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많은 사회주의자들처럼 나 역시도 TV에서 방영되는 경찰 드라마에 대한 나의 열광이 항상 조금은 부끄럽다.
무엇보다도 그런 류의 드라마 대부분이 선악에 대해 극도로 단순한 견해를 드러내고, 범죄의 현실을 과대포장하며--아마도 모든 해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악덕일 것이다--, FBI 및 경찰과 같은 기구와 제도를 미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가 일견 보이는 것처럼 언제나 굴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경찰 드라마 수나 그것들의 인기로 볼 때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정치적·사회적·이데올로기적 견해를 표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견해들은 계급 사회에서 법과 질서의 심장부를 강타한다.
《빌 The Bill》의 반동적이고 반노동계급적인 주제와 BBC2의 멋진 시리즈 《캅스 Cops》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지난 몇 년 동안 TV 경찰 드라마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다. 그것들은 주로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배지 The Shield》, 《살인: 거리의 삶 Homicide: Life on the Streets》, 《엔와이피디 블루 NYPD Blue》는 경찰 부패의 문제를 제기하고 법과 정의 사이에 자주 발생하는 현격한 격차를 드러내 보인다.
이 드라마들의 중심인물은 우리가 좋아하기도 하고 질색하기도 하는 통상의 경찰이다.
《형사 콜롬보 Columbo》나 《스타스키와 허치 Starsky and Hutch》에서 볼 수 있었던 도덕적 확실성이란 게 전혀 없다.
이렇게 새로운 종류의 경찰 드라마가 제공하는 순수한 즐거움 중의 하나는 고도의 제작 기술이다. 모든 에피소드가 짧은 영화 같다. 용의주도한 카메라 앵글과 값비싼 배우들과 세트가 등장하는 것이다.
《CSI 과학 수사대》는 경찰 드라마라는 장르의 최종적 발전상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의 예술적 효과와 완급에 의해 기본적으로 구식인 수사 기법에 빨려들고 만다. 《CSI 과학 수사대》의 등장인물들은 인간의 무력함과 약점, 도덕적 딜레마를 보여주는데, 여기에 우리가 매료된다.
《CSI 과학 수사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범죄 발생·수사·해결의 단순 구조를, 난맥상처럼 얽혀 있는 혼란스런 현실에서 일보 후퇴한 것이며 《엔와이피디 블루》와 기타 작품들의 솜씨 좋은 종결이 결여된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CSI 과학 수사대》는 법 집행 기관에 대한 깊은 냉소주의도 보여준다. 여기 등장하는 한 “좋은 경찰”은 동료 경관들의 무시로 인해 과학 수사대 요원들을 도우려는 노력이 번번히 좌절당한다. 또 일부 에피소드에서는 FBI가 부정적인 세력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경찰 드라마 장르의 최근 추세가 보여주는 약점이 무엇이든 간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딕슨 어브 닥 그린 Dixon of Dock Green》 이후로 먼 길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兪在寅 옮김/sumbolon@hanma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