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쌈박질 잘 해서 뭐 하려고?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청산거사라는 분을 만나 무술을 배울 때 이었습니다. 무술을 배울 때는 내공과 외공을 같이 배웁니다. 내공(內功)은 각종 호흡법(단전호흡 포함)을 통하여 기(氣)를 모으고 운용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고, 외공(外功)은 각종 체술과 초식(검술과 병장기)을 배우는 것인데, 내공은 정공(靜功)과 동공(動功) 중 정공(靜功:움직이지 않고 함)을 배울 때이었기 때문에, 꼼짝하지 않고 오래 있으면 몸이 굳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외공(外功)은 힘이 들었지만 화려한 동작과 익히고 나면 친구들에게 폼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내공은 기피하고 외공을 하려고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청산거사는 내공에 치중하라고 하면서 외공은 내공을 하다 지루하면 심심풀이로 익히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내공을 경시하고 외공만 좋아하니,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외공을 하면 싸울 때 이길 수 있어서 배우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청산거사의 대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쌈박질 잘 해서 뭐 하려고?”
저는 청산거사의 직계제자가 아니고, 꼽사리 끼어서 배우던 학생이었습니다. 배우다가 힘들고 차별을 받는 것 같아 그만 두었지요. 지금도 생각납니다. 직계제자들(실력사, 비력사, 철선녀, 비선자, 봉선녀). 저처럼 배우던 학생 중에서 나중에 독립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지금의 국선도를 만들었습니다. 국선도도 둘로 갈라졌다고 하더군요. 제가 배울 때는 청산거사는 국선도라 하지 않고 정신도법이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배우면서 차별을 받았다고 느낀 점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봉선녀와 비선자는 저보다 나이가 3살 정도 많았는데, 같은 시기에 들어와서 똑같이 배웠습니다. 그런데 한 두 달이 지나면서 이 두 여자가 저보다 더 잘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특히 내공은 차이가 너무 낫습니다. 보통 때는 그냥 여자였는데, 숨을 한번 들이 쉬면 무쇠 같은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생각으로는 비법을 직계 제자한테만 가르쳐주고 우리한테는 안 가르쳐 준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큰 차이가 나겠습니까? 옛날에는 화장실이 앉아서 일을 보는 푸세식 이었는데, 제가 하도 급해서 급하게 문을 여니 봉선녀가 있었습니다. 그 후로 봉선녀를 보는 것이 너무 어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