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눈이 내립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눈이 오면 소롯길 생각이 나곤 합니다.
오래 전에 교사 연수 때 원주를 갔었다가 한번 다녀 온 뒤 그 여운이 오래 남아서이기도 하고
눈이 조금 내려 있던 소롯길의 그 느낌이 내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오늘, 대구에 눈이 내리니 소롯길 생각이 나서 옛날 긁적였던 것을 꺼내서 읽다가
지금은 어떤가 싶어 소롯길을 검색하였더니 카페가 있어 들렀습니다.
지난 것이지만 얹어두고 갑니다.
원주 찻집 소롯길
겨울 원주에 가서 하루를 자고 온 적이 있었다.
처음 간 곳은 갑갑하고 사람이 낯설기도 하여 배회하였다.
초저녁 하늘에 별이 많았다.
샛별과 초승달이 빛났다.
수련원 운동장에 키 큰 자작이 서 있었다.
뒤란에도 하얀 자작 몇 그루가 더 있었다.
불혹 같은 나무들은 그 뿌리도 순백일 것 같았다.
내가 어딘가를, 무언가를 기웃거리며
내 마음 그 어디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며
결국 자작 한 그루의 양식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여전히 별들은 멀리에서 출렁이고
나무는 서서 세상의 깊은 곳을 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상원사 입구에 갔다.
찻집 소롯길에 이르는 길은 겨울눈이 조금 있었고
아직 짧은 해가 남아 있었다.
바깥에 걸린 남포등
철 지난 단풍은 나무 문 낡은 데서 흔들리고
통장작 세 개가 벽난로에서 타고 있었다.
원주에서 나고 자란 오 선생님이 아끼는 곳 같았다.
그의 추억이 그곳 어딘가에 있었겠으나
내게 어떤 말을 하지는 않았다.
모과차 한 잔을 마시며 생각하였다.
순한 영혼이 비길 데 없는 고독에 이른다면
꼭 이런 곳에 깃들어 있을 것 같은
그래서 어쩌다 저 창 밖의 흰 눈이 언 땅 속으로 녹아들 듯
장작이 그 온기를 언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옮겨 가듯
그렇게 사람들에게 녹아들 것 같이
원주의 하룻밤이 문득 왔다가 사라졌다.
그곳에는 지금 눈이 내렸을지도 모른다.(2009.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