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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아파트 여사님의 허락도 안받고 미리 공지함다. 미리 땡큐! 여사님.^^
이번 정모에 나눠드릴 도나쓰 소개임다.
---------------------- 여행자의 노래 -------------------------------------------
여행에서 멋드러진 노래 하나 나눠주는 도반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싱그러운 축복인가. 홀로 여행을 떠나는 어떤 이들에게 있어 음악은 출발과 도착 사이의 쓸쓸한 웅덩이를 메워주는 다사로운 길동무다. 여행 가방에 칫솔과 치약, 천원짜리 오천원짜리 만원짜리 지폐와 알사탕 따위를 넣는 것은, 관광버스춤을 추러 떠나는 시골동네 경로당 어르신들의 관광버스 투어에서나 사료될 준비물품이다. 우리 세대의 모든 여행객들은 모름지기 노중에 들을만한 음반 한 장과 시디 플레이어가 여행준비물품의 기본이 되었다. 승용차마다 시디 플레이어 장착이 보편화 되어 마음에 맞는 음반 몇 장을 구비하고 있는 것도 기본이다. 볼륨을 높여 운전에 나선 자동차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인 그런 음반은 없을까.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떠나는 여행길에서 이어폰을 끼고 들을만한 여행 분위기가 물씬 나는 그런 음반은 없을까. 여행 중에 들을만한 음반 한 장 제대로 고른다면, 여행 기분은 시디 수록곡 1번부터 기분 좋게 업(UP) 될텐데...
그만그만하고 흔하디 흔한 컴필레이션 음반들이 다량 대량 무한정으로 쏟아지고 있다. 유명배우의 회고록만 같은 스탠다드 골든 팝, 골든 가요를 담은, 범람하는 컴필레이션 음반의 홍수 속에서 생각 있는 음악 애호가들은 더 이상 뻔한 음반이 아닌 인터넷 서비스를 받아 구운 음반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결국 음반 다양성의 빈곤은 음악 세계의 빈곤을 몰고 오고, 스스로 제 살 깎아먹기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편협하지 않은 월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컴필레이션 음반, 더욱이 나들이 길에 들을 수 있는 수준 높고 마음에 닿는 반가운 음반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 음악과는 한길 건너편인 방송 스타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음반은 수준급 청취자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영혼을 어루만지고 신명을 돋우는 음악이 자본시장의 오역스러운 상품으로 전락하고 만 경우가 아닐까.
"여행자의 노래"는 기존의 컴필레이션 음반과 아주 먼 거리를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컴필레이션의 격을 한 차원 높인 수작이라고 감히 자인하고 싶다. 먼저 이 음반은 전남 강진 바닷가 들판의 언덕배기 외딴집에 살고 있는, 시인이며 수필가(저서 "참꽃 피는 마을", "종소리", "예수" 등)인 임의진이 직접 그의 방 한 켠을 도배하고 있는 수천장의 음반꽂이에서 고르고 골라 선곡한 노래들을 수록하고 있다. 그는 백창우, 재즈 색소폰 이정식, 이원재, 김두수, 이성원 등 색깔 있는 노래꾼들과 함께하는 환경음악회 '무등산 풍경소리 음악회'의 사회자이기도 하니 음악과 별개의 삶을 산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수도 아니고 대중연예인 스타도 아닌 그저 음악을 깊이 사랑하는 한 사람의 청취자로서 이런 음반을 직접 챙겨서 만들었다는 것은 동종의 음반들과 차별을 분명히 하는 대목이다. 그의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탁월한 선곡은 여행자의 노래가 한번에 그칠 이벤트 음반이 아닐 것으로 우리는 확신한다. 재미있는 일은, 그가 보통 찬송가나 가스펠에 도취되어 살 것 같은 개신교 목사라는 점이다. 그러나 임의진은 진보성향의 교회로 널리 알려진 남녘교회의 담임목사로서 이미 폐쇄적인 종교 문화의 울타리를 넘어선 자유인이며, 일체의 음악이 모두 찬미라고 이해하고 클래식, 팝, 재즈, 가요, 국악, 영화음악 등을 두루 섭렵하는 자유인이다. 또한 그는 틈만 나면 전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방랑자이기도 하다. 방랑길에서 건진 노래나 음반, 영화,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평론가(월간 오디오파일 등에 연재)로도 알려져 있으니 평상적인 삶을 사는 우리들로는 그의 다재다능의 행적을 간파하기란 애시당초 무리가 있다.
임의진을 닮아 이 음반 "여행자의 노래" 또한 장르에 편협하지 않은 월드 뮤직으로 길을 터주고 있다. 앞서 거론하였듯이 이 음반은 무엇보다도 음악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에 그쳤던 한 개인 청취자에 의해 마련된 음반으로서 단지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가볍게 처우되어서는 안될, 뚜렷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이런 류의 컴필레이션 음반은 아마도 지상의 첫 작품일 것이다.
임의진은 이번 컴필레이션 음반에 두 가지의 선물을 얹고 있다. 그가 산책 중에 평소 흥얼거리는 노래 '방황하는 영혼'을 허밍으로 담고 있는 것이 그 하나이고, 친분이 깊은 포크 가수 김두수와 조우를 이루어 '데니보이'를 들려준 것이 두 번째 선물이다. 뿐만 아니라 여행자의 노래에는 덤이 많다. 현각스님의 '만행', 법정스님의 '인도기행', 정찬주의 '암자로 가는 길' 등에서 속내 깊으면서도 감각적인 사진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사진작가 김홍희의 작품이 표지와 가사집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임의진과 신뢰할만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김홍희는, 음악과 함께 살아가는 임의진의 일상을 처음으로(그 동안 여러 권의 책을 낸바 있는 임의진은 결벽증처럼 사진작업을 기피해왔었다, 심지어 자신의 저서에도 얼굴을 싣지 않는...) 필름에 담아낼 수 있었다.
끝으로 이 음반의 기획부터 사진작업을 돕고 제작까지를 맡은 이재수(엽기가수 이재수가 아님!)는 김두수 "자유혼"을 세상에 내놓은 기획자다. 그는 이번 음반에서 임의진과 함께 다른 방향의, 그러니까 컴필레이션 쪽으로 제2의 자유혼을 모색하고 있다.
기획 : 임의진
수필가, 음유시인, 먼길을 떠도는 여행자.
아호는 어깨춤, 떠돌이별. 당호는 선무당仙舞堂.
전남 담양 산꼴짝에 회선재回仙齋라는 흙집을 짓고
남새밭을 일구며, 짬짬이 글을 쓰면서 지낸다.
남녘교회에서 담임 목사로 10년 세월을 보냈고,
지금은 모든 직무를 내려놓고 은자隱者가 되었다.
여러 책과 음반을 펴냈고, 장 콕도, 칼릴 지브란,
헤르만 헤세처럼 종종 그림도 그린다.
CD 1
01. Ohio - Damien Jurado
02. Lovesong - Donovan
03. Waiting - Hungry Mind Review
04. La Luna - Bert Jansch
05. Das Lied vom Heuschreck - Bulat Okudshawa
06. Birth! School! Dole! Angst! - Edson
07. Caruso - Antonio Forcione & Sabina Sciubba
08. Den Signede Dag - Sigvart Dagsland
09. My Funny Valentine - Chapter 2
10. Y Una Madre(And A Mother) - Savina Yannatou
11. Night - Alexander Ivanov
12. Anytime - Anywhere(원곡:알비노니의 아다지오) - Notis Mavroutis & Panagiotis Margaris(Noa Dori 노래)
13. Morning Cigarrette - Notis Mavroutis & Panagiotis Margaris
14. Danny Boy - 김두수
15. Dumani Partiro - Benito Merlino
16. Annie's Song - Sunshine Club
17. Around and Around - Mark Kozelek & Rachel Goswell
18. The Beginning of the End - The Softies
19. Wayfaring Stranger - 임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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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나쓰 미리 감사드림다....^^;;
그기다 좋은 글까정...
멋지네요. 세상엔 멋진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부럽습니다^^ 멋진글 오랜만에 음악에 관한 좋은글을 읽을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