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성교수 한국전자출판교육원 원장 [뚱보강사] 칼럼 43회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입니다
43.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입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의 행복은 무엇인가? 나는 건강한가? 나는 언제가 행복한 때일까?
“혈압이 110에 60입니다”라는 소리가 들리고 정면의 사람은 하나로 보이지만 좌우의 사람은 두 명씩으로 보인다. 응급환자실 침대에 누워 좌우를 둘러보니 사람이 하나로 보이다가 둘로 보이다가 한다. 평소 “140에 80”이던 혈압이 “110에 60”으로 겨우 20~30 내려갔는데 빈정신인 혼수 상태와 제정신인 정상 상태를 오락가락하다니.
금요일날 점심을 간단히 먹었는데도 자꾸 하품이 나면서 졸린다. 과식도 안 했는데. 더군다나 2년 전에 10kg 감량 다이어트를 성공했다가 1년에 5kg씩 다시 체중이 느는 요요현상으로 원래 체중으로 돌아와 요새는 밥을 반 그릇도 안 먹는데….
저녁 7시에 집에 왔는데 어지럽기만 하고 입맛이 없어 염치불구하고 7시부터 자리에 누웠다. 토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났는데 어지럽기는 마찬가지, 앉았을 때는 그나마 덜한데 일어서면 하늘이 빙빙 돈다. 주스 한 잔 먹고 다시 누웠다가 점심 때 일어나 밥 세 숟갈 억지로 뜨고 과천 한의원으로 갔다.
한의사를 기다리는 동안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 큰 것을 보니 새까만 먹물 같은 것이 쏟아진다. 한의사가 “위출혈 같으니 당장 종합병원으로 가라”면서 119를 부른다. 119응급차를 타고 평촌 한림대성심병원으로 실려 왔다. 어지럽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도 안심이 된다. 응급차 안에서 혈압을 재고 환자 상태를 묻고 병원에 전화를 걸어 응급실 입원 준비를 시킨다. ‘이젠 살았구나’라는 감정이 들도록 행동을 한다.
병원에서 피주사와 수액을 맞고 혈압이 “140에 70”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물체도 하나로 보이고 어지럽지도 않다. 낮은 쪽 혈압만 평소보다 10이 낮다. 한림대성심병원 의사 말로는 “어떤 이유인지 위벽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는 위궤양 상태였다”고 한다. 평소 건강한 사람의 목숨이 혈압 수치 20~30에 좌우된다니 정녕 파리 목숨과 다름이 없단 말인가.
중환자실, 일반 병실, 대학병원이라는 별종의 공간에서 구속받고 살다가 중환자실에서는 ‘이 중환자복(앞으로 입혀주고 뒤에서 끈으로 매는 옷)을 언제 벗나?’ 하다가 일반 병실에 와서는 ‘언제 팔뚝에 꽂힌 링게르 주사를 빼나?’를 생각하다가 드디어 집에 돌아와서 침대가 아닌 우리 전통의 온돌 바닥에 깔린 요에서 편한 잠을 자고 다시 일상을 시작한다.
보통 때가, 평상시가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