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갯벌을 살려야 합니다
김일회 빈첸시오 신부
저는 인천에서 가장 가까운 섬 영종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 방학 때만 되면 영종도 할머니 집 근처 갯벌에서 뛰놀며 게도 잡고, 조개도 캐며 행복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지금도 무의도로 가는 도로 옆 갯벌에서는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갯벌에서 무언가를 잡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갯벌은 우리에게 추억과 행복을 만들어 주는 곳입니다.‘갯벌’은 바닷가의 넓은 들을 뜻합니다. 밀물 때는 바닷물로 덮여 있고 썰물 때에 육지로 드러나는 연안이나 강 하구의 평평한 지형입니다. 사실 갯벌은 우리에게는 익숙한 바닷가 풍경 중 하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흔치 않은 지형입니다. 그 이유는 갯벌이 만들어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완만한 지형, 얕은 수심, 높은 조차(潮差), 그리고 충분한 토사의 공급이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이 모든 조건을 가장 잘 갖춘 곳이 바로 우리나라의 서·남해안 바다입니다.
2021년 7월 서·남해안의 갯벌을 중심으로 한 ‘한국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화산섬과 용암 동굴에 이어 두 번째 세계자연유산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 것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정작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인천 갯벌은 안타깝게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빠졌습니다. 우리가 인천 갯벌의 우수성, 가치를 인정받는 데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인천 갯벌은 한강, 임진강, 예성강 하구에 위치하여 펄 갯벌, 모래 갯벌, 혼합 갯벌 등 다양한 갯벌이 있습니다. 이 갯벌 속에 바지락, 동죽, 상합 등 조개류를 비롯해 낙지와 갯지렁이, 칠게와 흰발농게, 범게 등이 살고 있습니다. 또한 인천 갯벌은 세계적인 멸종 위기 새들의 서식지입니다. 세계적인 멸종 위기 조류이며 인천의 시조(市鳥) 두루미 40여 마리가 강화와 동검도 갯벌에서 겨울을 납니다. 전 세계 6천여 마리뿐인 저어새들은 대부분 인천과 경기도 인근 무인도에서 태어납니다. 대부분의 저어새는 인천 갯벌이 고향입니다. 또 매년 호주와 시베리아 사이 수천 킬로미터를 오가는 알락꼬리마도요는 인천 갯벌에서 에너지를 보충합니다.
그런데 쓰레기 매립지를 비롯하여 송도와 청라, 영종 등 신도시 건설을 위해 그동안 많은 갯벌이 사라졌고 아직도 갯벌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 매립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갯벌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자연유산이면서 동시에 탄소중립의 중요한 대안이며 하느님 창조 사업에 함께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인천 갯벌이 202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가 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풍요롭고 아름다운 우리 바다와 갯벌을 물려주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