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아버지 지금은 두 분의 마음이 아프시더라도 조금 지나면 그 분도 이렇게 해결한 게 최선이었다고 느끼실 겁니다.” 마음먹고 진혁에게 강압적으로 말은 했으면서도, 진혁이 당황해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할 소리가 아닌데, 부친에게 너무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가슴 속에 찔림을 받는다, 그랬어도 의외로 진혁이 그 말을 합당해 하고, 정리한다고 하니 기쁨이 샘솟아 오른다, 이제 가족들과 어머니의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가족이 하나 된다고 생각하니, 은숙에게 자랑하고픈 마음이 든다. “언제? 한 달 반 후에? 후유! 이제야 급했구나, 그래 하루라도 빨리 해야지, 우리같이 아기가 뱃속에서 아빠 결혼 해? 그러니까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더라, 아기는 좋지, 내가 아기에게 미안해서 그렇지, 너희도 혹시 그래서 서두르는 것은 아니겠지? 어째 그런 거 같은데? 아니라고? 좋아 그거야 세월이 정확하게 가려 줄 것이니, 그때 보면 알겠지, 수철 형은? 형도 아니라고? 그 참! 믿어지지 않네, 형은 나보다 먼저 선수를 쳤는데? 어째 내가 속는 거 같은 걸.” “야! 그런 말 그만하고, 너희들 우리 집에 들어와 살아라, 집도 넓은데 그냥 공짜로 줄게, 신혼 부부 셋이 누구네 깨가 더 고소한지 맛보며 사는 게 어떠냐? 회사도 가깝고 어? 말해봐? 수철 형도 좋다고 하는데, 어때? 좋지? 그러자? 하하하하 내가 생각한 게 아니라 사실은 나 보다 희숙이가 먼저 말 하더라.” “미안 하다, 숙이가 산달도 가깝고, 내 입대도 얼마 안남은거 같아서 그냥 여기에서 살다가, 송탄으로 가서 아기를 낳을 거야, 해산한 후에는 장인의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장인의 집에 가게를 들여서, 양화점을 그리로 옮기기로 했고, 장인께서도 새 장가를 가시기로 하셨거든, 우리 아기 문제도 있고 해서, 내년쯤에는 아마 숙이가 거기로 들어가서 산다고 할 거다, 내 입대가 언제인지 그것이 문제야, 한 일 년 정도 라도 시간이 된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사무실에서 일을 보다가, 자신의 바둑실력이, 세상에서는 어느 정도나 되는 것인지 궁금하여, 정길은 퇴근길에 가까운 곳에 있는 기원을 찾았다. 시내에 세군데 있다고 했는데, 모두 한번 찾아 볼 예정이다, 요즈음 잠을 자면서도, 꿈속에서 바둑을 둘 정도로 심취해 있는 터라,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이고, 자신을 가르친 장인의 실력이 얼마나 센 것인지 알고 싶다, 기원의 주인이 정길의 말을 듣고, 스승 외에는 다른 상대와 대국 경험이 없는 것 같아, 3급 정도의 상대를 불러 정길과 마주 앉게 했다. 서로 인사를 하고 돌을 가렸다, 추천해 주는 이와 호선으로 대국해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2승을 하자, 다른 이를 전화로 불러 대국을 주선했고, 또 거의 만방으로 2승을 하자, 다른 이에게 전화를 해서 불렀는데도, 그 사람마저 정길의 불계승으로 2 패를 하자, 주변의 둘러선 사람들이 혀를 내두른다. 그 기원에서 강 일급을 인정하는 두 사람이고 순위에 드는 고수들이라 더 이상 상대가 없단다, 내친 길에 두 곳을 더 돌아보며 실력을 검증받았다. 역시 그 곳 기원들의 기객들도 먼저 기원들의 고수들과 비슷한 실력이었다, 마지막 들린 기원에서도 거의 비슷한 일이 일어났고, 그 기원의 주인과 끝까지 대국을 지켜 본 이들이 엄지를 치켜세운다, 실력들이 다 고만, 고만 한 자신들이 보기에 정길은 너무 강자였다. “같은 일급이라도 강 일급이라, 우리 기원에서는 당할 사람이 없으니, 강릉 말고 다른 지방 기원에서 고수를 찾아 둬 보시죠, 기풍이라는 것이 누구나 같지 않거든요. 선생의 바둑은 옆에서 보면 분명 약한 곳이 보이는데도, 수습의 묘가 남다른 것이 장점이십니다, 그러나 그 약점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하하하 약한 실력으로 선생의 실력을 판단한다는 것이 주제넘지만, 그래야 선생의 본 실력이 흔들리지가 않아요. 또한 바둑이란 상대적이라서 천적이 있기도 하기에, 여러 기풍의 사람들과 만나서 둬 보는 것이 실력이 느는 가장 좋은 법이거든요.” “그래도 우리 장인어른에게는, 아직도 제가 석 점을 접어야 간신히 동수를 이룰 수 있으니, 그러면 우리 장인어른 실력은 어느 정도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이름이요? 김 춘권씨입니다.” “김 춘권씨라면 강릉기원들이 첫 손을 꼽는 분이시죠. 그 분께 배웠으니, 그렇게 셀 수밖에 없었네요, 얼마 전, 한 달 전에도 강릉 기원들을 순방하시면서 두셨는데, 강 일급들이 넉 점을 접고도 이기지를 못해 유명하신 분입니다, 하하하하 스승에 이어 그 제자 분에게도, 강릉 고수들이 모두 패하고 말았으니 할 말이 없습니다. 그 분 요즘은 안 보이시던데? 어디 다른 곳에 계신가 보지요? 그 분 실력이라면 잘은 몰라도 전국 아마추어 중 최고수라 할 수 있지요.” 그들의 추켜 세워주는 스승인 장인에 대한 칭찬에, 정길의 입이 벌어진다. 그렇단 말이지 한다, 시간이 어느새 5 시간이나 흘러 너무 늦었기에 은숙에게 전화를 하고 집으로 출발했다. 은숙의 배가 조금 나온 것 같아, 정길이 걱정을 하자, 그럼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보란다. 이곳의 일이 시작하지를 않아서 아직은 한가하니 그 동안에 집에 내려가 있는 것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이곳이 아니라 현장이 다른 곳이 될 터이니, 그 때까지는 은숙의 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송탄의 어머니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어머니 얼마 후에 갈 것 같아요, 숙이가 몸이 무거워 지니까, 너무 힘이 드는지 투정을 부리네요, 예, 영장이 곧 나올 거라고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왔어요, 어머니가 받으시는 대로 바로 전화주세요, 아마 끽 해야 20일에서 25일 정도 여유가 있을 거예요, 숙이와 같이 가서 거기 있다가, 난 군대에 가고, 숙이는 해산하고 몸이 괜찮을 때까지, 어머니 하고 같이 있고 싶다는데요, 출산 휴가를 3달 정도는, 떼를 써서라도 받을 거니까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럼 산후 몸조리는 충분하죠? 미용실은 어때요? 너무 바쁘세요? 돈 버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요? 정옥이가 시험에 합격 했다니, 이제는 우리 면허로 바꾸어야 하는데 내가 가서 할 테니 염려마세요, 정필이는 공부 잘해요?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요? 이제는 잘할 때도 되긴 했죠, 숙이와는 아직도 전화 할 때,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죠? 아니, 필요한 말은 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데요? 하하하하 필요하다고요? 금방 가겠습니다,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공사가 어찌되는지 알아보고 곧 가겠습니다. 이제 끊을 게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병이 왔다, 회사에서도 좋은 소식이 왔다는 직원의 전화를 미리 받았지만 일병에게 직접 듣는 것과 같을 수 없다, 예상했던 대로 좋은 소식이 있었다, 그것이 기다리던 공사 발주 소식이라 뛸 듯이 기쁘다. “형, 보고 싶었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마냥 기다리다 보니, 형이 보고 싶은 건지 공사 소식을 기다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전화도 한 통 없어서 내가 묵호까지 갔었다니까! 그런데, 그동안 형도 몰래 결혼하고 신혼여행 갔다 왔어? 내가 부러워서 아무 여자하고 그냥 해 버린 거야?” “야, 나도 말 좀 하자, 너 꼭 따발총 쏘는 거 같다, 남자 녀석이 진득하니 참을 줄 알아야지, 그동안에 졸업 준비에, 교육에, 공사입찰 뒷바라지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연락 못 했다. 너희 회사와 우리 본사가 함께하는 큰 주택 공사건이 있다, 너희 회사에 이미 연락이 갔을 걸, 서울 구로동에 공단을 조성하는데, 재일 동포들이 나라를 위해 돈을 투자한다고 하더라, 한 14만평쯤 되는데, 대통령께서 큰 기대를 걸고 계신 국책 사업이다, 엄청나게 큰 공사지, 너희 회사가하기에 좀 무리이기는 하지만, 우리본사와 함께 하는 것이라 배우는 것도 많고, 얻는 것이 많을 거다. 아마 너희 회사에는 엄청 좋은 기회가 되겠지, 아버지가 강력하게 추천 하셨다, 강릉 공군기지의 일을 잘해 본사에서 점수를 딴 거지, 네가 공을 세운 거라며? 네가 이번 일을 한 거나 다름없다, 물론 나도 힘을 보태기는 했지만 네 공이 첫째야.” “그럼 언제부터 일이 시작되는 거지? 내년 봄부터 하는 거야? 아니면 지금 당장 시작하는 거야? 난 주택공사에 대해서는 백지나 다름없어요.” “지금부터지, 거기가 난민촌이라, 치우고, 부수고, 장비 준비에, 차량에, 쓰레기도 처리하고, 자재 준비에, 사람들 섭외에, 공사하기 전이 더 바쁜 거다, 너희 회사도 이제 갈 준비하고 있을 거다, 너희 회사와 합동으로 같이 시작할거야, 응? 서울에다 회사를? 너희 회사? 안 돼, 너희 회사 소속이 강원도라 너희회사의 본사는 여기 있어야 돼. 또? 궁금한 거? 없어? 결혼? 임 마! 너 약 올려? 나는 30이 되어도 갈까 말까다, 형, 누나가 다 가야 내 차례가 오는데, 아직 그 사람들은 갈 생각조차 하지도 않으니, 똑똑하면 뭘 해, 자기 자신들이 똥차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데, 집에서 서두르고 있으니 내년 안에 해결이 되면, 그 때나 내 차례가 올려나? 왜! 네가 형수 구해 주려고? 하하하하 그러면 고맙지.”
진혁의 일이 해결되었다, 그녀가 울며불며 매달릴 줄 알았더니 의외로 순순히 응했다. 그 녀의 오빠와 어머니도 송탄에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었기에, 진혁의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진혁의 해결 안에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진혁이 가슴을 쓸어 내리고 그녀에게는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은 함께 할 수 있다고 위로해 주었다. 진혁이 공사 준비를 위해, 당장 급한 현장 사무소를 현장에 개설할 것을 지시하고, 그 밖의 일을 간부들과 회의를 한 후에, 정길의 일을 생각해 본다. 현재는 정길과 은숙이 할 일이 없으니 그들을 송탄으로 보내 손자를 출산하고, 몸조리를 하도록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에는 정길도 군문에 들어가야 하니, 그간 열심히 일 한 공로로 푹 쉬다 가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현장이 송탄과 가까워 자신도 얼마 후면 아내와 같이 지낼 수 있을 터 다, 마음에 짐을 벗고 보니 아내가 보고 싶어진다, 자신이 생각해도 뻔뻔하지만 뭐 선조의 내림인데 한다. 믿음의 가족 이라 하면서도 선조들도 여자 문제만큼은 어쩔 수 없었는가 보다. “정길아, 여기 할 일도 없는데, 애기 하고 같이 송탄에 먼저 내려가 있는 것이 좋겠구나, 애기도 점점 힘들어 하니까, 회사에는 내가 조처를 하겠다, 그리고 삼척 여자 건은 우선 내가 회사의 너희가 살던, 임시숙소로 이사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당분간은 어쩔 수 없지 않니? 곧 너희가 송탄에 가는대로 짐을 옮겨야지, 돈? 돈이 부족해서 내년에 좀 더 생각해서 주기로 했다, 아예 체념 했는지 몰라도, 선선히 말을 들어줘서 의외로 쉽게 끝나게 되었다, 효성이는 자기가 알아서 할 것이니 염려 말라고 하더라, 노인네와 원석이 아버지와도 말을 끝냈다, 자기들도 이미 이럴 줄을 알았다고 체념 하더라, 대신 효성이 앞날을 위해서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혹시 좋은 생각 없겠니? 그리고 서울로 공사를 하러 가면 송탄에서 출 퇴근을 해도 될 테니, 우리 가족에게는 아주 잘 된 일이다, 이제는 모두가 모여서 살게 되었구나, 너도 걱정거리가 없어지는 거고.” “효성이에게는 은행에 적금을 하나 들어주는 것으로 하면 되죠, 나중 학비 걱정 안하도록이요, 그러면 생활도 안정되겠고요. 그렇게 하시는 게 어떠세요? 아버지 일이 잘 해결 돼서 기쁩니다, 애쓰셨어요. 감사합니다.” ‘어머니를 만나서 공사를 서울에서 하는 것이라 아버지가 집으로 들어오실 거라는 말을 하면 꽤 기뻐하시겠네, 삼척여자와의 일은 아버지가 직접 말씀하게 맡기면 되고, 아! 숙이와 만난 후에, 어려운 일들이 너무 쉽게 풀려서 기분이 좋다, 누군가가 나서서 우리 집을 도와주는 거 같이 느껴져, 일단은 숙이에게 이 소식을 알리는 게 순서겠지?’ “오빠, 잘 됐다, 어머니하고 아버님모시고 살면서, 어머니에게 살림과, 음식도 배우고 잘 됐어요, 또 봄이면 아버지도 다시 강릉으로 다시 이사 오신다고 하셨고, 결혼도 날 자를 잡아 보신다고 했으니, 만사가 형통이네.” “아버님 결혼소식이 있었어?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지? 어제 연락을 받았어? 교회에서 간단히 하기로 했다고? 혼약 식만으로 한다고 하셨어? 왜? 두 분이 서로 그렇게 하자고 상의를 했다고? 그렇더라도 나중에 장모님 되실 분이 섭섭해 하실 것 같은데,,,” “어머니 되실 분이 그러자고 먼저 말 했대요, 아버지가 오늘 저녁에 자기에게 별도로 전화 하신다고 하셨어요.” ‘정래와 수철 형 결혼식이 이제 일주일 남았네, 그래도 보고 가게 돼서 다행이다. 새 살림 다 들어 왔나? 은숙이가 내려가기 전에 내가 먼저 송탄에 가서, 아버지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겠다, 얼마 후에 아버지도 들어 오셔서 같이 사셔야 하니, 동생들도 약간 거리낌이 있을 것이고, 또 방 문제도 해결해야지. 참! 송탄으로 이사 오기 전에,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강릉구경도 시켜주어야겠다, 지금까지 여행한번 제대로 못해본 가족들에게 지금같이 시간 있을 때에, 강릉에 우리 회사건물도 보여주고, 강릉 구경을 시켜 주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나중에 일부러 가기는 먼 거리고 지금의 기회가 딱 적기인거 같다, 좋았어, 결정했다.’ 정길이 먼저 송탄에 와서 정자와 정옥, 정필에게 그 소식을 전하자 정자의 안색이 발그레 해지며 기뻐한다, 정필도 좋아하는데 의외로 정옥이 퉁퉁거린다, 자신만의 공간인 방을 빼앗기는 게 못 마땅한 모양이다, 또 아버지와 같이 산다는 것이 어째 불편하게 느껴지는 정옥 이다. 이런 속 좁은 소견이라니, 정길이 어이없어 하다가 여 동생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하고 좋은 말로 타이르기로 했다. “아버지가 이제 우리와 같이 살게 됐다, 너도 알지?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어서 오랜 동안 헤어져 있으면, 남이나 마찬가지가 되는 거, 엄마는 더해, 넌 아직 어려서 그런데, 벌써 같이 안사신지가 몇 년이냐? 내가 두 분이 같이 살게 하려고,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는지 너는 모를 거다, 너도 미용실 하면서,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잖아? 이제는 너도 어른이라고, 우리가 부모에게 잘해야, 우리 자식들도 우리에게 잘 하는 거다, 아버지는 이제 우리에게로 돌아 오셨는데, 네 방을 못 준다고 하면?
너로 인해 아버지가 홀아비 생활을 계속 해야 되겠냐? 집을 두고 여관에서 사셔야 되겠어? 방 두 개 비워 달라고 했으니, 빌 때까지 네가 집사님과 같이 방을 쓰면 문제없잖아? 일단 네 방을 수리하라고 맡기자, 내가 올라 갈 때, 우리 식구들 모두 강릉에 구경하러 가자, 다녀 올 동안에 방을 비워 준다하면 더욱 좋겠지, 그럼 올 때 아버지하고 같이 와도 되고, 강릉은 여기보다 더 큰 도시인데다 여기와 틀려서 너무 깨끗한 도시야, 경포대 알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해수욕장이 거기다, 산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설악산도 아주 가깝고, 이번에 정필이와 함께 가서 회사도 구경하고, 우리 식구 전체가 함께 좋은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자, 내가 군대 가기 전에 지금 밖에 시간이 없어서 그래, 그럴래? 그럼 결정 된 거다?” “알았어, 내가 괜한 말을 해서 오빠 걱정 시켰나봐, 미안해, 오빠.”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모친이 그를 보자고 한다. 뭔가 안색이 별로 안 좋다, 왜 그러시지? 하는데, 서울로 이사 간 흥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괜스레 가슴이 뛴다, 자신이 지은 죄가 있기에,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하게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정길아, 전에 여기 살다가 이사 간 편물점 아가씨의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었는데, 너한테 연락이 되는대로 전화 좀 해주면 좋겠다고 하더라, 여기 전화번호 적은 거 받아라, 왜 그러는지 한 번 전화 해봐라, 이사 가기 전날 저녁에 아가씨 여동생이 네 전화번호를 묻기에 가르쳐 주었었는데, 전화를 해도 연락이 안 된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이리로 전화 했다더라.” “우리 회사를 원 전무라고 전에 동업하시던 분이 인수를 받으셨어요, 공사현장도 회사도 그 분의 손에 넘어가서, 지금은 우리와 아무 관련이 없는 회사가 되었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연락이 안 되었겠죠. 예? 우리는 따로 건축 회사를 창립 했어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하기 싫었지만, 그런다고 그냥 해결 될 일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공중전화 박스를 찾았다, 흥자가 받으려니 했더니 그의 여동생이 전화를 받는다, 그 녀의 목소리를 듣기도 전에, 벌써 가슴이 뛰며 웬 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든다. “예, 흥자 언니 동생인데요, 죄송합니다, 언니가 지금 많이 아프세요, 자꾸 정길씨를 찾는데,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는가요? 예, 서울 남대문 상가에서 옷 만드는 공장하고 있어요, 병원으로 와 주시면 되는데, 찾기가 불편하실 거예요, 제가 안내해 드릴 게요, 서울역에서 내리셔서 전화 주시면 제가 역 앞에 시계탑으로 나가겠습니다, 언니가 많이 아프세요, 예? 아니요, 큰 병은 아니고요, 왜 만나자고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고요, 예! 오신다고요? 언제요? 내일 아침에 출발하면서 전화 하신다고요? 고맙습니다.” “그럼, 내일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지? 혹 죽을병이 들어서, 처녀를 준 남자를 죽기 전에 보고 싶다는 건가? 그때 송탄에서 마지막으로 볼 때도 얼굴이 많이 안 좋았는데, 진짜 죽을병이 걸렸나? 에이! 내가 왜 불안해하지, 내가 그 녀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대체 무슨 일이지?’ 서울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흥자의 여동생을 만났다. 마치 범인을 쳐다보는 형사 같은 표정으로 안색을 굳힌 채,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말도 없이 앞선다, 분위기가 싸늘해 말을 걸기도 무엇하여 말없이 흥자 여동생의 뒤를 따라가는데, 정길의 곁으로 청년 하나가 다가오고, 뒤로, 앞으로 한 명씩 따라 붙어서는 느낌이 든다는 생각이 들어, 왼쪽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옆으로 다가오던 그들을 살펴보자, 바로 그의 뒤를 쫓던 자의 손에서 반짝하고 뭔가 빛이 난다, 이놈들 소매치기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예전에 서울역에서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기 전에 당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들은 날치기요, 소매치기들이었다, 세 명이 조를 이루어 우연히 부딪히는 척하며 주머니를 터는 지능적인 작자들이었다, 그들의 직업이 그러니 돈 냄새를 맡는데 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서울역 시계탑에서 따라붙었는데, 약간은 꺼림직 하게 느껴지는 상대 라서 망설여졌지만, 고급 옷을 입고 걷고 있는 정길에게서 큰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얼마 안 있어 택시를 타려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큰 건을 잡았는데, 느낌이 이상하다고 해서 놓칠 수 없다 생각하고 서로 눈짓으로 결행하기로 한 것이다, 정길이 혹시나 하고 돈을 준비해서, 상의 안쪽에 넣어둔 것을, 놈들이 눈치 채고 작업을 하려는 것이었다, 정길이 그동안 늘 마음 한편에 그 때에 당한 것을 분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 정길이 당했던 그 놈들은 아닐 지라도 어제 저녁부터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데다, 흥자의 여동생의 알 수 없는 냉대로 인해, 마음이 더욱 언짢아 있던 참에, 마침 화풀이 할 곳이 생겼다 생각하는 순간 손이 뻗어 나갔다, 옆으로 붙은 자의 손을 잡아 자신의 앞으로 당기며, 손바닥의 굽으로 턱을 쳐 올렸다, 동시에 쓰러지려는 자의 그 손을 놓지 않고, 뒤에서 놀라는 눈으로 멈칫하는 그 놈의 눈을 바라보며, 재빨리 다가가 옆으로 돌며 목을 수도로 강하게 타격하자, 뒤로 넘어 지며 목을 잡고 캑캑 거린다, 정길이 늘어져 있는 놈의 손을 놓았다, 정길의 앞에서 가던, 지금은 뒤에 섰던 놈이 이를 보고 삼십육계를 한다, 주변에 몰려든 사람 중에 누가 연락을 했는지, 경찰이 뛰어와 상황을 보고는 넘어져 있는 놈들이 이미 수배된 놈들인지라, 지체 없이 두 놈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정길에게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다. 정길이 목을 끄덕여 대답을 하고, 도망친 녀석이 근처에 있나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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