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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돌봉 넘어 선달산 지나 외씨버선 길을 다시 걷다 [대간 32]
1. 일자: 2014. 10. 25 (토)
2. 장소: 도래기재 ~ 늦은목이
3. 행로/시간
[도래기재(10:35, 770m, 옥돌봉 2.7km) -> 550년철쭉(11:22~32) -> 옥돌봉(11:43~52, 1244m, 박달령 3km) -> (주실령 갈림/1205m) -> 박달령(12:38~13:05, 970m, 선달산 5.1km) -> (중식) -> 쉼터(13:05) -> 쉼터(14:03) -> 선달산(15:03, 1236m, 늦은목이 1.9km) -> (어래산/외씨버선길 갈림) -> 늦은목이(15:42, 766m, 생달 3.1km) -> 생달(16:30) / 남진 12.7km(3.1km)]
< 32구간 산행을 준비하며 >
당초 이번 대간은 지난 31구간 늦은목이 날머리에서 올라다 보던 선달산 길이 들머리였으나, 주초에 남진으로 변경 진행한다는 공지가 떴다. 시간 단축과 몸 씻을 냇가 등이 이유일 것인다. 생달마을과 외씨버선길의 아름다운 전경이 마음에서 체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른 산행 준비에 나선다.
오랜만에‘백두대간 가는 길’을 꺼내어 뒤적이다, 유용한 정보를 얻는다. “고치령에서 도래기에 이르는 구간은 지나온 소백산 구간과 마찬가지로 대체적으로 부드러운 육산이지만, 선달산 옥돌봉 주변에는 바위 지대가 짧게 나타난다. 갈곳산에서 급격하게 북으로 몸을 돌린 백두대간 분수령은 선달산으로 이어진다. 정상 조망은 그리 좋지 않지만 동쪽으로 백두대간을 끼고 있는 영남 최북단에 위치한 봉화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예로부터 소백산과 태백산 사이의 ‘양백지간’은 십승지의 대명사로 여기져 왔고 , 인재는 소백과 태백 사이에서 구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재가 많았다. 양백지간이 바로 봉화다.” 흔치 않은 찬사다.
이번 구간의 으뜸지는 선달산이다. 강원도 영월군과 경북 봉화군, 영주시에 걸쳐 있는 봉우리로 아름다운 왕바위골을 품고 있으며, 식생이 다양한고 산세도 우아하다 한다.
코스를 3등분해 본다. 도래기재-박달령 5.7km 2시간, 박달령-선달산 5.1km 2시간, 선달산-생달 5km 90분, 식사 포함 6시간의 산행이 예상된다. 5km 남짓의 3구간을 2시간씩 걸으면 된다. 당초 선달산까지 비고 636미터를 치고 오르는 구간이 하이라이트였으나, 들/날머리가 바뀌니 평범한 하산 길이 되어 버렸다.
< 희망사항 >
주초 가을답지 않은 많은 비가 내렸다. 계절의 변화를 재촉하는 비다. 한 동안 햇살이 좋고 날도 더워, 올 여름의 끝 가을의 시작은 유난히 날씨가 매혹적이라 생각했는데, 큰 비에 길가에는 낙엽이 쌓인다.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낀다. 가야 할 산 길도 이와 같으리라 믿어본다. 색의 향연을 몸으로 느끼는 산행을 기대해 본다.
지난 31구간 하산지점 물야면 오전리 생달, 경상도 봉화 오지 마을의 날머리 비경은 익숙한 지명에 낯설고 정갈한 아름다움이었다. 워낙 외진 곳이라 오전 약수를 제외하곤 그저 그런 촌 마을 일 것이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외씨버선 길이 이어지는 마을의 풍경은 평범한 자연도 사람의 정성스런 손 길이 닿으면 지나는 이를 감동시킬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갖게 했다. 특히, 놓임새와 앉음새가 일품인 펜션들은 나뿐만이 아닌 여러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길을 다시 간다. 이번에도 외씨버선 길을 내려온다. 같은 길에서 새로움을 얻는 여정이기를 기대해 본다.
< 도래기재 가는 길 >
새벽 집을 나서며
라디오에서 올 가을 최대 인파가 고속도로로 나설 것이라는 보도를 접했는데, 사실이었다. 죽전에서 팔팔님에게 전화가 온다. 어디쯤 오냐고, 꽉 막힌 도로를 보며 고개를 길게 내밀고 있을 288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늘 대간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탑승 완료한다. 마스터로 등극한 3분이 기념으로
떡과 음료를 돌린다. 현미 가래떡에 꿀과 김까지 준다. 고마울
따름이다. 잘 먹겠습니다. ^.^
이른 아침부터 짙은
안개가 도로를 덮었다. 9시가 지나도 걷힐 기미가 없다. 제천을
지난다. 안개는 여전하다. 희뿌연 연무 속에서도 길가 나무의
단풍은 확연하다.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에 접어들었다. 추수를
마친 들에는 볏 집을 싼 ‘흰 공’들이 나뒹군다.
영월에 들어선다. 안개는 더 짙어졌다. 도로와 나란히 철 길이 달린다. 얼마만에 보는 기차 길인가! 배추밭이 푸르름을 뽐낸다. 동강에서 이어졌을 널따란 강도 건넌다. 가을 영월의 정취가 멋지다.
영월 읍내를 지나며
연무가 걷히고 강렬한 햇살이 쏟아진다. 이어서 춘양 이정표가 나타난다.
우구치 가는 길은 첩첩산중 고부랑 길이었다. 그리고 나타난 도래기재, 드디어 들머리다. 몸이 분주해진다.
ㅋㅋ
< 도래기재에서 박달령 >
도래기재는 지난 태백산 구간의 들머리로,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한 고개다. 여름 서늘한 새벽 기운을 느끼며 어둠 속에서 맞았던 곳을 한낮에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10시 35분 옥돌봉으로 향하는 계단에 올라선다.
가을이 산 안을 파고들자 산은 몸 속 깊이 숨겨놓았던 화려한 기운을 밖으로 내놓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산봉, 산릉들이 밀려온다. 도래기재에서 옥돌봉으로 오르는 길, 초반 고도를 이겨 내기가 만만치 않다. 땀이 솟는다. 등산의 미학 중 하나는 땀의 흐름,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은 얼굴의 얼룩짐으로 이어진다. 초반 임자 제대로 만났다. 자켓을 차 안에 두고 오길 잘했다. 그래도 간간이 나타나는 평탄한 길이 한여름 시원한 물처럼 위안이 되어 준다.
대장님이 은근한 얼굴로 말을 건내 온다. “낙엽 밞는 느낌 푹신하지 않나요!” 논산 훈련소 교관 같다는 그 답지 않은 멘트다. 그 소릴 들으니 정말 발 밑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대장님의 감수성이 내 무딘 감각을 깨워준다. 잊었던 정취가 되살아난다.
뒤로 물러나 힘겹게 비탈을 오르는 이들의 사진을 찍는다. 오늘은 왠지 뒷모습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다. (집에 와 확인하니 사진이 그리 멋지지 않다. 내 눈과 카메라가 보는 시각이 다른가 보다.)
감기가 걸렀다는 청한님의 발걸음이 조금씩 힘차 진다. 한 달을 쉬고 온 까막바위님은 언제 보아도 건강하다. 청한님과 먼저 철쭉 군락지에 도착해 후미를 기다린다. 수령이 550년이나 되었다는 철쭉 고목은 힐끗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다. 가늘고 흰 나무줄기에 분홍빛 철쭉이 화려한 화장을 하고 피어 있을 모습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이 나무의 가치가 크게 느껴진다. 주변 낙엽송의 단풍이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후미가 도착한다. 설악님은 고수의 풍모답지 않게 속도는 느리다. 덕분에 미녀 3총사가 여유가 있어 보인다. 담소를 나누며 사과를 나누어 먹으며 잠시 쉼을 취한다. 옥독봉이 그리 멀지 않았다.
이 산은 이상하게도 정상 부근이 더 평탄하다.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오늘의 최고봉 옥돌봉에 도착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청한님과 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헬기장이 보인다. 내려가 주위를 살피는 사이 청한님이 휴대폰으로 내 모습을 찍는다. 웬 일이래! 야생화 사진 말고는 카메라를 들지 않는 사람인데. 하여간 멀리서 포즈를 취해본다. (귀경 버스에서 이 사진은 벌써 내 카톡에 도착해 있었다.)
후미가 도착한다. 설악님이 커다란 카메라를 꺼낸다. 고수 맞다! 성능 좋아 보이는 설악님의 카메라로 단체사진도 찍고 개인사진도 찍으며 다시 10여분 여유를 갖는다.
< 550년 철쭉 고목 앞에서 / 옥돌봉 정상에서 >
두 번의 긴 휴식으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안되겠다. 앞에 나서 속도를 낸다. 대세 내리막 길이라 그런지 후미도 바짝 따라 붙는다. 서두르지 않으면 라면 한 젓가락도 못 얻어 먹을 것 같아 내처 속도를 내 본다. 빠른 발놀림 덕분에 3km 거리를 40분 만에 걸었다. 멀리 임도가 보인다. 내리막을 내려서자 박달령 팔각정의 지붕이 보인다. 배가 고파온다. ㅋㅋ
< 옥돌봉의 가을 / 박달령 팔각정 모습 >
배낭을 내려 놓고 후다닥 정자 안으로 들어간다. 바람님이 한가득 라면과 만두를 주신다. ‘감사합니다!’하고는 후루룩 마시듯 먹고는 옆 테이블에 또 기웃거린다. 팔팔님 이하 선두는 식사를 마쳤는지 커피물을 끊이다가 후미를 위해 또 라면을 끊인다. 이번에는 밥에다 옥수수 알까지 넣은 꿀꿀이 죽이다. 맛나게 잘 먹었는데, 더부룩한 배가 걱정된다. 정자 테이블을 말끔히 치우고 자리를 뜬다. 여러분들의 준비 덕분에 오늘도 산에서 포식을 합니다. ㅎㅎ
< 박달령에서 선달산 >
아직 식사 후 정리가 덜 끝난 후미를 재촉해 일단 단체사진을 찍고는 먼저 박달령을 출발한다. 여유롭게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느껴 보고 싶어서다.
헬기장 광장에 억새가 소담스럽게 무리지어 있다. 뒤편으로는 고운 단풍이 보인다. 월송님을 앞세우고 사진 한 장을 찍고는 다시 출발한다. 작은 비탈을 오르자 과식의 부작용이 곧바로 나타난다. 다리가 무겁다. 앞서 가시는 바람님과 거리를 두고 천천히 걷는다. 키 큰 어른이 성큼성큼 걷는 모습이 보기 좋아 뒷모습을 몰래 찍어본다.
< 박달령 단체사진과 가을의 정취 >
28에서 나누어준 구간 지도에는 박달령과 선달산 사이에 아무런 이정 표식이 없다. 특이한 봉우리나 고개가 없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내심 완만한 등로를 기대했지만 5km 남짓되는 능선 길이 아무리 편해도 높낮이 마저 없을 리 있겠는가? 길은 대세 오르막이 더 많다.
발 밑 낙엽이 깊어진다. 내리막을 내려서다 잎이 진 자작나무를 올려다 본다. 앙상하다. 그 밑으로는 수북이 낙엽이 뒹군다. 세상에 이유 없는 결과는 없나 보다. 나목과 낙엽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아마도 오늘 최고의 사진이 될 듯하다.
< 나목과 낙엽 >
오르막이 힘에 겨워 물을 마시며 쉬고 있자니 대장님과 팔팔님이 춘삼이님을 앞세우고 지나간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핑개로 우보 산행을 하던 춘삼이님이 임자 만났다.
1150미터 어름의 고지에 올라선다. 진행 방향으로 높다란 봉우리가 보인다. 그 뒤 어딘가가 선달산일 것이다. 대장님께서 길을 재촉한다. 오늘 밤 또 무박으로 주왕산에 간단다. 대단한 열정과 체력이다. 감탄할 따름입니다. ^.^
< 선달산 가는 길, 작은 봉우리를 지나며 >
몇 마디 농이 오가고 춘삼이님은 못 이기며 다시 앞장을 서서 걷는다. 어느새 유박사님이 합세하다. 그들이 내려가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본다. 가을의 정취가 진하게 느껴진다.
2시 무렵 벤치가 있는 쉼터에 도착했다. 송앙님도 계시다. 물 한 모금 먹으려 하는데 선두는 자리를 뜬다. 잠시 기다리니 산거북님이 청한님과 함께 온다. 그들과 일행이 되어 남은 길을 걸어야겠다. 산거북님은 지난 주 홀로 지리산 화대종주를 다녀오셨다 한다. 16시간 40분 만에 완주했다는데, 소감을 묻자 ‘갈 게 못 된다.’하며 가지 말라 한다. (그 말은 한참 후에 그래도 화대종주 경험은 해 보아야지로 바뀐다. 산꾼의 특징, 힘겨움은 잠시 돌아서면 또 그 산이 그리운가 보다. ㅎㅎ)
< 선달산 가는 길의 정취 >
산거북님, 유박사님, 청한님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걸으니 어느덧 선달산이다. 맑은 하늘에서 햇살이 쏟아진다. 산달산 정상은 널찍한 공터다. 비록 나뭇가지에 가려 풍광은 그리 좋지 않지만 개방감은 그런대로 괜찮다.
정상석 부근에 스님 두 분이 있다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부석사 스님들이다. 부석사에서 1시간 30분 만에 이곳까지 왔으니 빠른 행보라 하며 은근히 자랑한다. 수도승 보다는 친근한 이웃 같은 모습이다. 단체 사진을 부탁했더니 이런 저런 포즈를 요구하며 여러 컷을 찍어 준다. 명찰의 스님 역시 산에서는 친근한 이웃이다.
< 선달산 정상에서 / 외씨버선 길 안내판 >
< 선달산에서 생달 >
유쾌한 스님 일행은 기도 시간에 늦는다며 서둘러 하산하고, 288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늦은목이로 향한다. 시간은 3시가 막 지난다. 정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어래산 갈림이 나오고 외씨버선 길이 이어진다. 외씨버선길은 2010년 강원도 영월군, 경상북도의 영양군, 청송군, 봉화군 4개 군이 함께 연 걷는 길이다. 청송 주왕산에서 영월 김삿갓면까지 200km 가량 길이 이어진다. 실제 걸어보니 이름만큼 걷기에 좋은 길이다.
숲에 어둠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서녘은 아직 햇살이 강하지만 반대편은 그늘이 진다. 늦은목이로 향하는 외씨버선 길은 평온하기 그지 없다. 늦은목이에 도착했다. 그 이름과 우리의 발걸음이 일치한다. 느즈막한 오후다.
생달로 향하는 길, 계곡의 물소리가 거세다. 주초 이곳에 100mm 가까운 비가 내렸다 더니 그 영향인가 보다. 늦가을에 경험해 보기 힘든 광경이다. 펜션 단지로 내려오는 포장도로 옆 가로수는 단풍이 제대로 들었다. 물가라 그런지 색이 더 곱다. 빨간 단풍나무가 인상 깊다.
지나 온 산을 돌아서 올려다 본다. 단풍이 산을 내려오고 있다. 봄은 위로 치솟고 가을은 아래로 내려온다는 말이 실감난다. 층층이 물들어 가는 산의 색을 바라보며 오늘 대간 산행을 접는다. 오늘도 산이 있어 행복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 늦은목이에서 / 하산 길에 / 생달에서 돌아본 풍경 >
< 에필로그 >
28버스 뒤편으로 커다란 저수지가 보인다. 지난 하산 길에서는 저 큰 저수지를 왜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버스 한 켠 공터에 족발과 김치가 곁들여진 작은 뒤풀이 마당이 펼쳐진다. 수돌이님, 산거북님, 다리님 3분이 마스터로 등극했다며 준비한 음식들이다. 배 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씻지도 않고 바닥에 주저 않는다. 아침에는 떡, 끝나고는 술과 고기, 게다가 좋아하는 산을 오르고… 이 보다 더한 행복은 흔하지 않으리라. 신선이 따로 없다. ^.^
만추라 하기에는 아직은 조금 이른 한 가을, 산의 정취와 길의 아름다움과 베풂의 미덕을 경험한 하루가 어두워져 간다. 버스에 올라 차 창으로 저무는 들녘을 바라본다. 기분 좋은 노곤함이 밀려 온다.
< 32구간 산행 궤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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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눈 내린 다음날의 오롯한 여정 [대간 32 보충]
1. 일자: 2015. 3. 7 (토)
2. 장소: 도래기재 ~ 늦은목이
3. 행로/시간
[도래기재(09:54, 770m, 옥돌봉 2.7km) -> 550년철쭉(10:53) -> 옥돌봉(11:14, 1244m, 박달령 3km) -> (주실령 갈림/1205m) -> 박달령(12:17, 970m, 선달산 5.1km) -> (중식 13:26~45) -> 선달산(14:59, 1236m, 늦은목이 1.9km) -> (어래산/외씨버선길 갈림) -> 늦은목이(15:33, 766m, 생달 3.1km) -> 생달(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