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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인생사용설명서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하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책이 한권 있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께서 쓴 책인데 실제 그 사람과의 만남이나 대화를 통해서가 아닌 대중매체에 비춰지는 모습만을 기초로 하여 사람을 평가한 책입니다. 사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순간부터 어쩔 수 없이 개인의 감정이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죠.
토론에 임하신 분들께서 작가인 김홍신님의 정신세계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았고요. 김홍신님에 대해서도 인물평을 쓰면 재밌는 글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여러 저명인사들의 대외적인 행동을 보고, 메스와 같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언행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심리상태를 객관적으로 표현한 책입니다. 물론 객관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지는 않겠지만, 제가 읽은 당시의 느낌은 충분히 객관적으로 평가를 했다 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혹독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관대한 평가를 내리긴 하지만 사심이 들어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2005년 2월에 발행된 책인데, 요즘 읽어도 무리가 없을 듯 싶습니다.
아래 글은 제가 2006년 2월에 이 책을 읽고나서 가볍게 쓴 후기와 블로그에 발췌해놓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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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가 쓴 '남자 대 남자'를 정말 미친듯이 재밌게 읽은 적이 있었다.
요즘에는 그 책의 속편격인 '사람 대 사람'을 기분 전환으로 서점을 들를때마다 조금씩 읽고 있다. 직접 사서 보면 금세 읽겠지만, 서점에 갈때마다 찾아서 조금씩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해서 그때그때 조금씩.
사람vs사람 목차
1. 이명박 vs 박찬욱 -> 제가 이부분을 읽고 절대 MB는 대통령 해서는 안된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ㅠ.ㅠ
2. 정몽준 vs 이창동
3. 박근혜 vs 문성근
4. 심은하 vs 김민기
5. 이인화 vs 김근태
6. 나훈아 vs 김중배
7. 김수현 vs 손석희
8. 김대중 vs 김훈 ->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동명이인인 언론인입니다.
정혜신 박사는, 분석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직접 만나거나 연줄을 통해 알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순수히 매스컴의 기사 내용과 그들의 언행 등을 기초로, 지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양한 심리학과 정신 분석학의 이론을 동원하여 그들의 정신상태를 풀어낸다. 두번째 책인 '사람 대 사람'의 분석 대상이 된 인물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영화배우 심은하. 아침이슬의 김민기, 불도저 이명박 시장, 한국 고문 역사의 산 증인 김근태 전 장관 등이다. 이 사람들이 자신들을 분석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이명박 시장은 자신의 어린시절 고생한 것 때문에 지금의 독선적인 모습으로 발전했다고 분석한 내용에서 상당히 기분 나빠할 것 이고, 김민기씨의 경우는 아예 자기 이름 석자가 들어간 글을 읽지 않을테니 별 관심 없을 것이다. 심은하씨의 경우는 자신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대변해준 글에 감사를 느낄 것 같고, 김근태 장관님은 항상 희망을 품고 있다는 표현으로 자신을 너무나 띄워주었기 때문에 몸둘바를 모르는 겸손함을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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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문득 이 책의 내용이 떠오른 이유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 본연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만약 유명인사가 되어 정혜신 박사님의 레이더에 포착되어 분석 대상이 되면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질까? 상황에 따라 상반되게 나타나는 강한 자신감과 연약한 소심함, 수많은 생각들을 머리속에서 생산해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으름. 막내 특유의 타인의 감정에 의지하는 듯한 행동. 좋고 싦음의 감정 표현의 서투름. 남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한박자 빠른 임기응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남들보다 큰 겁쟁이.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 불만은 별로 없지만, 적어도 제3자가 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아 이사람 괜찮네.. 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윗 글을 읽어보니 단점 투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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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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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도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심은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시작하면 배역에 몰두하느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먹지도 자지도 못해 거의 초죽음이 되는데, 얼마나 힘이 드는지 하루 촬영이 끝나면 몸에서 기가 다 빠져나간 듯한 느낌으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가 힘들었단다.
그녀는 '완벽하게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자주 말하곤 했다. <청춘의 덫>에서 딸을 잃고 어두운 방바닥을 벌벌 기며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을 온몸으로 토해내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는데, 실제로 심은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창조하지 못한다는 괴로움 때문에 극중의 윤희처럼 어슴푸레 밝아오는 방 안을 휘적휘적 돌아다니며 울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의식이나 인격이 분열되는 듯한 해리현상을 경험하거나 '이러다가 내가 미치거나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와 두려움이 극대화 되는 순간일 것이다. 순간순간 얼마나 힘이 드는지 그녀는 기자들이 10년 후나 20년 후의 계획을 물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대답하곤 했다.
"그때도 연기를 하고 있을진 모르겠다. 연기자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버리고 넘어서야 한다는 게 힘들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 이제 "작품에 몰입할 수가 없어서"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그녀의 말이 이해되고도 남지 않으나. 정신적, 육체적 여력이 조금도 없는 사람에게 과외로 자기노출을 강요하니 그녀는 그럴 힘이 없다고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심은하 혼자뿐이 아닌데 왜 유별나게 혼자만 죽을 것처럼 엄살을 떠느냐고 닦달하지 말기로 하자. 그건 마치 '그렇게 아름다운' 심은하가 그렇지 않은 여자를 보면서 '당신은 왜 그렇게(?) 생겼느냐'고 묻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은 다 자기 생긴 대로 산다. 심은하는 자기노출을 극도로 자제하여 충전된 에너지를 이용해서 다슬이나 다림이나 춘희라는 새롭고 매력적이며 살아 숨쉬는 캐릭터를 창조해낸다.
- 중략 -
2001년 12월 심은하 본인이 연예계를 떠나겠다는 공식적인 의사표명을 했지만 아직도 광고계에서는 심은하에게 무수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단다. 심지어 어떤 업체는 연매출 정도에 따라 러닝개런티를 지급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출연료를 제시했다고 들린다. 아마도 일반 서민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일 것이다. 그런데도 심은하는 그 제의들을 거절하고 있다.
내가 갑자기 심은하의 스타 파워와 관련한 상업적 잠재력을 얘기하는 건 도대체 그 엄청난 금전적 유혹을 떨쳐버리면서까지 그녀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이제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니까 그런 게 아니냐고 퉁명을 떠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심은하 본인도 공부를 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동생 둘이 먼저 유학을 가 있어서 집안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멈칫거린다는 게 그녀 어머니의 얘기이니 말이다. 활동 중단 2년 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녀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외람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돈이라면 저도 벌 만큼 벌 수 있잖아요?"
절대로 외람되지 않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가 광고나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한국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배우가 심은하다. 모든 일에는 기회비용이 있다. 스파게티 전문점을 열 수도 있는 점포에 꽃집을 차렸다면 당연히 스파게티를 팔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자기가 꽃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돈을 벌지 못할 걸 알면서도 꽃집을 연다. 그는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위해 일정 부분의 금전적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사랑을 위해 왕관을 버린 행위는 얼핏 보면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왕위 자리를 내던지는' 기회비용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선택할 만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심은하처럼 지극히 '내향적'인 사람은 그럴 가능성이 더 놓다.
'배우 심은하로만 보아 달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심은하는 이제 '인간 심은하'의 자기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엄청난 금액의 돈과 명성을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그만한 기회비용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인간 심은하'의 삶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선택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년의 배우 윤정희 씨의 말처럼 "너무 너무 아까운 배우 심은하"가 다시 연예활동을 재개하고 예전보다 더 많은 CF에 출연한다고 해도, '인간 심은하'의 삶을 온전하게 지키고자 했던 그 절절했던 마음만은 끝까지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노출을 조절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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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
첫댓글 제가 참으로 사랑하는 배우 심은하씨의 이야기를 읽었어요^^ 요기 조금의 내용이지만... 참... 내가 왜 그 배우를 사랑하는지... 알것같습니다!! 이 책 읽어보고 우리 이야기 조금 나눠봐요!!
이런 책이 있었군요~~ 좋은 추천 감사합니당...꼭 읽어봐야 겠어요~~^^
선미님 요새 책 밀려서... 어쪄..
ㅋㅋㅋ 그래서 주말 동안 밖에 안나가고 책 3권 읽었어요..ㅋㅋ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저자분의 통찰력이 대단하신것 같습니다.
이책보다 전에 2001년도에 나온 "남자 vs 남자" 도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