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 어떻게 하든 열흘 동안 국토 종단을 이뤄보자는 L과 나의 계획이 드뎌 이뤄졌다. 끝내고 나서 정말 뿌듯했으니, 뒤늦게나마 여행 후기를 남긴다.
* 7월 31일<L과의 동침>
여행 출발 전날이긴 하지만, 아침 일찍 출발하기 위해서 L의 집으로 갔다. 그러나 끊임없이 친구 타령을 하던 그... 결굴 그의 친구 K와 함께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셔버렸고, 다음 날 12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하게 되었다.
* 8월 1일<뒤틀림의 시작... 속초로..>
일어나서 밖을 보니 천둥번개에 폭우다. L의 어머님 말씀...
" 너희들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남쪽에서부터 올라오는 게 현명하지 않겠니? 강원도에 홍수주의보까지 발령됐다고 하던데..."
하지만.. 우린 속초로 향했다. 그냥 가기로 했다. 정말 아무 이유 없었다. 대책을 생각하기 귀찮았다. 단지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신림동에 가서 열흘 동안 아주 재밌게 놀아버리자는 식의 대책만 세웠을 뿐이다.
강남역에 도착.. 오락실에서 L과의 테니스.. 처음 하는 나에게 "짜식, 그게 그렇게 쉬울 줄 알았냐?"하며 으시대던 L에게 900원을 쏟아부은 끝에 결국 이겨 버렸다. 어쨌든 뒤틀렸다. 뭔가 뒤틀렸다. 이번 여행 심상치 않다. 속초에서 내려 낙산사 근처에서 민박을 잡고 자다....
* TIP
이후 여행객에게 한 마디.. 휴게소에서 돈 없다고 잔치 국수 먹는 등의 만용은 부리지 마시길... 설사에 이르는 일방통행입니다요...^^;차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챙겨온 먹을 것을 포식하고 있는 동안에 우린 그저 설사의 위험에 대해서만 얘기했을 뿐이니까..
그리고 또 하나.. 차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속초로 가는 도중.. 계방산 자락에 내린천 계곡이라고 하는 곳이 있으니.. 꼭 한 번 찾아가 보시길....정말 좋습니다요..
* 8월 2일..< 낙산사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어젯밤 열한시 반쯤이었다. 잠에 가득 취한 나에게 L이 과자가 먹고 싶다고 졸라대는 것이었다. 같이 그냥 자자고 버텼지만.. 1시간 동안의 사투끝에 그만 꾐에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그와 난 새벽 1시 반에 잤고,,..
오늘 아침 일곱시에 기상... 뱃속이 더부룩하다.. 난 L에게 원망스러운 눈치를 주었으나 그도 속이 거북한 듯.. 당당하게 쓰라린 표정으로 내 시선을 받았다. 할말없다. 암튼 낙산사로 출발...
낙산사 관광코스는 낙산사보다도 낙산 해수욕장 때문에 더 유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절내 풍경은 별로였다. 다만... 파도가 기암괴석을 서슬푸르게 핥고 있는 의상대만은 압권이었다. 겨울에 오면 더없이 좋을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하긴 낙산사는 의상대 하나만을 위해서도 찾아가 볼만한 장소이다. 일출은 보지 못해서 할 말이 없다. ^^; 서둘러 낙산사 일정을 마치고 통일전망대로 출발...
전망대까지 가는 기사아저씨가 참 인상적이었다. 60km제한 도로에서 80이상으로 꾸준히 달리시던 아저씨... 속도조절은 물론 코너웍까지 블레이크 한 번 안밟고 오로지 기아조작으로 모든 걸 해낸다. 우린 서로 손을 꼭 붙잡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휴게소에 도착해 보니 아이스크림 파는 아가씨가 이뻤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페이퍼를 읽고 있는 아가씨도 나름대로 매력있었다. 사실 통일 전망대에 대한 단상이 별로 남아있질 않다. 이런 일은 있었다. 전망대를 보고 나서 휴게실에 돌아온뒤 L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면서 동전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와 서둘러서 자판기에서 휴지를 뽑으려고 돌렸는데.. 나온건..
나온건....
<가.그.린>이었다. 우린 둘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할수 없이 슈퍼에서 화장지를 사서 급한 불은 껐지만.. 정말 웃기는 해프닝이었다.
대진에서 나와 속초로 다시 내려와보니 방값이 3만원보다 저게 매겨진 곳이 없었다. 성수기는 성수기였다. 방은 일단 보류하고 하릴 없이 중국집에서 짜장면으로 저녁을 해결했는데..계산하면서 주인 아저씨께 떠보는 소릴 했더니. 대뜸 자기집에서 자라고 하신다. 덕분에 우린 2만 5천원에 하루 숙박을 해결했다. 게다가 밤에 일을 마치시고 아저씨께서 맥주까지 사다 주셨다. 우린 새벽 1시 반까지 맥주를 마시고 정말 편하게 잤다.
*TIP
속초터미널 바로 옆을 보면 별미 반점이란 곳이 있다. 숙박을 신청하진 말고 그냥 그런 곳에서 좋은 사람 만나기 힘드니 얼굴이라도 시간이 되시면 확인해 보시길... 참고로 짜장면도 꽤나 맛있었다. 그집 따님 하늬도 어린 애가 정말 매력적이고.. 종성이도 참 재밌는 아이다.
* 8월 3일< 43번 국도를 걷다...>
전날 술마신 관계로 우린 9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정선에서부터 평창까지 걷기로 한 날인데...
속초에서 강릉을 거쳐 정선까지 일단 버스를 타고 갔다.
정선에서부터 시작한 43번 국도.. 그 누가 걸어갈만 하다고 했는가.???
백두대간 한 자락의 찌는 듯한 더위에 ..길은 끝없는 오르막에 끝없는 내리막.. 그게 끝나면... 다시 오르막의 시작... 길가엔... 대왕벌과,, 꽃뱀들의 시체가 널려 있고. ... 차들은 안하무인으로 무심하게 지나쳐가는 죽음의 도보코스... 결국 우린 비행기제 앞에서 안내문을 읽고 그만 겁에 질려서 트럭히치에 성공해, 동강에 위치해 있는 미탄이라는 마을까지 타고 갔다. 관광지의 일회적인 특성때문에 그런가...? 그곳 사람들 불친절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음침하기까지한 동네 분위기... 우린 서둘러버스를 타고 평창까지 갔다. 다음날 문경일정을 맞추기 위해 제천으로 가려고 일곱시 반 버스를 예매했는데.. 버스가 1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L과 난 매표소 직원과 한바탕 말싸움을 벌이고 결국 제천까지 갔다. 강원도 코스는 이것으로 끝이었는데.. 참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어쨌든 이것으로서도 배운 것이 있었다. L과 난 그리 괘념치 않기로 했다.
*TIP
앞서 말했지만 강원도에서는 친절을 기대하지 마시라.. 굳이 물어보시려거든 괜히 어르신들에게 여쭤보고 답답해 하지 말고.. 젊은 사람에게 물어보시랴.. 한 번 잘못 가르쳐 준 젊은이 때문에 낭패를 본적은 있지만..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 친절하다. 인상에 관계없이 대체로 친절하게 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