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2011. 1. 29. (토), 맑고 억수로 추운 날씨 (서울지역 최저기온 -14도)
산행길 문재주차장-능선오름-헬기장-사자산(엉터리)-당재-작은당재-3거리-백덕산 (왕복)
산동무 문수, 상국, 웅식, 진운, 학희, 민영, 은수, 광용. (총 8명)
이번 산행은 원래 선자령으로 예정돼있었는데 최근 구제역으로 인해 산행을 금지시키고 있는 모양이다. 산행대장의 검토결과 고대산-금학산으로 공지가 떠있다. 며칠을 생각하다 금학산 밑에서 빡빡 기고 있을 아들녀석 마음이나 함 느껴볼 생각으로 참가를 결정하고 해당산악회에 송금했는데, 이게 뭔 일? 참가인원수가 적다며 산악회에서 산행을 취소해버린다. 산행대장 문수, 변경된 산행지로 백덕산을 공지에 올려뒀다. 으잉?? 산악회가 취소하면 그냥 우리 힘으로 가면 되는 것 아닌가? 지난 번 고대산 갈 때는 열차 타고 오가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기로, 이번에는 자동차로 가서 금학-고대 연결은 어렵다 하더라도 고대산이나 금학산만이라도 종주하면 되겠다 여겼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
백덕산!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영월 법흥사 뒤를 사자산과 연결되어 병풍처럼 두른 산이다. 영월 주천면에서 길게 이어지는 법흥골이 사자산과 백덕산을 나누고 있는 형상이다. 오래 전부터 가고 싶은 산의 하나로 리스트에 올려두고 있었는데, 번개로 다녀온 다른 산우들이 겨울 눈 맛을 제대로 보고 왔다며 자랑하던 바로 그 산이다. 어차피 가게 된 이번 산행, 혼자 생각에 법흥골 관음사 앞에 주차하고 사자산-백덕산을 부채꼴로 다녀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피력했지만 산행대장 문수는 추운데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며 문재에서 백덕산만 왕복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오늘아침이 왜 이런가? 허리띠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집에 들어가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고, 지하철 타고 가다가 스마트폰 장난질에 양재역을 지나쳐버렸다. 한 구역을 더 가서 되돌아오니 약속시간 8시를 정확히 맞춘다. (ㅋㅋㅋ 이것도 자랑이라꼬???) 어!! 근데 1호차에 타고 있어야 할 쫄고 뱅우기가 없다. 여행의 설명으로 미뤄보면 전날 지리동계종주 출정식에 갔다가 과음(?)했나 보다. 한편 아쉽기도 했지만 널널한 자리배치에 차 안이 시끄럽질 않으니 살만하다 싶다. ㅋㅋㅋ
내가 핸들을 잡고 달린 1호차는 도킹장소 문막휴게소에 9시20분쯤 조금 이르게 도착한다. 장사와 여행이 아침을 챙겨먹고 있으니 2호차가 도착한다. 각자 볼일들 보고 커피도 한 모금씩 마시고,,,,,, 하키 7공 대장은 자기 차를 두고 1호차가 자기 차라며 타고 있던 지기선사보고 내리란다. 아무래도 세차를 잘한 1호차와 동종 차량의 풀옵션으로 가장 비싼 자기 차를 바꾸고 싶은 모양이다. ㅋㅋㅋㅋ 2호차에서 1호차로 옮겨 탄 지기선사, 엊저녁 야간산행(?)을 다녀왔는지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늦었단다. 바삐 서둘다 허리띠도 두고 나왔고….
인간 나비 문수 대장의 꽁무니를 따라 고고싱싱!!! 안흥을 지나면서 아니나 다를까? 문수가 찐빵을 지나치랴? 예의 그 찐빵을 한 봉다리씩 먹어가며 42번 국도를 따라 전재를 지나 문재로 간다. 구제역이 심각한 모양이다. 곳곳에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그 소독약이 뿜어지자마자 자동차 앞 유리에 얼어붙어버리고, 워셔액을 분사해야 겨우 유리창이 맑아진다. 거기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에스키모처럼 옷을 입고 있던데, 그래도 그들은 추위를 이기려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을 거다. 모두가 고생이다.
문재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오른편에 산행을 위해 마련된 주차장에서 출정을 준비한다. 스패츠, 아이젠, 모자, 귀마개, 마스크, 장갑 등 얼어 죽지 않으려는 나름대로의 몸부림이 가관이다. 나 역시 오랜만에 본격 동계산행인데 뭐부터 착용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올 겨울처럼 추운 날,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다. 750 고지에서 시작하는 산행이라 아이젠은 시작부터 필수. 차례차례 준비를 마치고 10시 55분 출발이다.
* 출발선에서
문수가 대장이다. 문수가 선두로 나서면 조심해야 한다. 그 속도로 따라가면 초반에는 무리라는 걸 안다. 나와 지기선사는 꽁무니에 붙어서 초반속도조절에 들어간다. 자칫 그걸 실패하면 그날 전체산행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급경사다. 이럴수록 속도조절 잘해야 한다. 속으로 ‘천천히, 천천히’를 외치며……
15분만에 임도에 오르고, 25분만에 지능선에 오른다. 다시 급한 경사를 치고 오르면 50분만에 헬기장이다. 평평하게 만들어둔 곳에 주변 나무도 없으니 조망이 압권이다. 하지만 가야 할 백덕산은 주변 능선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저쪽 방향이 사자산일 텐데, 아직 분간이 어렵다.
‘저~기 뾰족한 봉우리가 치악산인 모양이다.’
‘저 바람개비 있는 데가 선자령인가?’
‘임마, 여게서 선자령이 우찌 보이노?’
‘그라마 저게는 오대산 방향인가? 가리왕산은?’
각자 자신이 쌓아온 내공을 일갈하며, 초콜릿으로 허기를 보충하고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 가로로 난 절리(?) : 요상하게 생겼다며 빠지지 않는 한 컷!!
이제 좀 편안한 능선길이란다. 오르락내리락 몇 번 하고 나면 도착할 거란다. 매서운 바람이 장난 아니다. 햇볕 받는 곳에서는 견딜만한데 응달지고 바람 부는 곳에서는 이빨이 부딪힌다. 장갑 안에 조그마한 핫팩을 넣었더니 그나마 도움이 된다 여긴다. 귀마개를 하고 털모자를 써도 코끝과 볼때기가 시려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양 볼이 얼얼하다. 우리의 존경하는 하키 7공 대장, 코와 양 볼을 감싸는 흑두건(일명 바라클라바)을 쓰고서도 가래침을 퉤 뱉었다가 하루 종일 그 가래침 냄새 맡으며 지냈다는데(맞나???) 하나하나 감각이 둔해지는 것은 이제 네 일만이 아니라 모두 각자의 일이라 여기니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ㅋㅋㅋㅋ 이래저래 웃을 일 많이 만들어 주소.
다시 길을 재촉하여 영월군에 위치한 사자산을 평창군에서 당겨와서 그 경계에 표시한 봉우리를 지난다. 지나가던 산객 한 분이 원래 사자산은 남쪽의 저~봉우리(영월군 소속)라며 입김을 뿜어댄다. 아마도 그분 영월군 출신인가? 평창군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1대5만 지형도에 남쪽 1160봉을 사자산이라 표기해둔 게 옳은 게 아닐까 여긴다. 지자제 실시 이후 이런 엉뚱한 지명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행정이 그저 인기몰이에 올인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이나마 보다 면밀한 고증을 거쳐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줘야 우리 자손이 고생 않는 거다.
* 법흥골
당재를 지나면 편해질 거라는 생각에 당재를 찾아보지만 아직은 더 가야 할 모양이다. 1165봉에서 조망을 즐긴다. 사자산과 백덕산이 다 조망된다. 법흥골에서 몰아치는 골바람에 오래 서있을 수 없어 곧바로 당재로 내려선다. 법흥골로 내려서는 이정표가 눈에 띄고, 1시가 다돼가는데 밥 먹고 가자며 채근하는 친구의 음성을 뒤로하고 곧바로 작은 당재로 넘어간다. 문수 대장의 특권이다. 25분을 더 걸어 작은당재에 닿는다. 법흥골이나 운교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고 옛날에는 영월과 평창을 잇는 고갯길이기도 했다. 배고픔을 해결하라는 원성도 뒤로한 체, 문수 대장은 마지막 오름을 명한다. 올라가면 정상 바로 아래 널따란 장소가 있으니 거기서 밥 먹잔다.
* 저게 진짜 사자봉인 모양이다.
대장 말을 따라야지!! 안 그러면 후한이 두려워 찍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따라간다. 마지막 700미터 급피치를 올린다. 경사도 장난이 아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짚신만 신고도 이런 눈길을 다녔을까? 눈길 다닐 때 쓰는 넓적한 신발을 박물관에서 보았던가? 이런저런 생각에 45분만에 숨을 헐떡이며 정상에 닿는다. 주차장에서 3시간 만에 올랐다. 뒤쳐진 곰 한 마리와 하키 대장은 서두는 법이 없다. 그런 여유 한 수를 배운다.
* 8인의 건각들......
모두 모이자 정상에서 증명사진 하나 찍고 올라오면서 봐둔 바람 피할 자리로 이동, 즐거운 파티 시간. 어렵쇼? 물통이 열리지 않는다. 웅사는 이 추운 겨울에도 넣고 빼기 수월하다며 물통을 배낭 바깥포켓에 넣어 다닌다. 곰이 곰인 이유다. 그나마 미지근한 오뎅국물, 김밥, 컵라면 등 나름의 보온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아무리 추워도 먹기는 먹어야 할 모양, 그 추운 곳에서도 먹는데 35분 걸렸다. 막걸리가 샤베트가 되었는데 찾는 사람이 없다. 아무리 독주라도 오늘은 사양할 기세다. 특히 단풍이 쫄고(?)를 위해 갖고 온 중국 백주가 있었는데 모두들 듣는 둥 마는 둥.
지나가던 산객들도 우리가 마련한 자리가 좋아 보였던지 옆에 와서 기다린다. 바람 피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문수대장 말이 먹골로 내려가는 것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번 다녀왔을 때 혼이 났단다. 차량 회수도 문젯거리란다. 다니는 택시가 거의 안 보인단다. 예약을 하고 타는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럴 바엔 그냥 왔던 길 내려가는 게 낫겠다. 거의 2시간15분이면 하산할 수 있을 거라던데 실제로 그리 걸렸다.
* ㅎㅎㅎ 끼지 말라 해도 꼭 끼는 하키 대장... 칵~~ 대장만 아이라면.... 하키 대장 빼고나면 초딩 동창이다.
느릿느릿 다니는 하키대장, 언제나 후미를 지킨다. 근데 헬기장에 나타난 하키대장 머리에 있어야 할 붉은색 모자가 없다. 바라클라바를 쓰고 있으니 모자가 날아간 것도 모르고 그냥 내려왔는데 나중에 뭔가 허전해서 머리를 만져보니 모자가 없더란다. 그나마 바라클라바를 쓰고 있기 망정이지 그마저 없었다면 동태 한 마리 업고 갈 뻔했다. 귤 한 알로 목을 축이고 재정비. 같은 순서로는 시간이 너무 걸리겠다고 판단한 문수대장, 헬기장에서부터는 하키대장을 선두로 세운다. 꼼짝 못하게 생겼다며 투덜거리던 하키대장, 잘도 간다. 헬기장에서 30분, 산행시작 6시간 만에 원점 주차장에 닿는다. 이로서 나의 오랜 숙제 하나 해결했다.
* 휴~~~ 다 왔다. (찍사 곰 한 마리가 빠졌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