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조서》 김원근 피의자신문조서(제5회)

[★혁명가☆]

피의자신문조서(제5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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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김원근
右 반민법 위반 피의사건에 관하여 4282년[1949] 5월 19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忠北調査部 서기 김영창[金榮昌]을 입회시키고 前回에 계속하여 피의자의 신문함이 如左함.


문 前回까지의 진술은 相違가 없는가?

답 없습니다.


문 中樞院 參議가 된 경위 如何.

답 단기 4272년[1939] 3월 일 입니다. 당시 本道 지방참의이던 유림 대표 송달헌[宋達憲]씨가 來訪하여 “차기 중추원 참의로 君을 추천하겠다” 하며 의사를 물었습니다. 그때에 본인은 무식함과 정치에 관심 없음을 설파하고 강경히 거절하였습니다. 그 후 1개월이 지난 때 당시 역시 유림 대표이던 정순방[鄭淳邦]씨(현 淸州府尹)가 來訪하여 宋氏와 같은 의미로 强勸하는 것을 완강히 거절하였더니 永同의 손재하[孫在廈]가 중추원 참의가 되었습니다. 그때 청주지방의 여론은 본인이 될 것으로 평판이 많았었습니다.
그 후 다시 3년이 지나 손재하가 만기가 되자 전에 왔던 송달헌, 정순방 兩氏가 또 다시 來訪하여 금번만은 不可不 승낙하여 달라고 獎勸하였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는 全然 변할 리 없어 역시 전번의 하던 말과 같이 거부하였었습니다. 그러나 宋, 鄭 兩氏는 “知事 이하 全 도민의 갈망이니 수락하라”, “지방유공자의 우대기관에 불과한 것이니 수락하라”는 등 백방으로 권하였습니다. 백번 권하여도 본인의 의지는 변함이 없었음을 알았던지 그대로 돌아간 후 만 2개월이 지난 어느 날 돌연 지사 윤태빈[尹泰彬]에게서 “감축하다”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무엇이 감축하냐고 반문한 즉 “금번 중추원 참의 발령이 났으니 감축하다”고 합디다. 너무나 의외의 일임으로 깜짝 놀라 즉시 上道하여 尹지사를 대면하고 “본인은 본시 不學無識한 것과 명예욕도 없는 위인이라는 자기 소개와 본인의 승낙 없이 발령한 일의 부당성을 지적한 즉 尹지사 말이 ”지방 참의라는 것은 지방 유공자의 표창기관이니, 너의 지방에서의 공헌한 공로가 많으니 묵과할 수 없어 內申하여 발령된 것이니 수락하라”고 반강제적으로 권하였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역시 완강히 거절하며 “도대체 外地 중추원 참의를 보면 회의 때에 조선 통치에 대한 중대한 발언도 하고, 혹은 지방을 순회하며 □□하고 강연도 하는 모양인데 본인은 발언할 見識도 없고 성격상 중추원 참의는 절대 수락 못 하겠다”고 즉시 反消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집요한 尹지사는 “회의 때 발언 안 해도 좋고 또 참석하기 싫으면 안가도 좋다. 지방 순회강연도 물론 안 해도 좋으니 기어이 승낙하라. 만일 발령난 것을 反消한다면 소위 지사된 사람은 면목이 없다”고 애걸하다시피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자기 주장만 하던 본인은 “하여튼 본인을 위하여 노력하는 나머지에 이리된 것을 알고, 자신이 그 行勢만 아니하면 명칭이야 如何하였든 상관없지 않느냐”고 돌이켜 생각하고 일시적이나마 본의 아닌 승낙을 하였고, 그 후 아무 관심을 가진 일이 없었으므로 그대로 방치해 두고 구태여 사표도 내지 않았었습니다.


문 중추원 참의라면 조선 통치의 최고 자문기관으로서 그 자격 심사에 있어 엄격히 본인의 친일적 성격과 일상생활을 내사한 다음이 아니면 추천할 리 만무하고, 또 본인이 이력서를 제출치 않으면 內申을 못할 텐데 이력서 낸 일도 없고 전연 몰랐다는 것은 사실을 糊塗하려는 피의자의 궤변이 아닌가?

답 천만의 말씀이올시다. 본인은 비록 무식하나 평생에 모호한 태도와 심지를 가져본 적은 없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후보자의 평이 나는데 그때만은 아무도 몰랐고, 道 당국에서 이력서도 道會의원 때 것을 본인 몰래 복사해서 보냈겠지요. 절대로 중추원 참의 內申用으로 이력서 낸 일은 없습니다.


문 회의에는 몇 차례나 출석했으며, 무슨 발언을 하였던가?

답 첫해 하도 가라고 道에서 떠들기에 갔더니 全然 언어 不通인데 총독이 무어라고 지껄이고, 다음 정무총감이 지껄이고, 또 어느 군인 한 놈이 무어라고 떠드는 소리만 약 2시간여 듣고 그대로 나와서 이후에는 가지 않았고, 그 후는 줄곧 病으로 못간다는 전보만 치고 출석 안하였습니다. 발언 운운할 여부도 없었습니다.


문 비행기를 헌납한 일이 있다는데?

답 충북에서는 道 전체에서 비행기 헌납설이 나자 각 호별세 등급에 의하여 6,000여 円 낸 일이 일차 있었으나 직접 비행기를 헌납한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상스럽게 관련된 일이 1건 있었습니다. 내용인 즉 敵政 소화 18년[1943]에 實弟 영근[永根]이가 기거하고 있던 咸南 元山에서도 비행기 헌납 강요가 심하였을 때입니다. 하루는 每日新報를 보니 “ 淸州 김원근이가 함남 원산에서 비행기 헌납금으로 5만원을 헌납하였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놀라 어찌된 사유를 영근에게 편지로 물었더니 答에 曰 “내용이 복잡하니 서면으로 못하겠고, 면대하여 상세 告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후 수개월이 경과한 후에 영근이가 왔기로 자세한 사정을 물으니 “먼저 大成中學을 설립하려던 60만円 까닭에 함경 내무부장 송문헌[宋文憲]이가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元山府廳에서와 경찰서에서 자꾸 호출하여 비행기 2대를 헌납하라 하는 것을 거절하여 그네들에게 반감을 산 일과 侄兒 준덕[俊德](당 27세)이가 일본음악학교 재학 중이었으며, 본인의 양자 준철[俊哲](당 26세)이가 明治大學 專門部에 재학 중이었으나 학병을 기피하였다는 과실로 인하여 당국의 견해는 학교 기부 거절, 비행기 헌납 거절, 학병 기피 등 3건 공히 전쟁 비협력자이며 日帝 배격자라고 간주하여 본인을 체포하고 侄兒 형제를 구속한다고 협박 공갈하는 바람에 형의 일신을 염려하는 아우의 심정으로 원산부청으로 자진하여 비행기 헌납금으로 37,000원을 납부한 즉, 경찰서장과 상의한 부윤 말이 금액이 부족하다고 증액할 것을 권하였더랍니다. 물론 본의는 아니나 후환을 염려하여 당시 부진한 상업 수입으로는 어찌 할 수 없고, 정기예금통장 13,000円을 가지고 가서 추가한 즉, 율림[栗林] 某라는 日人이 5만円 내어 金 87,000원으로 비행기 1대를 헌납하였으니 정기예금 13,000원은 당분간 불필요하니 次致에 헌납하라 하고 반환하더랍니다. 그런 경위로 비행기 헌납 운운의 설이 있었지 그 후는 一分도 헌납한 일이 없습니다.


문 자진하여 국방 헌금한 일은 없는가?

답 국방 헌금한 일은 전혀 없고, 도청 개축 時에 15,000원 기부하였고, 日人 중학 신설 時에 천원, 여자중학에 2만円 기부하였고, 사범학교 건축 時에 만원 기부한 것밖에 없습니다.


문 己未 이후에 독립군과의 관련은 없었던가?

답 기미년 이후에 鳥致院에서나 청주에서나 독립운동하는 애국지사들이 가끔 방문해 와서 숙식도 하고 의복도 입고 여비도 얻고 서로 연락도 하는 기관이 되었었습니다. 그 당시 그네들에게서 운동에 가담하라는 권고도 있었습니다마는 사업 성질상 또는 가족 형편상 도저히 그리하지 못함을 양해를 얻어 단지 숨은 동지 숨은 협력자로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네들과의 밀약은 “절대로 주소 성명을 통하지 않을 것”과 “숙식, 의복, 여비 등은 소용 닿는대로 자유로 청구할 것”, “생명이 계속되는 한 법망에 걸리더라도 절대로 자백치 않을 것” 등이었습니다.


문 접촉한 사람은 몇이나 되며, 급여한 것은 얼마나 되는가?

답 전후 합쳐서 약 6, 70명 될 것이며, 의복은 일차 기성복을 一着 준 일이 있고, 여비 급여한 것은 일일이 기억 못하나 최하 100원, 최고 2,000원 내지 3,000원 주었고, 全然 안받은 사람도 두 분 있었습니다.


문 통성명을 안한다 하더라도 자연 姓쯤은 알 것이 아닌가?

답 자주 오고 자연 담화도 많이 하면 알아지는 사람도 물론 많았습니다. 서울 계신 정한립[鄭翰立]씨, 권태익[權泰益]씨, 懷仁의 양○삼[梁○三]씨, 哈爾濱의 朴某, 김철환[金喆渙], 김일성[金日成](北鮮 괴뢰정권의 거두는 아님) 등입니다.


문 경찰에 탄로된 일은 한 번도 없었던가?

답 한 번 있었습니다. 조치원에 있을 때 淸州場을 보러 왔더니 불의에 경찰에 구속당해 조치원으로 압송되어 “독립군에게 여비 500원 준 일이 없느냐”고 嚴問을 받았으나 본인이 자백치 않고, 장부 검사를 엄밀히 당하였으나 독립군에게 준 돈을 장부에 기재할 리 있습니까. 무죄 白放되었습니다.


문 각 처에서 진정서가 들어 왔는데 그 사실을 아는 것이 아닌가?

답 全然 모릅니다. 학교 방면에서 발설이 있었는데, 교장을 불러 “春鷄自鳴” 格을 責한 일이 있고, 各面 대표자들이 와서 “진정서니 탄원서니를 낸다” 하기에 “天道가 明明하니 사필귀정될 것이다. 구태여 인위적으로 노력할 필요 없다”고 사절하여 돌려보낸 일은 있습니다.


문 피의자는 사회사업을 한다는 미명 하에 반드시 당국에서 이권을 획득하여 도리어 謀利를 한다는 말이 있는데 如何.

답 그런 사실은 全然 없습니다. 이권을 잡은 일도 1건도 없고, 특별히 배급 물자를 받은 일도 없습니다. 軍政 때 후생주택을 지을 때 군정에서 트럭 한 대를 借受하여 20만円 들여 修繕 사용하고, 완성 후 반환한 일밖에 없습니다.


문 그 외에 더 할 말은 없는가?

답 본인이 幼時에 비록 단기간이나 村村 걸식하며 생장한 터이므로 평생에 不祥한 사람 구호하는 것을 유일의 낙으로 알고, 자신이 교육 받은 기간이 짧은 관계로 “인생은 절실히 학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교육사업에 專心專力을 기울이자고 心盟하고 그 실현에 일로매진하였을 뿐이지 추호도 賣名的 공명심을 발동한 일은 없습니다. 또 다소간 蓄財도 하고 상업도 하자면 자연 與人 접촉이 많은데 혹 불의의 일을 하며 불로소득을 꿈꾸는 分子가 있다면 萬端 改諭하여 지도한 일은 있어도 단 1차도 고소, 집행, 지불, 명령, 강제 같은 것을 하여본 적이 없고, 언제든지 천지신명께 맹서하여 추호도 양심에 가책될 일은 한 적이 없습니다. 혹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무슨 오해를 하였거나 心思가 그른 사람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엄정한 법에 의거하여 죄가 있다면 감수하겠습니다.
右 본인에게 讀聞시킨바 相違가 無하다 하고 서명 날인함.
공술자 김원근
단기 4282년[1949] 5월 19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 신정호[申政浩]
입회인 서기 김영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