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우편'이 필요한 이유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고객의 우편이용 행태변화 등 우편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난 3월1일부터 '빠른우편'을 폐지하고 '익일특급'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갑자기 상(喪)을 당했을 때나, 각종 모임의 안내장을 발송할 경우에는 '보통우편'보다 '빠른우편'을 더욱 선호했었는데, 갑자기 '빠른우편'을 폐지하고 대신에 '익일특급'을 신설해 오히려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요금이다. 종전의 '빠른우편'요금은 '보통우편'요금 220원에 90원 더한 310원인데 비해, '익일특급'요금은 무려 1,810원이나 된다. 신설된 '익일특급' 우편서비스는 실시간 종적추적과 손해배상 등을 강화하고, 안전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한편 요금은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전의 '빠른 등기우편' 요금수준으로 결정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조치가 과연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지난주에 고향에 살고있는 친구의 어머님께서 별세하시던 날, 상주가 부고(訃告)를
발송하려는데 애달아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보통우편'으로는 3일장 안에 송달되기가 어려울 것 같고, 신설된 '익일특급'으로 보내자니 요금이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이와 같은 고민(?)은 필자에게도 닥쳤다. 필자는 어떤 모임의 총무를 맡고있기에 모임 안내장 발송 대행업을 하고있는 경북 대구의 (주)한국기억통신과 거래를 하고 있는 터인데 모임 5일전에 안내장 발송을 의뢰했더니, '보통우편'은 시일이 촉박해서 곤란하고, 이번에 신설된 '익일특급'은 요금 부담이 큰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왔다.
결국, 우편발송은 포기하고 인터넷 폰 세상을 이용하여 회원 1인당 35원씩 12명의 회원에게 총 420원을 들여 문자메시지 발송을 모두 마치고 나니, 발송비도 절약되고 오히려 신속 정확하게 전달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우정사업본부 측으로 본다면, 사실상 '빠른우편'은 애물단지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빠른우편'은 이용률이 전체 물량의 2.7%에 불과하여 우편시설이 자동화가 되어 있어도 수작업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원가보상률이 87%에 머무는 등 비경제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체국은 '빠른우편'의 이용물량을 경제적 수준인 30%까지 늘리기 위해 우편요금을 12년전 시행 당시 '보통우편'의 3배 수준에서 현재 1.4배 수준까지 인하했으나 '빠른우편'의 수요가 E-mail, 핸드폰의 문자서비스 등으로 대체되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작년 6월부터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여 고객, 소비자단체, 학계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공청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보통우편'은 그대로 두고, '빠른우편'은 폐지한 대신 '익일특급'을 신설키로 했던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기존 '빠른우편'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접수한 날로부터 최대 4일(D+3)이 걸리는 '보통우편'의 송달속도를 우편물처리 프로세스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2∼3일(D+2)로 단축하여 전체적인 우편서비스 품질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라 한다.
어떻든 이제 소비자는 '보통우편'의 송달속도 단축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속달이 필요한 경우에는 신설된 '익일특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익일특급'요금 1,810원은 종전의 '빠른우편'요금 310원에 비해 너무 과한 것은 아닐까.
물론, '빠른우편'보다 '익일특급'의 송달속도가 더욱 신속하고 정확 할 것이라는 것은 믿고 싶다. 그러나 우편종별체계를 조정하는데 있어서 종별의 차이가 너무 심해 소비자 부담이 크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에 '빠른우편'을 이용한 소비자의 수가 너무 적어 비경제적인 운영체계였더라도, '빠른우편'의 폐지는 공익적 차원에서 좀 더 신중하게 다뤘어야 할 문제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