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병석의 원로 문인 송하섭 문학평론가가 주신 ‘귀한 가르침’
― 『대전예술』 명사 칼럼 「감정의 투석(透析)을 생각하며」를 읽고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한국예총 대전광역시연합회에서 발행하는 『대전예술』 2월호를 읽었다. 문학 담당 편집위원인 홍인숙 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이다.
이 책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지면은 ‘명사 칼럼’이다. 존경하는 원로 학자인 송하섭 문학평론가(전 단국대 부총장)가 병석에서 쓴 글이다.
제목은 「감정의 투석(透析)을 생각하며」.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고 병석에서 투석치료를 하면서 쓴 칼럼이다.
일송(一松) 송하섭(宋夏燮) 원로 문학평론가와는 오랜 인연을 맺어 왔다. 고 송백헌 박사(문학평론가, 충남대학교 명예교수)의 소개로 처음 알게 되어 작품교류를 해왔다.
작품교류뿐만 아니라 순수 종합문예지인 『한국문학시대』 신인 작품상 심사도 같이 본 적이 있다.
대전 둔산동 맛집에서 술자리도 여러 차례 가졌다. 술값은 으레 송하섭 교수가 냈다. 인정을 베푸는 일에는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
원로 학자는 내게 귀한 저서도 여러 권 보내주었다.
▲ 송하섭 문학평론가가 보내준 학술 논문집(상)과 자전 에세이집(하) 2020년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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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필 휘호도 자주 받았다. 추석 명절이나 새해가 되면 꼭 친필 휘호를 보내주신다.
술자리에서도 친필 서예 글씨를 내놓는다. ‘글씨는 보지 말고 뜻만 보라’고 겸손하게 말씀하시면서 글의 뜻을 상세하게 해설하신다.
▲ 대전 둔산동 맛집에서 송하섭 문학평론가의 글씨를 들고 - 좌로부터 김용재 시인(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 권오덕 수필가(전 대전일보 주필), 송하섭 교수(문학평론가), 필자 윤승원(수필가) (2021.11.6.)
▲ 송하섭 문학평론가가 친필 글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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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학자는 한평생 강단에서 제자들에게 명강의를 하시던 대로, 또는 문단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 평론하듯 천의무봉(天衣無縫)의 필봉과 청산유수(靑山流水) 언변을 쏟아 놓으신다.
그런 문단의 큰 어르신이 병석에서 투석을 받으신다. 『대전예술』 2월호에 실린 ‘명사 칼럼’도 병상에서 쓰신 것으로 보인다.
▲ 홍인숙 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송하섭 문학평론가의 칼럼 옥고 - 『대전예술』 2025.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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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투석 중에도 어떻게 저런 글을 쓰셨을까? 놀랍다.
반가움에 짧은 소감을 댓글로 달았다. 그러고 나서 송하섭 교수님에게 카톡으로 알려 드렸다.
【홍인숙 시인이 페북에 올린 ‘대전예술’ 지에서 교수님 귀한 옥고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반가움에 짧은 소감을 댓글 공간에 달았습니다. 쾌유를 기원합니다. - 2025.2.1. 윤승원 올림】
한밤중에 카톡 음이 울렸다. 송 교수님 답장이었다.
【윤 선생님.
명절 맞아 강녕하신지요? 늙은이의 글을 또 격려해 주셨네요.
사실 저는 아직 그 책을 받지도 않았는데 페북이 그토록 빠른데 놀랍네요. 이렇게 엄청난 세상에 살고 있음이 놀랍군요. 앞으로 어떤 세상이 전개될지 우려와 기대가 됩니다.
새해에는 뵈올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건승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2025.2.1. 저녁에 송하섭 올림】
늦은 밤이라 답장을 드리지 못하고 이튿날 새벽에 답장을 드렸다. ‘대전예술’ 지를 아직 받아 보지 못하셨다기에 페북에 올라온 해당 지면을 캡처해서 보내드렸다.
【편안히 주무셨는지요?
간밤에 귀한 답장을 주셔서 감동했습니다. ‘대전예술’지에 실린 교수님 옥고는 배울 점이 많은 작품이어서 페북 게시물을 캡처했습니다.
“감정 투석기를 마련하라!”라는 하단의 가르침 문구는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명문입니다. 신선한 건강관리 지침이자 養生秘決입니다. 감사합니다. - 2025.2.1. 저녁에 윤승원 올림】
송 교수님은 곧바로 답장을 주셨다.
【감사합니다.
이른 새벽부터 그토록 관심을 주시니. 저는 우리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의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인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는 중입니다.
9세에 미국에 이민 간 40대 한국 여성 작가의 고국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히네요. 어제 읽은 이야기 오늘 잊는 나이지만 소일에는 역시 글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다가 부르시면 가야겠지요.
윤 선생님이야말로 생활이 곧 글이시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 2025.2.2. 새벽에 송하섭 드림】
나는 일찍이 노 부모님과 형님들이 병환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봐서 사정을 잘 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가장 큰 관심거리는 ‘건강관리’다. 몸에 좋다는 갖가지 ‘건강 정보’를 그래서 소홀히 할 수 없다.
현직 경찰관 시절에 방송국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초대받아 ‘양생비결(養生秘決)’에 관한 수필을 낭송한 적이 있다.
▲ 대전 mbc 라디오 방송칼럼 - 윤승원 수필가의 건강에세이 『양생비결』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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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섭 원로 학자님의 이번 《대전예술》지 ‘명사 칼럼’도 많은 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은 귀한 ‘건강관리 정보’다.
돌이켜 보면 송 교수님이 병환을 얻은 지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병환 소식을 들었다.
【저는 오랫동안 혈압약을 복용해 왔는데 급기야 신장이 망가져 수개월 전부터 투석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인생 여정 ‘生老病死’ 중 ‘病’의 단계에 이르렀군요. 곱게 데려가질 않네요. 허락하는 한 잘살아 보겠습니다. - 2024. 9. 27. 송하섭 드림】
나는 송 교수님의 문자 메시지 중에 “곱게 데려가질 않네요”라는 대목에서 가슴이 ‘쿵’ 했다. 얼마나 힘드실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이 드실까.
하지만 원로 문인은 직설적으로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지 않았다. “곱게 데려가질 않는다”는 고백은 단순히 병마에 대한 원망에서 나온 표현이 아니다.
한평생 강단과 문단에서 문학작품을 통해 지성과 품위를 지켜온 고매한 인품의 학자 문인으로서 자신을 다독이는 원숙한 시적 표현이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릴까? 처음 병환 소식을 듣던 날 이렇게 답장을 드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평안하신 줄만 알았습니다.
힘든 투석 중에도 붓끝에 강건한 힘을 실어 멋진 명절 휘호를 보내주시니 무어라 감사의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체의 강건함 못지않게 정신적으로 강인하신 교수님으로 믿어왔습니다. 감히 무모하게 달려든 병마도 순순히 물러갈 것입니다.
얼마 전에 병석의 옛 직장동료와 이런 얘길 나눈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투병’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 평생 작은 질병 하나 겪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투병’이란 말 대신 ‘치병(治病)’이란 말을 쓰자. 병마와는 ‘싸우는 것[鬪]’이 아니라 ‘다스리는 것[治]’이라고 한다. 자신을 사랑하듯이.
그렇게 본다면 존경하는 교수님께서는 누구보다도 병마를 잘 다스려 쾌차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쾌유를 기원합니다. ― 윤승원 올림】
2025. 2. 2.
윤승원 소감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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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송하섭 교수님 답글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카페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5.02.03. 08:15
송하섭 교수님과의 깊고 깊은 대담을 잘 읽었습니다.
송 교수님의 쾌유를 빕니다.
작가로서 아픔을 이기고 글을 쓰시는 점이 존경스럽습니다.
송 교수님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두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답글(필자 윤승원)
병석에서 마음의 고통, 육체적인 고통을 문학적 예술로 승화하고 있습니다. 몸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신 건강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몸속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하십니다. 따라서 문학에, 미술에, 음악에, 연극에, 영화에, 기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밝혀주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