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그리고 2월 두 차례에 걸쳐서 안산지청에 갔었습니다. '법철학연구모임'의 부탁으로 로크와 루소에 대하여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발표한 원고는 '정태욱의 원고' 게시판에 올려 놓았습니다).
일반인들에게, 그리고 저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검사의 이미지는 '법철학', '법사상'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법연수원에도 법철학 과목이 개설된 예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사들이 그것도 차장검사의 지도로 많은 검사들이 그러한 모임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탐구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차장검사 구본진님은 80년대 캠퍼스에서 잠깐 보았던 적이 있었는데, 다시 25여년이 지나서 이렇게 만나게 되니 그것도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구검사님에게는 특별한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 박사학위논문을 <미술가의 저작 인격권>이라는 책으로 내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필적'에 대한 연구, 특히 '항일운동가와 친일파'의 필적을 비교 연구한 <필적은 말한다: 글씨로 본 항일과 친일(중앙북스, 2009)>이란 책도 냈던 것입니다.
'신언서판'이라는 말만 알았고, 필적에 대한 연구에 대하여는 금시초문이었던 저에게는 그 연구, 필체가 사람됨, 사람의 성격을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대한 그 꼼꼼한 연구 그리고 대담한 분석과 추리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아울러 '항일 인사'와 '친일파'의 글씨체의 차이에 대한 설명은 곧 사람의 길에 대한 설명이었고, 우리 역사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였으니, 그 자체 하나의 훌륭한 인문학 저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법학도들에게도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