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련 체험기(마무리)
주 재 백
홍익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jbju@hongik.ac.kr
건강이야기 컬럼으로서 기수련 체험기를 쓰기 시작한지 어느덧 여섯 번째 회가 됩니다. 사실 기수련 전문가도 아니면서 기수련을 통하여 무엇인가 회원들에게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필자의 기수련에 대한 체험담이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회원 여러분들에게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 속에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필자도 어느덧 나이가 오십대에 이르러서 그런지 모임에 나가보면 건강이나 운동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깊은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근래 들어 웰빙이 중요한 이슈로 되면서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웰빙과 관련되어 요가와 명상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으며 이의 수련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도 판매되고 있는데 그 중 요가 매트나 요가 벨트 등은 기수련에도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웰빙 운동하면 기수련(요가도 기수련 중의 한 방법임)만큼 좋은 운동법이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돈 안드는 공기마시기 운동인데다 명상도 같이 겸할 수 있고 열심히 수련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몸 내부의 탁한 기운도 밖으로 배출할 수 있고, 내장 기능도 좋아지고 성인병 예방도 되니까요. 정적이면서도 유유자적하며 수련할 수 있는 운동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련이 단기적이지 않고 꾸준히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과 효과가 단시간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끈기있고 인내심이 있는 매우 좋은 운동법이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동적인 운동 즉 조깅이나 마라톤, 수영, 검도 등과 같이 병행하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입니다.
지난회 기수련에 관한 체험기에서는 미국 유학시절 읽었던 단경과 요가이야기 등과 더불어 양광삼현이야기를 잠깐 비췄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요가열풍이 일고 있었고 많은 미국인들이 요가수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 근처에는 많은 요가수련원 및 school까지 설립되었습니다. 필자가 특히 관심을 가진 요가분야는 프라나(요가에서는 기를 프라나라고 함)호흡법과 관련되어 수련하는 라자요가, 하타요가와 군달리니요가였으며 이에 대한 자료를 직접 수련원으로부터 우편으로 주문받아 보기도 하였습니다. 이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임독맥 유통에 관한 비슷한 방법으로 요가에서도 프라나(기) 호흡을 이용한 내적인 에너지체라 불리는 군달리니(요가에서는 수련시 척추를 따라 뜨거운 기운이 올라가는 것을 군달리니라 하여 붉은 뱀으로 부름)를 유통시킴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유통시키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리가 비슷함을 알 수 있었고 요기(요가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자서전을 통해서도 그들의 경험담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요가의 수련법을 연구하다 보면 꼭 만나게 되는 것이 “사자의 서”로 유명한 티베트 밀교의 수행법입니다. 이의 수행법 또한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대표적인 기수련법으로는 “보병기(寶甁氣)” 수련법과 “금강(金剛)호흡법” 등이 있습니다. 주로 호흡을 장시간 밀폐시키면서 기를 운행시키는 방법으로서 국선도의 원기단법 호흡법과 유사한 점이 있으나 이는 더욱 어려운 호흡법을 사용합니다. 결론적으로 기수련에는 호흡법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기의 운행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각기 다른 수행법을 비교해 볼때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가의 호흡법도 실로 그 기법상 종류가 무척 많으며 그 많은 요가 지파(거의 70이상)를 감안해 보면 실로 어떤 수련법을 따를 것인지 판단하기가 무척 어려운 형편입니다. 분명한 것은 국선도와 같은 기수련법, 중국의 선가나 도가기공, 불교의 선호흡, 요가 수련법, 티베트 밀교 수련법 등 많은 수련법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각각의 독특한 호흡방법, 몸의 다스림과 조율방법과 정신 집중 및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명상법 등이 반드시 내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수많은 수련 방법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은 각자 개인의 개성과 체질에 맞춰 선택하여야 하며 이것이 사실상 처음 기수련 입문시 가장 어려운 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권해드리고 싶은 것은 호흡운동에 관심이 크면 국선도나 단학선원 등 단전호흡 수련원, 육체적인 유연성과 조율을 원하면 요가수련원, 정신적인 수련에 관심이 크면 기독교의 기도명상, 불교의 좌선원이나 명상원에 우선 등록하여 어느 정도 수련한 이후에 스스로 앞으로의 수련방법을 조절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수련하면 많은 분들이 단전호흡만 떠올리는 것은 사실 스테레오 타입의 선입견이며 필자의 의견으로는 호흡법, 육체의 수련 및 정신수련에 있어 각기 개성 및 체질에 맞는 한 가지씩 선택하여 이를 응용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경에서도 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며 이는 기수련을 함에 있어 좋은 정신적인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막연히 호흡법만 행하는 것보다 성경, 불경, 단경, 주역 등의 정신적 배경이 되는 서적을 읽고 명상하는 방법도 매우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처음 세 부분중 스스로 모자라는 부분에 대한 수련을 먼저 시작하여 어느 정도 숙련되면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어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심지어 성도기공(聖道氣功)이라 하여 기독교적인 기수련법을 새로 만들어 가르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수련법을 무조건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 필자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호흡법 중 하나, 도인체조법 중 하나, 명상법중 하나를 선택하여 꾸준히 인내를 갖고 오랜 기간에 걸쳐 수련하라는 것입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육체적인 수련으로 태극권을 선택하여 행하고, 호흡법으로는 태극권에서 가르치는 호흡법 또는 정적인 단전호흡법을 선택하여 행하고, 성경을 읽고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 등 약 한 시간 정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꾸준히 수련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수련법이 별로 특별한 것이 아닌 것 같아도 꾸준하게 규칙적으로 이를 수련하면 건강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됩니다.
유학시절 동안에도 아침 저녁 한 시간씩 바쁠 때만 빼고 거의 꾸준히 기수련을 수행한 결과 육체적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문제는 없었고 다만 같이 수련하고 이에 대하여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수련상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중국이나 대만 학생들중 기공 수련을 하는 이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간혹 있어도 태극권 정도의 수련을 하는 사람이 고작이었습니다. 한 친구가 태극권 수련을 약 5년 정도 하였다 해서 기대를 걸고 조금 배웠는데 생각보다 심오한 경지가 아니었고 또 월남의 쿵푸무술하는 모임도 있어 가보았는데 기수련 방면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981년 봄 잠시 귀국하였고 여름에 다시 복교하였습니다. 귀국하여 예전에 국선도 수련을 같이 하던 도우들을 다시 만나 보게 되었습니다. 도우 중 가장 친하게 지냈던 지금의 화학연구소의 L박사, 국악인인 K사장님과 D사장을 만났고 그 때 몇몇 도우의 추천하에 특이한 수련법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수련법은 실제 기를 활성화시켜 표출 및 운행시키는 방법으로서 초기엔 매우 신기하게 여겨졌으며 필자 또한 반신반의하며 수련하였는데 지금은 그 원리 및 그 뿌리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매우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간단히 언급하자면 선가나 도가, 불가에서는 예부터 부주법(符法)이라는 수련법이 있었습니다.
기운행을 하면 실제 현실에 반영되어 나타난다는 점이 정말 믿어지지 않아 여러번 반복 시험도 해보았으나 실제 기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지요. 필자가 아무리 얘기해도 믿거나 말거나의 한 얘기가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험담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가 실제 운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몸에도 자연에도 항상 작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기운의 자연스러운 흐름 방향은 에너지 준위가 높은데서 낮은 쪽으로 흐르며 놀라운 것은 이의 흐름 방향을 사람은 마음의 힘에 의하여 콘트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마음의 힘은 명경지수와 같이 맑은 마음이 이루어져 있는 상태에서 나오게되며 마음이 흐트러지면 그 힘도 사라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마음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하여튼 이러한 수련을 통하여 기와 마음과의 관계를 확실히 알게 되었고 또한 기라는 것이 함부로 대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절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여름에 도미한 후에도 이 수련법을 계속하다가 점차 공부하기가 심해지고 마음이 어지러워지면서 중단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 원리가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힘은 기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가끔씩 수련하고 있습니다. 결국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적인 것은 기의 수련이라는 결론입니다.
서울 올림픽때 귀국 후 지금까지 사회생활 때문에 예전처럼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나름대로의 프로그램을 갖고 수련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기수련은 건강유지 및 질병예방의 차원에서 필요한 운동법이며 일상생활 속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복잡한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정신적인 차원의 수련도 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효과를 단시간 내에 보려고 한다든지 과도하게 수련을 하려는 욕심이 앞서면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는 단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길게 보고, 편안하고 유유자적하는 기분으로 수련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또한 끈기 및 인내력만 지니고 있다면 기수련의 효과는 누구나 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이것으로서 필자의 기수련 체험기는 끝을 맺고 다음 회부터는 기수련의 원리, 수련방법의 종류, 수련절차 및 주의사항, 수련효과 등의 순서대로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http://www.cheric.org/PDF/NICE/NI22/NI22-3-0353.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