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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체가 인류학자를 채용한 까닭
통섭은 세계 학계·산업계의 주요 화두다.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융합해 여태껏 볼 수 없던 창조적 결과물을 내놓는 일이다. 황창규 국가R&D(연구개발)전략기획단장은 “스마트 혁명으로 세계 산업계가 전례 없는 변곡점을 맞은 이때, 통섭형 인재는 기업과 사회에 가장 절실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크리스텐센 교수의 말처럼 “정보기술(IT)이 득세한 뒤에는 융·복합 기술이 답”이며 “애플의 혁신 제품들은 통섭형 R&D의 전범”이라는 것이다.
‘통섭’ 개념을 국내에 도입해 전파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통섭 능력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균수명이 80대 이상을 바라보는 고령화 시대에 한 가지 일밖에 할 수 없다는 건 불행이기 때문이다.
통섭 인재 공통점은 ‘꿈과 재미·실행력’
통섭형 인재를 기르고 잘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박학다식이 곧 통섭은 아니다. 소설가이자 콘텐트 융합 전문가인 김탁환씨는 “10대, 20대 연령 때 다양한 융합 시도가 놀라운 성과로 이어지는 경험을 자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점·학벌 위주의 교육이 득세한 우리나라에선 통섭 재능을 지닌 이들이 외려 쓴맛을 더 볼 수 있다. 골고루 잘해야 하는 대학입시 관문이 쉽지 않다.
추천받은 7인을 개별적으로 장시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결과 공통점이 많았다. 우선 자신의 재능과 흥미 대상을 일찌감치 발견해 10대에 이미 특정 분야에서 준전문가급의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의사·프로그래머이자 작가인 관동대 정지훈(의학) 교수는 열두 살 때 동네 백화점에서 본 애플2 컴퓨터에 빠져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신훈 부장은 고교 시절부터 아마추어 만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이들은 전공을 택할 때도 ‘재미’를 우선했다. 대학 생활 중엔 선후배와 은사는 물론 사회 각계 ‘선수’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변화에 적응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키웠다. 새로운 게 나오면 일단 덤벼들고 봤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이성식 디자인그룹 파트장은 “영상 제작이든, 그래픽 디자인이든 참신하다 싶으면 독학을 해서라도 즉각 현장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통념을 거스르는 것은 모두의 전매특허. 포스코의 김지용 소재사업실장은 “포스코가 처음으로 박사 출신 공장장을 구한다기에 미국의 꽤 안정적인 일을 뒤로 하고 귀국했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유명인보다 현장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인재 선정
통섭형 인재 7명 어떻게 뽑았나
‘통섭 에너지’를 왕성하게 분출하는 인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업종의 경륜 있는 경영자와 융합·인력개발 전문가 등 7명의 추천을 받았다. 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을 비롯해 김상영 포스코 부사장, 김탁환 소설가 겸 융합 콘텐트 전문가, 나성찬 엔씨소프트 OU본부장,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 장동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그룹장이 도움을 주었다. 본인이 몸담은 기업이나 학계에서 남다른 접근방식과 혁신적 발상으로 도드라진 성과를 거둔 이들을 우선 추천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창업자처럼 이미 대중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인물보다, 각 분야 현장에서 창의적인 활동으로 통섭적 사고의 확산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기여하는 이들 7명을 엄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