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내일은 비가 안 오겠지?”하던 꿈 많던 한 소년이 떠오르더군요. 분명 힐러리도 그랬을 겁니다. 그렇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잠깐의 두통을 호소하긴 했지만, 한국에 잘 도착했습니다.
23일(주일), 힐러리를 초대해 주신 증평교회에서 1, 2부 예배 때 말씀을 전하며 온 교우들께 힐러리를 소개해 드리고 더불어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당일 저녁에는 저의 주 파송교회 가운데 하나이자 늘 사랑의 빚을 지고 있는 부강중앙교회에서 역시 말씀을 전하며 힐러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목사님과 성도님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했습니다.
‘지극히 작은이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라는 주님의 말씀을 증평교회는 온몸으로 실천해 주셨습니다. 교회의 섬김으로 24일(월)은 에버랜드, 25일(화)은 남이섬을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필리핀 영화 가운데 남이섬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남이섬이 필리핀 젊은이들 사이에선 로망의 장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힐러리의 한국 방문 버켓리스트에도 남이섬이 있었고, 그 마음을 아시는 복목사님께서 기장 충북노회 교역자 야유회 장소가 마침 남이섬이기도해서 저희 좌석으로 4자리를 일부러 만들어 주셨습니다. 다소 송구한 마음이었지만, 감사한 은총의 여행이었습니다. 26일(수)은 증평의 명산인 좌구산 휴양림에서 짚라인도 타고 산중 카페에서 멋스럽게 커피 한잔의 여유도 누렸습니다. 후에 힐러리에게 한국 여행 중 어디가 제일 좋았는지 물어봤더니 이곳 좌구산을 제일로 꼽더군요. 27일(목)은 경복궁을 거쳐 서울타워(옛 남산타워)를 갔습니다. 서울타워는 저도 처음 가본 곳인데 힐러리 덕분에 제가 호강을 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너무도 감사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온 마음과 정성으로 섬겨주신 복영규 담임목사님과 장로님들, 매끼 소중한 식사를 제공해 주신 집사님과 권사님들, 힐러리를 품어주고 재워주신 집사님 가정, 장시간 피곤을 무릅쓰고 친절하게 운전해 주신 홍목사님.. 증평교회 모든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함을 전합니다.
28일(금)부터는 쌍샘자연교회 게스트룸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은은한 십자가 불빛을 맞으며 싱그러운 바람과 산새 소리를 들으며 단잠에 곧잘 빠져드는 은총의 나날입니다. 매일 아침, 밥 먹으러 오라고 전화로 깨워주시는 백목사님, 그렇게 무공해 천연밥상을 베풀어주신 소남순권사님, 게스트룸 1층 식당 야곱의 식탁에서 늘 아침거리를 준비해 주신 조향미권사님. 모두 모두 또한 감사를 드립니다.
29일(토), 제가 한국에 오기 전 다바오에 머물 때, 한국에서 임성택(64세)이란 분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었습니다. 이 분은 한국과 다바오를 오가며 중고차 부품 수출을 하시는데, 파킨슨병이 발병한 지 1년 6개월이 되셨다면서 치료를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쌍샘자연교회로 오시라 해서 치료를 해 드렸고 얼마 후 한차례 더 치료를 했습니다. 모쪼록 건강하게 잘 회복되시길 빌 뿐입니다.
6월 30일(주일), 쌍샘자연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며 함께 온 힐러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힐러리는 이미 쌍샘교회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주위의 고즈넉한 풍경과 예수님 같으신 백영기목사님, 친절한 교우분들.. 오후예배 후에는 필리핀에서 시집와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로즈와 글로리아 그리고 신참 힐러리 이렇게 셋이 의기투합해 청주 나들이 겸 쇼핑을 하고 왔습니다. 참 보기가 좋더군요.
7월 1일(월), 상대교회 황인욱 목사님께서 힐러리와 함께 점심을 사주셨습니다. 사모님은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는데도 목발을 의지해 와주셨습니다. 힐러리 용돈을 챙겨주시네요. 늘 감사를 드립니다.
4일(목), 드디어 2주간의 한국 일정을 마치고 힐러리가 먼저 출국을 했습니다.
7일(주일), 갑자기 총회 본부에서 연락을 주셔서 남서울 중앙교회에 가서 1, 2부 말씀을 전했습니다.
10일(수),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는 명암교회에서 수요예배 때 말씀을 전했습니다.
11일(목), 중부명성교회 상당 2E순 식구들이 저녁식사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부족한 저희를 위해 늘 기도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인데, 따뜻한 환대를 받고 행복한 시간을 잘 누렸습니다. 고맙습니다.
12일(금), 제자교회 주철희목사님께서 먼 길 손수 차를 운전해 주셔서 산속에 위치한 대단히 유명한(?) 식당에서 염소탕을 사주셨습니다. 주목사님은 지난 2016년도에 충북노회 세계선교부 부장님으로 당시 총무님이셨던 황인욱목사님과 더불어 지금의 힐링트리 클리닉이 세워지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해주신 분이기에 그 감사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14일(주일), 낮 예배는 상대교회에서, 오후예배는 주성교회에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15일(월)~17일(수)까지, 쌍샘자연교회 백흥기장로님께서 당신의 일터가 있는 속초에다 호텔를 예약해 주시고 백목사님 내외분과 저희 부부를 초대해 주셔서 속초여행을 풍성하게 섬겨주셨습니다. 늘 섬기고 베풀기를 좋아하시는 그 넉넉함에 존경을 드립니다.
21일(주일), 운교교회에서 오전예배 전에 교우 분들과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침뜸봉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환자분들이 너무 많아서 부득이 예배시간이 30분 늦추어지는 은혜로운(?)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일 오후예배는 동부명성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예배 후 역시 침뜸봉사를 했습니다. 처음엔 신청자가 없어서 금방 끝나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하나님께서 놀라운 치유의 역사를 발하셔서 저녁 8시까지 진료를 하였습니다. 참 마딘 하루였습니다.
23일(화)~24일(수), 힐러리를 두 주간 챙기다보니 나머지 일정이 너무도 바빴습니다. 드디어 왜관에 계신 어머님을 뵙고 큰딸 봄이도 한국에 와서 처음 만납니다. 그렇게 1박 2일, 포항 호미곶 펜션에서 실로 오랜만에 가족수련회를 가졌습니다.
24일(수), 대전 살림교회에서 수요예배 말씀을 전한 후 그날 밤, 근사한 카페에서 동네 이장님처럼 넉넉하신 대전평안교회 이성국목사님 그리고 박상용목사님과 더불어 교교한 달빛을 맞으며 짧은 낭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28일(주일), 관기교회에서 주일 낮 예배 때, 황청교회에서 주일 오후예배에 말씀을 전했습니다.
7월 31일(수), 드디어 한국에서의 모든 일정을 은혜가운데 마치고 선교지 다바오를 향해 출국입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많은 분들께 너무도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증평교회와 쌍샘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부족한 사람을 초청해주셔서 말씀 전할 기회를 주신 여러 교회 목사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늘 마음 써 주시고 살펴주시는 김영복 장로님, 한국에 나올 때 마다 최고급 쇠고기를 어디에서 구하셔서 직접 구워주시는 정 많은 배영도 목사님, 마음 속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괴산장로교회 김태윤목사님, 친누님처럼 언제나 대접을 못해주셔서 안달(?)이신 안나의 집 남숙진사모님, 큰형님처럼 무어라도 더 챙겨주시려는 남광우 집사님, 늘 고된 유기농 농사로 삭신이 쑤시는(?) 험한 몸을 이끌고 굳이 저희의 돌아갈 짐을 차곡차곡 실어서 서울 숙소까지 날라주신 전성수 전도사님과 사모님께도 꼭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선뜻 새 차를 빌려주셔서 한국에 머무는 동안 정말 잘 사용했습니다.
8월 1일(목), 새벽에 홀로 깨어 조용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한동안 묵상을 하는 가운데 제 안에 그런 음성이 들립니다. “Do not worry about tomorrow!”(“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 실은 한국 방문 중에 어느 정도 교회 건축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바쁘게 보내기는 했지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마음 한 켠이 무거웠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건축에 대한 응답을 하나님께 받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당장 이루어질 줄 알았던 것인데, 하나님의 때를 생각하지 못했고 그 때와 방법은 좀 더 기다려야 된다는 깨달음을 비로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음성을 듣고 나서 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마라!” 그래서 순종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에만 최선을 다하여 살기로 말이지요.
5일(월), 드디어 첫 진료일입니다. 오랜 시간 기다렸던 반가운 얼굴들이 한 분 두 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심전심이란 말이 있듯이, 사람의 진심이 통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저는 스스로 부족함을 잘 알기에 더 마음을 기울여 환자들을 돌보려고 합니다. 일일이 환자들이 말씀을 안 해도 그 분들 몸이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려 애를 씁니다. 그러는 가운데 어떤 진정성이나 그 진심이 빚어내는 감동이야말로 사람을 살려내는 놀라운 치유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마치 주님의 넓으신 품처럼 말이지요. 실로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들이 클리닉 안에는 늘 넘실거립니다. 힘이 든다면 힘이 들고 보람이 있다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보람의 현장인 힐링트리 클리닉 안에서 매일 믿음의 역사를 써 나가고 있습니다.
9월 30일(월)~10월 3일(목)까지 전북노회 노회장님과 세계선교부장님 그리고 회계 장로님께서 필리핀 민다나오 선교회와 자매결연을 위해 다바오를 방문하셨습니다. 이는 총회가 추진하는 생명망 짜기의 일환으로서 각 선교회와 총회 산하 전국 노회 간의 자매결연을 통해 선교적 역량을 강화하고 깊은 교제를 통한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의 역할을 기대하는 뜻 깊은 만남의 시간이었습니다. 먼 길 와주신 그 수고와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2. 앞으로의 이야기
내년(2020년) 5월 말까지가 브로큰샤이어 병원과 충북노회 세계선교부 간에 맺은 MOU(양해각서)가 이미 한 번 더 연장되어서 최종 마무리 되는 시점입니다. 하여 최선의 안으로는 직접 땅을 구입하여 건물을 지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하늘의 때가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차선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의 말이 지금 다바오의 땅값이 미쳤다고 합니다. 다바오 시내 지역이 평당 한화로 600만원 정도하는데 이 금액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그런 생각을 주십니다. 아직 계약이 끝난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 나가라고 쫓아내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던 차에 마침 담당 매니저인 아그네스(Agnes)가 병원장이 새로 부임했는데,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해서 그녀의 안내로 지난 9월 4일(수), 새 병원장인 주교(Bishop) 하이메(Jaime)를 만나 가벼운 인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아그네스 말로는 새 병원장이 힐링트리 클리닉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특히 제가 3년 가까이 무보수로 봉사하는 것에 대해 많이 놀라 했다는 후문을 들려줍니다. 며칠 후, 힐링트리 클리닉의 앞으로의 계획과 진행을 비숍을 만나 다시 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 10월 14일(월), 병원장과의 면담을 잡았습니다. 부디 이 만남 속에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더 멋지고 선한 뜻을 발견하는 은총이 있기를 그리고 이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생각만으로도 힘이 되는 여러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또한 섬겨주시고 베풀어 주시는 귀한 사랑에 온 마음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 거하시길 빌며 늘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소서.
2019년 10월 5일
선교지 민다나오 다바오에서
이영일, 손희종, 이봄, 이가람, 이샘 올림
* 기도제목 *
1. 10월 14일(월), 병원장과의 만남이 선한 믿음 가운데 이루어지도록
2. 힐링트리 클리닉에 하나님의 치유의 은총이 언제나 넘쳐나기를
3. 치유나무교회를 함께 섬겨나갈 전도사님과 신실한 종들을 예배해 주시도록
4. 아내와 세 딸의 건강 그리고 삶의 자리를 축복해 주시기를
5. 부족한 종에게 인자하고 선한 미소가 언제나 깃들도록
6. 조국 대한민국의 안정과 번영, 남북의 평화 통일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