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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너와나에 인생 여행 원문보기 글쓴이: 뚱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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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진해시 · 창원시 ▒ 웅산 / 703m ▒ 자은동∼시리봉∼웅산∼안민고개 코스 |
진해의 모든 벚꽃이 한눈에 들어오고 다도해의 일출이 멋들어진 곳이 있다. 진해와 창원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장복산(長福山·582m) 동남쪽으로 뻗은 산자락과 경남 김해시 장유면 서쪽의 온화하고 포근한 불모산(佛母山·802m) 남쪽의 산자락이 만나는 웅산(熊山·703m)이 그곳이다.
곰산이라고도 불리는 웅산은 군항제로 잘 알려진 진해의 동쪽에 솟은 산으로 진해, 마산, 창원 주민들에게는 시리봉의 시리바위와 함께 친숙한 산이다. 4월 10일, 화창한 봄날이다. 아침 8시, 산행을 약속한 이차수(35세·진해산악회 회장), 윤종진씨(34세·장복산장 장비점 운영)와 진해역 앞에서 간단한 장비 점검을 하고 출발했다. 평일이지만 필자는 휴가를 받았고 동행한 이들은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라 산행이 가능했다. 그래도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에겐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9시, 산행 들머리인 자은동과 풍호동 경계의 시영아파트를 지난다. 진해 일대의 산악 지역은 군사지역이라 출입통제구역도 많고 산불방지 검문소가 있어 산행출입대장에 기입하고, 소지품 검사를 한 뒤에야 산행이 가능하다. 일행은 새벽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제법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며 산행을 시작했다. 30분 정도 오르니 첫번째 약수터가 나왔다. 이곳을 통과하면 울창한 소나무 사이의 정리가 잘된 등산로를 만난다.
진해시는 2년 전 시민의 여가활동과 건강증진을 위해 등산로에 통나무 계단과 쉼터를 설치했다. 이곳을 지나면 시루샘터가 나온다. 마지막 샘터이므로 산행에 필요한 물을 여기서 떠가야 한다. 계속되는 완경사를 20분 정도 오르면 거칠 것 없는 사면이 탁트인 고개, 바람재다. 남해의 바닷바람과 어우러진 진해 시내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때아닌 폭설(?), 계절을 착각하게 한다. 바람재는 남쪽 능선의 천자봉과 북쪽 능선의 웅산으로 갈라진다. 2킬로미터쯤 되는 천자봉까지의 등산로는 완만해 가족산행으로 적합한 코스다. 망부석이 되어버린 아천자 갈림길을 지나 고개를 넘어서니 거대한 바위가 반긴다. 시리봉의 시리바위다. 시리바위는 시루바위 또는 곰메바위라고 부르는데 높이가 10미터, 둘레가 50미터나 되는 웅산의 대표적인 바위다. 진해 시내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일본 대마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그런데 진해와 창원의 많은 사람들은 시리바위가 있는 시리봉을 천자봉으로 알고있지만 시리봉이 옳은 명칭이다. 시리바위에는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대마도의 한 역관이 웅천에 와서 오랫동안 머물고 있었다. 그 역관은 당시 이 고을에서 이름난 아천자(雅天子)라는 기생과 꿈같은 사랑에 빠져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시간은 흘러 역관은 어느날 대마도로 돌아가버리고, 홀로 남은 아천자는 돌아오지 않는 역관을 기다리며 날마다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리봉 꼭대기에 앉아서 대마도를 바라보며 기다리던 기생 아천자는 그대로 망부석이 되어 버렸다. 훗날 일본인들은 이 바위를 히메이와(嬉岩)라 부르며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시리봉에 오르는 이곳 주민들은 아천자의 애달픈 사랑을 기억한다.” 또한, 조선말 명성황후는 순종을 낳고 명산마다 세자의 장수를 비는 백일기도를 올렸는데, 시리바위에서도 백일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산아래 마을을 백일마을이라 부르는 연유도 그 때문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진해만의 다도해 간단하게 준비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정돈이 잘된 능선 길을 따라 40분쯤 가니 웅산 정상. 서쪽으로는 장복산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창원시가지와 공단지역을 에워싸고 있는 불모산 능선이 도시를 철통같이 지켜주는 성벽을 연상하게 한다.
또한 바다풍경이 보이는 진해만 안쪽에는 소죽도, 대죽도 같은 섬들이 아름답게 보이고 진해시 너머로는 거제도, 잠도, 저도, 삼섬, 가덕도가 물위에 떠있는 듯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의 하산은 구천계곡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웅천동으로 내려갈 수 있다. 조금 멀긴 해도 안민고개를 지나 장복산 정상을 걸쳐 구터널 방향으로 하산할 수 있는 길이 여럿 있다. 특히 여름철 계곡 등반에 적합한 아홉내골이라 부르는 구천 계곡을 추천한다. “아홉내골은 외지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깨끗하고 자연상태 그대로 있다.”는 이차수씨의 말에 올 여름 다시 찾기로 기약한다. 웅산에서 안민고개 방향 좌측에는 숨은벽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중급자 수준에 맞는 4개 암벽 코스가 있다. 진해 산악회(회장 이차수)에서는 한 달에 한번씩 이곳을 찾아 암벽훈련을 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메아리 소리가 일품인데 지나는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한번 정도는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목소리를 확인한다.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이 정상에 올랐다는 뿌듯함과 여유로움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하산 능선길에는 지름 2미터 크기의 웅덩이가 있다. 이곳에서 실타래를 풀면 진해 시내에 실의 끝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웅덩이가 깊다고 해서 구전으로 전해 오는데 원래는 금괴가 묻혀있다는 소문 때문에 사람들이 파다보니 깊어졌다고 한다. 능선 길이 거의 끝나갈 무렵 따스한 햇살과 능선부 북쪽에 분홍빛 진달래 군락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진해시가의 벚꽃과는 대조적인 아름다움이다. 몇몇 등산객들은 진달래에 심취되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사진 찍기에 정신없다. 오후 2시 최종 목적지인 안민 고개에 도착하니 산자락 끝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이 일행을 반긴다. <글·황학연 사진·윤병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