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은퇴자로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Q : 교회를 개척한 지 30년이 됐고 은퇴를 1년 앞두고 있습니다. 후임도 정했습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목회만으로도 30년은 긴 세월인데 개척 30년이라니 수고 많으셨습니다. 건강하게 은퇴하는 것, 교회가 성장한 것, 탈 없이 후임을 청빙한 것, 목회 마무리하게 된 것 모두 다 감사한 일들입니다. 세 가지로 나눠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은퇴하시게 될 목사님께. 은퇴자의 평안은 내려놓는 데서 시작됩니다. “내 것이 아니다. 내가 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을 전환해야 합니다. 버스라고 생각하면 운전기사가 바뀌게 되는 격입니다. 조수석에 앉아 이 소리 저 소리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운전에 문제가 생깁니다. 사고 날 수 있는 위험도 커집니다. 아쉽고 허전하더라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원격조정간도 잡지 않는 게 좋습니다.
둘째, 후임 목사님에게. 30년 성공 목회의 대를 이어 담임 목사가 됨을 감사하십시오. 원로 목사님이 30년 긴 세월 새기고 쓰고 그린 흔적들을 지우려 들지 마십시오. 쉽게 지워지지도 않고, 없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얄팍한 지우개로 지우려 들다간 손에 피멍이 들게 됩니다.
노고를 인정하십시오. 지혜로운 전승을 위해 노력하십시오. 스승으로 어른으로 선배로 높이고 인정하십시오. 목회는 마라톤인데 패기, 용기, 추진력만으로 순항하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교인들에게 당부합니다. 함께 개척에 참여했던 사람들, 동고동락했던 사람들, 기도의 동역자들, 그들 때문에 오늘의 그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오랜 세월 주고받은 정과 만남을 하루아침에 자르지 마십시오. 전임자와 후임자를 비교하는 우를 범하지 마십시오. 떠나는 분에 예의를 갖추십시오. 한국 사람의 정은 깊습니다. 그 정을 버리지 마십시오. 교회 평화와 안정의 바른길이 무엇인가를 헤아리십시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
[출처] - 국민일보 20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