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규방(閨房)’이라는 단어는 엄격한 유교 사회였던 조선시대에는, 여인으로서의 모든 형식과 의무를 규정짓는 장소였다. 차단된 삶 속에 살았던 옛 여인들은 규방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삶을 한탄하고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의 현실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지혜를 발휘했다.
자수(刺繡)와 매듭은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던 당시 여인들의 모임 공간인 규방에서 탄생한 예술 장르인 셈이다. 생활용품으로서의 실용성을 갖추면서 동시에 예술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 자산이기도 하다. 자수는 여러 색깔의 실을 바늘에 꿰어 바탕천에 무늬를 수놓아 나타내는 조형활동을 말한다. 자수는 단순히 직물의 표면을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생활환경, 풍습, 신앙 등에 따라 독자적 양식을 이루면서 발전해 왔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면서 문화적인 특징이 융합되고 집성되어 한국 역사상 찬란한 문화의 황금기를 누릴 수 있었다. 당시의 자수는 복색(服色)뿐 아니라 말 안장의 장식 등으로도 널리 성행되었고 불교자수도 번성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 여인의 삶에서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이 실(絲)이다. 이를 이용해 만든 자수는 풍부한 문양과 다양한 색상으로 여인들이 엮어내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통자수는 실의 미학이며 정성의 산물로 우리네 여인들의 예술활동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바늘을 사용하는 자수와 달리 끈과 송곳만으로 우리 고유의 선과 색을 통한 아름다움을 연출해 내는 것이 전통매듭이다. 매듭의 역사는 인간이 수렵이나 식생활용 도구 등에 끈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매듭의 형태들은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매듭의 명칭은 자연에서 얻는 것, 늘 보고 사용하는 온갖 물건, 꽃 곤충 등에서 따왔다는 특징이 있다.‘매듭’은 노, 실, 끈 같은 것으로 한 가닥 또는 두 가닥 이상이 한 점에서 교차하면서 이루는 형태를 의미한다.
각종 복식이나 장신구, 보석류 등에 액세서리로 쓰이는 매듭은 단순한 보조품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각종 생활용품의 완성미를 높여주는 구실을 해왔다. 특히 규방 여인들의 내밀한 손맵시가 빚어내는 단아하고 은근한 미감이 사람들의 마음을 붙들어 왔다. 전통매듭은 옛날 조상들의 생활에서 맺은 기술을 오랜 역사를 통해 우아한 장식예술로 승화시킨 독자적인 민속공예인 것이다.
글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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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옷은 원래 궁중에서 의식이 있을 때에 왕비가 입던 대례복이었으나 후에는 서민의 혼례복으로도 사용되었다. 홍색바탕 천에 숭고함과 부귀와 장수를 상징하는 연꽃 모란꽃 십장생 등을 가득히 수놓아 만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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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인 (자수장)은 명주바탕에 화려한 색실로 수를 놓은 한국 여인의 고운 정서가 같은 한국 여인이었던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자수를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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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듭은 끈목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매고 죄는 수법이나 형태를 말한다. 박선경(중요 무형문화제 제22호 최은순 이수조교)씨가 매듭작업을 하고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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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리개는 패물의 하나로 겉고름과 안고름 또는 치마허리에 차서 우리 고유의 복식미를 고조시키는 대표적인 매듭 장신구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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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대 (魚袋) : 백관의 공복(公服)에 착용했다. 문관 4품 이상에게 자삼과 홍정 및 금어, 상참(常參) 6품 이상에게 비삼과 홍정 및 은어를 사용하게 한 반면에, 9품 이상은 어대를 착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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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수의 용도는 목가구의 장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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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머니가 없는 한복은 복주머니를 만들어 허리에 차거나 손에 들고 다닌다. 신분에 따라 감이나 색상·부금을 달리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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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수가 놓여진 다기 (최정인 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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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단에 꽃자수가 놓여진 꽃신은 버선과 함께 치맛자락의 아름다운 선을 살려주는 소중한 아이템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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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관. 조선시대 궁중에서 의식이나 경사가 있을 때, 반가에서는 혼례시나 경사시에 대례복, 또는소례복을 입을 때 착용한 수식물. | |