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달력에도 '5월 15일, 스승의 날'이 어김없이 보입니다.
스승의 날.
이 말을 들으면 우연한 기회에 남을 가르치는 스승이 된 제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학생들이 생각납니다.
몇 년 전, 제가 하고 있는 본연의 회사 업무과외로 일주일, 몇 시간 정도 인근 대학에 강의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맡은 과 명칭이 <컴퓨터 응용기계과>라는 학과명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예전 식으로 하면 기계과입니다.
공대 특성상 여학생은 눈을 씻고 볼 것도 없이 귀합니다.
제가 가르치던 기계과 150여명의 남학생들 중에 단 3명의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시커먼 남학생들만 상대하면서 "이놈, 저놈" 하다가 여학생이 있는 반이 수업 들어오면 괜히 말도 조심스러워집니다.
스승의 날 추억이 있던, 그 해에는 특이하게 다른 과에 있는 여학생이 제게 전화를 해서 저의 강의를 들었으면 하는겁니다.
"와? 내 강의를 들을라고 하는데?" 라는 저의 말에,
예의 바르게
"교수님 강의가 재미있다고 학교 내에 소문이 자자해서 꼭 들어 보고 싶습니다...." 라고 했으면
볼 것도 없이 A+로 도배해서 성적표를 주어야 마땅하겠건만,
"그냥 예... 한번 듣고 싶어서예..." 라는 무뚝뚝한 대답이 수화기를 통해 들려 왔습니다.
그 다음 주, 수업에 들어 온 여학생 두 명을 보니 무뚝뚝하게 대답하던 말투와는 달리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의 여학생 두 명이었습니다.
교수인 저도, 기계과 수업시간에 귀한 여학생 두명이 들어오니 신이 나는데,
남학생들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수업분위기 훈훈하고 부드러워지지요.
여학생이 있던 반의 수업을 마치고, 군대 제대한 복학생들로 가득한 반의 수업을 한참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이 중간정도 진행되고 있을 쯤, 강의실 문이 빼에~꼼~히 열리면서 여학생 한 명이 고개를 들이미는겁니다.
순간 복학생들의 입가에 싱글벙글 번지는 흐뭇한 미소라니요.
'강의신청 늦게 한 여학생이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학생 우찌 왔노? 어느 꽈 학생이고?"
체신머리 없이 흐뭇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머뭇거리던 그 여학생,
"저... 커피 배달왔는데예.."
그러자 "와~~~" 하고 터지는 남학생들의 환호작약!
복학생들이 스승의 날이라고 인근 다방에 커피 배달을 시켜서 제게 한잔을 주고,
학생들과 같이 커피 한잔씩 나누어 마시는 이벤트를 만든겁니다. 무뚝뚝한 머스마들이 요렇게 사람을 놀래킵니다.
벌겋게 달아 오른 제 얼굴과 놀랜 가슴 달래며 , 커피 배달하는 종업원 아가씨가 건네준 커피 잔을 받아들었습니다.
다방 종업원 아가씨도 남학생들이 만든 이벤트를 흐믓한 미소로 즐기며
집안의 안 주인 처럼 모든 학생들에게도 다정하게 골고루 커피 한 잔씩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내게 감동을 준 남학생들은 이벤트에 동참해 준, 다방 종업원 아가씨에게도
뜨거운 박수로서 예의바르게 환송해주는 것으로 감동을 더해 주었습니다.
그 해, 유행하던 말로 학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 놈의 자슥들아... 안구(眼球)에 쓰나미가 밀려온다...(눈가에 눈물이 다 나온다..)"
세상에서 제일 뜨거운 커피 한잔 마신 스승의 날,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벌름벌름하는 것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진한 카페인 농도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첫댓글 커피마시면서 코피나겠는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