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참들은 서럽다.’
5일 오후 김포공항 제2청사. 하와이 전지훈련을 위해 출국 전 부산을 떠는 두산 선수들 가운데 이광우(36),조계현(37) 등 최고참 투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노장의 나이로 두산 마운드의 첨병 역할을 담당했던 이광우와 조계현이 연봉과 FA협상에서 찬밥신세를 당하며 서러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이광우는 데뷔 12년 만에 10승 고지를 넘어서며 몰락 직전의 두산 마운드를 구해냈다. 이광우가 거둔 11승은 팀내 최다승이었고,선발투수 중 방어율(3.70)도 가장 빼어났다. 성적만 놓고 보면 젊고 싱싱한 어깨를 가진 여느 투수들 못지않았다.
그러나 이광우는 5일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연봉 협상을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광우는 지난해 연봉(6,500만원)에서 53.8% 인상된 1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92년 해태에서 트레이된 후 선발,중간 가리지 않고 팀이 원하면 군말 없이 마운드에 섰던 공헌도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두산은 9,500만원에서 요지부동이다. 표면상으로는 500만원의 차이지만 ‘억대 연봉’과 ‘천만원대 연봉’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 두산측의 입장이다. 이광우는 “나이 든 선수들이 야구판에서 고생한 것을 인정해 줘야 하지 않느냐”며 구단측의 푸대접에 섭섭한 마음뿐이다.
아직까지 FA 신분인 조계현도 이광우와 비슷한 실정이다. 조계현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3일 오전 곽홍규 두산 단장을 만나 협상을 시작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못했다. 조계현이 무조건 두산 잔류를 선언한 가운데 쉽게 갈무리될 것 같던 협상은 두산이 “이전의 협상은 무의미하다. 백지 상태에서 협상을 다시 하겠다”고 밝혀 교착상태에 빠졌다.
양측은 조만간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한다. 하지만 11일까지 어떤 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규약상 올시즌 출장이 불가능한 조계현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