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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의 새로운 동향
서울대 교수, 상담심리학
전 카운슬러협회장 이 장 호
Ⅰ. 들어가는 말
상담이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내담자)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상담자)과의 대면 관계에서, 생활과제의 해결과 사고․행동 및 감정 측면의 인간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학습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이장호, 1995). 이러한 정의 속에는 상담의 기본 요소와 속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상담이란 좁은 의미로는 면담을 통한 삶의 문제 해결이지만, 넓은 의미로는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문적인 행위이다. 그런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전문적 행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요구되는 바가 다를뿐더러, 전문적인 행위 자체의 질적인 변화도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상담은 시대와 상황의 요구와 필요에 맞추어, 그리고 이론적․실제적 연구성과의 축적에 비례하여 다양한 변천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담의 변화 과정은 근래에 들어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최근에 상담의 새로운 동향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상담의 새로운 동향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까지의 상담의 역사와 주요 성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전제되어 있어야 하고, 최근의 상담 현황을 개관할 수 있는 전문적 안목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 및 지면 관계상 상담의 주요 내용에 대한 원론적인 설명을 가능한 줄이면서, 상담 실제(practice)를 중심으로 상담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상담 활동의 새로운 동향
상담이 발전한 미국에서 조차도 미국심리학회에 상담심리학 분과가 설립된 것은 50년이 지나지 않는 짧은 역사이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상담은 현실적인 요구와 학문의 질적인 변화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30년대의 대공황 기간동안의 직업 보도운동과 제2차대전과 월남전 종전 이후의 전역군인들의 직업복귀 문제 등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을 때, 직업 및 진로 상담에 대한 요구가 높았고, 심리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등 인접학문 분야에서는 그러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대처하여 상담의 대중화를 이끌어 왔다. 이것은 사회적 요구에 따라 상담이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한편, 1960년대 이후 인간의 인지과정에 대한 학문적 관심과 성과가 축적됨에 따라서 심리학에서 인지적 패러다임접근 틀이 주종을 이루게 되었는데, 이러한 학문적 배경에서 상담 및 심리치료 분야에서 인지치료, 합리적-정서치료(RET), 자기교습 훈련 등의 상담기법들이 상담에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던 것은 학문의 질적인 발전에 따라 상담이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례가 될 것이다.
상담의 새로운 동향을 이끄는 힘이 사회적인 요구에 있는지 혹은 학문 발전 자체에서 촉발되는 것인지를 밝히는 것은 본고의 주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아마도 두 가지 요건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상담의 동향을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여기서는 상담 실제(practice)의 새로운 동향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상담기법, 상담대상, 그리고 상담방식에서의 동향을 각각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1. 상담 기법의 새로운 동향
상담에는 크게 4가지 주요한 접근방법(기법)이 있다. 정신역동적 상담(정신분석), 인본주의적 상담(인간중심치료), 행동주의적 상담(행동수정), 그리고 인지적 상담(인지치료)이 그것이다. Corsini(1989)에 따르면 적어도 250가지의 상담 및 치료 기법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모든 상담기법은 이러한 네가지 주요 접근방법에 토대를 두고 파생된 것이라고 보아도 무리는 없다. 따라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신생 기법이나 이론을 망라하기 보다는 네가지 주요 접근방법별로 상담의 새로운 동향을 분석하는 것이 상담기법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적절하다고 본다.
가. 정신분석접근의 동향
프로이드 이후로 정신분석학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인간의 발달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신경증에 대한 고전적 이해를 확장하게 된 것도 커다란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신분석학의 변화는 세가지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이장호, 1995). 첫째, 자아(ego)의 자율적인 기능을 강조하는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의 흐름이다. 자아는 그 나름의 발달과정을 가지며, 성적 혹은 공격적 추동과 무관한 고유한 활동력을 지닌 적응기관이므로, 내담자의 자율성을 키우도록 돕는 상담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둘째, 대상관계(object relation) 이론이다. 여기서의 ‘대상’은 사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의미하는 것인데, 정통적인 정신분석이 개인의 심리내적인 과정을 증시하는데 비해 대상관계 이론은 어려서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가 심리적으로 내면화되는 방식(표상)에 초점을 둔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생애 초기(특히 외디푸스 이전시기)의 대상관계가 건강한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셋째,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은 한 사람이 자존감과 가치감을 유지하는데 미치는 외적인 관계의 영향을 강조한다. 이 이론은 인간이 심리적 안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격려, 지지, 사랑과 같은 반응을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세가지 흐름의 상호보완 속에서 정신분석학은 현재에도 변모를 거듭하고 잇다.
나. 인본주의적 상담(인간중심 치료)의 동향
상담자의 촉진적인 태도(솔직성,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공감적 이해)를 강조하는 Rogers의 상담이론은, 비지시적 상담 → 내담자중심 치료 → 인간중심 치료로 명칭을 달리하면서 이론과 실제를 정교화 시켜왔다. 인간중심 치료의 동향을 언급하면서 Rogers가 자신의 말년을 헌신하면서 이론적․실제적 노력을 기울였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간중심적 접근을 빼놓을 수 없다. 상담을 통해 성립한 인간중심 접근 이론을 개인의 문제 뿐 아니라 집단의 문제, 집단과 집단의 갈등 문제, 전쟁과 같은 국가 대 국가의 문제, 인종적 불평등,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에 까지 확대하여 적용하고자 노력하였다. 한편, 인간중심치료의 이러한 동향은 현재 분단 한국의 통일문제에 인간중심적 접근을 적용하려는 시도로 현실화되고 있기도 하다(이영희, 1997).
다. 인지-행동주의적 상담의 동향
본래 행동수정과 인지적 접근은 이론 및 접근의 출현시기, 인간관, 기본적인 가정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근래 들어 순수한 행동주의적 상담이나 행동적 변화를 무시하는 인지적 접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지-행동주의적 상담으로 묶어볼 수 있다. 사실 인지적 접근과 행동주의적 접근은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김남성, 1994). 두가지 접근이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통합된 상담기법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상담의 한가지 새로운 동향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제는 순수한 ‘인지적 접근’에서 벗어나 ‘다요인적 인지-행동 접근(multi-component cognitive-behavioral approach)’이라는 명칭이 적절할 정도로 복합적인 기법과 내용을 담아가고 있다(이장호, 1995).
2. 상담 대상․영역의 다양화
상담 대상이라 함은 다양한 의미를 포함할 수 있으나 여기서는 상담이 소용되는 영역, 다루어지는 문제, 내담자 계층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하였다.
가. 의료적인 영역에서의 상담 활동
먼저 상담이 필요로 하는 영역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무엇보다도 의료적인 영역에서 상담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음에 주목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 건강심리학(health psychology)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상담이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Altmaier와 Johson은 상담심리학이 세가지 측면에서 의료적인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 한 바 있는데(김계현, 1994), 예방의학에의 참여, 질병관리 및 적응, 그리고 환자를 대면하는 방법에 대한 자문 등의 역할이 그것이다.
나. 상담 문제의 확대
상담 문제의 대종을 이루던 정서적인 문제와 성격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적응의 문제에로 상담의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진로 상담, 교육 상담, 약물 남용 상담 등을 비롯하여, 부부상담, 가족상담, 산업상담, 여성상담, 비행청소년 상담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 내담자 계층의 다양화
기존의 상담 수혜 계층이 아동, 청소년, 성인초기에 집중되었던 데 비해, 점차로 내담자의 계층이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인구의 고령화 현상과 관련하여 중장년 이후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인상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예가 된다. 한편, 소수집단에 대한 상담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컨대, 귀순자(탈북 월남자)들을 상대로 한 심리․사회적응 훈련과 같은 것이다.
3. 상담 방식의 새로운 동향
상담 기법 및 상담 대상의 변천과 더불어 상담 방식에서도 변화가 가속되고 있다. 상담방식의 변화 추세를 몇가지 흐름으로 요약하면, 상담 기간의 단기화, 집단 상담의 활성화, 그리고 전화 및 PC통신을 이용한 상담 매체의 다변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 단기 상담의 추세
문제해결에 이르러 상담을 종결할 때까지 소요되는 상담 회기 면접시간의 수가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단기간의 상담으로 효율성을 극대화 하려는 목적하에 단기 상담의 모형을 개발하는 작업에 연구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수십회의 상담을 10회 미만의 회기로 단축하는 상담방법들이 제안되고 있다(이장호, 1991). 따라서, 앞으로 이러한 상담의 효율성이 검증된다면, 단기 상담방식은 상담의 보편적 모형을 이룰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나. 집단교육적 상담의 활성화
집단상담은 한 사람의 상담자가 동시에 여러 명의 내담자들을 상대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말한다. 집단상담은 개인상담과 달리 집단의 역동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의 개인상담이 상담자와 내담자가 일대일로 만난다는 점에서 시간적, 경제적 효율성에 한계를 지닌다면, 집단상담은 개인상담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상담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근래 들어 집단상담은 개인상담만큼이나 상담전문 영역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각종 집단상담 모형의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구조화 된 내용으로 진행되는 집단교육적 상담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예컨대, 잠재력개발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학습습관 향상 프로그램, 스트레스 대처 훈련 프로그램, 자기표현 훈련 프로그램 등 목적별 집단 교육적 상담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특수한 내담자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상담의 확대도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는데, 비행청소년 지도를 위한 집단상담, 부모교육훈련 집단, 귀순자(탈북 월남자) 심리․사회적응 프로그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밖에 집단상담의 형태도 다양화 되고 있어, 심리극(psycho-drama), 엔카운터 그룹, 임상장면의 치료적 집단상담 등도 이루어지고 있다.
다. 상담 매체의 다변화
전통적으로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대면관계에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문제해결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담은 상담실에서의 대면관계에 의존하기보다 음성 및 언어문자의 매체를 통한 재택 상담의 활용이 주목되고 있다. 먼저, 전화 상담의 경우를 보면, 전통적인 상담과 달리 직접적인 대면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음성언어를 통해서 상담이 이루어진다. 이 경우 내담자가 보이는 비언어적인 반응을 상담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담의 한계를 지니지만, 위기상담이나 익명을 요하는 상담(예 : 성문제 상담)의 경우에는 고유한 장점을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최근 새로운 상담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PC상담은 직접적인 대면이 이루어지지 않는 동시에, 음성언어의 교환이 아닌 문자언어의 교환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Ⅲ. PC 상담의 형태와 운영
1. PC 상담이란?
PC(개인 컴퓨터) 상담은 컴퓨터 통신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새로운 상담 형태이다. PC 상담에서는 내담자와 상담자가 서로 직접 만나 얼굴을 맞대는 대면접촉의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바쁘고 복잡한 생활로 인해 시간 여유가 별로 많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특히 유용한 상담 형태라 할 수 있다. 통신망과 컴퓨터만 구비되어 있다면 내담자는 원하는 시간에 어느 장소에서든 상담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온라인(online) 상담으로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얻게 된 상담자가, 이 부문에서 얻은 이득을 상담과정에 재투자 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PC 상담의 출현은, 인간을 물리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더 많은 인간성장의 기회를 주고 인간들 사이에 평등을 실현하려는 정보화 사회의 꿈을 반영하는 것이다.
2. PC 상담의 현재
PC 상담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PC 상담은 주로 4가지 유형의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은 다음과 같다.
① 전자 우편을 통한 실시간 온라인 상담
② 일대일 통신을 통한 실시간 온라인 상담
③ 상담 사례의 데이터 베이스 구축 및 열람
④ 기타 정신건강에 관련된 정보 제공 및 관련기관 안내
그러나 서비스 유형면이나 사용율 측면에서 보면 PC 상담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PC 상담의 형태가 다분히 통신기술의 발달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통신에 대한 관심이 증가된 것은 최근의 일이며, 이런 컴퓨터 통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 특히 기성세대들은 PC 상담의 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서비스 이용자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이며, 이들은 주로 전자우편을 통한 개인상담을 이용하고, 마련된 게시판에 개인적인 고민, 푸념 등의 글을 올리고, 주제별로 정리된 상담사례들을 열람한다.
실시된 온라인 PC 상담은 PC 상담의 미래 비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언제라도 상담을 원하는 이용자들에게 즉각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아직까지 현실화되어 있지 못하다. 실제로 국내의 상용통신망인 데이콤의 ‘천리안’에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12개의 기관들이 있지만, 실시간 온라인 PC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1개(사랑의 전화 상담센터)뿐이다. 그나마 이 기관에서도 상담자를 항시 대기시키지는 못하고 미리 시간 약속을 정해 내담자를 만난다. 게다가 온라인 상담은 아직 문자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숙련된 타자 기술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이런 추가적 부담으로 인해 온라인 PC 상담은 생생한 의사 소통 및 공감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시간적인 측면에서조차 전화상담이나 대면상담에 비해 효율이 적다.
그러나 지금까지 열거된 단점과 한계들은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것들이다. 현재까지의 PC 상담의 한계는 효과적인 상담 모델 및 아이디어의 부재 때문이라기 보다는, 단지 통신 기술의 미발달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PC 상담에 필요한 편리한 기술과 장비가 조만간 갖춰질 것이라 가정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PC를 이용한 상담만이 본질적으로 지니는 장점들을 잘 생각해보고 이를 충분히 살려줄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3. PC 상담의 장점과 전망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PC 상담은 대면상담이나 전화상담에 비해 사람들로 하여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접근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PC 상담만의 장점이다. 자기만의 안전한 장소에서 얼굴이나 목소리의 노출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도 부담가을 덜 가지고 쉽게 도움을 구하게 된다. 또한 원거리에 있는 사람이라도 비싼 전화비용의 부담을 받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PC 상담만이 지니는 것이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PC 상담의 이용자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PC 통신만에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의 인력과 장비는 이 추세를 전혀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래의 PC 상담 기관이 우선 극복해야 할 것이 이 점인데, 이를 위해 상담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여 시간별, 주제별로 적절히 잘 배치해야 할 것이다.
인력의 확보와 더불어 통신 내담자의 지속적이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전자우편으로 자신의 고민을 토로해 온 내담자에게 답장 한 장 써주는 것으로는 결코 충분히 상담이 이루어졌다고 말 할 수 없다. 내담자를 격려하여 실시간 온라인 상담으로 끌어들이고, 상담자를 정하여 최소한 수회 이상의 상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인데, PC 통신의 내담자들은 상담을 언제라도 마음대로 종결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내담자에게 상담에 대한 동기를 불어넣고 책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내어야 한다. 온라인 상담에 소정의 상담료를 부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상담 사례를 정리한 데이터베이스(자료 보관란)를 대폭 확대하고 세부화 할 필요도 있다. 잠재적인 내담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가진 사람이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사례들이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정리가 되어있을수록 잠재적인 내담자들은 만족할 것이며, 온라인 상담에 참여할 용기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심리검사 및 해석을 제공하는 서비스(유료), 상담 관련 기관을 안내하고 예약해주는 서비스, 비슷한 문제를 지닌 사람끼리 동호회 형식의 모임을 주선해 주는 서비스, 의료 및 복지 제공 기관과의 연결 서비스, 학생들을 위한 진로 지도 서비스, 올바른 성과 결혼에 대한 정보 제공 등등, PC 상담이 제공할 수 있는 많은 분야가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시행중에 있으며, 더 많은 다양한 항목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4. 준비는 지금부터
이상으로 PC 상담의 현황과 전망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사실 PC 상담은 최근에 급속히 주목을 받게 된 새로운 상담 형태이므로, 아직까지는 개념의 정립이나 모델의 개발 및 검증, 실제적인 투자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수년 안에다가 올 본격적인 정보화 시대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통신망을 통하여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될 것을 예상해 본다면, 우리는 PC 상담을 더 이상 소홀히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우리 교육 전문가들이 PC 상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Ⅳ. 현황 및 동향의 종합
이상으로 상담의 새로운 동향을 상담 기법, 상담 대상, 그리고 상담 방식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논의의 편의상 세가지 범주에서 상담의 동향을 분류하여 살펴 보았다. 요컨대 상담활동의 최근 동향은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상담의 기법에서는 정신역동적 상담의 대상관계적 이론을 배경으로 하여,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단기 집단상담 방식으로 상담하는 경우이다. 따라서 상담 기법, 상담 대상, 그리고 상담 방식의 여러 가지 조합을 생각할 경우, 상담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으로 확대되는 과정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복잡하고 다양한 변모 속에서도 상담의 여러 흐름들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수렴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상담자들이 자신의 이론적․치료적 입장을 밝힐 때 ‘절충주의(eclectic)’를 표명하는 것에서도 반영된다. 실제로 상담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지닌 어떤 상담자는 자신의 상담 및 치료적 입장을 ‘역동적 인간주의적 인지행동기법’이라고 부른바 있다(원호택, 1994). 결국 상담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는 것이라면, 상담은 기법, 대상, 방식 등에 있어서 정체된 모습이 아닌, 상담의 궁극적 목적에 적합하게 꾸준히 변화 발전하는 전문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Ⅴ. 상담지도 과제로서의 가치관 교육
1. 가치관이란?
가치관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기본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결정짓는 기본 신념체계」를 우리는 가치관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한 인간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행로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일상 행동의 틀이 규정되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이 갖는 가치관에 따라서도 사회의 운명과 삶의 질도 달라지게 마련일 것이다.
2. 21세기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가치관
21세기 한국 사회는 민족적 평화공존과 첨단기술에 의한 세계적 경제 전쟁의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 사회이다. 즉, 21세기는 그 동안의 남북 대결을 마감하는 한민족 공동체시대인 동시에, 과학기술 국가로서 미국, 일본, 주국, 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미래 한국 사회를 위한 바람직한 가치관은 무엇인가? 흔히, 21세기 사회에서는 다양성, 개방성, 정보화, 세계화의 가치관과, 무한경쟁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력과 창의성이 요구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런 비권위적이고 지구촌적인 개방적 가치의식은 21세기 국제 사회의 기본 흐름이 될 것이고 이미 우리의 일상 감각에 스며들기 시작한 시대적 정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본 흐름과 시대정신을 수용하면서 「자주성의 가치관」과 「화해적 가치관」이 특히 요구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3. 자주성과 공동체적 가치관 교육의 필요성
우리는 20세기의 100년간을 ‘망국시대’와 ‘분단시대’로 살아왔기 때문에 자주성의 가치의식과 화해의 정신이 고갈되어 있다. 아무리 개발도상국 대열에서 앞장을 선 세계 12위권의 무역대국으로 자처하지만, 실상은 「민주 정치의 부재, 사회계층의 갈등, 경제구조의 파탄」이라는 커다란 사회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스스로 자기를 책임지는 자주성과 이질적 사회구성원과의 화해 협력 정신이 체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주성과 화해의 가치의식」이 없는 한, 정보화와 세계화의 어떤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코 사회적 안정을 기할 수는 없을 것이며 선진대국들의 경제식민지나 문화 피해자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4. 상담지도자 - 청소년의 가치관 교육자
이러한 배경에서, 본고는 21세기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가치관으로서 「자주성」과 「화해」를 특히 강조하고자 한다. 자주성과 화해의 가치의식은 특히 오늘날 청소년 학생들의 인성교육 차원에서 강조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다시 말해서, 자주성과 화해의식의 함양과 그에 따른 행동 교육은 모든 교육전문가들 (특히, 상담지도, 진로교육, 사회교육 분야)의 지도목표로서 그리고 지도 활동의 과정으로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Ⅵ. 참고 문헌
(1) 김계현(1994). 상담심리학의 최근동향, 한국심리학회지 : 상담과 심리치료, 6, 1, 141-165.
(2) 이영희(1997). 심리-사회적 갈등과 인간중심적 접근, 한국심리학회지 : 상담과 심리치료, 9, 1, 1-17.
(3) 이장호(1995). 상담심리학, 박영사.
(4) 이장호(1991). 단기상담의 주요이론과 접근방법, 단기상담과 위기개입, 한양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
(5) 원호택(1994). 대학상담에서 절충적 인지치료, 대학상담과 인지치료 세미나, 서울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
(6) Corsini, R J., & Wedding, D. (1989). Current psychotherapies. Illinois: Peac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