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 ③] <종로구 지방자치 30년사>
“종로구 지방자치 주도 세력 변천”
이병기(정치학 박사)
지방자치에서의 서울시의원 역할과 기능
민선 구청장과 구의원의 중간자적 위치
종로구에서 지난 30년간 선출한 시의원은 총 19명이다. 이 중 70대가 1명, 60대가 3명, 50대가 7명, 40대가 4명, 30대가 4명 등으로 비교적 연령이 골고루 분포됐다. 이러한 의미는 종로구 시의원 선거에서 기존의 전통적 주도계층보다 선거자치세력이 더 많이 선출됐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정부 여당 측의 지역 토착 세력보다 야당 측인 호남향우회 출신의 선거자치세력이 더 많이 배출됐다는 뜻도 된다. 물론 새로운 영입 인물도 선출되기도 했다.
학력은 총 19명 중 17명이 대졸 이상으로 비교적 학력 수준이 높았으며, 남성이 총 17명이고 여성이 2명이지만 여성은 동일 인물이 두 번 당선된 사항이기 때문에 종로 사회가 전통적 가부장적 사회와 마찬가지로 남성 위주 성향을 띄고 있음을 나타냈다. 여성의 젠더 풀뿌리 정치가 1995년과 1998년 양경숙 시의원의 당선으로 잠시 반짝 성행하다가 그 이후 종적을 감춘 형세가 됐다.
단체별로는 새마을운동협의회가 총 3명, 호남향우회가 5명 등으로 소속 단체별로는 호남향우회가 다소 앞섰다. 직업별로는 정당인 5명, 자영업이 5명 등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시의원 자체가 전문 정치인도 아니고 순수 주민도 아니라는 반증이다.
물론 구의원 경력 8명이 서울시 의원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모습도 있지만 시의원의 신분과 처우가 국회의원과 달리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까닭에 태생부터 기형적인 형테였다. 그후 점진적으로 시의원들의 위상이 다소 높아지는 추세로 학력과 경력 등에서 구의원보다는 크게 상향되는 추세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시의원의 위치는 다소 애매했다. 직급으로 보면 구의원보다는 상급이고 구청장보다는 하급 수준으로 별정직 3급 대우인데, 역할 측면에서는 가장 실속이 없는 선출직으로 통한다. 시의원들의 역할이 향후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시의원들의 역할과 기능을 보면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큰 인정을 못 받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민원사항이 대부분 구청과 관련된 사항이 많기 때문에 구의원으로 몰리면서 주민과의 만남도 적고 그에 따라 주민 접촉이 빈번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누리는 헤게모니 차원에서도 지역 사회 주도권 역시 구청장과 구의원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상황을 연출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민선 구청장의 견제 심리가 작용됏기 때문이다. 민선 구청장 입장에서는 시의원이 장차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로 성장할 것을 우려해서 은근히 견제하는 풍토가 드러난다. 그래서 지역 사회 내 시의원의 입지가 매우 작은 편이다. 구의원들은 시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조직을 잠식 또는 흡수하여 정치적 주종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크게 염려하는 분위기에서 항상 긴장 관계를 보인다. 시의원은 그러니까 민선 구청장과 구의원 그 중간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행보도 위축되는 양태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시의원을 발판으로 구청장 또는 국회의원으로 도약하는 경우도 있어서 자신의 능력과 활동에 따라 가변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종로구에서도 1991년 초대 시의원으로 당선됐던 정흥진 시의원이 4년 뒤 1995년 민선 제1기 종로구청장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시의원들이 항시 국회의원이나 구청장들의 견제를 받는 모습이다. 지역의 국회의원이 권세가 막강하다면 모르겠지만 권세가 미약할 경우 시의원들이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에서 왠지 견제를 많이 받는 모습 속에 있다. 구청장 역시 시의원들이 자신의 향후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은근히 시의원들을 견제한다. 그러나 시의원들은 지방자치가 낳은 풀뿌리 정치에서 당당히 선출된 선량으로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며 착실히 지역 정치를 실천하는 주도 계층임에 틀림없다. 2014년 종로구 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된 유찬종 전 시의원의 경우에도 2018년 종로구청장 선거에서 김영종 현역 구청장과 공천 경선을 벌이며 팽팽한 대결 구도를 이룬 탓에 무척 긴장된 관계를 보였다. 결국에는 공천 경선에서 탈락했고, 이어 2022년 종로구청장 선거에서 당당히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구청장 선거에 나섰지만 국민의힘 정문헌 후보에게 석패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시의원의 위치는 언제나 민선구청장 선거에 뛰어드는 다크호스 역할이기때문에 지방자치에서의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고는 있는 셈이다.
그동안 토호 또는 토착 세력과 선거자치세력 간에 시의원 선거를 놓고 팽팽한 대결 양상을 벌이며 지역 사회 풀뿌리 정치에 견인차적 역할을 보여 왔는데 앞으로도 지역의 풀뿌리 정치를 꽃피우는 확실한 주민대표의 지도자들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시의원들의 개인적 역량과 활동이 문제이지 풀뿌리 정치문화 차원에서는 시의원처럼 정치입문의 기회가 좋은 자리도 없는 셈이다. 또한 지방자치에서 시의원들의 역할이 증대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시의원의 정치적 가능성은 더욱 증대될 전망이기도 하다.
종로구 구의원의 세력별 변천의 다양성
토착자치세력 대 경선자치세력의 경쟁
1991년 종로구 의회 의원이 총 22명 선출된 이래 1995년 21명, 1998년 19명, 2002년 19명, 2006년 17명, 2010년 11명, 2014년 11명, 2018년 11명, 2022년 11명 등 총 142명이 선출됐다.
토착 자치세력은 결국 토호 세력에서 나온 후보자들이기 때문에 같은 세력으로 본 것이며, 경선자치세력도 선거자치세력 중에서 등장한 세력이기 때문에 역시 같은 세력으로 분류된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되어 처음으로 실시된 선거에서는 토호세력이 단연 압도적으로 당선되어 총 22명 구의원 중 모두 21명이 등원, 95%를 차지했으며 선거 자치세력의 출범인 호남향우회 회원 측은 단 1명만이 등원했다.
1995년 제1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는 총 21명 중 16명이(71%) 토호자치세력 당선자이며, 선거자치세력은 총 5명(29%)이지만 지난번 보다 4명이나 증가된 수치를 보였다.
1998년 제2회 지방자치 선거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때 처음으로 선거자치세력이 토호자치세력을 앞선 것이다. 총 19명의 구의원 중 선거자치세력이 10명 그리고 토호자치세력이 9명으로 선거자치세력이 토호자치세력 보다 1명 많은 것이다. 이러한 세력 판도 역전으로 종로구 의회 의장은 선거자치세력이 차지했으며 선거자치세력에서 당선된 민선 종로구청장 그리고 2명의 서울시 의원과 함께 종로구 지역사회를 완전 주도하는 계기를 이뤘다.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서는 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토호자치세력에서 나온 토착자치세력이 득세를 하면서 선거자치세력을 다시 앞도했다. 총 17명의 구의원 중 토착자치세력이 총 10명이고 선거자치세력이 7명으로 줄어들어 토착자치세력에서 당선된 구청장 및 서울시 의원 2명과 함께 다시 종로사회 주도권을 잡았다.
2006년 제4회 종로구 선거에서는 총 11명의 구의원 중 토착자치세력이 총 7명 당선됐으며 선거자치세력에서 나온 경선자치세력이 총 4명 당선되어 토호 또는 토착자치세력이 구청장 및 2명의 시의원과 함께 지역사회를 주도했다.
2010년 제5회 종로구 선거가 또다시 획기적이 일로 평가되는데 이 선거를 통해 등장하는 경선자치세력이 종로사회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구청장과 시의원 1명 그리고 총 11명의 구의원 중 총 6명이 당선되어 총 5명이 당선된 토착자치세력을 누르고 종로구 의회 의장을 맡으면서 종로구 지방자치 주도세력으로 전면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4년도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구청장 이하 구의원 6명 당선의 같은 양상의 분포를 보이며 경선자치세력이 주도세력 확충을 이뤘다. 2018년도에서도 경선자치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이 6명 당선으로 다수를 이뤄, 주도권을 잡았으며, 2022년 선거에서도 경선자치세력이 6명 당선시켰지만, 구의회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라도균 당선자가 토착자치세력인 국민힘으로 합세를 하는 까닭에 주도권을 토착자치세력으로 넘겨주는 이변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