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의 사자성어(16)>
고진감래(苦盡甘來)
쓸 고(苦), 다할 진(盡) , 고진 이라함은 “고생이 다한다”라는 뜻이고, 달 감(甘), 올 래 (來) ,감래라함은 “단 것이 온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고진감래 라함은 “고생을 다하면 즐거움이 온다”라는 말이다. 흔히 ”고생 끝에 낙(樂)이 온다“ 라고 하는 데 바로 고진감래가 그것이다.
참고로 쓸 고(苦)자는 풀 초(艹)와 옛 고(古)가 합쳐진 글자이다. 풀도 오래되면 쓰게 된다는 것이다. 쑥도 파릇파릇 어렸을 때가 부드럽고 달콤하다. 오래된 쑥은 뻣뻣하고 쓴 법이다. 사람도 필자처럼 칠십이 넘으면 완고(頑固)하고 유연성(柔軟性)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사자성어를 통해 한자를 익히는 의미에서 고(苦)자를 파자(破字)해 보았다.
무릇 쓴 맛을 본 자만이 단 맛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세상만사 어느 일이든 고생과 노력없이 공짜로 굴러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그만한 공력(功力)을 들였으니까 그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공부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다. 바둑 역시 그렇다. 과거에 세계바둑을 제패했던 이창호 기사(棋士)도 두꺼운 바둑판의 가운데가 뭉개질 정도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한 끝에 바둑황제로 군림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금 주고도 못산다”고 했고, “쇠는 두들길수록 단단해 진다”는 옛말이 내려오는 것이다. 독일 속담의 “간난(艱難)이 너를 옥으로 만든다”는 말도 맥을 같이 한다. 비를 맞으며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본 자만이 인생의 참 뜻을 알게 된다.
고진감래의 반대말은 흥진비래(興盡悲來)이다.
즐거움이 다하면 슬픈 일이 닥쳐온다는 뜻이다. 인간 만사는 음양(陰陽)이 교차되는 법이다.
항상 좋으라는 법도 없고, 항상 나쁘라는 법도 없다. 비오는 날이 있는 가하면 햇볕 비추는 날도 있는 것이다. 검찰총장 시절 징계로 시달리던 인물이 얼마 후 대통령당선자로 되었고, 역시 같은 시기에 시달려오던 검사장이 장관후보자로 지명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사람팔자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잘 되었다고 뽐낼 것도 아니고, 실패했다고 낙담할 것도 아닌 것이다.
무릇 잘 될 때에는 쇠퇴할 때를 준비하고, 어려울 때에는 풀릴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결코 서둔다고 해서 빨리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공자님께서도 서두르면 달성하기 어렵다고 논어에서 가르치고 있다.(欲速則不達:욕속즉부달)
위와같은 뜻을 조선 숙종때 김천택(金天澤) 선비께서는 시조로 표현했다.
잘 가노라 닷지 말며 못가노라 쉬지말라
부디 긋지말고 촌음(寸陰)을 아껴 써라.
가다가 중지 곧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
[잘 간다고 너무 달려가지 말 것이며. 못 간다고 해서 쉬지도 말아라.
부디 그치지 말고 짧은 시간이라도 아껴 써야한다.
가다가 중도에 멈추어 버린다면 애초에 아니감만 못하니라.]
등산을 즐겨하는 필자는 산에 가면 절을 찾아보곤 한다. 절의 추녀끝에 풍경(風磬)이 달려있다. 풍경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그윽한 소리가 난다. 그야말로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가 나는 것이다.
인생도 평온만 하다면 즐거움이 무엇인지 모른다. 곤란한 일이 있음으로 해서 즐거움도 알게 된다. 즐거움과 괴로움이 교차하며 뒤엉켜서 인생 교향곡이 연주되는 것이다.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된다. 마라톤은 꼴찌를 해도 박수를 받는 종목이다. 시작하자마자 앞서 나간다고 해서 1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나를 앞질러 간다고 조급해 할 필요도 없다.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자기만의 페이스를 지키고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진김래가 되는 것이다. (2022.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