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산문 / 우수상
내가 새벽미사에서 받은 은총
차주은(안젤라) / 노은동 성당
나는 어려서부터 미사시간에 해설자나 독서자를 보면 항상 멋져 보이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유난히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나의 성격 때문에 내가 전례부를 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나의 이런 성격을 바꿔 보고픈 용기가 생겼다. 그런 생각이 나로 하여금 전례부를 지원하게 만들었고 부족하지만 독서자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나는 대부분의 전례부원들이 기피하는 새벽미사를 맡았다. 내가 새벽미사를 맡은 데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다른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시간에 봉사를 하는 것이 참된 봉사라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두 번째 이유는 앞에 나서는 일이 자신이 없었기에 되도록 사람들의 참여가 적은 새벽미사를 선택했던 것이었다. 처음엔 2주일마다 돌아오던 새벽전례였는데 보좌신부님이 새로 오시고 미사가 늘어나자 내가 새벽미사에 독서를 하는 횟수가 점점 빈번해지고 어떤 주에는 일주일에 세 번 씩 새벽전례를 맡곤 했다.
처음에는 새벽에 전례를 하는 일이 그리 싫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 전날에 가족행사를 마치고 와서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든 날도 있었고 반모임을 진행해야 하거나 아이 소풍을 따라가야 한다든지 해서 힘을 많이 써야 하는 날 새벽미사를 하면 하루가 너무 힘들게 지나갈 때도 있었다. 게다가 내가 맡은 새벽미사 말고도 새벽에 결원이 생기게 되면 내가 대신해야 할 때도 있었다. 가끔은 나에게 너무 새벽미사를 많이 시키시는 전례부장님이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다. 나는 아침형인간도 아닌데다가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특히 눈보라가 치는 추운 겨울날이나 새벽부터 장맛비가 퍼붓는 날에는 정말 힘든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새벽에 투덜거리며 집을 나서지만 성당에 와서 내가 맡은 독서말씀을 여러 차례 읽어보며 연습하노라면 어느 새 그 말씀은 지금 이 순간의 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말씀이고 하느님께서 그 말씀을 나에게 전해주시기 위해 나를 부르셨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전례봉사는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가 아닌 신앙인으로서 좀 더 성숙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부터는 나에게 주어진 새벽미사가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성당에는 내가 새벽독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면 언제나 대걸레를 들고 성당을 깨끗이 청소하시는 자매님이 계시다. 그 자매님의 새벽청소는 한 번도 거르시는 날이 없다. 마음속으로는 항상 ‘나도 언젠가는 청소하시는 걸 한 번 도와드려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언제나 마음뿐이다. 새벽미사가 끝나면 집에 돌아가자마자 남편 출근준비와 아이들 학교 보낼 준비를 해야 하기에 청소를 도와드리고 싶어도 항상 못 본 체하며 그냥 지나쳐야만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자매님을 도와서 같이 새벽에 청소해주시는 다른 자매님이 생겼다. 내가 도와드리는 것도 아닌데 그 자매님께 협조자가 생긴 것을 보고 마치 내가 청소를 돕는 것만큼이나 기뻤다. 두 분이 함께 도와서 청소를 하시는 걸 보니 혼자서 하실 때보다 훨씬 보기에 좋았고 내가 못 도와드려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새벽에 청소하시는 두 자매님들을 통해 하느님께서 진정한 봉사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나에게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겉으로는 무관심하고 도와주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내가 자매님 새벽청소를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해하는 것처럼 다른 분들도 내가 새벽전례를 많이 하게 될 때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에 새벽전례를 맡지 않았더라면 꾸준히 새벽미사를 나가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런 은총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올 11월이면 나도 어느 새 새벽전례를 하게 된 지도 4년차가 된다. 그동안 새벽미사를 위해 힘들게 걸어왔던 나의 발걸음보다도 몇 갑절이나 되는 하느님의 은총을 듬뿍 받은 만큼 앞으로도 새벽전례봉사는 내 체력이 허락하는 동안 언제나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