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길 - 안도현
영대산 오르다가 길을 잃어버렸네
씩씩한 남학생 두엇 앞장서겠다 하네
그 뒤로 여학생들 나란히 따라가네
나는 맨 뒤에서 따라가네
아하, 없는 길이 생겨나네
출처: 월간<사람과산> 2003년 3월호
(시조시인 김은남 .. 장수군 영대산-알려지지 않은 산 )
장수 영대산(666m)
구암마을~영대산~오봉산~미륵암
영대산은 장수군 산서면과 임실군 성수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666m의 산이다. 호남금남정맥의 팔공산이 서쪽으로 한줄기 곁가지를 일으킨다. 마령치를 지난 이 산줄기는 다시 둘로 나뉘어 북녘으로 성수산(876m), 서녘으로 영대산과 오봉산을 일으킨 후 덕재산을 지나 오수면의 오수천에서 산줄기를 마감한다.
산서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리면 산서초등학교 뒤로 올려다 보이는 영대산의 모습이 밝은 봄 햇살에 눈부시다. 학교 앞쪽으로는 팔공산 서녘에서 시작된 오수천이 시원스레 흘러간다.
영대산 들머리는 산서초등학교에서 오수천을 거슬러 올라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구암마을과 압계서원 입구를 알리는 빗돌이다. 영대산이 한 폭 그림으로 떠오르는 북녘 포장길을 따라가면 세 아름을 자랑하는 버드나무 고목이 산꾼을 반긴다. 학선리라는 지명 그대로 우러러 보이는 영대산의 산세가 참으로 아름답다. 마을회관을 지나면 왼쪽 산기슭에 압계서원이 보인다. 일정이 빠듯하더라도 반드시 둘러 보는 게 좋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35호인 압계서원은 육려, 임옥산, 박이항, 박이겸, 육홍진 등 학문과 효행이 뛰어난 다섯 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지내는 곳이다. 조선 정조 13년(1789년)에 처음 지었으나, 고종 5년(1868년) 전국의 서원철폐령으로 헐렸으며 1958년 다시 세웠다. 압계는 서원 앞을 흐르는 천의 이름이며 경내에는 압계서원의 역사를 기록한 사적비가 있다.
때마침 만난 마을 주민 김용식 노인(90세)이 서원 안으로 안내했다. 건물 뒤쪽에 자리한 사당을 통과하는 문에는 '산영문(山迎門)' 이라고 쓰인 현판이 걸려 있다. 과연 이곳의 조망은 일품이다. 이끼 낀 담장 너머로 눈모자를 쓴 팔공산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 남쪽의 묘복산(846m)과 천황산(910m)의 신비로운 모습은 산영문이라 이름 지은 선인의 멋진 뜻을 절로 깨치게 한다.
샘터에서 빨래하던 동리 여인들은 서원 뒤로도 산길이 있다고 하였으나 되돌아 나와 다시 북녘 마을길을 이었다. 다시 만나는 삼거리에서 무덤이 보이는 왼쪽 길을 따르면 제법 뚜렷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조금 더 오르면 왼쪽의 능선으로 산악회의 표지기가 보인다.
필자는 좀더 상류로 올라가 오른쪽 능선을 이어 보았다. 어느새 보춘화가 꽃봉오리를 내밀고 양지 바른 곳에는 파릇파릇 새싹들이 보인다. 산행시작 한 시간 반이면 정상 퍗말이 자리한 정수리에 올라선다.
'능곡 2.3km, 원종이 2.4km' 라고 적힌 팻말너머로 팔공산이 눈부시다. 마령치를 지나 갈라진 성수산의 산줄기며 묘복산, 상서산, 천황산이며 그 너머로 금남호남정맥과 멀리 백두대간의 하늘 마루금이 봄볕에 아련하다.
국립지리원 지도를 놓고 다시 한번 산세를 살펴보니 아무래도 정수리의 위치가 이상하다. 길이 희미한 북녘 능선을 이었더니 비로소 지도상의 정수리에 올라선다. 좁은 장소에 나무들이 자라 전망도 보잘것 없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필자의 고도계로는 5m가 더 높았다. 그리고 이곳이 팔공산의 줄기를 이어받아 오봉산에 전하는 주능선이 분명하다.
서쪽 능선을 이어 30분이면 영대산과 오봉산의 경계를 이룬 고개 안부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10여 분이면 오봉산 삼거리에 이르는데 스쳐 지나기가 십상이다.
오봉산의 정수리는 능선에서 북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다. 베어진 나무와 가시덤불이 어지러운 정수리에는 남양방공 무덤이 자리한다. 정상석은 커녕 표지기 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능선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산길을 잇는다. 30분이면 모처럼 바위봉에 올라선다. 전망이 빼어난 바위봉에서 계속 서쪽 능선을 이으면 오봉저수지에 이른다.
되돌아가서 3분이면 정남쪽으로 내림길이 이어지고 524봉을 지나 미륵암 입구에 내려선다. 미륵암 입구에는 안동 권씨 무덤과 재실이 자리하고 수십 개의 벌통이 놓여 있다. 또한 '칠봉산 미륵암' 이라 쓰인 작은 빗돌이 있다.
산이름을 확인하기 위하여 미륵암에 들렸다. 왕대숲이 입구를 지킨 미륵암 법당은 풍경소리 뿐 스님은 출타 중이다. 두 아름 소나무와 쌍둥이 방죽, 미륵암 안내석을 거쳐 초장정류소에 도달한다. 동리 주민 버스기사, 택시기사 등 만나는 사람마다 '미륵암 뒷산은 칠봉산이요, 오봉산은 오봉저수지 북동쪽의 성수면 주방리에 자리한 산' 이라고 말한다.
산서초등학교에 들렀다. 1924년 6월 산서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하여 7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학교는 그간 7,9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너른 운동장에는 아름드리 고목들이 학교의 오랜 역사를 무언으로 전해주고 있다.
'영대산 허리띠를 휘감은 터에/ 슬기로운 새싹들이 다함께 모여...튼튼하고 부지런한 산서어린이' 라는 교가에서 보듯 영대산은 산서 어린이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드높은 청산이었다.
구암마을 들머리엔 세 아름의 버드고목
동리이름 학선리며 범상 벗은 산이름
어느 때 어떤 사연에 귀한 이름 얻었나요
다섯 분의 선비 모신 이끼 자란 압계서원
사적비 둘을 세워 높은 뜻을 일렀던가
산영문 축대 오르면 그림같은 청산들이
영대산 허리띠를 휘감은 터에
드넓은 운동장엔 아름드리 고목 거목
팔십 년 전통 이어 온 산서초교 교가 교정
정수리 올라서면 가슴 셀렌 청산들이
어버이 팔공산이, 핏줄 나눈 성수산이
눈이불 겨울잠 깊은 묘복산 천황산이
영산영월 그 절경은 장수땅의 팔경이요
산서년의 진산이요. 장수군의 오대명산
일신이 일심이라네 산서인을 뜻하는
<영대산> 필자의 시조
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 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 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산음가1.2.3], [시조시인 산행기]를 펴냈다.
현재 출판사 심산 문학 대표. 이메일 주소는 simsanmunhak@yahoo.co.kr
*산행길잡이
구암마을 입구~마을회관~압계서원~영대산~오봉산~미륵암을 잇는 종주 코스는 약 4시간30분 걸린다.
영대산의 들머리는 산서초교 정문에서 동북쪽으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구암마을 빗돌이다. 북쪽으로 포장길을 따라가면 세 아름의 버드나무 고목을 지나 구암마을회관에 이른다. 회관 왼쪽 길을 따라가면 삼거리에 이르고 다시 왼쪽 길을 따르면 계곡길이 이어진다.
계곡 상류에서 왼쪽 지능선 또는 오른쪽 지능선을 1시간 오르면 정상팻말이 자리한 정수리에 이른다. 그러나 지도상의 정수리는 북쪽으로 약 400m 지점이다. 이곳에서 서쪽 능선을 따라 30분이면 안부에 이르고 다시 15분이면 오봉산에 도달한다.
능선으로 되돌아와서 25분이면 삼거리를 지나 바위봉에 이른다. 3분 거리인 삼거리로 되돌아와 정남녘 능선을 내리면 524봉을 지나 미륵암 입구에 내려선다.
오수의 이야기
지금부터 천 여 년 전 신라시대 거령현(현재 지사면 영천리)에 김개인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한 마리 개를 기르고 있었는데 그림자처럼 주인을 따라다녔다. 어느 해 이른 봄, 장에 갔다가 술에 취한 그는 들판에 쓰러져 깊은 잠이 들었다. 마침 들불이 일어나주인이 위험하게 되자 개는 개울로 달려가 몸에 물을 묻혀 뒹굴며 불을 끄기 수십 차례, 마침네 주인은 살리고 죽어 버렸다. 깨어난 주인은 크게 애통하며 개를 묻어 주고 그 자리에 지팡이를 꽂아 두었는데 얼마 후 그 지팡이에 싹이 돋아 하늘을 찌를 듯한 느티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그 나무를 '오수(獒樹)'라 불렀으며 현재 오수면, 오수천 등의 이름이 여기에서 연유하게 되었다.
*교통
1일 12회 운행하는 전라선 무궁화호로 오수역에 내린 뒤 오수터미널에서 1일 21회 운행되는 버스로 산서에 도착한다. 전주에서 오수행 시외버스는 1일 74회 운행된다. 미륵암 입구에서 산서 경유 장수행 군내버스는 1일 6회 있다. 미륵암 입구에서 산서정류소까지 택시를 타면 요금은 3,500원이며 걸어서는 40분 걸린다.
*잘 데와 먹을 데
산서정류소 뒤 수궁회관(063-351-3566)과 학교 위 영대회관 등 식당이 몇 있다. 오수면 오수리에는 보금장여관(063-642-7287)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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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회장님 번개산악 조아조아요!!*^^* 날잡자고요??
좋은자료와 좋은장소 소개해준 부회장님 짱이십니다 건강하세요
부회장님 ~~ 감사 합니당 ^^~~~♬
번개산행도 공지하시어 같이 갑시다!! 더 재미 있을것 깉습니다!!
감사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