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5)
2005-11-28 16:32:18
♣ 68차 산행기
68차 광교산 예정, 비가 와서 취소 → 풍지박산, 따로따로 놀았음.
지난 일요일(11/6) 광교산 산행에 10명 참석 예정이었는데, 아침에 내린 비 때문에, 광교산 등산로 바로 입구에 사는 우진운 대장이 비가 많이 와 산행을 취소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다음의 일 들이 벌어졌음,
(1)
산행 취소된 줄 모르고 집을 나왔다가, 그냥 집에가면 야단 맞을까 봐 혼자서 집 근처 동네산을 배회하다 귀가 한 양반
(2)
산행취소 문자메시지 보고는 에라 늦잠이나 자자며, 이불속에서 산 오른 사람,,,
(3)
오전에 이내 날씨가 개이자, 다시 연락하여 4명이 광교산 등산함 (상국/재봉/길래/인섭)
@@ 우진운대장님 미안합니다. 연락이 안되데요.
(4)
취소통지 받고도 그냥 있을 수 없어 혼자서 아예 다른 산을 찾아 나선 신경호 (관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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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점점 미쳐가는 산사나이들이 예정된 산행일정에 변동이 생기자 일어난 일들,
각자 흩어져 놀았지만 만추의 낙엽을 밟으며 늦가을 산을 즐겼습니다.
경호가 혼자 관악산에 갔다가 손가락이 간질거려 쓴 산행후기를 읽고, 친구들 근황을 궁금해 하던 경호한테 답으로 쓴 상국이 메일까지 한 자리에 올립니다.
(경호야, 내 니글 또 홈피 올리게 됐는데 니가 절필하는지 안하는지 확인해 볼려고 그러는거 절대 아니고, 오늘 막내회집에서 내가 쏘주 한잔 사께)
이상 김인섭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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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차 산행기
Subject: 어제는 무엇을??? - 신경호 씀
어젠 비때문에 산행이 취소가 되어 휴일을 어떻게들 보내셨나요? 거의 매주 산엘 가다보니 어제같이 갑자기 계획이 취소되면 뭘 할지 몰라 사람이 좀 멍~해지는 경우도 생기곤 하데요.
지난주부터, 본래 어제는 군대간 아들내미 면회 가는 걸로 약속이 되어있어 광교산 산행에는 참석하지 못하는 걸로 되어 있다가, 토요일 오전에 면회약속이 한 주일 미뤄졌기에 '내일 산행에 참석해야지' 라고 맘먹고 잠들었는데, 한밤중에 빗소리에 깨어 잠을 설치기도 하였거니와, 아침에 우 진운 대장으로부터 산행취소 메일도 왔길래 조금 늦잠을 자고는 이불속에서 뭘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밖을 보니 비가 그쳤기에 그냥 물만 한통 달랑 배낭에 넣고 집을 나와 관악산엘 올랐습니다.
시간이 평소보다 꽤 늦은 10시40분에 서울대 정문쪽 관악산 매표소에서 출발했는데, 날씨가 궂은 날치곤 등산객들이 꽤 있더군요 '울 나라에 산이라도 많기 다행이지, 안 그렇다면 이 많은 사람들이 휴일날 다 무얼 할꼬?' 라는 씰데없는(?)생각도 잠시 들더군요
그 동안 30산우회 따라 다닌다고 관악산은 실로 오랜만에 찾은 셈인데, 없던 나무다리도 새로 놓이고, 비 온 뒤라 계곡에 물도 많고, 사람도 휴일치고는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라, 모처럼의 호젓한 산행을 즐겼습니다. 그 동안 다리에 근육이 붙긴 좀 붙은 듯, 예전에는 반드시 중간에 한 5분 내지 십분 쉬었다 올라가야 했었는데, 쉬지 않고 소위 깔딱 고개도 별 무리없이, 연주암까지 1시간 15분 남짓하여 올랐습니다.
아침도 안 먹은 터라 마침 연주암에서 주는 점심공양을 실로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버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약으로 알아 진리를 구하고저 이 음식을 받습니다 ' (연주암 식당 배식구 앞에 붙은 글귀)
공양을 끝내고 연주대에 오르니 한창 중창 불사 중이더군요. 연주대로 오르는 중간에 있는 군부대의 지하 탄약고를 빌려, 연주대 '應眞殿'에 계시던 부처님을 모신 임시 법당을 차려놓았더군요. 부처님과 탄약고라? 연주대을 창건한 의상대사께서 노발대발하시지나 않을는지?.....
오늘은 마침 혼자 온 김에 연주암 대웅전을 위시해서 '靈山殿'등 각 부처를 모신 사당마다 순회를 하며 삼배를 올렸습니다만 뭔가 조금 허전한 것 같아 '千手觀音殿'에서는 108배를 올리고 나왔습니다. 예의 이맘때 휴일날에는 수능시험이다해서, 불공드리는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곤 했는데... 아마 날씨탓이었던가 봅니다.
예불을 끝내고 잠시 정좌하여 잠깐 修道僧(?)의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해 보았습니다만 워낙에 세파에 찌든 몸이라 그런지 도저히 정신 집중이 되지 않아 곧 포기했습니다.
과천쪽으로 방향을 잡고 한 40분만에 내려오니 오후 2시 30분경이 되더이다. 막걸리 생각이 나기에 누굴 좀 꼬셔 불러내서 한 잔 걸치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공연히 휴일날 남의 가정의 행복을 파괴하는 악질로 몰릴 것 같아 그것도 금방 포기했습니다. 대신 집에 들어가면서 소주 두병 사들고 들어가 딱 한 병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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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재미도 없는 이바구를 왜 하느냐구요?
저도 그냥 해 봤습니다.... 순전히 그냥.... 점심먹고 食困症이 오길래.....
혹 佛자가 아니신 분이더라도 이해바랍니다. 저도 엄밀히 말하면 불자는 아닙니다. 절에 가면 절하고, 교회가면 기도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요번주 順延된 광교산 산행엔 참석 못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부디 즐거운 산행되시기를 바랍니다.
가는 가을이 올따라 유달리 못내 아쉬워서 그런가..... 내 마음 나도 몰라 ...
P.S. ; 총무님, 그럴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런 쓰잘 데 없는 글도 만약 홈피에 올린다면 ....... 그때는 저보고 絶筆하라는 말로 받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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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상국 씀
갱호야,
다들 그리 느끼겠지만
자네 글솜씨가 은근하게 직이는 맛이 있다.
아마 총무가 홈피에 산행기라고 올리지 싶은데
안 올리면 꾸부리진 손가락이 다 피지겠나?
궁금해 하니까 몇 가지 알리주께.
산행 취소된 줄 모르고 미금역까지 나왔다가 가리늦게 지 혼자 나온줄 안 모모씨는 아침부터 마눌님한테 "비오는데 무슨 청승이냐며, 그냥 이불속에서 놀자!"는 것 뿌리치고 나온 게 죄가 되어 집에도 못 들어가고 대모산에서 구룡산까지 혼자 어슬렁거리더란 게 포착되었고...
누군 비 오는데, 산행 취소되었다는 메일에
"에라 모르겠다. 이불속에서 뽀시락 장난이나 치자."
그러다가 몸을 혹사하고 나중에 진짜 산행에는 핵핵거린 대원도 있고...
하여간 낮 12시에 광교산 토월약수터에 4명이서 모여서
걸은 시간 꼭 4시간, 막걸리 꼭 4통.
도마치고개 내려오니,
눈이 조금 작지만 맛있는 아줌마(순전히 모 선사의 경험에서 나온 표현)가
해주는 두부김치에 모두 홀딱 반했다는 이야기....
긍께 68차 산행 취소가 아니고,
관악산, 광교산, 대모산 이렇게 3군데서 산행이 이루어진 걸로 기록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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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대모산을 기웃거린 사나이..... 최신림 씀
일욜 지는 구룡산-대모산 댕기왔습니다. 미금역에서 전절을 타고(우씨... 우교수! 나한테는 와 문자 안 보냈노?), 수서역에서 일단 내렸다가 집에 들어가믄 입이 약간 피곤해질 것 같아서 - 나 같은 사람이 몇 마디 씨부리면 에너지 소모가 엄청난기라- 다시 전철을 타고
대모산역으로.
대모산역에서 일원터널 쪽 길을 걷는데, 낙옆 덮인 길이 나름대로 정취가 있더라. 사실 은행나무니 단풍나무니 하는 기 주택가 한적한 도로변에 더 많으니.
터널 옆에서 대모산 방향으로 오르다가 구룡산 쪽으로 우회전. 처음 가보는 길인데, 산책 코스론 진짜 좋더라. 우거진 숲 속, 산허리를 끼고 평탄하게 이어진 길. 검은 나무 줄기들이 사위를 둘렀는데, 머리 위쪽으론 낙하를 기다리는 나뭇잎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고...
헥헥거리며 구룡산에 올랐다가 귤 두어 개 까먹고, 대모산으로... (이 순간, 재봉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낄낄거리며 몇 마디 주고 받았는데, 이기 또 상국이 레이다망에 걸리뿐네..)
다시 쉬지 않고 수서역 방향으로 계속 가서, 마지막 갈림길 지점에서 삿포로 맥주 캔 큰 거
한 놈, 따뜻한 커피 한 잔 거느리고 느긋하게 고적함을 즐기다 내려오는데, 수서역 사거리가 북치고 장구치고(사실 장구는 없었다) 떠들썩하기 짝이 없네.
머하노 하고 내려와 보니 마라톤 대열이 통과하는 중이었던 것이었다. 영수나 경태 같은 친구들을 잠깐 떠올렸다가 불현듯 '무신 빤쯔가 저리 짧노? 잘하면 뭐까지 보이겠다. 가만 있자... 어디 여자 선수는 없나?' 하다가 별 구경 못하고 집에 왔다는 이야기...
민영이 말이 무신 말이고 해서 사진을 들여다보니, 딴 넘들은 모두 카메라를 보고 있는데,(아차! '분'도 계시구나.) 한 놈만 딴 청을 부리데.
뭘 쳐다보고 있나?
해서 시선의 방향을 보니 어떤 여잔기라.
그 참. 우째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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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남대문 시장 막내횟집에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던 중,
쫄고 민영의 예리한 눈에 한 ‘놈’의 야릇한(?) 시선이 걸렸습니다.
사진 찍힐 땐.... 다들 시선 조심합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