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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 포인트에서 열기로 줄을 태운 낚시인) “높아지는 암초입니다. 내려가면서 입질을 받으면 낚시가 참 편해지는데, 물 흐름이 그렇질 못합니다. 최고 15m까지 높아지니까 조심하세요.” 이(李) 선장님의 자상한 멘트가 선내(船內) 방송으로 흘러 나왔다. ‘15m라… 걸림을 피해야 하네…’ 어군탐지기에 나타난 기록은 열기 군락이 중층에 피어 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삑!!!!” 입수 신호가 울려 퍼지고 18인(人)의 채비는 맹렬한 속도로 하강을 시작했다. 툭~~하고 봉돌이 바닥에 닿는 느낌이 들자, 지체 없이 핸들을 두 바퀴 감아 바닥에서 봉돌을 띄웠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물 밑 지형의 형태가 사진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암초 주위에는 작은 산호초나 해초(海草), 어쩌면 폐그물이 걸려 있을지도 몰라.’ (여밭이나 규모가 큰 암초는 승선 인원 전원이 고루 손맛을 볼 수 있는 좋은 포인트가 된다.)
일단은 ‘사격자세’를 취했다. 배가 포인트를 향해 흘러 들어가면 진입 방향에 따라 고기를 걸든가, 혹은 밑걸림에 당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알 수 있으니까 봉돌의 느낌에 집중해 나가면 되는데, 이 때 ‘사격자세’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만세 부르기‘를 할 수 있는 준비 자세라 할 수 있다.
(Tip 1) 만세 부르기 만세 부르기는 말 그대로 로드를 높이 치켜드는 동작을 의미한다. 우럭낚시의 경우 침선이나 어초 등의 장애물이 포인트를 이루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 경우 밑걸림에 속절없이 당하게 되면 입질의 기회를 잡기 어려워지게 된다. 만세 부르기는 바늘이 장애물에 닿았음을 느끼는 순간 로드를 높이 들면서 재빠르게 걸림을 피해내는 방법 중 하나이다.
(Tip 2) 사격자세 사격자세는 M-60 기관총을 들고 있는 자세라고 보면 된다. 버트대(손잡이)는 겨드랑이에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왼손은 전동릴 하단의 로드를 잡고 오른손은 전동릴의 핸들을 쥐는 자세이다. 이 자세의 요점은 오른손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 만세를 부르는 높이만으로는 장애물을 뛰어 넘을 수 없을 때 수동 릴링을 병행해야 하는데, 오른손이 전동릴의 핸들을 늘 잡고 있어야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해 진다. 불과 1초 미만의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이 1초의 차이로 밑걸림에 당하느냐 혹은 탈출하느냐가 결정되기도 한다. 이 자세가 몸에 익게 되면 밑걸림없이 장애물을 타고 넘을 수 있는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선미(船尾)부터 포인트에 닿았는지 뒤쪽에선 벌써 바닥을 걸고 쩔쩔매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조류도 바람도 그리 강하지 않은 날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여유를 가져도 괜찮다. 바로 옆에서 낚시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봉돌의 느낌에 접근하고 있을 때, 투둑~ 봉돌이 뭔가에 닿는 느낌이 온다. 암초의 느낌. 로드를 들면서 핸들을 두 바퀴 감아주는 걸로 봉돌을 다시 띄웠다. 암초가 시작되는 지점에 도달했다. 손끝의 감각에 더 집중해야만 되는 시점이다. 전동릴을 쥐고 있는 왼손의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로드 끝을 살짝살짝 튕겨준다는 기분으로 짧은 고패질을 시작했다.
(Tip 3) 장애물 감지용 고패질의 요령 과거의 고패질은 미끼의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연출해 빠른 입질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당연시 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의 선상낚시에서 로드를 아래 위로 크게 흔드는 고패질은 금기시 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 1차적인 이유는 고패질이 모여있는 어군의 군락을 깨뜨린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침선이나 어초 등의 장애물을 탈 때는 봉돌을 바닥에서 띄워 놓은 상태 그대로 들고 들어가면서 장애물의 느낌에 집중하거나, 짧고 빠르게 로드 끝만 살짝살짝 튕겨주는 방법이 일반화 되고 있다. 미끼에 인위적인 액션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물의 접근을 알아차리기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이 전부.
(빈 바늘 없이 줄을 태우는 all kill은 열기낚시 최고의 매력)
봉돌이 닿는 느낌이 들 때마다 로드를 들어주면서 릴링을 해나가던 순간, 열기 특유의 쪼아대는 듯한 입질이 시작되었다. 한 번 입질이 붙기 시작하면 all kill을 할 때 까지 입질을 멈추지 않는 열기낚시의 매력. 높아지는 암초 포인트에서는 그 매력에만 빠져 있어서는 곤란하다. 암초의 최고 높이를 완전히 지나갈 때 까지는 ‘밑걸림’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 입질이 시작되는 순간 만세를 부르면서 아예 핸들을 서너 바퀴 더 감아 위험지역에서 벗어났다. 여전히 계속되는 입질에 전율하며 전동릴의 수심계를 확인하니 역시 암초의 중간 부분부터 시작된 입질이다.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밑걸림의 위험. 로드에 걸리는 부하(負荷)가 점점 가중됨을 느끼면서 릴링을 계속해 나갔다. 어느 순간 토독대는 입질이 멈추고 로드에는 들고 있기에 버거울 정도의 무게가 걸려있음이 느껴진다. 중속(中速) 정도의 빠르기로 채비 회수를 시작했다.
(Tip 4) 고기를 걸었을 때 전동릴을 감는 속도 채비와 바늘이 튼튼한 것일 때는 빠른 속도로 릴링을 해도 고기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카드채비의 경우엔 중간 빠르기의 속도가 적당하다. 카드채비는 보통 7~8호의 기둥줄에 3~5호 정도의 목줄을 쓰고 빙글뱅글 구슬을 채용한 제품이 많은데, 너무 빠른 속도로 감게 되면 고기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바늘이 빠지는 경우가 생길 때도 있다. All kill이다. 빠진 바늘 없이 빼곡하게 줄을 탄 열기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제일 윗 바늘이 손앞에 올 때 까지 줄을 푼 후 열기를 한 마리씩 떼어내고 미끼를 점검했다. 한 마리를 떼어내고 미끼를 확인하고 줄을 조금씩 감으면서 다음 바늘의 열기를 떼어내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 엉킴없이 간편하게 채비를 정리할 수 있다. 보리새우라고 부르는 민물 새우를 쓰면 볼락이나 열기의 입질이 확실히 빠르게 느껴지는데, 문제는 미끼 교체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역시 껍질을 벗겨 적당하게 썰어놓은 오징어채가 열기낚시에는 제격이다. (Tip 5) 우럭 및 열기낚시에서 오징어채 쉽게 썰기 오징어의 껍질은 벗기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다. 혹자는 오징어 껍질에서 나오는 인광(燐光)이 고기의 시각을 더 자극해서 효과적이다는 의견도 있지만, 껍질을 벗겨 하얀 오징어의 속살만을 쓰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이 현재는 지배적이다. 고기가 있는 지점으로 미끼가 흘러 들어가는 게 중요할 뿐 어떤 방법이든 각자가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느낀 미끼를 사용하는 게 심리적으로 편안한 낚시를 가능케 할 것이다. 미끼나 채비에 관한 변수는 가급적 줄이고 포인트 특성에 집중하는 낚시를 즐기는 것이 조과를 올리는 지름길이 된다. 오징어채를 썰 때는 할인점에서 파는 가격이 싼 도마와 커터, 장갑 그리고 아크릴 자를 준비하면 쉽게 썰 수 있다. 껍질을 벗긴 오징어 살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아크릴 자를 이용해 커터로 역삼각형의 모양으로 잘라내면 된다. 오징어채의 규격은 10:1의 비율이 이상적이다. 역삼각형의 큰 변의 길이를 1cm로 보았을 때 적당한 길이는 10cm가 되는 식이다. 15cm 길이로 쓰고 싶을 때는 1.5cm가 되면 된다. 열기낚시에 쓰이는 오징어채의 길이는 5cm면 충분하다 역삼각형 큰 변의 길이는 따라서 0.5cm.
(개체 보다는 씨알을 노려봄직한 침선 열기낚시)
열기의 군락(群落)이 제법 큰 모양인지 몇 번에 걸쳐 같은 포인트에 진입하는데도 개체가 줄지를 않는다. 입질의 활성도가 좋은 포인트에서는 반복해서 배를 대면서 그곳에 모여 있는 열기를 모두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암초나 여밭처럼 포인트의 규모가 넓을 때는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생기는 장점이 있다. 골고루 손맛을 볼 수 있는 포인트의 개발은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입질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자 이(李) 선장님은 포인트 이동을 결정한다.
“최고 높이 8m의 침선입니다. 침선이 시작되면 8m만 들어주세요.”
선장님의 멘트가 흘러나오자 잠깐의 웅성거림. 남해(南海)에서의 침선(沈船)을 열기 채비로 공략해야 한다는 점이 익숙한 상황은 아니리라. 8m 높이의 침선에 진입하면서 8m를 들어주라는 멘트는 어탐기상으로 나타나는 열기가 침선 상단에 피어있다는 뜻이다. 이 멘트를 무시하고 유영층을 8m 보다 낮게 잡으면 밑걸림에 당하기 십상이다. 주지하다시피 고기가 달린 바늘은 걸릴 확률이 줄어들지만, 빈 바늘은 그대로 침선에 꽂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Tip 1)과 (Tip 2)에서 말한 ‘만세 부르기’와 ‘사격 자세’는 침선과 어초낚시를 한결 편하게 만들어 준다. 자신의 만세 부르기 높이를 정확히 파악해두면 보다 나은 조과가 가능해진다.
(Tip 6) 만세 부르기의 높이 계산하기 전동릴의 기어비는 수동릴의 그것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설정되어 있다. 수동 장구통릴의 경우는 보편적으로 5:1 이상의 기어비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동릴은 2.8~3.5:1이 보편적이다. 그 이유는 릴 구동의 동력이 전동이라는 점 때문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기어비는 핸들을 한 바퀴 돌렸을 때 스풀의 회전 수를 의미한다. 3:1의 기어비라면 수동으로 핸들을 한 바퀴 돌렸을 때 스풀이 3바퀴 회전하는 셈. 만세 부르기의 높이는 이 기어비와 관련한 라인의 길이를 계산하면 된다. 만세를 부르는 높이를 더 높게 하고 싶으면 낚시 자세를 조금만 바꾸면 가능해진다. 바닥 감각이나 장애물의 감각을 보다 명확하게 느끼기 위해선 로드 끝을 수면과 수평이 되게 잡는 게 유리하지만, 만세 부르기의 높이를 더 확보하기 위해서는 로드 끝을 수면 가까이 숙여 두는 게 한결 유리하다. 이렇게 로드 끝을 수면 가까이 두고 있다가 장애물을 느끼면 로드를 높이 들면서 릴링을 하면 된다. 자신이 쓰는 전동릴의 기어비를 확인해 두고 핸들을 한 바퀴 돌렸을 때의 라인 길이를 염두에 두면 3~4m 정도의 높이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전동릴은 핸들을 한 바퀴 돌렸을 때 라인의 길이는 50~70cm 정도. 즉, 빠른 속도로 핸들을 네 바퀴 돌렸을 때는 최소한 2m의 높이 확보가 가능해진다는 뜻이 된다. (씨알 좋은 열기와 우럭을 함께 노릴 수 있는 침선낚시) 15m의 암초를 타면서 입질을 받았던 지점은 중턱이었음을 상기하면서 선장님의 멘트를 수긍했지만, 침선에선 열기의 씨알을 노리고 싶어진다. 3m의 높이는 평소 많이 연습해 두었던 터라 5m만 들고 들어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침선 진입합니다. 조심하세요.” 바닥 가까이 봉돌을 두고 있던 사람은 여지없이 밑걸림에 당하는 모습이다. ‘저런… 침선을 걸면 피어있던 열기나 우럭이 침선 속으로 숨어버리는데…’ 머릿속으로 스치는 생각을 잠시 잊고 침선의 느낌에 집중하는 순간 입질이 들어왔다. 쳐박는 느낌이 열기나 우럭은 아니고 쏨뱅이인 듯 하다. 지체없이 만세를 부르면서 침선의 최고 높이를 벗아나자 기다렸다는 듯 열기의 입질이 시작된다. 암초에서처럼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입질은 아니었다, 이럴 때는 미련을 빨리 버리는 게 좋다. 침선의 높이는 극복했지만, 옆 사람과의 엉킴이 생기기 쉽기 때문. 역시 쏨뱅이와 열기 세 마리. 침선이라 그런지 씨알이 장난이 아니다.
(Tip 7) 띄울 낚시의 묘미 어초나 침선, 여밭도 마찬가지지만 바닥권 공략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의외로 조과가 나아짐을 느낄 수 있다. 수중 촬영을 한 동영상이나 수족관에서의 고기 분포를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쉽게 동의할 수 있겠지만, 계절에 따라 씨알 좋은 개체는 의외로 높게 떠있는 경우가 많다. 먹이 사슬의 분포가 왜 이런 형태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적정한 수온의 형성과 그에 따른 베이트피쉬의 분포가 결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디. 침선이나 어초 깊숙한 곳은 열악한 환경, 즉 뻘물 등 물고기의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좋은 피난처가 되지만, 정상적인 상태일 때는 먹잇감이 가장 적은 곳이 된다. 바닥권을 공략할 것이냐 아니면 띄워서 잡을 것이냐는 당시의 바다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만, 낚시 당일의 유영층 파악을 할 때 반드시 띄워보는 과정을 생략해선 안된다. 어초나 침선 상단에 떠있는 고기는 그 장애물을 건드리는 순간 밑으로 가라앉아 숨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의도적인 띄울 낚시는 이런 관점으로 보면 전체의 조과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Catch the Big One' 큰 거 한 마리를 노릴 때는 의도적으로 바닥권을 공략할 때가 많은데, 이때의 채비 손실은 감수해야만 하는 대상이 된다. 현실적으로 다단 채비에서 만세 부르기로 극복할 수 없는 높이는 입질을 받지 못한 바늘의 걸림을 뜻하기 때문.
침선을 잘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양극화 되자 이(李) 선장님의 배 운용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띄우라고 해도 여전히 바닥권을 공략하는 사람들 쪽으로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덜 가기 시작했던 것. 좋은 조황을 바라는 건 꾼들의 몫만은 아니다. 선장이나 선사의 입장에서는 생계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이다. 좋은 조황을 올리는 선장의 몸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선사 역시 지속적으로 손님을 유치하는 발판이 된다. 이런 현실 인식은 낚시가 서툰(?) 사람들의 기회를 상대적으로 줄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고기를 잡게 해주기 위해 배를 대는데, 고기를 쫓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본인의 조황 뿐만 아니라 전체의 조황을 나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입질이 없을수록 봉돌을 자꾸 바닥을 향하게 되는데, 이를 바꾸어 얘기하면 밑걸림의 위험 속으로 자꾸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한번 든 봉돌을 다시 내리지 않는데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 말이다. “약 5분 간 이동해서 어초를 공략하겠습니다.” 침선에서의 조과가 시원치 않자 이(李) 선장님은 다시 포인트 이동을 결정했다. (어초 상단을 공략해 잡아낸 씨알 좋은 쏨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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